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7화
야화 7화
"누가 할 소리를... 그대에게 이미 내 생명을 내 던졌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해야 알아 듣겠소! 내 이 갑자 반이 넘는 내공을 그대가 가져 간다면 여인천하가 꿈만은 아닐 것이오"
"호호호...흡결(吸訣)과 유결(柔訣) 그리고 이결(移訣)과 탄결(彈訣)로 음양합환대법(陰陽合歡大法)을 펼쳐 성공을 한다면 어떤 이득을 얻게 되지요?"
"내 몸 안에 쌓인 독기가, 그대 몸 안으로도 흘러 들어가서 4~5년 걸려야 만독 불침지체가 될 것을, 몇 달 걸리지 않아도 완성 할 수 있을 것이오"
"그 뿐인 줄 알아요?! 그 동안 8성 밖에 이루지 못하였던 신공을 10성까지 이룰 수 있을 것이에요"
"왜 그렇소?"
"생각해 보세요. 여자에게 전수해야 할 절기를 남자인 당신이, 나는 남자에게 전수 해야 할 신공을 여자인 내가 수련을 하였으니 8성의 벽을 넘지 못 할 밖에는요"
"하하하...음양의 기가 서로 섞이면서 조화를 유지하게 되면, 우리는 음공이나 양공을 가리지 않고 아무 무공이나 모두 수련 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구려"
"입신지경(入神之境)에 있는 우리들이 신화경(神化境)에 접어들 것이 틀림 없어요"
"망설일 것 뭐 있소! 당장 시행 합시다"
"시기가 아니에요. 한 사람은 사체나 마찬가지가 되는 순간이 발생 하는데, 이변이 생겨 봐요?"
"그렇다면 호법을 세워 둘 수도 없고..."
"풍림이 아는 은밀한 동굴이 있다면서요?"
"좋소! 밤 중에 몰래 빠져 나가서 거기로 갑시다"
"신화경이 어떤 경지인지 기대가 되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 두 사람의 절기 만으로도 무적에 가깝다고 생각을 했는데, 잠부신공으로 음양부가 각자의 몸 안으로 스며들어 잠영환부(潛影幻斧)와 봉황비상(鳳凰飛翔)이라는 두 절초(絶招)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천외천(天外天)이 있다는 것을 실감 하였소"
"과연 우리가 죽기 전에, 그 두 초식을 써야 할 위기가 닥칠 것인지 그것도 의문이에요"
"낄 낄...하기야 10성을 이룬다면, 두 사부님이 남겨 주신 신공만으로도 적대를 하기에는 충분 할 것이오"
"신화경만 이루게 된다면, 우리 두 사람의 5성 공력을 제대로 받아 낼 사람도 몇 없을 것이에요"
"낄 낄...나는 우리 두 사람이 환희천으로 말미아마 그대로 극락에 갔다가 못 돌아 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더 걱정 되는구려"
"호호호...바라는 바가 아니던가요? 호호호..."
"끔찍한 소리를...만약 내가 복상사(腹上死)를 한 꼴을 상상해 보구려"
"호호호...내 걱정은, 내가 그대 무릎 위에서 슬상사(膝上死)를 하지 않을까 그 게 걱정이랍니다"
"그러지 말고, 신화경에 들 때까지 동굴 안에서 계속 수련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데요?"
"며칠만에 끝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니오. 산 중에 있는 집에 들려서 호피(虎皮) 두 장과 건량만 조금 가지고 간다면, 한 달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며, 진전을 보아 가면서, 그 후 어찌 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때 그 때 결정하는 것이 어떻겠소"
"좋아요 그렇게 하도록 해요. 더 필요한 것이라면 야명주(夜明珠)를 가지고 가기만 하면 되겠군요"
"야명주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오?"
"호호호... 가지고 있으니까 가져 가겠다는 것 아니겠어요?! 준비를 하고 올 테니 잠깐만 기다려 줄래요?"
깎아지른 듯 천장(千丈)이 넘을 것 같은 절벽 중간에 뻥하니 동굴이 뚫려 있었다. 매끄러운 암반이 수직으로 뻗어 올라간 절벽은 손가락 하나 찔러 넣을 곳도 없었고, 발끝으로 버티고 올라 설만 곳도 없었다.
지상에서 십여 장쯤 되는 곳에 뚫려 있는 동굴은 나는 새라면 모를까 사람이 들어가 볼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할 그런 높이에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절기를 가진 고수가 최고의 신법을 구사한다고 하여도, 중간에서 한 번쯤은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이 없고는 무리라고 보였다.
"저기를 무슨 수로 어떻게 올라 간다지 요?"
"하하하...궁즉통( 窮則通)이라고 했소. 이 죽림을 보고도 생각나는 것이 없소?!"
"?.... 세상에... 그게 가능하다는 말이에요?"
"사부인 누나가 생각해 낸 방법이고, 실제로 나도 여러 번 시도를 하여 들어가 본 동굴이라오. 내가 하는 것을 한 번만 보아도, 그대라면 쉽게 할 수 있을 것이오"
동굴 정면에 있는 대밭 주위의 대나무는 대부분 잘려 나갔고, 몇 개의 굵은 대나무 만이 남아 있었다. 그 중 하나를 골라 대나무 위로 올라가니, 대나무가 사람의 중량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질 듯 활처럼 휘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발을 굴러, 대나무에 탄력을 주더니, 쏘아진 화살처럼 공중을 날았다.
"하하하...보았소? 천근추(千斤錘)와 답설무흔(踏雪無痕)의 두 절기를 적절히 배합하여, 몸의 중량을 배분하는 것이 비결이오! 대나무 위에 올라서서 몇 번만 발을 굴려 보면 짐작이 갈 것이오"
"기발한 생각이에요. 호호호... 재미 있겠는데요?"
함녕이 날쌔게 대나무를 타고 오르자, 대나무가 반원을 그리며 휘청거렸다. 발을 굴러 대나무의 탄력을 가늠 하던 함녕 공주가 제비처럼 날아 오르더니, 가볍게 동굴 안에 내려섰다.
"호호호... 너무 재미있어! 좋은 것을 배웠어요"
"이럴 때는 꼭 어린애 같구려"
"그럼 아닌가요? 어른이 된다는 건 싫어"
"늙고 싶어서 늙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어머머...어른이 되는 것도 싫다는 사람에게 늙었다니..."
"누가 함녕이 늙었다는 말을 했소? 누구나 늙어 간다는 것이지"
"사부인 누나는 늙지 않았잖아요"
"하하하...기연을 만나서 그런 것이지 누구나 다 그럴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어디 야광주를 꺼내 보시오"
동굴 안이 활짝 밝아졌다. 사람이 서서 걸을 수 있을 만큼 크고 깊은 동굴이었다. 동굴 특유의 냄새는 나도 음습하지는 않았고, 생각 보다는 건조 하였다. 안으로 깊이 들어 갈수록, 바깥 기온과는 다르게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막다른 곳에 이르자. 인공을 가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막힌 벽면을 타고 물이 흘러 내리는지 그 아래 쪽은 물이 고일만큼 홈이 파여 있었고, 실제로 물이 고여 있었다.
"여기에서 천면신공과 유가신공 그리고 환희천의 비급을 얻었단 말이지요"
"여기라고 들었소! 깔아 놓은 여기 호피 위에 앉아 보구려! 어떻소 기막히게 좋은 장소 가 아니오?"
"정말이네요. 그러나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뭐가 말이오?"
"비급은 여기에 놓아 두고, 유체(幽体)는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