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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스의 가면 제18화

4 470 0 2025.02.26

야누스의 가면 제18화

 

미주가 잠시 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처음과 달리 글을 읽어가며 두근거리던 자신의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에 미주는 조금 놀랐다. 어쩌면 동생 윤주와 자신이 비슷한 일을 벌였기에 동질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날 이후, 

그 사람에게서 한 달째 연락이 없다.

미칠 것만 같다, 그 사람이 너무 밉다.

설마 날 이렇게 내팽개치고 언니와 섹스를 가지는 건 아닐까...

그 사람이 언니와 섹스를 한다는 생각을 하니 너무 화가 난다.

너무 보고 싶다, 그 사람이..

너무 그립다. 그 사람의 육체가...

빌어야 할까..

내가 잘못했다고...

그러면 당장 달려와 줄까...

그 사람이... ]

 

[ 새삼 느꼈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원하는지...

그 사람의 전화를 받고 난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은 채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기뻤다. 행복했다. 

날 안아주는 그 사람의 품에서 희열에 가득 찬 신음을 마구 내뱉었다.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갈망하는지,

내 육체가 얼마나 그 사람을 원하는지...

 

언니는 모를 거다.

이 사람이 얼마나 뜨거운 남자인지를 말이다.

그리고 이 사람을 받아들이는 나 역시 얼마나 뜨거운 여자인지를 말이다. 

 

언니에게 보여주고 싶다.

오늘 우리가 나눴던 섹스를..

그리고 빼앗아 오고 싶다. 

언니에게서 그 남자를........ ]

 

- ......... -

 

미주는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를 생각했다. 거의 일 주일에 한 번 두 사람은 만남을 이어왔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동생과 남편이 그런 관계를 맺어오고 있음을 자신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고, 두 사람의 관계가 이렇게 깊었는지 일기장을 보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남편은 불과 몇 개월 만에 자신의 이상을 눈치 챘다. 그것도 몇 개월은 지방에 머물면서 말이다. 그런데 자신은 전혀 몰랐다. 자신의 눈으로 보고도 자신이 잘못 보았다고 생각할 만큼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이 윤주처럼 진우와 관계를 맺기 전까지는 입장이 되기 전까지는 전혀 말이다.

 

[ 그 사람이 결혼을 하란다.

우리를 위해서 내린 결정이란다.

처음에는 너무 기가 막혔지만 그 사람의 말을 들으며 어쩌면 이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안다.

그 사람이 언니와 갈라서지 않을 거란 걸,

나도 그 사람을 가지고 싶지만 언니와 헤어진 그 사람과 살 자신은 없다.

언니와 현우는 물론이고, 날 바라보며 절망할 엄마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어쩌면...

어쩌면...

그 사람이 택한 방법이 최선일지 모른다.

서로를 지켜 줄 방패막이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안다.

내가 결혼을 하면 그 사람과의 만남이 줄어 들 거란 걸..

그 사람에게 약속하라고 했다.

내가 결혼을 하면 한 달에 두 번은 내가 만나자고 할 때 만나 달라고,

그 사람은 그것 말고도 자신이 만나고 싶을 때도 만나자고 했지만,

난 그 사람을 안다,

그 사람은 어쩌면 날 다른 남자에게 보내려고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말이다 ]

 

[ 정 진우,

서글서글하게 생긴 사람이었다.

형부보다 큰 키에 호남 형이었지만 그 사람을 보는 내내 형부가 떠올랐다.

그 남자가 형부의 후배라서 더 그랬다.

결국 그 사람과 헤어지고 돌아오며 형부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가 있는 듯 했지만 그 사람은 태연하게 정 진우란 사람이 어떠냐고 물었다.

난, 형부가 보고 싶다고 말을 했지만..

형부는 웃으며 말을 돌리고 있었다.

언니 때문일 거다.

언니 때문.... ]

 

처음으로 등장한 진우의 이름에 미주가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자신을 칭하는 단어에 미주가 한참이나 그 글귀를 응시했다.

 

- ......... -

 

다시 일기장을 넘기던 순간 날짜와 물음표 그리고 느낌표만이 적혀있자 미주는 계속 일기장을 넘겼다. 그리고 다시 글귀가 나오자 미주는 글을 읽기 시작했다. 미주의 표정이 급격하게 일그러졌다.

 

[ 한동안 멈췄던 기록을 다시 쓰기로 했다.

날 애태우던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혼식을 앞두고 내가 의식적으로 피하기도 했었지만 그런 내 모습이 그를 힘들게 한 듯 했다.

 

내가 살 신혼집으로 그를 불렀다.

아직 손때조차 묻지 않은 그 신혼집에서 그와 섹스를 하고 말았다.

가죽 냄새가 가득한 소파에서,

거실 바닥에서,

그리고 결혼 할 남편과도 함께하지 못했던 침대에서 그를 받아 들였다.

오랜만에 날 안은 그 사람은 한 시간이 넘게 날 괴롭혔다.

 

솔직히 남편과의 섹스가 더 만족스러웠다.

그랬기에 굳이 그 사람을 찾지 않았었다.

그 사람에 대한 반발심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날 안아주는 남편의 육체가 그걸 잊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늘 그 사람을 다시 받아들이며 난 느꼈다.

내가 원하는 건 남편이 아니라 이 남자라는 걸 말이다.

섹스에 만큼은 결혼할 남편이 더욱 좋았지만

그 사람과의 섹스에서는 가슴이 젖어왔다.

그리고 날 몰아 부치며 사랑한다고 외치는 그 사람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 곁을 떠날 수 없다고 말이다.

 

결국 아무 피임도 하지 않은 채 그 사람의 정액을 몸 안에 받았다.

그 순간 우습게도 이 사람의 아이를 임신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그렇다면 어떡해야 할까.

모른 척 그 사람의 아이를 낳아야 할까. 

아니면 남편을 위해 그 흔적을 지워야 할까.

 

이런 글을 쓰는 내가 우습다.

일 년만 있다가 아이를 갖자고 남편과 피임을 하면서 세 번이나 그 남자의 정액을 받아들인 내가 나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미안했다.

남편과는 아직 한 번도 신혼집에서 관계를 갖지 못했는데...... ]

 

- ........ - 

 

미주의 아랫입술이 굳게 물리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동생에게 미주는 분노를 느꼈다. 어떻게 결혼 할 신혼집에서 남편과 섹스를 가질 수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 더군다나 진우와는 한 번도 관계를 가지지 않은 그곳에서 말이다. 

 

- ......... -

 

미주는 순간 진우를 떠올렸다. 이 일기장을 보며 절망하고 낙담했을 진우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의 아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믿고 따르던 선배인 형부와 결혼식 바로 전에 아름답게 꾸며놓은 신혼집에서 섹스를 나눴음을 알고 얼마나 절망하고 분노했을지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알고도 자신과 남편을 바라보았을 때 진우는 남편을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애써 참았다고 했던 진우의 말이 미주는 진심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 순간 바닷가에서 자신을 범했던 진우의 행동이 진우의 말과는 달리 계산 된 행동이었다고 한 들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미주는 진우의 말을 믿고 싶었다. 만에 하나 진우가 자신을 범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얼마든지 기회는 많았었다. 

 

- ...... -

 

그렇게 진우를 생각하던 미주가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들고 돌아와 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

- 뭐해? -

 

힘없는 진우의 말에 살짝 굳은 표정을 지으며 미주가 물었다. 

 

- 어, 출근하려고 준비하고 있었어 -

- 출근, 벌써... -

- 어... 그냥 혼자 집에 있자니.. 그래서... 일찍 나가려고... -

 

힘없는 진우의 말에 미주는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져왔다.

 

- 자기 이 일기장 다 읽은 거지? -

 

물었지만 진우가 대답을 하지 않았고 미주는 진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 읽었어, 한 백 번쯤.... -

- ........ -

 

잠시 뒤 들려온 진우의 말에 미주의 눈이 감겼다. 백 번이나 읽었다는 진우의 말이 진심으로 들렸다. 이걸 읽으면서 진우가 자신이 알게 될 현실을 얼마나 부정하고 싶었을 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마 진우는 이걸 계속 읽으면서 사실이 아닐 거라고 말했을 것이다. 병으로 떠나보낸 동생 윤주를 생각하며 많은 날을 눈물로 지세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본 것이 자신이었다. 진우에게 동생 윤주는 그저 가여운 아내였다. 짧은 결혼 생활을 끝으로 지켜주지 못한 불쌍하고 가여운 여자였고, 자신은 병마 앞에 허무하게 아내를 떠나버린 무능했던 남편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이 일기장으로 인해 무너졌다. 진우가 이 일기장을 수백 번이나 읽었을 모습을 떠올리던 미주의 눈가에서 가느다란 눈물 줄기가 흘러내렸다. 이제 미주에겐 진우에 대한 분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진우를 향한 연민의 정만이 자리하고 있는 듯 했다.

 

- 자기야 -

- 응 -

 

진우의 대답에 잠시 머뭇거리던 미주가 말을 이었다.

 

- 자기가 그랬지. 내가 자기를 버리지 않는 이상 날 버리지 않는다고.... 그런데 내가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 질 거야?

- ......... -

 

진우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 대답 해봐, 헤어 질 거야? -

- 네가.. 원하면... 그래야겠지.. -

 

진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감겨진 미주의 눈에서 다시 눈물을 흐르던 순간 손을 든 미주가 눈물을 훔쳐냈다.

 

- 나 없이 살 수 있어? -

- 아니.. -

- 그런데 어떻게 헤어져... -

- 그게 널 위한 거라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다면.... -

 

핸드폰 너머에서 말을 맺지 못한 진우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자 미주가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미주는 자신의 물음을 후회했다. 진우는 남편이 아니었다. 자신을 위해 윤주를 진우에게 떠밀었던 현식이 아니었다. 미주는 미안했다. 이 일기장을 읽으면서 무너졌던 자신의 절망감을 진우는 이 년이란 시간동안 고스란히 혼자 감내했다. 그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자신을 위해서라고 했다. 그것이 거짓이든 아니던 진우가 혼자 이 년이란 시간 동안 감내했던 절망감은 자신이 상상하는 이상이었을 것이다.

 

- 미안해.... 미안해... 미주야....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이래서는... - 

 

다시 들려오는 진우의 울먹임에 미주는 입을 막은 채 고개를 젓기 시작했다.

 

- 날... 날 용서하지 마.... 내가 나쁜 놈이야... 이렇게 만들지 않을 수 있었는데... 널 욕심 부리는 바람에.... 미안해.. 정말.... -

- 진우씨..... -

 

미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진우를 불렀고, 그 순간 핸드폰 너머에서 눈물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 그렇게 할 게, 내가 없어지는 게 널 편하게 하는 거라면... 내가 떠날게... 미주야.. -

- ....... -

 

미주의 고개가 다시 저어지고 있었다.

 

- 그러니까.. 나에게 조금만 시간을 줘.. 조그만 시간을 주면... 최대한 빨리... -

- 버리지 않는다고 했잖아....... -

 

진우의 말을 듣고 있던 미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 무슨 일이 있어도.. 나 버리지 않는다고.. 약속 했잖아... 절대로 나 버리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흐흑.... -

- 흑... 미주야... -

- 버리지 않는다고 약속했잖아.... 흐흐흑.. -

- 흐흑... 미안해... 미주야.. -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진우가 자신을 부르며 울자 미주는 자신의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미주는 천천히 상체를 숙였고 펼쳐져있는 일기장에 이마를 기댄 채 미주는 울음을 울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그렇게 울던 미주의 눈가를 벗어난 눈물이 펼쳐있는 일기장에 떨어지고 있었다. 떨어진 눈물을 일기장에 스며들어 퍼져나갔고, 윤주가 써놓았던 글자가 미주의 눈물에 의해 살짝 번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미주가 떨어뜨리는 눈물의 수만큼 윤주의 글자도 함께 계속 번지고 있었다. 

 

 

 

 

 

 

 

- ........... -

 

진우의 말을 듣고 있던 소영이 굳은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하는 진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진우가 했던 말들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미주와 자신이 진우와 어떤 관계인지를 떠올린 소영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진우를 따라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창밖을 바라보며 소영은 언제가 미주에게 했던 자신의 말을 떠올렸다.

 

[ 세상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아. 그만큼 세상에는 복잡한 인연도 많아,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만큼...... ]

 

그렇게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던 소영이 다시 시선을 옮겨 진우를 응시했다.

 

- 우리 처음 만난 날,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미주를 옆에서 지켜 달라고 했던 게 이거였어? - 

- .......... -

 

진우의 시선이 천천히 소영에게로 옮겨졌다. 그런 진우를 보며 소영이 말을 이었다.

 

- 그런데, 왜 나에게 모든 걸 이야기하는 거야, 현식씨하고 윤주 이야기는 굳이 나에게 하지 않아 되잖아 -

- 아니, 해야 했어 -

- 그러니까, 왜, 미주를 지켜 달래려고? -

- 아니 -

- 그럼, 무슨 이윤데? -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던 진우가 입을 열었다.

 

- 이런 말 우습게 들리겠지만, 너도 나에게는 여자였으니까, 미주만큼 가까운.... -

 

진우의 말에 소영이 가만히 진우를 응시했다.

 

- 그 말은 유 소영이 정 진우의 여자라고 생각해도 되는 거야? -

- ......... -

- 왜 대답이 없어, 그건 아니야? -

- 맞아, 네가 날 비웃어도 상관없지만, 너도 내 여자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

- 내가 왜 비웃을 거라고 생각해? -

 

소영이 진우의 말을 가로 막으며 물었다. 진우는 선뜻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소영을 응시하고 있었다.

 

- 난, 미주가 아니야. 윤주가 현식씨랑 무슨 짓을 했던 나랑은 상관없어, 그리고 자기가 날 속인 것도 없고... -

- 속였어, 너도 미주도... -

- 아니, 미주는 속인 게 맞지만, 나에겐 감춘거야. 그리고 감춘 건 우리 관계와 아무 상관이 없고.... -

- 상관이 없다고? -

- 그래, 난 미주와 달라, 난 엄연히 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여자야, 둘의 관계가 어떻게 시작됐고, 무엇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나에게 중요한 건 자기 마음이야 -

- 내 마음? -

- 그래, 정말 내가 자기여자였는지 아니면 미주와의 관계가 식상한데 내가 끼어들어 잘됐구나하고 날 옆에 둔건지, 그게 중요해 - 

- 그래서 네 생각은 뭔데? -

 

진우의 물음에 심호흡을 한 소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 난, 자기 여자였어, 내가 느끼는 한은 분명 그랬어, 아니야? -

 

진우가 잠시 소영을 응시했다.

 

- 내 생각이 틀렸어? -

- 그렇다고 말하면 믿을 수 있어? -

- 믿어. 내가 아는 정 진우란 남자가 하는 말은 모두 믿어 -

- 왜 그런 확신을 하는데... -

- 자기는 내가 그저 섹스에 미친 여자 같아? -

- 무슨 소리야? -

- 자기 말고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는 남자를 일 년이 넘게 계속 만나는 여자가 있을 것 같아? 그것도 셋이서 함께 하는 시간도 가지면서... -

- ........ -

- 자기는 아직 미주나 날 몰라, 미주가 날 받아 들인 건, 자기 때문이야, 나도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 한 것도 자기 때문이었고, 자기가 아니었다면 일 년이 훨씬 넘게 셋이서 하는 그런 섹스는 절대 하지 않았어, 둘 만의 섹스는 모르겠지만.... -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쉽게 말해.. -

- 미주나, 나나 우린 자기 여자란 걸 인정했다는 말이야, 우리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미주도 그렇고 나도 자기 여자기 때문에 우리 관계를 받아들인 거야. 우리가 그만큼 자기를 사랑한다는 말도 되고.... -

 

말을 마친 소영이 자신을 응시하는 진우를 응시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 이제 대답해줘, 내가 자기여자였어, 아니면 그냥 섹스나 즐기는 여자였어 -

- 정말 내 말 믿어? -

 

소영이 미소와 함께 눈을 깜빡이며 그렇다는 대답을 대신했다. 그러자 그런 소영을 바라보던 진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내 여자라고 생각했어, 소영이 너도.... -

- ....... -

 

진우의 말에 소영이 밝은 미소를 지었다.

 

-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이런 분위기에서 이렇게 말하기 그렇지만 기분은 좋네. 내 믿음이 틀리지 않아서.... -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던 소영이 이내 미소를 지우고는 다시 진우를 바라보았다.

 

- 나, 궁금한 게 하나 있어 -

- 뭔데? -

- 왜 일이 이 지경이 되기까지 그동안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난 그게 이해가 안 돼, 현식씨가 삼 년이란 시간을 줬으면 최소한 무언가를 해봐야 했던 거 아냐? -

- 내가 뭘 할 수 있었을까? -

- ......... -

 

진우의 물음에 소영이 그저 진우를 응시했다.

 

- 어차피 결과는 똑같았어, 내가 선배와 윤주와의 관계를 밝히는 순간 지금과 똑같았을 거야,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그럴 거라면 하루라도 더 미주와 함께 보내고 싶었으니까 -

- 아무리 그래도 미주에게 이야기 해보지 그랬어 -

- 이야기 한 다음에는? -

- ........ -

- 선배와 윤주가 그랬으니까, 우리도 이렇게 영원히 지내자고 할까, 설사 그러자고 해도 선배가 그걸 가만둘까, 우리 사이를 누군가에게 말하면, 그렇게 되면 불행해지는 건 미주밖에 없었어, 윤주야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지만, 미주는 아니야, 미주는 살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누군가에게서 질책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 말이야.... -

 

진우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짓던 소영이 말을 이었다. 

 

- 그래서 이제 어떡할 거야? -

- 떠날 거야 -

- 떠나? -

 

소영이 조금 놀라며 물었다.

 

- 응, 언제가 미주가 나에게 그랬어. 자기는 자기 삶을 포기하지 못 할 것 같다고, 그게 너무 미안하다고. 그런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말했어, 그러니까 내가 떠나야지.. 미주를 위해서..... -

- 하지만 그건 현식씨와 윤주의 일을 알기 전이잖아? -

- 미주도 짐작하고 있었데 -

- 뭐, 그게 정말이야? -

- 응, 확신은 아니었고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었데, 두 사람이 다정하게 걸어가는 걸 얼핏 보기도 했고.... -

- 그런데 왜 아무것도 안 하고 있었던 건데? -

- 자기가 잘못 본 줄 알았데. 미주도 상상이나 했겠어, 선배와 윤주가 그런 관계일 줄.. -

- 하기는..... -

 

말을 내뱉은 소영이 커피 잔을 들어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는 진우를 가만히 응시했다.

 

- 자기야 -

- 응 -

- 나랑 살래? -

- ......... -

 

갑작스런 소영의 말에 진우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 나, 실은 자기나 미주한테 말하지 않았는데, 우리 그이랑 이혼 할 거야 -

- 소영아 -

- 걱정 마, 내가 하자고 한 거 아니니까. 우리 그이가 이혼하재, 더는 나랑 살고 싶지 않데.. 그래서 조만간 이혼 할 거야, 그러니까 나랑 먼데 가서 같이 살자, 자기가 그러겠다고 하면 자기 따라 갈게... -

- ......... -

 

진우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을 계속 응시하자 소영이 그런 진우를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 뭐야, 여자가 먼저 프러포즈하면 무슨 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내가 싫어? -

- 그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일이라서... -

- 그러면 지금부터 생각해 봐, 그리고 이번 일이 어떻게 결론이 나고 그로인해 자기가 어떤 선택을 하던 혼자는 아니란 것만 알아 둬 -

- .......... -

- 그리고 아까 한 말 잊지 마, 유 소영도 정 진우의 여자란 거.... -

 

말을 마친 소영이 미소를 짓고는 다시 커피를 마시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진우의 시선이 다시 창밖으로 향했다.

 

- ......... -

 

지나가는 사람들을 쫓던 진우의 시선이 한곳에 멈춰지며 진우가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건 미주였다. 조금 전 소영에게 했던 말 그대로 자기의 여자였던 미주의 얼굴이었다. 그렇게 진우는 자꾸만 떠오르는 미주의 얼굴을 생각하며 미주에 대한 그리움을 더해갔다. 어쩌면 자신에게서 영영 멀어질지 모르는 자신의 여자를 말이다.

 

- 이야기 좀 하자 -

- ........ -

 

남편의 말에 미주가 시선을 돌려 남편을 노려보았다.

 

- 우리 차분하게 이야기 좀 해 -

- 무슨 이야기, 다른 남자에게 자기 아내를 판 남자와 무슨 이야기를 해 -

- 그렇게 말하지 마, 내가 판 게 아니라, 이미 진우와 당신의 관계는 시작 됐었잖아 -

- 그래, 그래서 한때는 당신한테 미안했었어. 남편인 당신을 두고 다른 남자에게 안긴 내가 나쁜 년이라는 생각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런 생각을 했던 내가 오히려 바보 같아, 진우씨와 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게 후회스러울 만큼... -

- 당신 말이면 단 줄 알아... 당신도 나한테 할 말 없는 여자잖아 -

 

미주의 눈썹이 흔들렸다.

 

- 그래, 할 말 없는 여자니까, 당신하고 아무 말도 섞고 싶지 않아 -

 

현식이 돌아서려는 미주의 팔을 잡았다.

 

- 당신도 삼 년 동안 실컷 즐겼잖아, 그러면 됐잖아 -

- .......... -

 

미주가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현식의 손을 뿌리쳤다.

 

- 당신 내가 지금 얼마나 후회하고 있는지 모르지, 그때 당신이 윤주하고 팔짱을 낀 채로 골목으로 들어선 걸 보고도 내가 잘못 봤다고 생각했던 게 너무 후회스러워... -

- 그.. 그게 무슨 말이야? -

 

순간 현식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 믿기지가 않았어. 골목으로 들어서며 입맞춤을 하는 두 사람을 보며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내 남편과 내 동생이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

- 내가... 언제... 그건 당신이... -

- 19** 년 *월 *일..... -

- ......... -

 

미주의 말에 현식의 얼굴을 그대로 굳어졌다.

 

- 당신 알지, 내가 결혼하고 나서부터 쓴 가계부 모아 놓은 거...... 기분이 너무 찜찜해서 그 날 가계부에 나도 모르게 별 표시를 했었어, 그게 생각나서 지난 가계부를 꺼내 날짜를 확인했어, 그리고 공교롭게도 윤주의 일기에 그 날짜가 있었어. 그리고 그 날짜에 윤주가 뭐라고 썼는지 알아? -

- ........ -

 

현식의 얼굴이 더욱 굳어지고 있었다.

 

- 오늘도 그 사람의 모든 걸 그대로 받아 들였다. 안전한 날짜를 계산해서 그 사람의 정액을 몸 안에 받아 들였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콘돔 없이 그 사람과 섹스를 하고 싶다. 그 사람이 내 몸에 사정하는 순간 그 사람이 표정이 너무 사랑스럽다. 마치 세상을 얻은 것처럼........ -

 

말을 마친 미주가 글썽이는 시선으로 현식을 노려보았고, 현식은 그런 미주의 시선을 피하며 한숨을 들이 마시고 있었다.

 

- 진우, 이 새끼. 일기장은 버렸다고 해 놓고.... -

- ........ -

 

현식의 말에 진우의 미간이 움찔했다.

 

- 결국 이거였군, 그 새끼 일기장으로 내가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려고 한 거야 -

 

혼자 중얼거리던 현식이 미주를 노려보았다.

 

- 이걸로 날 협박하라고 그러던, 그래서 나랑 이혼하고 진우 새끼가 함께 살자고 했지, 그렇지.. -

- ......... -

 

현식의 고함에 미주가 살짝 몸을 떨었지만 더욱 매섭게 현식을 노려보았다.

 

- 웃기지 마, 절대 이혼 같은 거 안 해줘, 만에 하나 나랑 이혼하겠다면 모두 까발릴 거야. 너랑 진우는 물론이고, 나와 윤주의 일도 모두... 알았어.. -

 

현식의 고함에 촉촉한 시선으로 현식을 바라보던 미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내가 진우씨에게 안기고 있을 때 당신 무슨 생각했어? -

- 뭐? -

-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 품에 안길 때 당신 화는 났어? -

- ......... -

- 아니, 당신은 화도 안냈을 거야, 그럴 자격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알고 있었을 테니까. 이혼.... 해주지 마... 안 해 줘도 돼.. 아니 당신이 이혼하자고 해도 내가 안 해, 왜 그런 줄 알아, 내가 그 사람에게 그랬거든, 너무 사랑하지만 내 삶을 모두 망가뜨리며 갈 수 없다고, 그때 그 사람이 그랬어, 괜찮다고... 나만 편하다면 괜찮다고.. 내가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도 된다고.... -

- 입 안 다물어... -

- 그 사람은 그랬어. 당신처럼 비겁하게 윤주를 다른 남자에게 떠밀지 않았다고, 그런데 당신은 윤주도 모자라, 나까지 떠밀었어, 당신은 비겁해, 아니 비열해, 당신은 남자도 아니야. 알아... -

 

[ 짜아악.... ]

 

미주가 외치던 순간 현식이 손이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미주의 상체가 휘청하며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돌아간 미주의 뺨이 금세 붉어지기 시작했고, 미주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는 순간 자신도 놀란 듯 현식이 머뭇거리며 당황하는 표정을 지었다.

 

- 저기... 그게.... -

 

현식이 당황한 얼굴로 다가오려는 순간 미주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나 현식을 노려보았다.

 

- 또, 한 번 내 몸에 손대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 -

- ......... -

 

돌아선 미주가 방으로 들어가자 난감한 표정을 짓던 현식이 무언가를 생각하며 분노에 찬 표정을 지었다.

 

- 진우.. 이 새끼... 날 속여..... -

 

분노를 이기지 못하겠다는 듯 주먹을 쥔 현식이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 .......... -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현식이 방에서 나와 집 안을 둘러보다 전화를 받았다.

 

- 네, 여보세요 -

- 에비냐 -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 네, 어머니.. -

- 오늘 현우 데리러 올 필요 없다 -

- 왜요? -

- 저녁에 누나가 데려다 준데 -

- 아, 그래요 -

- 근데, 어미는 없냐? -

- 아... 네... 시장 보러 갔나 봐요 -

- 참, 그리고 다다음주에 현우 방학 한다며.. -

- 그래요? 잘 모르겠는데요 -

- 너도, 참... 암튼 현우 방학하면 누나가 애들이랑 현우 데리고 보름 정도 일본에 간다고 하더라, 현우도 좋아하더라, 그러니까 애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라 -

- 알겠습니다 -

- 오냐, 그럼, 끊는다 -

- 네 -

 

전화를 끊은 현식이 수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서려던 순간 탁자 위에 놓여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걸음을 멈추고 그걸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현식의 얼굴이 그대로 굳어지고 있었다. 윤주의 일기였다.

 

- ........ -

 

현식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일기를 든 채 방문과 욕실 문을 차례로 열었다. 하지만 미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낙담한 표정을 짓던 현식이 다시 소파로 걸음을 옮겨 소파에 앉아 일기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 ........... ]

 

- .......... -

 

한참동안 일기를 보던 현식이 굳은 얼굴로 일기장을 접어 탁자에 던지고는 몸을 소파에 묻고는 허공을 응시했다. 허공을 응시하던 현식이 다시 몸을 세워 일기장을 집었다. 그리고 뒤쪽 페이지를 열어 다시 일기를 읽어가던 현식의 얼굴이 점점 굳어갔고 잠시 뒤 마지막 글 귀를 읽던 현식이 갑자기 분노에 찬 표정을 짓더니 일기장을 맞은 편 벽에 힘껏 던지기 시작했다.

 

- 아아악.... -

 

일기장이 힘없이 바닥에 덜어졌고 현식은 고함을 지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현식은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마구 헝클이기 시작했고, 잠시 뒤 몸을 세워 소파에 등을 기댄 현식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이 던진 일기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 ......... ]

 

그렇게 현식이 응시하고 있던 일기장은 공교롭게도 현식이 읽던 페이지가 펼쳐진 채였다. 그리고 그 안에 쓰여 있는 윤주의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 그이에게 아이만이라도 낳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병들어 버린 내 육신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남편을 졸라 하루에도 몇 번씩 섹스를 가지지만 소용이 없다,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자상한 남편을 배신한 벌을 말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피임을 하지 말 걸 그랬다.

오늘따라 지워버렸던 형부의 아이가 떠오른다. 

어쩌면 그 아이가 나에게 주었던 마지막 아이였나 보다.

 

남편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처음으로 결혼한 걸 후회했다.

결혼만 하지 않았다면 그때 그 아이를 혼자라도 낳아서 키워볼 수 있었을 텐데..

그 아이는 또 날 얼마나 미워할까,

자기의 아빠가 자신의 존재를 모르게 해버린 이 엄마를 용서할까,

그리고 형부는 뭐라고 할까...

 

 

다음 생에는 남편이 난봉꾼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난 그런 남편의 아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런 남편의 곁에서 한 평생 고생하며 사는 여자가 되고 싶다.

그러면 남편에 대한 이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그이...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났으면 행복했을 텐데..

우리 그이를 남편으로 둔 여자도 행복했을 테고... ]

 

 

 

 

 

 

 

- 얼굴이 엉망이다... -

- ........ -

 

걱정스럽게 말을 하는 소영에게 미주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미주는 무언가를 무르려 했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고, 소영이 그런 미주를 보며 입을 열었다.

 

- 진우씨, 잘 있어.. 걱정 하지 마 -

 

자신의 말에 순간 미주의 얼굴에 안도감이 스쳐가는 걸 소영은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미주의 마음에 진우가 가득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 미주야 -

- 응 -

-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그냥 솔직히 말할 게 -

 

소영의 말에 미주가 살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 진우씨 말이야, 나 줘.. -

- 뭐? -

 

미주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물건처럼 이야기해서 그런데, 진우씨 나에게 줘, 내가 데리고 함께 떠날 게 -

- 너, 그게 무슨 소리야.. 함께 떠나다니... -

- 진우씨가 떠나겠다고 말했다며, 그래서 네가 허락하면 내가 따라갔으면 해, 그 많은 상처를 떠안고 혼자 보내기에는 진우씨가 너무 가엽잖아 -

- ......... -

 

미주가 흔들리는 시선으로 소영을 말없이 바라보았고 소영은 말을 이었다.

 

- 며칠 전에 진우씨가 나에게 와서 다 말했어, 너희 남편과 윤주의 일도... 그러면서 나 보고 널 부탁한다고 했는데, 내가 진우씨에게 함께 가자고 말했어 -

- 너희 남편은 어떻게 하고? -

- 나 우리 남편하고 이혼 중이야, 그래서 진우씨가 먼저 떠나면 난 수습 되는대로 진우씨에게 가려고... -

- ....... -

 

미주의 눈동자가 다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미주를 바라보던 소영이 잠시 입을 다문 채 그런 미주를 가만히 응시했다.

 

- 진우씨, 지금 사표내고 집에 있어 -

 

기다리던 소영이 말을 했고 미주가 놀란 표정으로 소영을 응시했다.

 

- 집도 내놨어, 새 입주자가 들어오면 돈 받는 즉시 떠난데... -

- 그 사람, 그래서 그러겠데? -

- 뭘? -

- 너랑 같이 떠나겠다고 했어? -

- 아니, 아직 대답 안 했어, 내가 일방적으로 던진 말이라서, 진우씨 대답 기다리고 있어 -

- ......... -

 

소영의 대답에 흔들리는 시선으로 소영을 바라보던 미주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자리를 뜨려던 미주가 다시 소영을 바라보다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 소영아, 너한테 너무 미안한데, 그 남자... 내 남자야.... -

 

말을 마친 미주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영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사라지는 미주를 응시하다 조금씩 입가에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 누가, 네 남자 아니라고 했니,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이번에도 그 사람 포기하면 그때는 내가 그 사람 지킬 거야, 그 사람이 그랬어, 나도 자기여자라고, 그러니까 내 남자이기도 해, 그 사람은...... ]

 

 

 

 

 

- ......... -

 

누군가 비밀번호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잠금쇠가 열리지 않았고 뒤이어 문고리를 돌리던 소리에 이어 다시 다급하게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진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현관으로 다가갔다.

 

- 누구세요? -

 

자신의 물음에 버튼을 누르던 소리가 멈춰지자 여전히 의아한 표정을 짓던 진우가 다시 누구냐고 물으려던 순간 잠금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진우가 열림 버튼을 눌렀고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다.

 

- 누구..... -

 

문을 열던 순간 진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미주였다. 그런데 자신을 바라보는 미주의 눈가가 젖어있는 것을 발견한 진우가 당황한 표정으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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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망고망치
ㅎㄷㄷ하네요
조포토
잘봤습니다
라이병
안구정화감사
할스키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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