“불가능을 가능으로” 동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캣벨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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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0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캣벨은 캣벨다웠다. 이번 시즌 각본 없는 드라마를 작성한 한국도로공사의 캣벨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캐서린 벨(이하 캣벨)은 2021-2022시즌 흥국생명에서 활약한 뒤 2022-2023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 신청서를 냈지만 선택받지 못했다. 이후 튀르키예 리그에서 뛰다 지난해 12월 한국도로공사의 대체선수로 V-리그에 복귀했다.
다시 돌아왔을 당시 캣벨은 “내가 팀이 찾던 ‘한 조각’이 됐으면 좋겠다. 더 치열하게 싸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미 가지고 있는 선수층은 완벽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배구에만 집중하고, 그러기 위해 왔다. 이번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리 팀을 높은 순위에 올려놓고 챔피언결정전에 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팀이 찾던 마지막 퍼즐이 됐고, 정상으로 이끌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정규리그를 3위로 마무리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제압하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갔다.
흥국생명을 상대로 1, 2차전을 패해 우승 확률 0%에 머물렀지만 공은 둥글었다. 3차전부터 5차전까지 모두 승리하면서 한국도로공사는 V-리그를 넘어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최초로 리버스 역전 우승을 거뒀다.
지난 19일 출국 전 인터뷰를 나눈 캣벨은 V-리그에서 달성한 첫 우승에 대해 “너무 행복하다. 내 커리어에서 꼭 이루고 싶었던 부분이다. 오래도록 기다려 왔고 이번에 이룰 수 있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라며 감정을 드러냈다.
우승과 함께 챔피언 MVP까지 수상했다. 캣벨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팀 내 최다 32점을 터트렸고, 기자단 투표 결과 17표를 받으며 선정됐다. 캣벨은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에 여전히 놀랍다. 단지 마지막 마무리를 잘했고, 최근 몇 년간의 노력이 잘 나타난 것 같아 행복하다”라며 MVP 수상 여운을 아직도 만끽했다.
15일 동안 7번의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컸지만 버티고 또 버텼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캣벨은 자신의 마음가짐을 꼽았다. “내가 여기 온 것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루기 전까지 떠날 수 없다고 다짐했다. 나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생각한 게 좋은 동기부여가 됐다”라고 이야기했다.
비록 캣벨은 시즌 처음부터 함께하지 못했지만, 한국도로공사에 큰 도움이 됐다. 특유의 ‘긍정 에너지’를 팀원들에게 전달했고 덕분에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는 평가도 자자했다.
“모두 나를 따뜻하게 반겨줬다. 나도 V-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었기에 적응하는데 어렵지 않았다. 팀이 나로 인해 밝아졌다는 평가를 들을 때마다 좋았다. 나는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그렇다. 나는 내 본 모습을 보여줬다.”
캣벨은 흥국생명을 비롯해 2015-2016시즌에는 GS칼텍스에서도 몸담으며 한국에서 오래 경험을 쌓았지만,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다. 세 번의 도전 끝에 캣벨은 한국 커리어에서 챔피언을 달게 됐다.
최고의 시즌을 마치며 캣벨은 “여기 온 것부터 내가 이룬 것들까지, 후회없이 모든 걸 이루고 MVP 트로피까지 얻고 갈 수 있어 행복하다”라며 기쁜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본인 커리어에 있어선 “동화 신데렐라고 남을 것 같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라고 비유하며 웃었다.
캣벨은 다가오는 2023-2024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다시 한번 신청서를 냈다. 한국은 이제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한국에서 뛰는 게 좋다. V-리그는 항상 좋은 경험만 남긴 곳이다. 한국에 있으면 미국이 별로 생각나지 않을 만큼 나에겐 제2의 고향 같은 곳이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은 캣벨은 팀원들을 비롯해 팬들에게 아낌없는 고마움을 전했다. “팀원들 정말 너무 고맙고, 좋은 동료 그리고 좋은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팬들에겐 다들 항상 응원해 줘서 감사하고 사랑해요. 다음 시즌에도 꼭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_더스파이크DB, 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