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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속의 끝없는 빚

토토군 0 781 0 2026.03.05

하얀 눈 속의 끝없는 빚


​새하얀 눈이 하루 종일 내리고 또 내린다.

어제 저녁부터 시작된 함박눈이 어느새 발목을 넘어 종아리까지 차올랐다.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쌓인다면 며칠이고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을 테지. 산골 마을의 작은 집 안은 이미 고요하고 차가운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누나… 아빠랑 엄마는 언제 돌아오는 거얌?”

내 목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 17살 누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러나 부드럽게 대답했다.

“글쎄… 곧 오시겠지.”

누나는 늘 그랬다. 바쁜 아빠와 엄마를 대신해 나를 돌봐주고 웃어주고 안아주고 내게는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천사였다. 누나보다 두 살 어린 나는 누나를 볼 때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세상에 누나만큼 예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었다.

심심한 하루가 길게 이어졌다. 산골이라 텔레비전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하루 종일 방 안에서 뒹굴기만 했다.

“누나 우리 레슬링 하자.”

밖에 나가지 못할 때마다 우리는 이불을 깔고 레슬링을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누나가 나를 쉽게 제압했지만 올해부터는 달랐다. 몸에 힘이 붙고 키도 훌쩍 자라 이제는 대등하게 겨룰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더 자주, 더 뜨겁게 레슬링을 했다.

레슬링이라 해봤자 서로 붙잡고 넘어트려서 위에 올라타는 사람이 이기는 단순한 놀이였다. 누나도 심심했는지 “알았어.” 하며 웃더니 엄마가 시집올 때 가져온 두꺼운 솜이불을 깔았다. 그 이불이라면 아무리 세게 넘어져도 아프지 않았다.

우리는 씨름하듯 서로 허리를 잡았다. 시작과 동시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누나가 먼저 내 다리를 걸어왔다. 하지만 나는 이미 누나의 작전을 꿰뚫고 있었다.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 몸을 최대한 밀착시킨 뒤 누나를 살짝 들어 올려 몸으로 밀어버렸다.

작전 성공. 누나의 다리가 살짝 공중에 떠버렸다. 누나는 나를 안은 채로 이불 위에 넘어졌다.

그 순간 누나의 입술에 내 입술이 스쳤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가슴이 터질 듯이 좋았다. 누나는 순간 놀란 듯 나를 떨어뜨리려 했지만 나는 손을 놓지 않았다.

누나의 몸 위에 포개어진 이 상태. 얼마 전부터 레슬링할 때마다 이 접촉이 점점 더 소중해졌다. 오늘은 유난히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누나의 가슴이 내 가슴에 닿아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떨리고 있었다.

그때 누나가 이상한 듯 두 손으로 내 머리를 꽉 잡았다. 그리고 머리카락을 뜯어내듯 세게 쥐어짜기 시작했다.

아팠다. 역시 여자의 필살기였다.

나는 순간 너무 아파서 잡고 있던 손을 놓아버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누나는 재빨리 일어나 두 발로 내 뒤통수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누나의 발길질은 내 의식이 가물가물해질 때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이렇게 죽는 걸까…”

하얀 날개를 가진 어여쁜 누나들이 나를 감싸 안기 시작했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

그런데 멀리서 검은 물체가 다가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점점 커지던 물체가 내 눈앞에서 멈췄다.

눈을 뜨니 누나의 주먹이 코앞에 있었다. 언제 끼웠는지 손가락마다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중지에는 증조할머니가 남기신 새까만 구슬만 한 옥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이걸로 맞으면 정말 아프겠구나… 생각하는 순간 별이 반짝였다.

“누나 이러지 마 제발…” “누나 살려줘…”

의식이 점점 사라졌다. 더 이상 소리칠 힘도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떴다. 눈앞에 하얀 내 머리만 한 거대한 여자의 가슴이 있었다.

누구의 가슴일까. 그 여자는 내 머리를 가슴으로 옮기더니 젖꼭지를 내 입에 물렸다.

너무 좋았다. 하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익숙하게 그녀의 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따뜻하고 달콤한 액체가 흘러나왔다.

반대쪽 가슴을 만져보고 싶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얼마나 맞았던 걸까. 내 몸이 어떻게 된 걸까.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거울이 있었다. 거울 속에 낯선 풍경.

누나의 가슴에 갓난아기가 안겨 젖을 물고 있었다.

저 아이는 누구지.

10초쯤 지났을까. 그 아이가 나라는 걸 깨달았다.

어떻게 된 거지.

정신이 혼미해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애기야 우유 먹어야지… 얼른 먹어…”

내가 멈칫하자 그녀는 내 머리를 세게 끌어당겼다. 가슴에 너무 밀착되어 숨이 막혔다.

“윽… 점점 더 압박이…”

“누나가 날 죽이려는 걸까?”

의식이 다시 흐려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눈을 뜨자 맛있는 빵이 보였다. 배가 고팠다.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저절로 날아올랐다.

“퐌타스틱…”

대단했다. 내가 날고 있었다. 어느새 빵 앞에 도착했다.

군침이 돌았다. 입에서 검은 대롱이 나오더니 빵을 핥아 먹기 시작했다.

세상 참 편하다. 하늘을 날고 먹고 싶은 건 저절로.

그때 문이 열리며 누나가 들어왔다.

누나는 나를 한참 바라보았다. 기억은 좋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보는 누나는 반가웠다. 머리에 파마를 한 이제 아줌마가 된 누나.

하지만 그 아름답던 눈빛은 이제 나를 경멸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갑자기 몸속이 고통으로 요동쳤다.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속이 부글부글 타올랐다.

“누나… 살려줘…”

누나는 미동도 없이 경멸 어린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누나… 나 죽을 것 같아…”

마지막으로 누나 품에 안기고 싶었다.

“누나… 마지막으로 날 따뜻하게 안아줘…”

누나를 향해 날아갔다.

누나가 등 뒤로 숨기던 손을 휘둘렀다. 무엇인가가 나를 강하게 내려쳤다. 빗맞았지만 힘 빠진 몸은 바람에 휘청이며 쓰러졌다.

우유컵과 빵 접시 사이로 떨어졌다.

우유컵에 비친 작은 똥파리 한 마리.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나였다.

“내가 어째서… 똥파리…”

의식이 다시 흐려졌다.

이대로 죽는 걸까. 이게 내 마지막 모습인가.

“누나…” “우리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사라지는 의식 속에서 누나의 천둥 같은 외침이 들렸다.

“이 똥파리 새끼… 약 먹고도 안 죽네… 아직도 살아있나.”

땅이 울리며 누나가 다가왔다.

“누나… 다음 생에는 꼭 좋은 인연으로 만나자…” “누나 행복하게 살아요…”

행복했던 어린 시절이 스쳐갔다.

하얀 날개를 단 똥파리들이 날아와 나를 안고 하늘로 올랐다.

이게 똥파리 천사들이구나. 이제 천당으로 가는 거구나.

그들에게 붙들려 가며 물었다.

“이제 천당으로 가는 건가요… 영원한 안식의 나라로…”

한 똥파리 천사가 귀찮다는 듯 흘겨보며 말했다.

“아니… 이번엔 니 누나가 먹게 될 돼지고기로 태어나야 돼.” “아직도 넌 그녀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3천 번을 더 태어나야 한다고… 이제 겨우 2천 번이야.”

헉. 놀라서 숨이 막혔다. 대체 내가 왜. 무슨 짓을 했기에.

“왜… 내가 그래야만 하는 거죠… 난 그러고 싶지 않다구요… 누나와 난 행복하게 살 수 있다구요…”

“흠. 웃기고 있네… 생각 안 나? 40만 년 전에 니가 티나노사우르스로 태어났을 때… 넌 공룡 세계의 규율을 깨고 익룡인 그녀를 범했다고.”

억울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말도 안 돼… 그런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당장 멈추라고…”

그 순간 똥파리 천사의 주먹이 날렸다.

의식이 다시 흐려졌다.

“꿀꿀…”

눈을 떴다. 역겨운 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똥바닥에 누워 있었다. 말도 안 돼. 으악 더러워.

눈앞에 수많은 새끼돼지들이 어미 돼지의 산만 한 젖꼭지에 달라붙어 서로 먹으려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순간 배가 고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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