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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가면 제13화

토토군 5 513 0 2025.02.25

야누스의 가면 제13화

 

진우의 부름을 외면하며 소영이 다시 미주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 그래, 선택이라고 하자, 그래서 이제 그 선택을 뒤집겠다는 거니? -

- 아니, 안 뒤집어... -

 

진우의 시선이 미주에게로 향했다.

 

- 뒤집을 생각 없어, 하지만 전전긍긍하지도 않을 거야 -

- 그게 무슨 소리야? -

- 너랑 진우씨가 앞으로도 계속 섹스를 가져도 상관없다는 소리야, 다만 진우씨가 내 남자라는 걸 명확하게 할 거야, 앞으로 계속.... -

- 그 말은 앞으로 계속 이렇게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말을 하는 거야? -

- 어쩌면.... -

 

미주의 대답에 소영과 진우가 다시 놀라고 있었다. 소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 네가 그렇게 한다면 나도 그럴지도 모르는데.. -

- 얼마든지... 네가 진우씨와 나와의 섹스를 지켜보던 말든 아무 상관없어, 그러고 싶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

- ......... -

 

미주의 단호한 음성에 소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잠시 허공을 응시하다 다시 미주를 바라보았다.

 

- 서 미주, 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서로의 섹스를 지켜보겠다는 게... -

- 이건 말이 되니? 난 제부인 진우씨와 불륜을 맺고, 남편이 있는 넌 그런 진우씨와 섹스를 가지는 이 상황은 말이 돼? -

- ......... -

 

소영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 그래, 인정할 게.. 처음에는 참아내려고 했어, 그냥 참고 넘기면 되는 일이라고.. 하지만 못하겠어, 너와 진우씨가 섹스를 하는 걸 상상하며 전전긍긍한 채 아무것도 못하는 내가 너무 싫어, 그래서 이렇게 하기로 했어, 진우씨는 내 남자니까... -

 

미주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조심스레 미주와 소영을 번갈아 바라보는 진우는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는 모습이 가득했다. 그런 긴 침묵을 깬 건 소영이었다.

 

- 좋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건 나니까, 인정할게 -

 

소영의 말이 이어지던 순간 놀란 진우가 소영을 바라보았지만 소영은 계속 말을 이었다.

 

- 대신 미주 너도 한 가지만 약속해 줘 -

- 뭘? -

- 날 진우씨의 여자로 인정해 줘 -

- 소영씨... -

 

진우가 놀란 음성으로 소영을 불렀지만 소영은 미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의외로 미주는 차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 너와 똑같은 자리를 원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나도 진우씨에게 여자이고 싶어 -

- 소영이 네가 여자란 건 변하지 않아 -

-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니야, 난 진우씨와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진심으로 진우씨의 여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거야 -

- 왜? -

- 나도 너처럼 내가 여자란 걸 진우씨에게서 느꼈으니까 -

 

미주가 움찔했다. 소영은 자신의 짐작이 맞았음을 확신했다. 미주가 진우에게서 남편 현식에게서는 느끼지 못했던 여자의 행복을 만끽하고 있음을 말이다. 아니 처음부터 느꼈다. 미주가 진우와 자신이 섹스를 벌리는 이 공간에 찾아 온 순간부터 말이다. 그리고 다시 느꼈다. 진우를 향한 미주의 감정이 단순한 욕정이 아닌 여자가 느끼는 깊은 사랑임을 말이다. 

 

- 좋아, 대신 너도 한 가지 약속해 -

- 말해 -

- 진우씨, 내 남자야, 그것만 명심해... -

- 그래, 알았어 -

 

소영의 대답을 끝으로 다시 침묵이 이어졌고 그 침묵을 깬 건 소영이었다.

 

- 난 샤워해야겠어, 두 사람 이야기해요 -

 

소영이 알몸 그대로 욕실로 향했고, 그런 소영은 응시하던 미주와 진우의 시선이 소영이 욕실로 들어간 순간 다시 마주했다.

 

- 미주야 -

- 미안해, 자기야.. 정말 미안해 -

 

미안하다고 말을 하는 미주의 눈가에 물기가 스미자 진우가 그런 미주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 이래서는 안 되는 거 아는데, 그냥 있을 수가 없었어, 멍하니 앉아 있다는 가는 미칠 것 같았어, 그래서 그랬어, 정말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

 

진우가 목소리를 살짝 떨며 말을 한 미주의 두 뺨을 손으로 감싸고는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 됐어, 미안해하지 마, 내가 잘못했어, 내가 소영씨에게 말해서 잘 정리할게,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

 

진우의 말에 고개를 저은 미주가 자신의 뺨을 감사고 있는 진우의 손등을 잡아내려서는 자신의 두 손으로 감쌌다.

 

- 아니, 그러지 마, 그럴 필요 없어, 소영이와의 섹스... 그냥 계속 해.. -

- 미주야 -

- 대신 자기도 하나만 약속해 줘, 나만이 자기 진정한 여자야, 나만이 자기에 유일한 아내야.. 그것만 약속해줘, 그것만 약속해주면 소영이가 아니라 자기가 다른 여자랑 섹스를 해도 나 아무 상관없어, 그러니까 약속해줘... 제발.... -

 

살짝 울먹이는 미주를 바라보던 진우가 엷은 미소와 함께 자신의 두 손을 꼭 쥐고 있는 미주의 손에서 손 하나를 빼서는 미주의 뺨을 어루만졌다.

 

- 무슨 그런 바보 같은 말이 있어, 서 미주만이 정 진우의 유일한 여자이고, 나의 아내야, 그건 변함이 없을 거야, 앞으로도 영원히... -

- 정말이지, 그 말 정말이지? -

- 그래, 서 미주가 무엇을 하던, 어떤 모습이든, 난 서 미주를 사랑해, 내 여자로... 그리고 내 아내로.... -

- 여보..... 사랑해.... 정말 사랑해... -

- 그래, 사랑해... 서 미주... -

 

미주가 진우의 다리 위에 얼굴을 묻었고, 그런 미주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가던 진우가 허벅지 위에 맺히는 물기를 느꼈고 그것이 미주의 눈물임을 알 수 있었다. 

 

- ........ -

 

진우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미주의 머리를 천천히 어루만지고 있었다.

 

[ 미안해, 미주야... 이런 걸 원한 게 아닌데... 널 이렇게 아프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닌데..., 널 아프게 했네..., 하지만 이렇게 될 줄 몰랐어...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어... 절대 이런 건 아니었어... 미안해... 미주야... ]

 

진우의 시선이 물소리가 들리는 욕실로 향했다. 그리고 물끄러미 욕실을 바라보던 시선이 다시 미주에게로 향하던 순간 미주가 살포시 얼굴을 들었고, 진우는 눈물 자욱을 아로새긴 미주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머금어 보여주고는 미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천천히 포개갔다. 그리고 그 어떤 입맞춤보다도 따스하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미주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 할 이야기가 뭐야? -

 

소영이 맞은편에 앉아 있는 미주에게 물었다. 

 

- 소영아 -

- 말해 -

- 세상에 우리 같은 여자가 얼마나 될까, 제부와 불륜에 빠진 여자와 그 여자의 제부와 다시 관계를 가진 친구... 아마 우리 밖에 없겠지? -

- 글쎄, 세상은 워낙 복잡한 곳이니, 알 수 없지 - 

- 그럴까? -

- 우리가 아는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그 속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관계로 얽힌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잖아, 드러난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우리처럼 살지도 몰라 -

- 그 말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처럼 살지 않는다는 말이 되는 거지? -

 

미주의 물음에 소영이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 말을 이어갔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니? -

- 그냥 그대로야, 우리가 왜 이렇게 얽힌 건지 궁금해서.. - 

 

소영이 다시 말을 멈추고 잠시 미주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 후회하니, 진우씨 만나 거? -

- 아니, 그건 아니야 -

- 그럼, 내가 얽혀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거니? -

- 솔직히 편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고, 우리가 이렇게 된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궁금해 -

- 왜 의미가 있어야 하는데? -

- 글쎄, 네 말처럼 상상하는 관계 속에서 살던 내가 이제는 상상하지 못하는 관계에서 살고 있다는 게 아직도 낯설어.. 그런대로 만족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

- 어떤 면에서 만족스러운데, 육체적으로? -

 

소영의 도전적인 물음에 잠시 소영을 바라보던 미주가 입을 열었다.

 

- 그래, 육체적으로도 만족스러워, 그 사람 우리 그이하고는 너무 다르니까, 그 사람하고 있으면 내가 여자란 걸 늘 확인해.. 네 말처럼 육체적으로 만큼은,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야, 이제는 육체만이 아니라 모든 것이 만족스러워 그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마저도 이젠 너무 소중하게 생각 돼 -

- 그러면서 무슨 의미를 찾아, 네가 만족스러우면 됐잖아 -

- 넌, 넌 어떤데? 만족해? -

- 글쎄, 아직 모르겠어, 난 아직 시간이 짧으니까, 하지만 분명한 건, 나도 너처럼 육체적으로 만족할 것 같아, 나도 진우씨와의 섹스를 통해 잠시 잊었던 여자로써의 행복과 희열을 느끼니까 -

- ......... -

 

소영이 앞에 놓인 물 잔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는 것을 미주가 가만히 응시했다. 물을 마신 소영이 숨을 크게 들이마신 다음 말을 이었다.

 

- 처음 남편이 자위하는 걸 보는 순간 너무 충격이었어, 일 년이 넘도록 남편이 안아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참고 넘겼어, 그깟 섹스 안하고 살면 어떠냐 그러면서 말이야, 하지만 의자에 앉아 자신의 물건을 잡고 자위를 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편의 모습은 나에겐 절망이었어, 난 이제 남편에겐 포르노보다도 못한 존재가 되었으니까 -

- 하지만 그것 말고는 괜찮지 않았어? -

 

미주의 말에 소영이 조소가 섞인 미소를 머금었다.

 

- 미주야, 우리 나이 이제 겨우 서른여섯이야, 그 나이에 남편에게서 여자로서 매력을 잃었다면 그건 사형선고야, 그래 아까 말했듯이 사람들은 그러겠지, 그깟 섹스 안하면 어떠냐고.. 하지만 우리 나이에 섹스가 없다는 건 다른 관계도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야, 부부간의 결속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이 되는 거야, 왜냐면 남자는 그 사라진 결속력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섹스를 이용하니까 -

- 그건 너의 생각 아냐? -

- 그래, 내 생각이야, 하지만 세상 여자들을 붙잡고 물으면 많은 수가 내 말에 동의 할 거라 자신해, 특히 우리 나이 때의 결혼한 여자들에게 묻는다면 더욱 그렇고... -

- 소영아, 하지만... -

- 아까 내가 말했지,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

 

소영이 미주의 말을 막으며 말을 이었다.

 

- 남편의 자위, 그리고 내가 느낀 절망, 그래... 분명 절망이었지만 버티려고 했어. 최소한 남편의 핸드폰에서 한 통의 문자를 확인하기 전에는 말이야 -

- 문자? -

- 그래, 문자... 어제 너무 좋았다는... 문자... -

 

미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 그때 처음으로 미숙이를 이해했어, 남편의 외도를 끔찍해 하면서 왜 자신도 똑같은 짓을 저지르는지를 말이야, 그리고 알았어, 내가 참아야 하는 것에서 느끼는 절망감과 허전함 같은 것이 온전히 내가 짊어져야 하는 짐이란 걸, 웃기잖아.. 상대방은 그 짊을 외면하며 자유로운데 나만 그걸 짊어지고 있다는 게... -

- ........ -

- 그래서 벗고 싶었어, 나만이 지고 있어야 하는 짐에서 말이야 -

- 그런데 왜 진우씨였어, 세상에 남자는 많잖아 -

- 남자는 많지, 하지만 그 남자들이 과연 나와의 비밀을 소중하게 생각할까, 그냥 육체적인 갈증을 풀기 위해 날 만나지는 않을까, 그런 게 날 붙잡았어, 그 와중에 생각해 낸 것이 진우씨였어, 더군다나 진우씨 옆에는 네가 있었으니까, 완벽한 조력자로 서 미주 너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어, 너라면 내 비밀을 완벽하게 지켜 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

- 흐음.... -

 

미주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숨을 들이마셨다. 친구에게 듣기에는 그다지 마음에 드는 말은 아니었다. 그런 미주를 보며 소영도 이해한다는 듯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 미주야 -

- 응 -

- 나, 잠시만 두 사람 곁에 머물다 갈 거야 -

- 소영아 -

- 그 날 너의 모습 보면서 느꼈어,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란 걸, 그냥 다른 남자를 찾을 걸 그랬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어, 널 보면서..... -

 

미주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리고 소영이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미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 그럴 필요 없어, 그냥 우리 곁에 있어 -

- 미주야 -

- 어차피 벌어진 일이야, 그리고 솔직히 어떤 면에서는 진우씨 곁에 존재하는 여자가 너라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네가 아닌 다른 여자가 존재한다는 건, 네 말처럼 진우씨에게 내가 더 이상 여자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

- 난 여자 아니야? -

 

소영의 물음에 미주가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 여자 맞아, 하지만 다른 여자와 넌 달라, 다른 여자와 달리 넌 내가 필요하니까, 나 없이는 절대 진우씨와 관계를 이어 갈 수 없을 테니까 -

- 어떻게 자신해? -

- 궁금하면 진우씨에게 물어 봐, 내가 없어도 너와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냐고... -

- ......... -

 

미주의 말에 잠시 미주를 응시하던 소영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 흐음, 조금 샘나는데... -

- ......... -

 

새침한 표정으로 소영이 말하자 미주가 그런 소영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 소영아, 그냥 우리 곁에 있어, 진우씨에게도 네가 필요해 -

- 내가 왜? -

- 내가 채우지 못하는 빈자리를 네가 채울 수 있으니까? -

- 뭐야, 땜빵이라는 거야? -

 

소영의 말에 미주가 미소를 다시 머금었고, 소영도 미소를 지었다.

 

- 땜빵 아니야, 너와 내가 돌아가면 그 사람은 늘 혼자야, 그런 그 사람의 빈자리 우리가 채워야 한다고 생각해, 넌 아직 모르겠지만, 난 그 사람의 여자니까...... -

 

진우의 여자라는 미주의 마지막 말에 소영이 잠시 미주를 응시하다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다.

 

- 미주야 -

- 왜 -

- 세상에는 수많은 불륜이 존재해, 그리고 그 불륜에는 나름대로의 이유와 변명이 있어, 그런데 웃기는 게 뭔지 아니? -

- 뭔데? -

 

미주의 되물음에 소영이 다시 미주를 응시했다.

 

- 세상사람 모두가 자신들은 아니라고 생각해, 상대방이던 나던, 불륜의 당사가가 되기 전에는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내 남편만은, 내 아내만은 아닐 거라면서..., 그리고 더 웃긴 건, 자신은 불륜을 저지르면서 상대방의 불륜은 절대 묵과하지 않은 사람들이야, 웃기지 않니, 난 괜찮고 남은 안 되는 그런 심리..... -

-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하는데? -

- 우리도 똑같아, 그동안 우리도 그렇게 이야기 했을지도 몰라, 왜 불륜을, 그깟 섹스가 뭐기에, 그것 좀 안하면 어때서, 우린 가정을 지켜야 하는 여자니까, 이러면서 말이야,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되어버렸어, 우린 어쩔 수 없어서, 우린 우리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말이야 -

- 그래서? -

- 넌 어떡할 건데, 만에 하나 진우씨가 다른 여자를 눈에 담으면, 내가 말하는 당사자가 되면... -

- 난 당사자는 될 수 없어, 난 이미 세상이 정해놓은 선을 넘어버린 여자야, 그 사람도... 그리고 너도.. 그 사람이 우리가 아닌 다른 여자를 원해도 상관없어 -

- 어째서... -

- 내가 모든 걸 버리고 그 사람 곁으로 갈 자신이 없으니까, 그러기에는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아, 그걸 그 사람도 알아... 우리가 이렇게 살아 갈 수밖에 없다는 걸..., 그래서 뭐든지 해주고 싶었어, 그 사람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그게 어떤 것이든.. -

- 거기에 나도 포함 되는 거고? -

- 어떤 면에서는, 하지만 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이해하는 거지, 내 기준으로 보면 네가 말했듯 넌 그 사람 곁에 존재하게 된 다른 여자니까 -

- 그런데 상관없다? -

- 상관없어, 그 사람이 여전히 날 자기 여자로 받아주는 순간까지는... -

- 진우씨를 그렇게 믿어? -

- 믿는 게 아니야, 그냥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다고 말하는 거야, 그 사람의 여자로써... -

- 그러다가 만에 하나 진우씨가 배신이라도 한다면? 네가 아는 것과 달리 진우씨가 너만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때는 어쩔 건데? -

- 자꾸 되풀이해서 묻지 마, 내 대답은 똑같아, 지금처럼 내가 해 줄 수 있는 걸 해줄 거야, 그 사람이 내 곁에서 더 이상 머물 생각이 없을 때까지.. -

- ........ -

 

소영이 졌다는 듯한 표정으로 미주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 그래, 그게 내 생각이라면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게, 하지만 이건 꼭 물어야겠어 -

- 말해 -

- 내가 남아도 좋다고 한 건, 너의 진심이야? -

- 그래, 진심이야 -

- 그 말은 우리 관계가 지금과 다르게 발전해도 상관없다는 말이기도 하는 거고? -

- 무슨 말이야, 그게? -

- 이를테면 진우씨가 우리를 동시에 요구한다거나 뭐 그런 거 말이야 -

- 동시에? -

- 그래, 한꺼번에 셋이서 하는 섹스,,, 뭐 그런 거... -

- 진우씨가 그러고 싶데? -

- 예를 들면 말이야. 그렇게 되도 상관없어? -

 

미주가 잠시 머뭇거렸다. 한 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던 일이었다.

 

- 상관없어, 그 사람이 원하는 거라면.. -

- ........ -

 

미주의 말에 살짝 놀란 소영이 미소를 지으며 등을 의자에 기댔다.

 

- 훗, 내가 일던 내 친구 서 미주가 아니네, 내가 몰랐던 거니, 아니면 진우씨에게만 특별한 거니? -

- 후자 일 거야, 나도 내가 이런 여자인 줄은 진우씨를 만나고 알았으니까 -

- 그 말은 나도 너처럼 변할지 모른다는 말이네 -

- 어쩌면... -

- 훗, 그렇다면 난 좀 서둘러야겠네, 나도 너처럼 변해야 두 사람 곁에 남을 수 있을 거 아냐, 안 그래? -

 

소영의 물음에 미주가 아주 희미하게 미소를 머금었고 그런 미주를 보며 소영이 다시 한 마디를 했다.

 

- 흐음, 그럼 일단 아까 말한 거부터 해봐야겠네, 셋이서 하는 섹스... -

- ........ -

 

미주가 살짝 당황하는 표정을 짓자 소영이 엷은 미소를 입가에 지었다.

 

- 왜, 겁나? -

- 누가 그렇데... -

- 걱정 마, 당장 그러지는 않을 테니까, 대신 너도 각오해 -

- 뭘? -

- 나도 언제 너처럼 진우씨와 섹스 하는 모습 훔쳐볼지 모르니까 -

- 마음대로.... -

 

미주가 약간의 틈을 두고 호기롭게 대답을 했고, 그런 미주를 보며 소영이 다시 미소를 머금었다.

 

- 우리, 웃긴다.. 상상이나 해봤니, 우리가 이런 대화를 하게 될 줄은, 미주 너도, 나도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거야, 우리가 한 남자를 두고 서로 관계를 가지다니 말이야... -

-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며,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인연도 있다고 한 건 너였어 -

- 훗, 그래.... 그래도 신기해, 너와 내가 그런 복잡한 인연의 주인공이란 게... -

- ............ -

 

소영의 말에 미소를 짓던 미주가 주스가 남아있던 잔을 들어 주스를 마신 뒤 시선을 창밖으로 향했고, 거기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을 가만히 응시했다.

 

[ 정말,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복잡한 인연들이 많을까.. 혹시 저 남자도, 저 여자도, 우리와 비슷한 삶을 살지는 않을까, 나와 진우씨처럼, 그리고 소영이처럼.... ]

 

미주는 그렇게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미주는 계속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응시했다. 그리고 무언가가 살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자 잠시 굳은 표정으로 사람들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 그래, 이게 최선이야, 이게 진우씨를 위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이것만이 진우씨가 받았을 상처에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일 거야, 이것만이........ ]

 

그렇게 미주가 창밖의 사람들을 가만히 응시하던 순간 소영이 그런 미주를 바라보다 함께 시선을 창밖으로 던져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군상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 몇 개월 후 #####

 

 

 

 

- ........ -

 

대지를 향해 너풀거리며 떨어지는 하얀 눈송이를 진우의 시선이 쫓고 있었다. 제법 굵게 내리는 눈송이를 계속 쫓던 진우가 현관에서 버튼이 눌려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 .......... ]

 

현관이 열리고 여자 한 명이 들어오자 진우가 미소를 머금었다. 소영이었다.

 

- 갑자기 무슨 눈이야 -

- 왔어? -

- 응 -

 

진우의 물음에 소영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자 진우가 소영에게 다가갔다.

 

- 어쩐 일이야? -

- 왜 거실에 있어, 미주 안 왔어? -

 

진우의 물음에 아랑곳없이 소영이 미주를 찾았다. 그런데 두 사람 사이에 존칭이 계속 사라지고 없었다.

 

- 왔어, 방에서 자고 있어? -

- 벌써.. 오늘은 일찍 왔나 보네, 이 시간에 자는 걸 보니.. -

- 아냐, 그냥 자고 있어, 어제 시댁에서 제사 지내느라 피곤했나 봐 -

- 그럼, 집에서 자면 되지, 뭐 하러 힘들게 여기까지 와서 자 -

- 그냥 여기서 자고 싶데 -

- 암튼, 서 미주 알아줘야 해 -

- 근데 어쩐 일이냐니까? -

 

진우가 오늘 날이 아닌 날에 온 소영에게 다시 물었다.

 

- 왜, 내가 오는 게 마음에 안 들어? -

- 그게 아니라, 오는 날도 아닌데 와서 그렇지 -

- 미주랑 하는 섹스 보러 왔다, 왜.. -

- 그 소리는 어떻게 매 번 바뀌지도 않냐, 겨우 한 번 봐놓고.. -

- 그거 자기 때문이잖아, 나랑 할 때 보다 훨씬 더 미주를 즐겁게 해주니까 샘나서 안 보는 거잖아 -

- 또, 그 소리다. 그건 미주가 너보다 민감해서 그런 거야, 같은 애무를 해줘도 미주가 더 뜨겁게 반응하는 거라고.. -

- 웃기시네, 분명히 미주한테 애무할 때 더 정성을 드렸어, 그리고 요즘 나 안아주는 것도 전만 못하고.. -

- 헛,, 또 사람 잡네, 근데 그건 뭐야? -

 

진우가 아까부터 무언가를 들고 있는 소영의 손을 보며 물었다.

 

- 어, 보약.. -

- 보약? -

- 응, 자기랑 미주랑, 우리 셋이 먹을 거야 -

- 큭.. -

- 왜 웃어? -

 

갑자기 웃음을 웃는 진우를 보며 소영이 물었다.

 

- 아니, 그냥... 솔직히 우습잖아, 우리가 이런 거 챙기는 거... -

- 이게 뭐 어때서.. 그리고 우리 그이 것도 지었으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

- 남편 것도? -

- 그래, 나도 미주처럼 그 삶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기로 했어 -

- 남편은 여전해? -

- 응, 어제도 작은 방에서 자위하는 것 같더라.. -

- 그 여자는 정말 안 만나는 것 같아? -

- 잘 모르겠어, 눈치는 그런 것 같은데, 모르지, 그만 만나는 건지, 아니면 여자 쪽에서 잠시 피하자고 한 건지 -

- 여자 쪽에서? -

- 응, 그 여자 남편이 이상한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잖아, 멍청하게 서로 그런 문자를 보내는 것들이 어디 있어, 나도 그걸 봤는데 그 여자 남편도 그걸 봤을 수도 있잖아 -

- 아닐 걸, 여자는 남자와 달리 그렇게 단순하게 그런 문자를 남편이 쉽게 볼 수 있게 하지 않을 걸.. -

- 그럴까? -

- 그럼, 너랑 미주를 봐, 정해 놓은 규칙에서 조금도 안 벗어나려고 하잖아 -

- 뭐,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신경 쓸 부분이 아니니까 -

 

대수롭지 않게 말을 한 소영이 주방으로 가 냉장고 문을 열고 보약들을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다.

 

- 위에 거는 자기 거고, 밑에 거는 미주랑 내거니까 먹지 마 -

- 뭐야, 여자들 게 더 좋은 거 아니야? -

- 그럼, 우리 거 먹든지, 생각해서 일부러 자기 걸 좋은 거로 해왔더니 -

- 정말? -

- 그래, 그래야, 힘을 잘 쓸 거 아냐, 그러면 미주랑 내가 기쁠 테고... -

- 뭐야, 결국 본전 뽑겠다, 이거야... -

- 당연하지,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더군다나 난 화대도 안 주잖아, 그러니까 이렇게라도 본전을 뽑아야지 -

- 푸훕.. 그럼 너도 화대 줄까 -

- 됐어, 난 치사하게 이만 원 안 받아, 받을 거면 한 이백만 원씩은 받아야지 -

- .......... -

 

소영의 말에 진우가 미소를 머금었다. 소영과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화대를 이만 원으로 올려 달라고 했던 미주의 말이 떠오는 것이다. 이유를 묻자 소영을 소개 시켜준 소개비라고 했고, 그런 미주에게 포주 같다고 하자 화를 내며 자신을 잡아 마구 때렸었다. 물론 아주 아프게도 아니었고 그 실랑이가 끝나고 언제나처럼 뜨거운 섹스를 나눴었다. 그 섹스가 끝나고 미주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자신만의 창녀는 자기만으로 만족하라고 말이다.

 

- 뭐, 생각해? -

 

정리를 마친 소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우를 보며 물었다.

 

- 어, 생각은 무슨.. -

- 왜 미주가 그냥 자서 서운해서 그래? -

- 뭐... 글쎄.... -

 

진우가 말끝을 흐리자 미소를 지은 소영이 다가가 진우의 허리를 안았다.

 

- 그럼 나랑 할래, 내가 아주 찐하게 해 줄게 -

- 글쎄, 미주가 알면 혼날 텐데.. -

- 피, 이거 봐, 조강지처가 무섭다 이거지... -

- 무섭지, 너도 알잖아, 미주 화나면 정말 무서운 거... 지난번에 회사 사람들하고 술 먹고 회사 당직실에서 잤다가 미주 화나서 일주일 동안 너도 못 본거... -

- 훗.. 그건 자기가 잘못 한 거잖아, 미주 신나서 왔을 텐데, 자기도 없고 전화는 꺼져 있으니까 얼마나 답답했겠어, 나 같아도 술집 여자랑 이차 갔겠다고 생각하겠다 -

- 야, 여자가 둘이나 있는데 내가 뭐 하러 그런데다 돈을 쓰냐, 그 돈 있으면 너랑 미주한테 선물 사는 게 훨씬 낫지 -

- 그래, 그래야지.... 어구, 착해라... -

 

소영이 진우의 엉덩이를 토닥거렸고, 그런 소영을 보며 진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던 순간 미소를 지은 소영이 진우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진우는 소영을 힘껏 끌어안았고 그런 진우의 움직임이 마음에 드는 듯 소영도 진우를 힘껏 안고는 자신의 혀를 진우의 입안으로 밀어 넣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입맞춤은 오래 이어지고 있었다.

 

- 나, 갈 게 -

 

입맞춤이 끝나자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뒤로 넘겨주는 진우를 보며 소영이 말했다.

 

- 뭐야, 미주 몰래 하자며 -

- 안 돼, 약속 있어, 약 주려고 잠깐 들린 거야 -

- 그럼 오는 날 가져오지 뭐 하러 왔어 -

- 우리 그이가 물으면, 그거 자기랑 미주 먹이려고 그런다고 말해? -

- 아, 그런 가.. -

- 그이 거는 집에 두고 온 거야 -

- 어디 가는데? -

- 남자 만나러 가, 바람피우러... -

- 훗, 또 바람피우게? -

- 자기가 피우지 말라고 하면 안 피우고.. -

 

소영의 말에 미소를 머금은 진우가 소영의 볼을 살짝 잡아 당겼다.

 

- 바람 안 폈으면 좋겠는데.. -

- 왜? -

- 글쎄, 그냥 그랬으면 좋겠는데, 내 욕심인 건 아는데, 자기가 다른 남자랑 섹스 하는 건 싫은데.. -

- 질투나? -

- ......... -

 

진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소영이 미소를 짓고는 진우의 입술에 짧게 입맞춤을 하고는 물러났다.

 

- 좋았어, 마음에 들었어, 바람 안 피울게 -

- 믿어도 돼? -

- 응, 그리고 오늘 만나는 사람이랑 바람 못 피워 -

- 왜 -

- 여자거든.. -

- ........ -

 

소영이 생글거리며 웃자 진우가도 미소를 지었다.

 

- 대신 다음에는 다르게 대답 해 줘 -

- 어떻게? -

- 내가 너 사랑하니까, 나 말고 다른 남자랑 자면 가만 안 둔다, 뭐 그렇게.... -

 

소영의 말에 진우가 다시 한 번 소영의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소영은 진우의 이런 터치가 너무 좋았다.

 

- 가만 안 둬, 다른 남자랑 자면... 너도 내 여자니까... -

- ........ -

 

진우가 갑자기 내뱉은 말에 소영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자기가 말하고 난 뒤 바로 던진 말이었지만 진우의 말이 가슴은 흔들었다.

 

- 나도 자기 여자야? -

- 자기가 싫으면 할 수 없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

 

일렁이는 시선으로 진우를 응시하던 소영이 다시 다가가 입맞춤을 하고는 진우의 다리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진우의 바지와 팬티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 뭐 해, 약속 있다면서? -

- 섹스는 못하지만, 잠깐 해주고 갈 게 -

 

진우를 올려보며 말을 한 소영이 진우의 자지를 잡고 앞뒤로 살짝 움직이자 진우의 자지는 금세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지우는 소영의 뺨을 어루만졌고, 진우를 올려보던 소영이 입술을 내밀어 쪽하는 소리를 내며 허공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서 커져가는 자지를 단숨에 입에 물어갔다.

 

- ........ -

 

소영의 입술이 살갗을 스치며 자지를 입에 물던 순간 진우는 자신의 허벅지 옆을 잡고 있는 소영의 손등을 잡았고 소영은 진우의 손에 깍지를 꼈다. 소영은 얼굴을 앞뒤로 움직이며 자지를 빨아갔고 그런 소영의 모습을 내려 보던 진우의 눈이 살짝 감긴 건 자지를 입에 문 소영의 혀가 어지럽게 자지를 휘감아 스치던 순간이었다.

 

확실히 소영의 오럴은 미주와 다르다는 생각을 진우는 했다. 보이는 성격과 달리 섹스에서만큼은 소영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미주였다. 함께 해 온 시간도 그랬지만 자신과의 섹스에서 보여주는 미주의 모습은 보통 여자가 할 수 없는 모습들이 많았다. 그런 미주였기에 오럴도 이제는 아주 능숙했다. 허나 소영의 오럴이 미주의 오럴과 다른 것은 보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야릇함의 차이였다. 미주가 격정적이고 짙은 쾌감을 위주로 한다면 소영은 다소곳하며 잔잔하게 자극을 가해준다는 것이 달랐다. 특히 소영은 혀로 자지를 휘감아 핥는 애무가 능했다. 혀를 밀착한 채 좌우로 움직이며 자지를 핥아 오르는 소영의 모습은 고혹적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미주의 오럴도 진우는 너무 좋았다. 아니 자지를 빨아주는 두 여자의 모습이 싫을 리가 없다는 것이 더 솔직한 표현인지도 몰랐다.

 

- ......... -

 

자지를 빨아주던 소영이 얼굴을 들고 귀두를 손으로 덮고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자지를 이리저리 훑어가며 어루만졌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소영이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진우에게 다가가 입맞춤을 했다.

 

-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 시간이 없어 -

- 알았어 -

 

진우의 대답에 소영이 진우의 자지를 바지 안으로 넣었지만 손을 빼지 않은 채 계속 자지를 주물렀다.

 

- 바쁘다며.. -

- 아무리 바빠도 받을 건 받아야지, 빨리 한 번만 만져 줘 -

- ....... - 

 

진우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보면 소영은 미주와 똑같았다. 진우는 이내 바지춤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고 배에 힘을 주던 소영은 진우의 손길이 보지에 닿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머금었다.

 

- 팬티 젖으니까 손가락은 넣지 말고 그냥 만져만 줘 -

- 근데, 조금 젖은 것 같은데? -

- 그 정도는 괜찮아, 더 만져서 새어나오게 하지나 마 -

- ......... -

 

진우는 미소를 지었고, 소영은 다시 진우의 입술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고 입맞춤이 끝나자 소영이 손을 올려 진우의 뺨을 살짝 어루만졌다.

 

[ ......... ]

 

소영은 진우와 이렇게 관계를 가진지도 벌서 사 개월이 넘어가고 있음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오랜 시간 진우와의 관계가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주와의 대화 이후 자신은 이제 진우는 물론이고 미주의 또 다른 삶속에서 쉽게 지울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특히 진우와의 섹스가 지나가는 날짜만큼 그 횟수를 더해가며 진우는 이제 자신을 진우의 여자로 대접해 주고 있었다. 그건 고무적인 일이었다. 여전히 자신을 두고 자위로 성적 욕망을 푸는 남편에게서 느끼는 허망함과 절망감을 이제는 전혀 느끼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변해가는 진우와 자신의 관계를 미주도 그다지 상관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은연중 즐기는지도 몰랐다. 이제는 상상하지 못한 관계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조금씩 익숙해져가며 무뎌지는 서로의 삶에서 다른 무언가를 살짝 기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 -

 

소영이 돌아가고 다시 내리는 눈을 바라보던 진우가 시선을 돌리더니 천천히 걸음을 옮겨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진우가 방으로 들어가던 순간 알몸의 여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미주였다. 진우는 천천히 미주에게 다가갔고 잠든 미주를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 .......... ]

 

진우는 다가가 뺨에 살짝 입맞춤을 했고, 움찔하던 미주의 눈이 서서히 떠지고 있었다. 눈을 뜬 미주가 진우를 발견하고는 엷은 미소를 머금자마자 다시 눈을 감아 버렸다.

 

- 몇 시야? -

- 한 시 넘었어, 더 잘래? -

- 아흐음... 왜 이렇게 졸립지... -

 

미주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살짝 저었다. 진우는 그 모습이 귀여운 듯 다시 다가와 뺨에 입맞춤을 했고 미주는 엷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 근데, 지금 눈 와... -

 

그 순간 감겨있던 미주의 눈이 떠졌다.

 

- 눈 온다고? -

- 응 -

 

진우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난 미주가 머리를 한쪽 귀로 쓸어 넘기며 침대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미주는 창가로 다가갔고 조심스레 문을 조금 열어 틈사이로 눈이 내리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미주에게 다가간 진우가 뒤에서 미주를 살포시 안아주었다. 진우는 이내 손을 움직여 미주의 젖가슴을 살며시 쥐고는 목덜미에 입맞춤을 했다.

 

- 언제부터 왔어? -

- 자기 자고나서 한 시간 됐나 -

- 깨우지 그랬어 -

- 졸립다고 섹스도 안하고 잔 게 누군데... -

- ....... -

 

미주가 미소를 머금었다. 피곤해서 그냥 자고 싶다고 말을 하고는 진우에게 잠깐의 애무만을 받고 알몸으로 그대로 잠들었던 것이 떠올랐다.

 

- 안 추워, 문 조금만 닫지.. -

- 괜찮아 -

 

진우의 말에 대답을 한 미주가 아랫배에 올려져 있던 진우의 손을 잡아 자신의 보지털 위에 얹어 주었다. 그러자 진우의 손끝이 보지털을 어루만지다 슬그머니 보지로 다가와 만지기 시작하자 미주도 손을 뒤로 뻗어 진우의 자지를 만지려다 갑자기 몸을 돌렸다.

 

- 뭐야? -

- 뭐가? -

 

돌아선 미주가 자신을 바라보며 묻자 진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 누가 옷 입으라고 했어 -

- 자기 자는데 혼자 옷 벗고 뭐해, 그래서 잠깐 가게에 갔다 왔어 -

- 가게에는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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