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자 21화
지배자 21화
리듬 체조 금메달리스트 주하영
“믿기 어렵겠지만, 이 세상에는 의학이나 과학 말고도 또 다른 초자연적인 힘들이 숨어 있거든. 나는 그중 하나를 사용했을 뿐이야.”
“그, 그럴 수가…….”
평소라면 이런 헛소리, 들은 척도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그가 기도를 시작하고 대략 25분 뒤, 정말로 다리가 나아버린 것이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진호의 담담한 고백에 저항할 도리가 없었다.
“저, 정말 감사드려요! 이걸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으윽!”
황급히 침대에서 내려오려다 휘청하고 균형을 잃어 진호의 품으로 쓰러지는 하영이었다. 다리 기능은 현재 완벽했지만 격렬했던 정사가 그녀의 체력을 앗아간 것! 진호가 그녀를 안아 받쳐주는 순간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주하영의 일반 호감도가 140이 됐습니다! ]
[ 주하영의 이성 호감도가 30이 됐습니다! ]
[ 업적 달성! 일반 호감도를 한 번에 100 이상 상승시키셨으므로 업적 「일반 호감도 대상승!」을 달성하셨습니다! ]
[ 업적 달성으로 점수를 5,000점 획득합니다! ]
‘5,000점이라고!?’
순간 경악했지만, 업적의 난이도로 보면 그렇게 이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호감도 상승 정도를 봤을 때 한 번에 호감도를 100이나 상승시키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라는 걸 진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녀의 호감도는 일반, 이성 전부 0이었다. 한 번에 140이나 오른 셈!
하영이 잠시 진호에 품에 안겨 있다가 화급히 몸을 뒤로 물리며 사과했다.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힘이 빠져서 그만…….”
“괜찮아. 충분히 이해해.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지?”
“으으…….”
진호의 말에,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힘으로 설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마음이 복받친 듯 울기 시작하는 그녀! 진호는 그녀를 침대로 이끌어 앉힌 뒤 자신의 가슴에 그녀의 조그만 머리를 안아줬고, 그녀는 끅끅거리며 그 뒤로 거의 2시간 가까이를 울기 시작했다.
‘한이 엄청 많았나 보네.’
그도 그럴게, 진심으로 무패 행진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도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그녀의 금메달을 기정사실로 점치고 있었으니……. 안타깝게도 이미 올림픽은 시작돼 참가는 불가능해졌지만 그래도 다음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만으로도 그녀의 마음은 이미 크나큰 치유를 경험한 상태였다.
그렇게 간신히 울음을 그친 하영에게 진호는 작별 인사를 건네려 했다. 이 이상 여기 있으면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준 뒤, 진호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내 부탁 한 가지 들어줄 수 있어?”
“뭐, 뭐든지요!”
즉답하는 그녀! 그런 그녀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진호가 말을 이었다.
“네가 내 덕분에 치료됐다는 말. 아무한테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 어째서요? 이렇게 고마운 일을 해 주셨는데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공개적으로 그러면 당연히 곤란해질 진호였다. 의학 연구자들이 찾아오거나, 돈 많거나 권력 잡은 사람들이 진호에게 치료를 반 강제로 요구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해낼 수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귀찮은 일이 생기는 건 질색인 진호였다. 진호가 말을 덧붙였다.
“지금 한 거로 충분히 됐어. 사실 난 네 팬이었거든. 앞으로 네가 활약하는 모습을 TV로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아…….”
[ 주하영의 일반, 이성 호감도가 10 증가했습니다. ]
[ 주하영의 일반 호감도가 150, 이성 호감도가 40이 됐습니다. ]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진호의 말이 그녀의 심장을 폭행한 모양이었다. 진호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거기에 이 능력…… 밝혀지면 밝혀질수록 그 효능이 떨어지는 거라……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경우 네 회복이 취소될 가능성마저 있어.”
“네!? 정말요!? 읍!”
그렇게 놀라고서 바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하영! 혹시나 그새 누가 들었을 새라 조심하는 표정이었다.
‘역시 자기 자신의 일로 치환시키면 누구나 격렬하게 반응하기 마련이지.’
진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이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했으면 좋겠어. 다시 말하지만 이번 일의 보상은 건강해진 네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된 셈이니까, 너도 앞으로 너무 절망하지 말고 인생을 밝게 살았으면 좋겠어. 나 간다.”
“자, 잠깐만요! 읍!”
또 무심코 큰 소리를 내고 입을 틀어막는 하영! 그 모습이 귀여워 잠시 웃은 진호였지만 하영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이름이라도…… 아니, 전화번호라도 알려주세요! 다, 다른 사람들한테만 말하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요? 우, 우리 둘은 얼마든지 이에 대해서 얘기해도 되는 거 아닌가요? 제발 부탁이니까 전화번호라도 알려 주세요! 이렇게 아예 못 만나게 되는 건 절대로 싫어요!”
「절대 이대로 그냥 되돌려 보낼 수 없어!」
진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눈에 인자한 미소 정도로만 비췄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나올 줄 알았지.’
그래서 일부러 그녀의 연락처를 묻거나 하지 않았던 것! 진호는 한 발만 더 뒤로 뺐다.
“아니, 나는 그럴 생각으로 치료를 한 게…….”
“그, 그러지 말고 전화번호라도 알려 주세요! 부탁이에요! 최소한 저녁 한 끼라도 대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네!? 네!?”
「내 전화번호만 알려주면 그걸 받고도 나한테 전화를 안 할 수 있으니까 반드시 저쪽 전화번호를 알아내야 해!」
진호는 몇 번 더 거절하다가, 그녀가 도저히 자신의 팔을 놔 주지 않자 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휴대 전화를 건네줬고, 그녀는 재빨리 그것으로 자신의 휴대 전화에 전화를 걸어 번호를 따 냈다.
‘바로 어제는 아이돌한테 번호를 따였는데 오늘은 탑 스포츠 스타한테 번호를 따이네.’
그것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한테!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 업적 「세계적인 스타에게 전화번호 따기」를 달성했습니다! ]
[ 업적 달성으로 점수를 1,000점 획득합니다! ]
진호의 휴대 전화로 건 통화가 자신의 휴대 전화로 오는 걸 확인한 하영이 그제야 진호의 팔을 놔 줬다. 무척 아쉬운 얼굴로 진호를 보는 하영! 그녀가 말했다.
“저, 저기 저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면 바로 전화 드릴게요! 그때 전화 안 받으시면 정말로 미워할 거예요! 알겠죠? 꼭 받아야 해요? 네? 네?”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이거 좀 놔. TV로 볼 때는 몰랐는데 너 엄청 소란스러운 애였구나?”
“그, 그런 건 아닌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너무 들이댔(?)다고 순간 생각한 듯 조금 물러서는 그녀였으나, 덕분에 진호는 시간을 벌었다. 바로 병실 문을 열고나서는 진호!
“저기……!”
그녀의 애타는 목소리가 진호 등 뒤로 들렸지만, 진호는 무시하고 빠르게 통로를 빠져나갔다. 지금 뒤를 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내버려 둘수록 더 애타는 쪽은 저쪽이었기 때문이다.
*
이런저런 소란을 피우다 보니 벌써 저녁 시간이 다 돼 있었다. 진호는 병원 1층 로비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하영의 회복 소식을 들은 듯 기자들이 우르르 나타나 하영이 있는 병실로 향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조금 뒤 진호는 퇴근하는 고은과 세나를 만날 수 있었다. 세나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아직 안 가고 있었어?”
“집에 있다가 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다시 병원으로 왔지.”
“크으…….”
세나는 분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믿을 수 없게도 진호가 그런 내기를 제안하자마자 바로 하영의 부상이 완치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거였다. 거의 신의 농락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의 불합리함이었다.
고은이 세나의 눈치를 살피며 진호에게 말했다.
“진호야 아무리 내기라지만 막 너무 이상한 거 시키면 안 된다? 그럼 나 공증인 자격 포기할 거야?”
“알아. 그런 걸 시킬 리가 없잖아. 오늘은 국민 요정이 회복한 기쁜 날인데 말이야.”
이미 실검에도 오른 상태! 그 정도로 주하영은 한국 사람들에게 크나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태였다. 압도적인 실력과 미모를 갖춘, 젊은 스포츠 스타라면 응당 그러한 것이 당연했지만 말이다.
진호가 일단 세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세나는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진호에게 다가왔다. 진호가 말했다.
“일단 첫 번째 부탁은 앞으로 고은이 누나와 사이좋게 지내라는 거야. 거의 가족 수준으로 친근하게 대해주라고. 알겠어?”
조금 놀란 눈으로 보는 세나였다. 진호가 타인을 위한 부탁을 할 줄은 몰랐던 듯했다. 하지만 그러한 진호에 대한 재인식과는 별개로, 그녀의 표정은 복잡했다.
“하지만 저 계집에는 도둑…….”
“이 내기의 대가가 뭐였지?”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 말하는 걸 딱 2개 반드시 들어주기……였어. 크으…….”
똑바로 대답 안 하면 녹음 파일을 틀어 줄 생각이었는데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정확히 말하는 세나였다. 역시 머리가 쓸 만하긴 쓸 만한 모양이었다.
“설마 반드시의 뜻이 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 정말이지! 알았어! 알았다고! 들어주면 될 거 아니야! 아, 정말 짜증 나!”
신경질이 나는지 애들처럼 발을 제멋대로 구르면서도, 결국 응낙하는 세나였다. 고은은 저 멀리서 두 사람이 뭐라고 속삭이는지 무척 궁금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부탁은 우리 사이에 관한 건데.”
“우, 우리 사이?”
무언가 불길한 예감을 받은 듯 자신의 몸을 감싸 안으며 한 걸음 물러나는 세나! 그러자 진호의 눈에 세련된 도시 여성의 복장을 갖춘 도도한 미녀의 모습이 한 눈에 잡혔다. 진호는 그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히죽 웃었다.
“이제부터 우리는 연인 사이야. 연인 사이인데, 꽤 특별한 관계지.”
“무, 무슨…….”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사귀는 관계고, 네가 나한테 목을 매는 관계야. 나는 싫은데 억지로 너랑 사귀어 주고 있는 거고, 너 같은 애랑 사귀는 게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하는 거지. 너는 어쩔 수 없이 그걸 받아들인 상태고.”
“나한테 목을 매고 있는 상태니까 말이야.” 이런 세부 설정까지 들은 세나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발끈했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내가 왜 너 따위한테 목을 매야 하는 건데! 전혀, 조금도 관심이 없거든!?”
“우리가 무슨 내기를 했고, 그 내기의 결과가 어떻더라?”
“크으…… 그, 그래도 이런 건 말도 안…….”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 ‘말하는 걸 딱 2개’ ‘반드시’ 들어주기로 하지 않았나?”
“그, 그건 그렇지만…… 크으…….”
그녀의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들려주니 더는 반박하지 못하게 된 그녀였다. 진호가 말했다.
“그래서 대답은?”
“크으…… 알았어! 하면 될 거 아니야! 하면!”
「이상한 짓을 하기만 해 봐!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세나는 진호와의 내기로 강제로 비밀스러운 연인 관계가 되고 말았다. 물론 여기에 무슨 초능력이 관여한 것도 아니고, “이제 나 이런 거 안 해!”라고 말하며 그녀가 무시하기 시작하면 끝날 관계였지만, 진호에게는 다른 노림수(?)가 있었다. 일단 그녀의 능력치 창을 살피는 진호!
[ 이름 : 이세나 ]
[ 나이 : 27살 ]
[ 직업 : 의사 ]
[ 현재 위치 : 북쪽 1m ]
[ 섹스 횟수 : 6회 ]
[ 특수 성감대 : 입술 ] ( 수정 )
[ 페티시 : 남자 젖꼭지 ] ( 수정 )
[ 일반 호감도 : 25 (+) / 200 ]
[ 이성 호감도 : 20 (+) / 200 ]
[ 성기 탄력 : 100 (+) / 200 ]
[ 항문 탄력 : 130 (+) / 200 ]
[ 능력 1 : 소아 의술 140 (+) ]
[ 능력 2 : 외모 160 (+) ]
[ 능력 3 : 바이올린 130 (+) ]
[ 능력 4 : 카리스마 130 (+) ]
[ 능력 5 : 춤 10 (+) ]
[ 능력 6 : 언변 150 (+) ]
- 현재 여유 점수는 19,931점입니다.
그가 원하는 능력이 없어서 능력 개방 알약을 통해서 그녀의 능력 한 가지를 개방하는 진호! 개방한 능력은…….
‘언행일치!’
그러자 세나의 상태 창에 [ 능력 7 : 언행일치 100 (+) ]이라는 수치가 생긴 게 보였다. 진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무려 170까지 올렸다! 점수를 꽤 써야 했지만 최근 점수 상승세를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부담될 정도는 아니었다. 이제 그녀는 언행일치라는 능력인지 저주인지 모를 덫에 걸려 충실히, 아주 충실히 진호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게 됐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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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체조 금메달리스트 주하영
‘크크크, 앞으로 얘가 어떻게 행동하나 지켜봐야지.’
진호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고, 세나는 그것을 바로 처내려 하다가 “끙…….”하는 소리와 함께 그저 얌전히 진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벌써 연인 관계라는 ‘부탁’에 충실하게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목을 매고 있는 상태인데 이걸 쳐낸다는 건 말이 안 됐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내기 대가를 모두 결정하고 고은에게 돌아온 진호와 세나! 진호가 먼저 입을 뗐다.
“누나, 오랜만에 밥이나 같이 먹으면 어때? 내가 최근 방송에 출연한 일이 있어서 꽤 큰돈이 들어올 예정이거든. 내가 살게.”
“어머? 정말이니? 나야 좋지. 그런데 무슨 방송?”
“마스텔이라고, 고등학교 선배 부탁으로 잠깐 출연하게 됐어. 이번주 토요일에 아마 TV에 나올 거야.”
“우와, 우리 진호 TV에도 나오고 진짜 대단하네? 후훗.”
진호의 뺨을 살짝 꼬집어 주며 부드럽게 웃는 고은! 진호는 그런 고은의 모습을 보며 다시금 음심이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고은이 누나의 저 천사 같은 얼굴을 엉망으로 일그러뜨리고 싶어!’
그런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세나는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표정 연기까지 충실히 하는 그녀! 그녀 자신도 사실 속으로는 자신이 왜 이렇게 연인 관계라는 설정에 충실한지 혼란스러운 상태였지만, 일단 몸의 느낌에 따르는 그녀였다. 진호가 옆을 보며 말했다.
“세나 누나도 같이 갈래? 나는 그랬으면 좋겠는데.”
“응, 갈게! 앗……!”
자기 자신도 놀랄 정도의 즉답! 고은이 그 모습을 놀란 시선으로 보다가 물었다.
“나도 가는데 괜찮겠어? 세나 넌 날…….”
“괘, 괜찮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가자, 가자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핫!”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진호가 요구한 대로 가족 같은 수준으로 고은에게 잘해주는 세나! 아닌 게 아니라 진호와 고은 가운데 서서 양손으로 고은과 진호의 손을 잡고 가려고 하는 그녀였다. 마치 부모와 함께 놀이동산에 온 어린아이가 양손에 부모 손을 꼭 잡는 것과 흡사했다.
“어머…….”
고은은 당황했지만 곧 부드럽게 웃음 지었다. 사실 세나와의 관계 회복은 그녀 또한 언제나 바라왔던 일이기에 고은도 세나의 손을 꽉 잡고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자, 가자!”
“그래!”
「아이참! 도대체 나 왜 이러는 거야!? 이렇게까지 충실하게 지시에 따를 필요가 있는 거야!?」
세나의 우는 듯한 심정을 웃으며 바라보던 진호도 그녀들과 걸음을 맞췄다.
*
세 사람은 삼성동에 있는 호텔 스카이라운지에 와 있었다. 진호의 강권으로 비싼 레스토랑으로 오게 된 것!
‘한 번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곳에서 식사를 해 보고 싶었거든.’
어차피 돈도 많겠다, 거기에 고은에게 쓰는 돈은 별로 아깝지 않은 터라 과감하게 지르는 진호였다. 고은이 “여긴 너무 비싼데…….”라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진호는 개의치 않았다. 고은이 진호에게 훈계하듯 말했다.
“아직 대학생이 이런 비싼 곳에 오면 안 돼! 오늘은 누나가 낼 테니까 진호는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니까. 언제 한 번 누나 데리고 이런 멋진 곳에 와 보고 싶었어. 마침 방송이랑 아르바이트 몇 가지도 하게 돼서 돈도 좀 생겼고. 나도 이런 곳 2번 이상 올 생각은 없어.”
“그치만…….”
진호의 그 생각은 메뉴판을 보고 더욱 확실해졌다. 1인당 디너 세트 메뉴가 13만 원이라니. 옆 테이블을 보니까 다른 단품 메뉴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정도의 음식밖에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즉 배를 채우려면 최소 13만 원은 든다는 것! 진호는 메뉴를 고르며 생각했다.
‘예전의 나라면 정말 생각지도 못했을 장소네.’
그뿐인가? 이런 장소는 고은에게도 약간 부담이 되는 장소였다. 그나마 괜찮다고 느끼는 건 옆에 앉은 세나 정도였다.
“저기, 너무 비싸면 그냥 내가 낼까? 일단 내가 여기선 제일 수입이 많은 거 같은데…….”
「뭘 대신 내겠다고 말하는 거야 난!? 이 바보! 이 바보!」
너무나도 진호에게 목을 맨 연인 역할에 충실한 세나의 모습에 진호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괜찮아. 오늘은 내가 낼게.”
“그렇지만…….”
그 모습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보던 고은이 말했다.
“요거 요거! 진호 엄청 나쁜 남자였네? 전에 집에서 봤던 그 파란색 드레스 입은 카페 사장님은 어쩌고 세나한테 작업을 걸어? 그러면 안 돼!”
“작업 거는 게 아니라 이 누나가 내가 머리 쓰다듬는 걸 좋아하는 거 같더라고. 아니야?”
“그, 그건…… 크으…….”
어째선지 대답을 못하는 세나! 굴욕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머리를 쓰다듬는데 항의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게 그녀의 말풍선을 통해 엿보였다. 하지만 세나는 이것만은 부정했다.
“그, 그렇다고 우리를 사귀는 사이라고 오해하면 곤란해! 절대로 그런 사이는 아니야! 알았어?”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그렇게 열 내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다 이해한다구?”
고은의 장난기 어린 말에 세나가 순간 발끈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한숨만 내쉬며 체념 모드로 들어가는 그녀였다. 현재 그녀로선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맛있게 저녁을 먹으며 야경을 구경하던 때였다. 진호의 시간이 멋대로 정지했다.
‘이건…….’
아니나 다를까, 요청이 들어와 있었다. 진호는 내용을 확인했다.
[ 요청 12 ]
[ 분류 : 악행 요청 (Evil Behavior Quest) ]
[ 목표 : 신고은, 이세나의 쾌감, 수치 레벨을 각각 3씩 올리세요! ]
[ 제한 조건 : 기억 봉인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
[ 내용 : 과거의 일로 앙금이 남아 서로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두 여성에게 공통된 추억(?)을 선사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당신의 악행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됩니다! ]
[ 실패 시 벌칙 : 7일 이내에 두 사람의 하드 코어 레즈비언 플레이 동영상이 생성돼 인터넷 상에 퍼지게 됩니다! ]
[ 제한 시간 : 1.5시간 ]
‘제한 시간이 1.5시간? 거기에 기억 봉인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갈수록 난이도가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진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기억 봉인을 쓸 수 없으면 시간 정지를 하는 의미가 크게 없어져 버려!’
오히려 두 사람이 진호에 대한 의심을 가질 수도 있었다. 지난 대략 2주일 동안 그녀들에게 있었던 의아했던 일들에 대한 의심을 말이다. 진호는 결국 다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단 각자의 보지에 이걸 넣고…….”
전기 자극 진동 로터를 몇 개 더 사 고은, 세나의 보지와 항문에 끼우는 진호! 거기에 몇 개는 형태를 청진기 형태로 바꿔서 그녀들의 양 젖꼭지와 클리토리스에 부착했다. 각각 5개의 로터를 몸에 지니고 있게 된 셈! 거기에…….
‘정조대라는 스킬을 사용할 차례군.’
상세 설명을 보니 다행히 브래지어까지는 정조대 설정이 가능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그녀들의 몸 곳곳에 그녀들이 곤란해질 도구들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진호! 그대로 시간을 재생시킨 뒤 바로 모든 로터를 작동시켰다.
“으응∼!?” / “응∼!?”
고은과 세나가 동시에 콧소리를 냈다. 그녀들은 디저트를 먹던 수저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들의 몸을 더듬었다. 진호가 능청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야!” / “아무것도 아니야!”
황급히 대답하는 두 사람! 하지만 그녀들의 손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옷 위를 헤매고 있었다. 곧이어 진호가 신호를 하자 진동만 부여하고 있던 그녀들 내부의 모터가 곧 전기 자극을 동반하기 시작했다.
““으으응∼!””
[ 신고은, 이세나의 쾌감 경험치가 20%가 됐습니다! ]
착실하게 오르기 시작하는 쾌감 경험치! 결국 참지 못한 그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나, 나 잠시 화장실 좀…….” / “나도 잠시만…….”
가면서도 계속해서 비틀거리는 그녀들! 문득 장난기가 든 진호는 한순간 그녀들의 신체에 가해지는 진동과 자극을 최고 강도로 했고 그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앙!!!!!””
[ 신고은, 이세나의 쾌감 경험치가 100%가 됐습니다. ]
[ 신고은의 쾌감 레벨이 3, 이세나의 쾌감 레벨이 6이 됐습니다! ]
[ 점수를 30점 획득합니다! ]
화장실로 가던 그녀들이 큰소리로 신음을 흘리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주저앉는 모습을 보게 됐다. 웨이터 몇 명이 그녀들에게 다가가 괜찮냐고 물었고, 그녀들이 애써 “괘, 괜찮아요.”라고 대답하는 게 진호의 귀에 들려왔다. 그녀들에게 레스토랑 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순간 그녀들의 수치 경험치가 올라간 건 당연한 결과였다.
간신히 화장실로 들어온 두 여성! 그녀들은 각각 화장실 변기 칸에 들어간 채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고 안쪽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브래지어랑 팬티가 벗겨지지 않아!」」
마치 처음부터 몸의 일부인 양 도무지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그녀들의 속옷이었다. 때문에 그녀들은 뭔지 모를 것이 자신들의 가슴, 보지, 항문에 있다는 걸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아아아앙!!!!!” / “으으으으응!!!!”
화장실에서 한껏 교성을 지르던 두 여성은 결국 소리를 죽이기 위해 옷을 입에 물 수밖에 없었다. 끙끙거리며 쾌감에 번민하던 그녀들이 전기 자극 진동 로터에서 해방된 건 각각 쾌감 레벨이 3씩 올랐을 때였다. 그 모습을 천리안으로 흥미롭게 보던 진호는 로터가 제 역할을 끝내자 바로 원격으로 로터를 회수했고, 그녀들은 그제야 간신히 비틀거리며 화장실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둘의 공통된 불만! 전에 소아의 젖꼭지를 보고 발정했던 것도 그렇고, 고은의 경우에는 소변을 엄청나게 싸댔던 적도 있어서 이제는 이런 이상 현상에 어느 정도 의구심을 가지게 된 면이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아직 진호를 용의선상에 올리는 일은 한참 먼 상태였지만 말이다.
“둘 다 괜찮아? 갑자기 왜 그래?”
“아, 아니 그게……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어, 응…… 나도 마찬가지야…….”
축 늘어진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조금 안타까운 기분이 들 법도 했지만, 아직 요청은 완수되지 않았다. 수치 레벨을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진호는 이번에는 이뇨제를 구매해 그녀들에게 하나씩 먹이고 그녀들의 반응을 살폈다.
““……!””
두 사람의 몸이 한시에 굳었다. 조심스럽게 허벅지를 모으는 그녀들! 특히 고은은 행동이 재빨랐다. 전에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안 가면 위험해!」
고은의 재빠른 움직임을 확인한 세나도 그녀를 뒤따라 화장실로 갔지만, 그녀들을 기다리는 건 절망뿐이었다.
“어, 어째서 모든 칸이 전부 차 있는 거야!?”
믿을 수가 없는 상황! 진호가 시간을 정지해 하수인을 통해 모두 안쪽에서 문을 잠가 놓았기 때문이지만, 그녀들이 그런 걸 알 수는 없었다. 그동안 변기 문을 부여잡고 탄식의 몸짓(?)을 하던 그녀들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대로 소변을 방출해 버리고 말았다!
“으윽……!”
허벅지를 꼰 채 안타까운 신음을 흘리는 그녀들! 그런데……,
‘바, 바지가 젖지를 않아?’
분명히 오줌을 싸고 있는 느낌이 드는데도 아래쪽이 축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 그렇게 그녀들은 서로가 보는 앞에서 바지와 팬티를 입고 오줌을 힘껏 쌀 수밖에 없었다.
[ 신고은, 이세나의 수치 경험치가 50% 향상됐습니다. ]
‘아무래도 이 정도로는 안 되겠는데?’
진호는 볼일을 다 마치고 온 그녀들에게 다시 한 번 이뇨제를 먹였고, 그녀들은 화장실에 가도 팬티를 벗을 수 없는 상태라는 걸 인지하고 결국 진호 바로 곁에서 오줌을 쌀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그녀들의 수치, 굴욕 경험치가 오르는 게 진호의 시야에 잡혔다. 2번째 이뇨제 효과를 모두 마치고 온몸을 부르르 떠는 그녀들을 보며 진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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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체조 금메달리스트 주하영
“두 사람 다 왜 그렇게 몸을 부르르 떨어? 혹시 시원하게 소변이라도 본 거야?”
“진호 너! 내가 그 말 앞으로 하지 말랬지!? 소, 소변을 보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그럴 리가 없잖니!?”
“그, 그래 당연하잖아! 애초에 여긴 식당이라고? 화, 화장실이 아니니까 그런 짓은 하지 않아!”
[ 신고은, 이세나의 수치, 굴욕 경험치가 100%가 됐습니다. ]
[ 신고은의 수치 레벨이 3, 굴욕 레벨이 2가 됐습니다. ]
[ 이세나의 수치 레벨이 4, 굴욕 레벨이 3이 됐습니다. ]
[ 점수를 40점 획득합니다. ]
그 뒤로도 진호가 그녀들이 앉아서 오줌을 싸는 동안 지긋이 응시하거나 짓궂은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녀들은 얼굴을 붉히며 발끈할 수밖에 없었고, 그녀들의 수치, 굴욕 경험치는 차분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한 시간 1.5시간이 지나기 바로 직전에 간신히 그녀들의 쾌감, 수치 레벨을 3씩 올릴 수 있었다.
[ 축하합니다! 요청 12를 달성하셨습니다! ]
[ 요청 12 달성으로 벌칙 「신고은, 이세나의 하드 코어 레즈비언 플레이 동영상 유포」는 면제됩니다! ]
‘휴우, 아슬아슬했군.’
그런 진호의 안도감과 반대로 세나와 고은은 마음이 처참함으로 얼룩진 상태였다. 공공장소에서 실컷 쾌감을 느껴버리거나 끊임없이 소변을 싸 댄 사람이 보통 느낄 법한 기분이었다. 진호가 말했다.
“이제 두 사람 다 먹었으면 일어날까?”
““그래…….””
힘없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두 여성이었다. 행여나 오줌이 남았을까 자신의 바짓가랑이와 의자 표면을 샅샅이 살피는 게 그렇게 귀여워 보일 수가 없었다.
*
세나의 자동차로 먼저 고은을 바래다주고, 진호의 집 앞까지 온 진호와 세나였다. 진호가 입을 열었다.
“우리 집에 한 번 가 볼래?”
“그, 그래!”
당연히 즉답! 목을 매고 있는 남자 친구의 집에 호기심을 가지는 건 당연했기 때문이다. 세나는 어떻게든 다른 목소리를 냈다.
“이, 이건 연인 행세 때문에 가겠다고 한 거지 딱히 내가 널 좋아해서 가겠다고 한 건 아니야! 너희 집 같은 거 요만큼도 관심 없다는 거 분명히 알아두라고! 나 참…… 난 어째서 그런 무모한 내기를 한 거야 정말……!”
아무래도 후회가 막심한 듯했다. 이 시점에서는 그녀의 언행일치가 깨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어 그녀의 언행일치 수치를 200으로 올린 뒤, 스킬 상점에서 스킬도 하나 구매한 뒤 진호는 세나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능력치와 스킬의 효용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어디까지 통하나 한 번 보자고.’
실험 파트였기 때문에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간을 정지했다. 여차하면 그녀들의 기억을 봉인하기 위해서였다. 안에서 멍하니 인터넷 서핑을 하던 아름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주인을 맞는 강아지마냥 엉덩이를 흔들며 다가오려 했지만…….
“오, 오빠 왔어……?”
「뒤의 저 여자는 누구지……?」
딱 보기에도 자신에게는 없는 커리어 우먼으로서의 아우라가 엿보였다. 도도한 인상과 오른쪽 눈 밑에 찍힌 눈물점은 그녀의 어른스러운 매력을 한층 배가시키는 느낌이었다.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드는 아름! 진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세나를 소개했다.
“아, 고은이 누나 친구인데, 오늘 같이 저녁 먹고 날 여기까지 태워줘서 고맙다고 커피 한 잔이라도 대접하려고 데려왔어. 커피 한 잔만 타다 줄래?”
“어? 으, 으응…….”
머뭇거리면서도 결국 진호의 말에 수긍하는 아름! 반면 진호 뒤에 서 있던 세나는 다른 의미로 분개한 상태였다.
「뭐야!? 동거하는 애가 있는데도 나한테 연인 행세를 하자고 주장한 거야!? 이거 말도 안 되는 쓰레기잖아!?」
지금이라도 당장 현관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녀에게는 이미 진호와 했던 내기가 있었다. 마지못해 안으로 들어서는 세나! 방 안에서 멀뚱거리며 기다리다가 아름이 타다 주는 커피를 받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고, 고마워요.”
“뭘요…….”
무척 어색한 두 사람 사이! 진호는 그런 두 사람의 분위기를 흥미롭다는 듯 보다가 아름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름아.”
“으, 응?”
“만약 내가 이 누나랑 몰래 사귀고 있다고 가정하면 네 기분이 어떨 거 같아?”
“뭐,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그런 거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구!”
발끈하는 아름! 하지만 거기에는 진정 실려야 할 분노가 실리지 않았다. 그저 투정부리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 이유는,
‘여기 올라오기 전에 질투 통제라는 스킬을 구매해서 사용했거든.’
질투 통제 스킬을 사용해 아름이 ‘진심으로’ 진호를 미워하거나 싫어할 수 없게 만든 진호! 즉, 아름은 현재 ‘질투’라는 감정에 기반을 두고는 진호에 대한 평가나 감정을 하향시킬 수 없는 상태였다. 아름 자신도 이런 자신의 반응에 꽤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보니까 두 사람, 보통 사이 같지는 않은데 나는 왜 이렇게 무덤덤한 거야? 좀 더 화를 내도 된다고 신아름! 화를 내!’
지금도 두 사람은 탁자 아래로 은근히 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것을 은근슬쩍 본 아름이었지만 그럼에도 진심으로 진호에게 화를 낼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운 건 세나도 마찬가지였다.
‘이, 이런 쓰레기 자식한테 이 정도까지 맞춰줄 필요가 있는 거야!? 여기서는 빨리 모든 일을 고백하지 않으면……!’
그렇게 그녀가 입을 열려고 했을 때 진호가 먼저 선수를 쳤다.
“어차피 우리 사귀는 사이는 아니잖아? 그렇지?”
“그, 그지…… 윽…….”
‘거부해야 해! 아무리 내기라도 이런 건 무효야! 선을 넘었다고!’
하지만 세나의 입은 떨어지지 않았다. 되레 진호가 손가락을 얽혀 오자 그것에 호응하듯 다정스럽게 깍지를 껴 올 뿐. 그것을 본 아름의 눈에 순간 불똥이 튀었지만 역시 그걸 계기로 진호에게 진심으로 화낼 수는 없는 아름이었다. 대신,
“오, 오빠 피곤하지? 이제 씻고 자야겠다. 그지? 저 언니도 피곤하실 테니까 집에 가 보셔야 할 거 같고. 응? 안 그래?”
반대쪽 손에 깍지를 끼며 되레 선전포고를 하듯 다정한 모습을 연출하는 거 정도밖에 아름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것을 본 세나는 역으로 공세를 펼쳤다.
“그, 그렇게까지 나 피곤하지 않아서…… 좀 더 있다 가도 괜찮을 거 같은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장 이딴 쓰레기 같은 녀석은 뺨이라도 후려치고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반대로 오히려 몸을 약간 진호 쪽에 기대게 해 다시금 아름의 눈에 불똥이 튀게 만드는 세나였다. 자신의 생각과 배치되는 몸의 행동에 세나 자신도 울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이제 됐어. 가 봐. 얘가 이상한 오해할지도 모르잖아.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닌 거 맞잖아? 그지?”
“그, 그래…… 크으…….”
목을 매고 있는 쪽이기에 언제나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는 세나였다. 결국 세나는 “안 가?”라는 진호와 아름의 눈빛에 밀려 얌전히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 이세나의 굴욕 경험치가 50%가 됐습니다. ]
아무래도 방금 경험이 무척 굴욕적으로 느껴졌나 보다. 아름이 둘만 남은 원룸에서 진호에게 말했다.
“아, 앞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