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5화
야화 5화
어둑어둑 저물어 가는데 백설처럼 하얀 얼굴이 정말 달 덩어리가 떠 오르는 것처럼 소년에게는 느껴졌다. 애정에 굶주려 온 소년에게는, 어머니가 있다면 저런 얼굴일 것 같았다. 사부인 누나의 경고도 까맣게 잊었다. 야수의 순수한 심정은 계산이 아니라 느낌인 것이다.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 보았어도 그 때 왜 그랬는지 모른다.
활짝 웃으며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소녀가 손을 마주 잡아 왔다. 그리고 어디를 어떻게 달려 왔는지 모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침 나절에 떠나 왔던 깊고 깊은 산골의 옛 집이었다. 수컷이 암컷을 만나면 끌고 들어 올 곳은 자기의 영역 밖에는 없는 것이다.
방 안에 불을 밝히고 마주 보고 앉았다. 소년의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지며 껄껄 웃어 댔다. 암컷을 대려 온 것에 만족을 한 것일까, 아니면 말 없이 따라와 준 암컷에 대한 고마움인가?
사람의 마음은 거울이다. 소년의 마음이 그대로 소녀의 마음속에 투영 된 것이다. 소녀도 킥킥거렸다. 소년이 말 없이 자기의 석양부를 소녀 앞으로 밀어 놓자, 소녀도 자기 앞에 있는 여명부를 소년 앞으로 밀어 놓았다. 누가 먼저 라고 할 것도 없이 도끼를 집어 드는데 도끼가 울기 시작을 하였다.
"피를, 피를 흘려서 도끼가 피를 빨아들이게 해야 해"
소년이 손가락 끝에 상처를 내어 피를 도끼에 서너 방울 떨어트리자 울음을 멈추었다. 소녀도 소년이 하는 그대로 따라 했다. 두 도끼가 울음을 끝내면서 순식간에 자석에 이끌려 달라붙듯 달라 붙어, 한 자루의 도끼가 되면서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을 하였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휘황찬란한 황금 빛을 발하면서, 그 빛이 봉황이 되더니 암컷인 봉(鳳)은 소녀의 몸 안으로, 수컷인 황(凰)은 소년의 몸 속으로 파고 들어 갔다. 그리고 도끼는 간 곳이 없어지고 소년 소녀가 도끼가 합친 것처럼 합쳐졌다.
방 안은 눈을 뜰 수도 없을 정도의 빛 무리에 휩싸이고 두 남녀의 모습은 그 빛 무리에 쌓여 보이지를 않았다. 그렇게 일 주야가 지나면서 서서히 황금 빛 무리가 엷어져 가며 소년 소녀의 모습이 확연이 들어나기 시작을 하는데, 소녀는 소년의 무릎 위에 마주 보고 올라 앉아 있었다.
그 동안은 불가항력으로 비몽사몽간을 헤매었는데 정신이 들고 보니 소년의 무릎 위에 올라 앉아 있는 자기를 발견하고, 소녀가 얼굴을 붉히며 내려 오려고 하는데, 놓아 줄 소년이 아니었다. 이미 독이 오른 양물이 소녀의 비궁(秘宮)을 간질이기 시작을 하였다.
소년의 몸은 소녀가 달아나지 못하게 꽉 잡고만 있을 뿐 다른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데 소년의 양물이 툭툭 비궁의 문을 두드리는 가 하면, 옷 위로 고개를 디밀고 들어 올 것처럼 찔러 대기도 하였다. 소녀의 비궁이 침을 흘리기 시작을 하였다.
비궁의 문을 열어 달라고 양물이 톡톡 문을 두들길 때마다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해지고, 이제는 소년이 놓아 주어도 소녀가 소년의 목을 감싸고 매달려 왔다. 계란껍질을 벗기듯 소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 나갔다.
계란의 흰자처럼 희고 탱탱하며 야들야들한 속 살이 산속의 아침 햇살 속에서 소년의 입맛을 당기게 하였다. 옷을 벗어 던진 소년의 몸은 야수 그대로였다. 용수철 같은 단단한 몸매였다. 어디 한군데 흠잡을 수 없을 만큼 미끈하고, 용수철처럼 탕탕 튕겨 오를 것만 같은 몸매를 하고 있었다.
소년은 소녀를 다시 무릎 위에 올려 앉혔다. 소년의 양물이 비궁의 문을 열려고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을 하였다. 방울뱀의 뱀 꼬리가 따르르 떨며 경고를 발할 때처럼 비궁의 입구를 간질이는가 하면, 이번에는 자라 목처럼 늘어 났다 줄어 들었다 하며 비궁의 문을 살짝살짝 들랑날랑 거리며 비궁의 문이 활짝 열릴 때를 기다렸다.
비궁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어서 들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은 또 무엇이라는 말인가? 왜 이렇게 입술은 마르고 가슴은 두근거리며 몸은 달아오르는지 모를 일이었다. 반대로 소년은 소녀의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고 쓰다듬고 빨기도 하며, 어떤 때는 갓난 아기가 엄마의 젖을 빨기도 하고, 어떤 때는 할아버지가 예쁜 손녀의 머리를 쓰다듬듯 여기저기를 쓰다듬기도 하였다.
부셔지거나 깨지는 소중한 그릇을 다루듯 능수능란하게 소녀를 이끌어 가는데, 양물이 드디어 머리를 디밀고 들어 가기 시작을 하였다. 입 안이 가득 차는 이 뿌듯함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바위틈이 갈라지는 고통이, 고통이 아니라 쾌감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소녀는 이러한 세계가 있으리라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을 뿐만이 아니라, 파과(破瓜)의 고통만이 전부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 가, 황홀하고도 가슴 설레는 놀라운 경험 속에서 자아를 상실해 가고 있었다.
불과 열 달이라고는 하지만, 사부인 누나와의 경험이 소년을 훌륭한 성인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신의 쾌감 보다는 짝의 쾌감을 저울질 해 가며, 그 강약을 조절 할 줄도 알게 되었다. 여인이 자지러지고 실신을 하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란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넘치는 쾌감 보다는 뭔가 조금은 부족한듯한 그런 정사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서서히 그 도를 높여 가야한다는 것도 배웠다.
백일 동안을 굶어 온 소년이었다. 한시 빨리 콸콸 쏟아 내고 싶었지만, 꾹꾹 눌러 참았다. 처음 한 번이 승패를 가름한다는 것도 사부인 누나로부터 배운 것이다. 쓸모 있는 사내가 되면, 절대로 여인에게서 배반은 당하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소녀를 내 여인으로 만들고 굴복시켜야만 했다. 이것은 짐승이 아닌 교활한 인간의 계산 속이다. 짐승이라면 토해 내고 씨를 뿌리기만 그만이었다. 여기에 수컷의 고민이 있는 것이다.
소녀의 숨이 넘어가기 시작을 하였다. 온다 온다 밀물이 밀려 온다 해일이 일어나며 꽝하고 머리 속에서 번갯불이 터지면서 온 몸이 산산 조각이 났다. 콸콸 쏟아져 들어 왔다, 분수처럼 뿜어 대는 소년의 정액이 자궁을 때리면서 소녀는 짐승 같은 소리를 내지르고, 소년의 으르렁거리는 포효를 들으며 정신을 잃어 갔다.
잠들었던 소녀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뉘엿뉘엿 해가 서산을 넘어가는 시간이었다. 깊은 산 중은 아침 해가 늦게 떠 오르고 저녘 해가 일찍 진다. 소년이 소녀를 내려다 보고 있다 가, 소녀가 눈을 뜨자 빙그레 웃었다.
순간 소녀는 자기가 덮고 있던 홋 이불로 얼른 자기 얼굴을 가렸다. 소녀의 가슴 속에 달콤한 수줍음이 깃 들었다. 행복이란 것이 이런 것인지도 몰랐다. 이처럼 푸근하게 잠들어 본지도 몇 년 만인지 몰랐다. 홑 이불을 살며시 내리고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데, 꿈꾸는 듯한 신비한 소년의 눈이 웃고 있었다.
"배고프지 않아?! 그만 일어나!" "내 옷..."
"누가 있다고...너무 아름답고 예쁜 몸매야! 그냥 나와"
"싫어! 자기는 입고 있으면서..."
"후후후... 나는 덜렁거리는 것이 매달려 있어서 보기 흉하단 말이야"
"호호호... 나를 죽어 넘어트린 녀석 아냐?! 어디 봐! 얼굴이나 한 번 보게..."
"안돼! 그 놈은 성질이 더러워서, 시도 때도 없이 화를 낸단 말이야"
"때려 주면 되잖아"
"소용 없어! 한 번 화를 내면, 봉이 죽어 넘어져야 그놈도 죽어 나자빠져"
"호호호... 양패구상(兩敗俱傷)이란 말이지...겉 옷만이라도 줘"
소녀가 입고 있던 백색 장삼을 건네 주자, 스스럼없이 일어나 장삼을 몸에 걸쳤다. 아주 개방적이고 활달한 성격이었다. 공주로서 구김살 없이 자라난 소녀는 소년과는 정반대였다.
부모는 황제(皇帝)며, 없는 것 없이 가졌고, 많은 종을 거느린 수많은 식구들 속에서 자라 났으며 글도 많이 배웠고, 다리 사이에는 오목할 요(凹)자를 매달고 있다. 반면 소년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며, 가진 것도 없고, 사부인 누님과 달랑 단 둘이 살아 왔고, 교육이란 겨우 글을 깨우치는 정도며 다리 사이에는 불룩 철(凸)자를 매달고 다닌다. 이렇게 하나도 어울리지 않는 두 남녀가 서로 어울린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만났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소녀는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로웠다. 야생이라는 것이 이렇게 자유롭고 넉넉한 것인지를 몰랐다. 눈을 뜨면 졸졸 흐르는 개울물에 몸을 씻고, 소년을 따라 산야를 뛰논다. 곳곳에 산짐승이 있고 산채가 있으며 산과(山果)가 있다.
집에서 사서 먹는 것과는 그 맛이 천양지차(天壤之差)였다. 우선 신선하고 상큼한 맛은, 도저히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사냥을 하고 요리를 하는 방법도 달랐다.
양념이라고는 오직 소금 한가지 뿐인데, 산초(山椒)를 섞은 고기 맛은 일품이었다. 때로는 솔 잎에 싸고 진흙을 발라 굽기도 하는데, 소년에게서 독초와 약초를 구분해 가며 버섯만 따는데도 하루 해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석양부와 여명부가 몸 속에 박히면서 새로 연마해야 할 봉황부법(鳳凰斧法)에다 서로의 절기를 나누어 가르쳐 가며 수련을 하랴 어떻게 하루 해가 넘어 가는지 모를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