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8화
야화 8화
하루에 두 번.
음양 합환대법으로 양기가 가장 강한 오시(午時) 무렵에는 모든 기(氣)를 사내인 천 풍엽에게 몰아 주고, 음기가 가장 강한 자시(子時) 무렵에는 여인인 함녕 공주에게 기를 몰아 준다. 탄결(彈訣)로 토해내는 기를 흡결(吸訣)로 빨아들여서, 유결(柔訣)로 기를 부드럽게 중화 시켜 이결(移訣)로 자기 몸에 받아들인 기를 순환시기는 것이다.
밤 낮으로 두 번 번갈아 가며 기를 주고 받고 하는데, 한 올의 기만을 남기고 모두를 탄결로 쏘아 내면, 그 기를 밭은 사람은 풍선에 바람이 가득 차서 부풀어 오르듯 기가 충만 하는 대신에, 기를 전달한 사람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시들 거리며 죽기 직전까지 가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밤에는 함녕 공주가, 낮에는 천 풍엽의 몸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워지고 상쾌해지는 반면 상대는 초 죽음이 되다시피 한다. 기운을 회복하는데 한시진 가량 걸리는데 이때는 기를 받은 사람이 도와 줘야만 한다. 그러니 정사는 뒷전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두척(透析)을 하고 난 후처럼 서로의 몸이 개운해지기 때문에 정사에 탐닉하는 일은 없었다.
"풍림! 느낌이 어때요?"
"열흘 밖에는 되지 않았는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소?"
"그래서 하는 말이에요. 생각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마시고 있는 물 밖에는 없어요"
"오오~ 함녕의 말이 맞는 것 같소! 그러지 않고는 이렇게 공력이 증진 되고 충만한 느낌을 받을 수는 없는 것이오"
"호호호...공청석유(空淸石乳)는 아닐지라도 그와 버금가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선인(先人)이 여기에서 수도(修道)를 하였는지도 모르겠구려"
"처음부터 내가 이상하다고 했지만, 무인들에게 있어서 무기와 비급은 자신의 생명 다음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 들이에요. 그런데 비급만을 남겨 주고 유체가 없다는 것은, 반드시 이 동굴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다고 봐요"
"큭 큭... 지금 우리가 지닌 절기와 음양쌍검(陰陽雙斧)의 기연만으로도 넘치면 넘쳤지 모자람이 없는데,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이오"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이 아니라, 궁금해서 하는 말 아닌가요?!"
"우리에게 인연이 와 닿으면 알게 될 것이고, 천면신공에다가 유가신공과 환희천의 인연만으로 끝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인연이 아니었겠소. 그보다 가르치다 만 삼화(三和)에 대해서 더 말해 주구려"
"호호호... 욕심 없는 양반! 그래서 내가 풍엽을 좋아하고 사랑하기는 하는 것이지만... 삼화(三和)란 인간의 근본을 이루는 것 들이에요. 삼화는 근(根) 경(境) 식(識)의 세 가지를 아울러 일컫는 것인데, 삼혼(三魂)이라는 영혼(靈魂)과 생혼(生魂) 그리고 각혼(覺魂) 이 세 가지와 상통하는 의미를 가진 것이지요. 이것을 업상(業相) 전상(轉相) 현상(現相)이라고도 한답니다"
심혼 합환 대법이 끝나고 운공 조식이 끝나고 나면, 서책 대신에 이렇게 공주가 입을 통해서 직접 아는 것을 가르치기도 하였다.
"어렵고 복잡하게 말하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풀어서 말해 주구려"
"호호호... 그렇게 말하고 나서는, 두 번 세 번 다시 물으면서 왜 또 투정을 부려요"
"흐흐흐... 개는 으르릉 멍멍 짖으면 그만인데, 같은 말을 가지고 고상한 척, 말에 기름칠을 번드르르 하게 옷을 입히는 것이 역겨워서 그런다 오"
"호호호...으르릉 멍멍은 야생이고, 캥캥은 다르지 않나요?"
"또 옆으로 새는 구려"
"근이란 뿌리라는 뜻으로, 사람이냐 호랑이냐 아니면 나무냐 하는 근본을 말 하는 것이에요. 그리고 경이란 태어난 환경을 말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나는 사내자식으로 태어 났으면서도, 어디에서 굴러 들어온지도 모르는 개 뼈다귀고, 함녕은 계집애로 태어 났는데 공주로 태어 났다는 말이로구려"
"호호호...그것을 운명이 아닌 숙명이라고 그런 답니다. 그렇게 태어 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을 숙명이라고 하지요. 운명이란 우리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 되는 것인데, 공주가 개 뼈다귀 마누라가 된 것은 운명이지요 호호호..."
"왜 또 삐딱하게 나오는 것이오?"
"삐딱하게 나온 것은 풍림이 아니었던가요?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씨앗이라도, 척박한 땅에 심으면, 잘 자라지 못하는 것이고 부실한 씨앗이라도 기름진 땅에서 손 길을 받으며 자라나면, 부실한 땅에서 자란 좋은 씨앗보다도 더 잘 자랄 것 아니겠어요?"
"그것이 경이라는 말은, 즉 환경을 말 하는 것이로구려"
"도망가지 말아요! 풍림이 그러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니며, 나 또한 내가 열심히 노력을 해서 공주가 된 것도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 들어요!"
"알아 들었소. 두 번 다시는 자기 비하(卑下)를 하지 않으리다"
"식이란, 지식을 말하는 것이며, 자라난 환경에서 각자가 느끼고 배운 모든 것을 아울러 말 하는 것이에요. 이 삼화가 그 사람의 인격을 결정 하는 것이지요"
"알아 들었소! 우수하고 깨끗한 내 영혼이 개 뼈다귀같은 생혼이 되어 부실 했지만, 함녕을 만난 후로 각혼이 미끈미끈 해져서 제법 인간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구려"
"함녕의 매끄럽던 각혼이, 풍림을 만나서 거칠어 진 것은 어떻게 하고요"
"낄 낄...그것이 운명이라는 것이고, 우리의 전생에 쌓은 업이라는 것 아니겠소? 으 흐흐... 소름 돋네"
"호호호...교양 있는 웃음 소리에 으 흐흐는 없어요"
"그럼?" "야수!"
"으헝~ 으헝..."
"왜 이래요? 왜 또 이래요?... 공부를 하다 말고... 아이.. 아이...정말 이럴거에요?"
동굴 안으로 들어 온지 세 달이 지난 초봄의 어느 날.
음양 합환대법을 시행하고 있던 두 남녀의 몸이 부양(浮揚)을 하기 시작 하였다. 무림인 들이라면 누구나 꿈에도 그리는 부공삼매(浮空三昧)의 경지인 것이다.
천도삼품지계(天道三品之界)에서 말하는 상승지경과 다음 단계인 입신지경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신화경 중에서도 등봉조극(登峰造極)을 넘어서서 최종단계인 부공삼매의 신화경(神化境)에 다다른 것이다.
두 사람의 몸 안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기 시작을 하였다. 남자인 풍림의 몸 안에서는 여명부의 싸늘한 기운이, 여자인 함양의 몸 안에서는 석양부의 붉은 기운이 점점 짙게 피어 오르기 시작을 하더니 끝내는 두 사람의 몸을 완전히 뒤 덮고 말았다.
붉고 푸른 두 기운이 뒤섞이기 시작을 하였다. 완전히 뒤 섞인 두 기운이 한동안 회오리바람처럼 두 사람을 감싸고 회전을 하더니 서서히 멈추면서 두 사람의 몸 안으로 빨려 들어 가고, 공중에 부양해 있던 두 사람이 번쩍 두 눈을 떴다.
"하하하...." "호호호... 드디어 해 냈어요! 보았나요?"
"물론이오"
"함께 가요" "아니오 그대 혼자..."
"쯧! 욕심 없는 사람..."
함양 공주의 몸이 흐릿해 지더니, 연기가 빨려 들어가 듯 함양의 그림자가 벽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오래지 않아 조그만 금궤(金櫃) 하나를 두 손으로 들고 나타나는데 희색이 만면 하였다.
"짐작했던 그대로 에요. 유체만을 곱게 수습하고 나왔는데 무엇이 들어 있는지 어서 열어 보아요"
"함녕 그대가 열어 보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