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27화
야화 27화
"화를 혼자 두기가 불안한데, 봉의 피와 내 피를 섞어서 마시도록 하면, 더 이상 늙지도 않을 뿐더러 공력이 증진 될 것이니 그리 하면 어떻겠소?"
"눈물 나게 고마우신 말씀인데, 봉 언니의 피를 마신지 오래 되었답니다... 황이나 봉 언니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제는 충분히 내 몸 하나는 지킬 수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되요... 기영공(起影功)도 제 수준에 도달 했으니, 기영공 하나만으로도 내 몸을 지키기에는 충분하지 않겠어요?!"
"그렇다면 다행이구려... 그럼 오늘 밤 중으로 빠져나가도록 하겠소"
"그렇게 하셔요"
복우산(伏牛山)은 하남성 서남부에 위치하고, 동서로 8백여리에 뻗쳐 있다. 진령산맥(秦嶺山脈)의 동단(東端)에 속하며, 웅이산(熊耳山)에 접하고 남쪽은 남양분지에 접하고 있다. 동남은 멀리 동백산에 이어져 있으며, 장강 회하 황하등 3대 수계의 지류적 발원지로서 물이 풍부하고 희귀한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관속식물이 많다.
축축하고 더운 땅에 생기는 장독(瘴毒)만으로도 숨을 쉴 수 없고, 독을 모르는 일반인이라면 여기에서 쓰러져 죽었을 것이다. 이런 험지를 굽이굽이 돌아 계곡을 파고 치달아 오르니 확 트인 넓은 분지가 나오고 호통소리가 들려 왔다.
"멈춰서 랏! 누구기에 통고도 없이 여기를 찾아 왔느냐?"
"홋 홋 홋... 사형 귀수독조 홍택순에게 사매 설국(薛菊)이 찾아 왔다고 이르거라"
곡주를 사형이라고 부르는 사매가 찾아 왔다는 바람에, 발바닥에 불이 붙은 양 뛰어 들어 가더니, 얼마있지 않아서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문사풍의 장년이 허겁지겁 달려 나왔다.
"사매! 오랜 만이오... 이게 몇 년만에 보는 것입니까?"
"홋 홋 홋... 10년도 넘었군요... 사형은 조금 늙으셨네요"
"사매도 이제는 관록이 붙었구려... 여기서 이럴 것이 아니라 어서 안으로 들어 갑시다"
곡주의 부인과 딸이라는 17~8세 정도의 소녀가 나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섭안공으로 적금산의 부인을 밤중까지 심문을 한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벌서 탄로가 났을 것이다.
"아옥(雅玉)이 이렇게 예쁘게 컸다는 말이니? 이 사고(師姑)를 기억 하겠니?"
"그럼요... 7살 때, 사고가 준 이 노리개를 아직도 차고 있는데 기억을 못할까 봐요?"
"열 일곱..." "호호 호호... 여덟이에요... 그런데 어쩐 일로 여기를 다 오셨어요?"
"노조(老祖)의 생사를 몰랐는데, 같이 온 사제가 2년 전에 소식을 가지고 왔기에, 소식도 전할 겸 겸사겸사 들렸단다"
"사부님 소식을 알았단 말입니까?"
"18 년 전에, 부상을 입고 쫓기다가 사제의 부친에게 구함을 받으신 모양이에요... 기력을 회복하신 노조가 사제를 제자로 삼으시고 독공을 가르치는 한편 상처를 치료 하셨는데, 수련을 마친 사제에게 소식을 전할 겸 나에게 신공비급을 보내 오셨기에, 지난 2년 동안 신공을 수련하고 이제야 소식을 전하려고 온 것이에요"
"그럼 소식만 전하려고 온 것이 아니로군요"
"그 동안 중지(重地)에 아무도 들어 갈 수 없었는데, 사제에게 중지에 들어가는 길을 가르쳐 주신 모양이에요... 그래서 사제와 함께 중지에 들어가 보려고요"
"중지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했는데 잘 되었군요... 그런데 사제라는 저 아이는..."
"이런 내 정신 좀 봤나... 우리 이야기에만 팔려서 소개를 하는 것도 잊고 있었다니..."
"천 풍림(天楓林)이라고 합니다 올해 스물입니다" "천 풍림?..."
"예 사형! 천 사제라고 불러 주십시오... 제가 사는 산속이 모두 단풍 나무라 풍림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천 사제는 사부님의 절기를 어느 정도까지..."
"홋 홋 홋... 사형! 청출어람이라고, 노조도 사제를 당하지 못할 뿐만이 아니라 사형이나 내가 합공을 해도 사제를 당하지 못한다면 믿으시겠어요?"
"뭐요?.... 저 나이에 입신지경에 도달했단 말이오?"
"홋 홋 홋... 입신지경이 아니라 신화경에 접어들었답니다... 아옥이가 이렇게 예쁘게 컷을 줄 알았다면,사제에게 아옥이 생사현관을 뚫어 주라고 하였을 텐데 아쉽군요 아쉬워..."
"껄 껄 껄... 사매 어려울 것 뭐 있소... 아옥이를 사제와 짝지어 주면 될 것 아니겠소"
"쯧... 사형은 아쉽다는 내 말도 못 들었어요?... 사제에게는 짝이 둘이나 있으니 아쉬워하는 것 아닌가요"
"짝이 벌써 둘이나 있단 말이오?... 껄 껄 껄... 잘 되었소. 둘이 있으나 셋이 있으나 마찬가지 아니겠소? 젊은 영웅에게는 여인들이 따르는 법이오 껄 껄 껄..."
"사 사 사형! 안 될 말씀입니다... 소제는 영웅도 아니고..."
"껄 껄 껄... 자기가 자기를 영웅이라고 뽐내는 놈 치고, 영웅은 한 놈도 없다네... 나도 사람 보는 눈은 있네... 아니? 내 딸 어디가 자네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 있는가?"
"그 그게 아니라..."
"껄 껄 껄... 자네 마누라들 강짜가 무서워 그러는가?"
"사형! 그 문제는 사제하고 내가 중지에 들어갔다가 나온 다음에 다시 의논하기로 해요... 중지 안에서 내가 따로 사제를 설득해 볼께 요"
"껄 껄 껄... 사고(師姑)가 당연히 그래야지요... 중지에는 언제 들어 갈 생각이오"
"지금 당장이요"
"아니, 들어 갔다 가 금방 나올 것도 아닌데... 며칠 동안 먹고 마셔야 할 건량이나..."
"홋 홋 홋... 사제가 신화경에 들어섰다는 말도 못 들었어요?... 며칠 동안 먹고 마시지 않는다고..."
"그 그 그렇다면, 사 사매도 신화경에..."
"홋 홋 홋... 그러니, 감히 중지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지요... 지난 2년 동안 많은 발전을 보았답니다"
"사매와 사제 두 사람이 신화경에 들어 섰다니, 이제 독곡이 무림에서 활개 칠 날도 머지 않았구려"
"지금은 누구에게 꿀려서 그래요? 아옥이는 은유문의 절기를 어느 정도까지 습득 하였니?"
"껄 껄 껄... 아옥이야 말로 청출어람이라고, 자기 어미를 능가한지 오래 되었다오... 아옥이가 양보를 하지 않는 다면 아마 이 아비도 당하지 못할 것이오... 그런데 생사현관까지 뚫려 보시오..."
"홋 홋 홋...생사현관 이야기는 취소다... 아옥이가 이 사고를 능가하게 되면..."
"사고! 아무려면 내가 신화경에 있는 사고를 능가 할 수 있겠어요? 사고에게 자신이 없었다면 내 생사현관 이야기를 꺼내기나 했겠어요?"
"그것은 또 무슨 말이냐?"
"자기 친 자식도 자기 보다 강해지면 경계를 하는 것이 무림인데, 한 다리 건너 두 다리 보다도 더 먼 나를 고수로 키워 내려고 하셨겠어요?"
"홋 홋 홋... 영악한 계집애!... 제법 판단력이 빠르기는 하구나"
"사고를 잡아 먹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에요... 그럴 힘도 없지만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