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19화
야화 19화
"여자들이란 참으로 무섭구려...첩을 껴안고 잔다고 해서 남근이 닳는 것도 아니고, 첩에게 마음을 조금 빼앗겼다고 해서, 그만큼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황도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나눠 주겠다는 것이에요?"
"왜 또 도끼눈을 뜨고 이러시오...우리는 늙어 죽을 때까지 봉노파와 황노야로 살아갈 것 아니오"
"어물어물 넘어가려고 하지 말아요...나는 시앗 꼴은 못 본단 말이에요"
"봉 같은 여인을 두고 누가 첩 질을 한단 말이오... 어쩌다가 모르는 사람하고 그렇게 될 수는 있겠지만, 두 번 다시 만날 사람은 아닌데, 그것도 안 된단 말이오?"
"그 어쩌다가 가 어떤 경우냔 말이에요?"
"춘화도를 그리려면, 밤에 몰래 남들이 교합하는 것을 훔쳐 봐야 하는데... 봉은 먼 곳에 있고 방망이는 요동을 치면...어쩔 수 없이 아무나 찌를 수 밖에 더 있겠소?"
"그러니까... 나 없이 혼자서는 절대로 훔쳐보지 말란 말이에요...훔쳐 볼 때는 언제나 내가 곁에 있을 때 만이에요..."
"지금처럼 잠영공으로 그림자가 없을 때는 할 수 없이 맨 몸으로 훔쳐 봐야 하는데, 봉도 따라 나서겠다는 것이오?"
"아슬아슬하고 두근거리는 맛이 일품이라는 말도 못 들었어요?..."
"이러다가 우리 관음증(觀淫症) 환자가 되는 것 아니오?"
"그럼 어때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우리들 잠자리만 행복하면 됐지..."
"그나저나 그들의 음모를 알았는데 어떻게 처리를 했으면 좋겠소"
"뭘 어떻게 해요...황의 사부인 소안독심이 황금전장에 가서 은형철삭을 회수하라고 하신 것은,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동굴 안에서 천면신마의 비급을 찾아낸 것도, 끈질기게 천마를 추적한 결과이고, 천면신마를 찾고 보니, 덤으로 유가신공을 얻게 된 것 아니겠어요"
"그렇구려... 그러니까 유가신공과 환희천을 남긴 새외(塞外)의 고수가 있는 유택(幽宅)에, 천면신마가 독을 치료하려고 들어 갔는데, 사부가 끈질기게 추적한 끝에 그 동굴에서 비급을 찾아 냈다는 것이로구려"
"내가 나중에 들어가서, 두 구의 유체를 수습하였으니, 그 중 하나는 천면신마가 틀림 없겠지요...마교의 병기를 훔쳐 낸 것이니, 우리가 수습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며 이치가 아니겠어요?"
"우리가 직접 손을 써서 죽이는 것도 아니니 그건 그렇다 치고, 잠영공으로 구결을 훔쳐 듣는 것 까지는 좋은데..."
"능청스럽고 의뭉한 사람...내 입으로 꼭 말을 하게 하고 마는군요...총관이 장주를 해치울 때, 우리는 잠영공으로 각자의 그림자 속에 스며들어 있다 가, 장주가 확실하게 죽는 것을 확인한 뒤, 총관도 그 자리에서 확실하게 죽여 없애고, 황이 총관이 되면 되지 않겠어요?"
"그 그럼...나더러 장주의 부인을 품에 안으란 말이오?"
"의뭉스럽게 굴지 말아요... 하룻밤만 품에 안아 줘도 삑삑거리며 있는 것 없는 것 죄다 털어 놓을 것이란 것을 알면서 왜 능청을 떨어요?"
"낄 낄...구결을 듣고, 내가 은형철삭을 사용해 본 후, 구결을 감추거나 빼 먹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시간은 줘야만 할 것이오"
"호호... 닳는 것도 아니고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에요...한 달이면 충분할 것 아니에요?"
"그런 다음에는..."
"그런 다음에는, 내가 장주 부인으로 둔갑을 해서, 뻐꾹 뻐꾹 울어 대면 되는 것 아니겠어요?!"
"통째로 집어 삼킬 생각이로 구려"
"그만한 은신처가 어디에 또 있겠어요...한 2~3년 동안에 걸쳐서. 한 사람 한 사람 갈아치우면서 심복들을 심어 놓으면, 그 후로는 안심을 하고 무림에 나가도 되지 않겠어요?"
"그런 믿을 수 있는 심복들을 어디서 구한단 말이오?"
"걱정하지 말아요...사람 보는 눈은 있다고요...그리고 아랫것들을 거느리는 방법도 알고요... 황과 나 두 사람이 마음껏 휘두를 수 있도록 만들어 놓겠어요... 황이 욕심 없는 사람이란 것도 알아요... 또 조정에서는 손끝 하나 대지 못하게 할 것이에요"
"낄 낄...나야 봉이 하자는 대로 하면 그만이지만, 무섭소 무서워"
"인간이란 동물은, 여우 보다도 간교하고 늑대 보다도 끈질기며 살쾡이보다도 사나운 짐승이라고 한 것이 누군데 그래요"
"내가 그랬나... 사부인 누님이 그랬지... 나는 본래가 짐승같은 그런 인가이었지만, 봉은 교양있고 순한 양 같았는데, 지금은 나 보다도 더..."
"황의 씨를 받아 먹어서 그런 것이에요"
"봉의 다리 사이에 있는 수염이 달린 입으로 먹었다는 말이로구려"
"홋 홋 홋... 망칙해라... 밤마다 수염이 난, 아래 입에 뽀뽀를 한 사람이 누군데 그래요"
"낄 낄 낄...그러고 보니, 그 동안 봉노파의 입에 뽀뽀를 하고 있었구려 낄 낄 낄..."
"이제부터는 총관의 그림자 속에 황이 파고 들어가서, 총관의 모든 습성을 파악해 둬야 할 것이에요"
"그럼 봉이 장주의 그림자 속에 파고 들어가야만 하겠구려"
"장주가 죽을 때 까지는 그래야만 하지 않겠어요?"
"장주 적금산의 초상화를 서둘러 빨리 그려야만 하지 않겠소?..."
"그 돈이 그 돈인데 서두를 것 뭐 있겠어요...나중에 꿈자리만 사납지"
"허긴 그렇기도 하지만..."
"적당히 밑바탕 그림만 그려 두세요... 가장 큰 문제는 황금 전장을 접수한 후 계리에 밝은 사람이 있어야만 하는데... 적당한 사람이 있기는 한데..."
"그런 사람이 있으면 됐지 뭐가 문제요?... 우물쭈물하지 말고 말해 보구려"
"만통(萬事通)이라고 들어 보았나요"
"머리도 꼬리도 없는 무림 제일의 현자라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얼굴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봉은 알고 있는 것 같구려"
"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딸이 나와는 언니 동생하는 사이인데, 수리에 밝을 뿐만이 아니라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박학하답니다"
"하하 하하 하... 내 손을 탈까 봐서 그게 걱정인 모양인데, 봉 이외에는 절대로 다른 여자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을 몰라서 하는 소리요?"
"그래서 걱정이에요... 봉선화(鳳仙化)만큼은 황이 품에 안아 줬으면 좋겠는데..."
"그런 말 다시는 꺼내지도 마시오... 봉의 치마 밑에 깔려 헐떡이는 것도 힘이 드는데, 짐을 또 하나 더 지라는 말이오?"
"누가 짐을 지라고 했나요? 자기 몸 하나는 스스로 지킬 만큼은 된다고요"
"쯧... 봉! 봉은 아기를 수태할 수 없는 몸이지 않소...다른 여자가 아기를 낳게 되면 봉의 마음이 아플 것은 기정 사실이며, 뿌리도 모르는 나 같은 놈이 아기 아버지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말이오"
"쯧...금갑 안에 들어 있던 청 홍색 구슬은, 공력을 높이는 대신에 약효가 너무 강해서 남녀 모두가 아기를 가질 수 없다고 쓰여져 있었단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