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25화
야화 25화
"마님, 마님 그만 놓아 주십시오... 날이 밝기 전에 빠져 나가야지, 남의 눈에 띄는 날에는..."
"무슨 상관인가? 눈에 좀 띄면 어떤가..."
"그래도 마님 체면이 있고... 낮에라도 다시 이 밀실을 이용할 기회를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낮에라도 다시...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나가세... 한숨 푹 자고 다시 기운을 차려야만 하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 바르르 떠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
"저라고 알 수 있겠습니까? 해구신에 섞은 약을 먹은 후 처음으로 마님과 접해 보았는데 소인도 영문을 잘 모르겠습니다 요"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도 좋으니, 그 환쟁이를 만나서 왜 남근이 떠는지를 알아 보고, 그것을 조절 할 수 없는지 그 방법을 알아내게"
"뭐가 잘못 된 것입니까?"
"이러다가는 제명에 살지 못할 것 같네... 너무 강렬해서 자칫 했다가는 미치거나 죽어 넘어갈 것만 같다는 말이네"
"그래서 그 환쟁이가, 모든 여자들이 죽어 넘어갈 것이라고 했군요"
'어젯밤에 죽지 않은 것만 다행이네... 만약에 총관이 다른 여자를 건드렸다 하면 그 때는 내가..."
"마님이 계신데, 어떻게 곁눈질을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금 백 냥이 아깝지 않은 물건이네... 어디 한 번 더 만져 보세"
"이러다가는 날이 밝는단 말입니다. 마님이 부르시면 언제라도 여기에 와서 만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밤이 길다고 했는데 아쉽네 그 랴... 여기 더 있지 말고 그만 나가세"
시도 때도 없이 불러 댔다. 한 번 밀실에 불려 들어가면 네댓 번은 죽고 나서야 풀려 났다. 30대 중반이니 한창 탐욕스럽기는 할 때이지만, 밝혀도 너무 밝혔다. 나는 섭안공으로 은형철삭의 사용법을 모두 알아낸 후였다. 마님이 은형철삭의 사용법을 찔끔찔끔 알려 줬기 때문이다.
은형철삭은, 거미줄처럼 가는 철사(鐵絲)가 10장(33m) 정도 풀려 나가는데, 어떤 무기로도 그 가느다란 철사를 자를 수 없다고 하였다.
초식은 포결(捕訣)과 자결(刺結) 그리고 참결(斬訣)의 세 초식이 있었다. 포결은 말 그대로 포획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이며, 도망치는 사람이나 짐승을 잡는 이외에, 높은 곳을 오를 때나 아래도 내려 가야 할 때 몸을 지탱해 준다. 절벽에서 실수로 미끄러져서 떨어진다고 하여도, 바위에 철삭을 쏘아서 떨어지는 몸을 지탱 할 수 있는 것이다.
자결은, 글자 그대로 찌를 때 사용하는 것이다. 사장 어려운 것은 거리를 가늠하는 일이었다. 철삭이 너무 길게 풀려 나가면 목표물을 관통을 하게 되고, 너무 짧게 풀리면 목표를 찌를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심안이 열린 나에게는 거리를 측정하는 일 따위는 그리 어렵지가 않았다.
마지막 참결은 목표물을 베는 것이다. 10장 안에 있는 적은, 50명이고 백 명이고 횡으로 베어 가는 철삭에 의해서 목이 잘려 나가는 것이다. 은형철삭이 무서운 이유는 거미줄보다 가늘어 눈에 보이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봉은 동굴 안에서 얻은 한뼘 정도 되는 우산으로, 번개와 벼락을 부릴 수있는 증장조화(增丈造化)라는 절기를 따로 가지고 있고, 나는 은형철삭이라는 또 다른 절기를 몸에 지니게 된 것이다. 아직 5성 정도 밖에는 익히지 못하였지만 10성을 익히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질질 끌 것 없었다. 나는 환쟁이를 만나 봐야 한다는 핑계를 대고 전장을 빠져 나와 매풍장원으로 갔다. 부인이 독곡 무리들을 수하로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안 이상, 나의 행동은 은밀하고 조심스러웠다.
"어머나 어떻게 빠져 나왔지요?"
"질질 끌 것 없을 것 같아서, 봉하고 의논을 하려고 나왔소... 화는 어느 정도 진척을 보고 있소"
"호호 호호... 천면신공은 완벽한데 섭안공(攝眼功)과 잠영공(潛影功)은 6성 기영공(起影功)은 아직 3성 밖에 익히지 못했어요"
"욕심도 많소... 그러면 됐지... 다른 사람이라면 5년을 수련해도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 할 것이오"
"황이 생사현관을 뚫어 주고, 봉 언니와 황이 1갑자 이상의 공력을 심어 줘서 이룬 것이지, 내 힘으로만 된 것은 아니잖아요"
"낄 낄... 뚫려야 할 곳이 또 있는 모양이구려"
"나만 있나... 봉 언니도 뚫려야 할 곳이 있단 말이에요"
"낄 낄 낄... 막히면 안 되지... 뚫어야 할 곳은 뚫어야만 하는 것 아니겠소"
대 낮에, 나 죽네 나 죽어 하는 소리가 매풍장원 안에 메아리 쳤지만, 워낙 장원 안이 넓어, 듣는 사람이 없었다. 요즘은 시녀 두 사람 모두 물리치고 봉과 화 두 사람만 살고 있었으니 거리낄 것이 없었다.
"천면신마가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구려... 독곡의 만독노조가 천만신마였다면 믿을 수 있겠소?"
"오오~ 그래서..."
"사부 소안독심의 심독공을 견뎌 낼 수 있었던 것은 독의 대가였기 때문이오"
"이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어요... 심독을 해독하기 위해서 우연히 그 동굴 안에 들어 갔다 가, 유가신공을 남긴 새외의 고수와 부딪치게 되었고, 결국은 양패구상을 한 것이에요"
"사부 소안독심은 천면신마를 추적하여 그 동굴 안에 들어 갔다 가, 비급을 얻은 것이고... 그런데 말이오 장주 부인의 침상 밑에 사방이 석벽으로 둘러 싸인 밀실이 있단 말이오"
"호호 호호...그 밀실 안에서 정사를 펼쳤겠군요"
"심상치 않은 것은 그 밀실의 구조요... 또 다른 밀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오"
"호호 호호... 섭안공으로 알아 보면 될 것 아닌가요"
"그래서 오늘은 봉과 같이 가서 낱낱이 밝혀 내고, 장주 부인은 요절을 낼 생각이오"
"황! 내 생각을 말해 볼까요?"
"화! 말해 보구려"
"천면신마가 부호를 죽이고 그 부호의 얼굴로 바꾸고 둔갑을 하여, 그집 재화를 몽땅 집어 삼켰을 것이에요... 2~30년에 걸쳐서 그렇게 모은 재화를 어디에 숨겼겠어요... 훔친 재화로 황금전장을 운영했다는 것은 이미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 나머지 재화와 황금전장에서 벌어들인 금화 일부를 거기에 감춰 두었을 것이에요"
"그럴지도 모르겠구려"
"황금전장의 규모로 보아서는 남경 뿐만이 아니고, 한 두 군데 그런 장소가 더 있을 것이에요"
"일일이 황금을 운반하지 않고 밀실에 감춰 두었을 것이라는 말이로구려"
"도둑 맞을 염려도 없는 것 아니겠어요? 총관이라는 귀산신묘도 모르고 있었다면, 황금전장은 장주의 심복과 장주 부인의 심복인 독곡의 무리 두 패로 갈라져 있을 것이에요"
"총관 별호가 귀산신묘라고 하더니, 화는 신산신묘기 아니오?"
"호호... 내 말을 반신반의하는 것 같은데 두고 보세요... 내 말이 맞을 것이니..."
"화는 당분간 혼자 있어야 하겠구려... 하지만 봉이 마님으로 둔갑을 하게 되면, 내가 좀 더 자유스러워 질 것이니.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씩 들리리다"
"이집 저 집에서, 나 죽는다는 소리가 나겠군요... 호호...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