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20화
야화 20화
"내가 왜 황이라면 깜빡 죽는지 알기나 해요?"
"그야 도깨비 방망이가 봉을 죽여주니가 깜빡 죽는 것 아니겠소?"
"그래요...부끄러운 말이지만, 사내들만 곁눈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들도 잘생기고 멋진 사내를 보면, 품에 안겨 보고 싶다는 욕망이 왜 없겠어요...그러나 남들이 하는 정사를 몰래 훔쳐 보다 보니, 그들이 나누는 정사는 시시해서 볼 수가 없단 말이에요...길어야 한식경(一食境), 보통은 일다경(一茶境)이면 모두가 나가 떨어지는데, 황은 짧아야 두 시진 길 때는 새벽 먼동이 터와도 끝나지 않으니, 나 죽는다고 소리칠 수 밖에 요..."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
"시시해서 다른 사내들 품에는 안기고 싶다는 생각이 없다는 말이에요... 그 말은 황의 품에 한 번 안겨 본 여자는 절대로 황을 잊지 못할 것이며, 따라서 절대로 배반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나더러 지금 만사통의 딸인가 봉선화인가 하는 여인을 품에 안으란 말이오?" "그래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구려...도깨비 방망이 맛을 보고 하룻밤에 천당을 몇 번씩 오락가락 한 여인을 팽개쳐 두고 우리 둘이만 나돌아 다닌다면, 봉선화는 그 심정이 어떻겠소"
"황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군 요... 나에게 하는 것처럼 환희천을 열지 말고 교접을 하라는 것이에요...둘째로는 여자의 몸은 길들이기 나름이에요... 나처럼 매일 밤 안기다 보면, 하루라도 빠지면 섭섭하지만, 처음부터 닷새에 한 번이나 열흘에 한 번 정도로 길을 들이면, 여자의 몸은 그렇게 길들여 지는 것이라고요"
"봉은 매일 밤 뻐꾹 뻐꾹 울어 대면서, 봉선화는 닷새나 열흘에 한 번 울리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왜 말이 안돼요! 황금전장은 선화에게 맡겨 두고, 우리는 밖으로 나돌면서 뻐꾸기가 되는데 무슨 걱정이에요"
"닷새에 한 번이나 열흘에 한 번은 꼬박꼬박 안아 줘야만 하는데, 번거롭고 귀찮은 일 같지 않소?"
"그래서 우리는 태산 근처에 자리를 잡고 봉이 살던 옛집에서 뻐꾹새가 되겠다는 것 아닌가요"
"낄 낄 낄...나더러 닷새나 열흘에 한 번 남경을 왕복 하라는 말이로구려"
"어려울 것이 뭐 있겠어요...축지법을 써서 달리면 한시진이면 갈 수가 있는데..."
"밤낮으로 뻐꾸기만 될 수는 없는 것이고, 우리도 심심풀이로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어야만 하지 않겠소?"
"그거야 1~2년 후의 일인데 두고두고 생각을 하면 될 것이고..."
"그것 봐요... 그 1~2년 동안 어디서 뻐꾹 거릴 생각이오?... 봉선화는 당장 데려 와야만 할 것 아니오"
"황금전장을 맡길 만한 사람은 봉선화 밖에는 없단 말이에요...황이 한 번 생각을 해 봐요"
"많지도 않은 두 여인을 가지고, 편애를 한다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를 않소... 한 사람은 왼편에 또 한 사람은 오른편에 눕게 하고 공평하게 사랑을 한다면 모를까..."
"황은 방망이가 두 개쯤 된다는 것이에요? 누구 먼저 든, 먼저와 나중이 있을 것 아니에요"
"먼저라면 어떻고 나중이면 어떻다고, 그것을 따지는 봉인데, 한 여인을 나더러 더 거느리라니 말이나 되는 소리요...없었던 이야기로 해 둡시다"
"이렇게 다툴 시간이 없다고요... 봉선화 생사현관을 뚫어 준 다음에는, 전이신공(傳移神功)으로 1갑자 정도의 공력을 더 실어 주고, 천면신공과 잠영신공을 한 달 안에 수득 하게 해야만 한단 말이에요"
"아니, 역천(逆天)의 절기를 전수하겠다는 말이오?"
"우리 두 사람이 밖으로 나돌 때 황금전장은 누가 지키고 앉아 있지요?...선화가 장주 부인으로 둔갑을 하고 앉아 있어야 매끄럽게 돌아 갈 것 아니겠어요"
"차라리 황금전장을 포기합시다"
"황! 정말 이러기에요?... 황금전장이 상권의 6할 이상을 점유하고 있단 말이에요... 입에 들어 온 떡을 뱉어 내라는 말이에요?"
"천면신공은 하늘을 거스르는 역천의 무공인데, 다른 사람에게 전수한다는 것이 좀..."
"봉 선화만큼은 내가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왜 몰라 주지요?... 그리고 선화의 몸에 어차피 천리미향은 심어 놔야 할 것 아닌가요?"
"언제 알아도 알게 될 것인데, 불 공평하게..."
"그럼 공평하게, 황이 하고싶은 대로 하란 말이에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달 덩이같은 봉 하나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말이오"
"그럼 솔직하게 말 할께 요... 황을 나 혼자 감당하기는 너무 벅차단 말이에요... 그러니 하룻밤씩 교대로 안아 주면 안되겠어요?"
"그럼 내가 이틀에 한 번씩만 봉을 안으면 되겠구려"
"왜 또 이래요?...그 변덕쟁이 방망이가 얌전히 하루를 참고 넘길 수 있을 것 같아서 하는 소리에 요?"
"낄 낄... 그것만은 나도 장담을 할 수 없구려... 만약 선화가 싫다고 하면 어쩌려고..."
"그런 걱정은 집어 치우고, 오늘 밤 매풍장원으로 와서 선화의 생사현관이나 뚫어 주도록 해요"
"봉 그대는..."
"나는 천면신공과 잠영신공을 전수해야 하니 며칠 동안은 매풍장원에 있어야 할 것이에요"
"그럼 나는..."
"밤에 매풍장원으로 오면 될 것 아닌가요?... 공평하게 양 옆에 하나씩 뉘고 이쪽을 찔렀다 저 쪽을 찔렀다..."
"낄 낄 낄... 주판이 있어야 하겠구려"
"주판은 뭘 하게요?"
"이 쪽을 몇 번 찌르고, 저쪽은 몇 번 찔렀나 주판을 놔 가면서 찔러야 공평할 것 아니겠소"
"쯧... 그렇게만 해 봐요... 이따가 밤에 만나요"
"봉선화를 설득하려고 가는 길이오?"
"설득이 아니라, 봉을 만나게 된 전설부터 시작을 해서, 지금까지 지나온 모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놔야 하지 않겠어요... 권모술수 따위는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러기도 싫어요"
"옳은 생각이고 옳은 판단이오... 나는 가식을 모르는 동물이며, 가식을 제일 싫어 한다는 말도 전해 주구려"
"호호 호호... 늑대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아랫도리 냄새부터 맡겠군요"
"아닌게아니라 나는 태산 옛집으로 돌아가고 싶소...이런저런 복잡한 생각도 할 것 없고, 봉과 단 둘이서 산야를 헤집고 다니고 싶소"
"봉선화가 맡아 주기만 한다면, 2년 안에 갈 수 있을 것이에요"
"가면 뭘 하겠소... 봉선화를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니, 한 달에 한 두 번은 나와 봐야 할 것 아니오"
"계속 산 중에 틀어박혀 있는 것 보다는, 한 달에 한 두 번쯤은 바깥 공기를 쐬는 것도 좋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