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친구들 3편
나쁜 친구들 3편
미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눈으로 사촌동생을 바라봤다./
"네가 봤어?"/
"아니. 난 못 봤지만 체육선생한테 걸렸어. 원래 알아주는 애들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학교에서 퇴학시키려다가 말았지."/
"그럼 학교는 계속 다니는 거야?"/
"응. 돈으로 어떻게 했겠지. 퇴학은 안 당하고 그냥 다른 학교로 전학 갔어."/
"햐- 정말 대단하구나. 그런데 넌 그 애하고 몇 번이나 해 본거니?"/
"난,그렇게 많이 하진 않구. 열 몇번쯤 될거야."/
"기분이 어때?"/
"솔직히 말해서 잘은 모르겠어. 뭐 그리 대단히 재미난 것도 아니고 그저 그래. 짜식이 좋아하니까 해주는 건데 그렇다고 싫진 않드라. 아주 근사한 남자랑 하면 재미있을지도 몰라."/
"아깐 기분이 어땠어?"/
"일주일만에 기회를 줬더니 너무 무식하게 달려 들어서 조금 아팠지만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
미나와 현경은 송이의 말에 빠져 들었다가 현경이가 조금은 쑥스러웠는지 피곤하다면서 자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미나와 현경이가 서울에 온지도 열흘이 다 되어간다./
이제 오늘은 정식으로 학교에서 수업을 받으러 다니게 된다./
미나와 현경이는 처음 등교하는 날이니만큼 일찍 학교에 가기로 하고 학교에 가기위해 지하철에 오른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으나 지하철은 오지 않았다. 한 십분쯤 지났을까 중간에 오던 지하철이 고장나서 멈춰서는 바람에 소통이 다소 늦어질 것이라는 직원의 멘트가 나오더니 다시 십분이나 흐른 시각에 지하철이 온다는 신호음이 울렸다./
평소,같은 시각엔 항상 지하철이 한가했지만 지하철이 고장 나는 바람에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서 줄이 길게 늘어섰다./
지하철이 오자마자 사람들은 길게 늘어서 있던 대열이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서로 먼저 타겠다고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
겨우 올라탄 지하철에선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비명소리도 들려오고 한참 어수선해져 버렸다./
사람이 너무 많아 이리 밀리고 저리 밀려서 겨우 복도 중간쯤에 자리를 고정할수 있었다./ 손잡이도 잡지 못하고 현경이와 나란이 서있던 미나는 가슴이 사람들에 의해 눌려지자 두손으로 가슴쪽으로 손을 올려 사마귀처럼 웅크려서 방어를 했다./
지하철의 문이 닫히고 한정거장을 지나칠무렵 미나의 엉덩이에 이상한 감촉이 전해왔다./ 처음엔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손은 떨어질 줄 몰랐고 약간씩 움직임이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닐때는 학교가 가까워서 걸어서 등교를 했으므로 등교때는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본적이 없었고 간혹 버스나 지하철을 타더라도 그리 혼잡하지 않아서 아무런 일이 없었었다./
그런데 막상 치한의 손이 다가오자 어떻게 처신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처음엔 손을 피해 움직여서 다른 곳으로 가려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좀처럼 제자리를 벗어나질 못했다./
치한의 손은 점점 활발해지더니 용기를 얻었는지 미나의 엉덩이 아래쪽으로 계속 파고 들어 왔다./ 화가 난 미나는 고개를 돌려 그사람을 째려 봤는데 교복을 입은 짧은 머리를 한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였다./
그 중학생은 미나가 째려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른채 시선은 다른 곳에 두고서 미나의 엉덩이를 열심히 더듬고 있다가 미나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금새 손을 뗐다./
미나는 옆에 서있던 현경에게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짓과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두 정거장이 지날때까지도 좀처럼 사람은 줄지 않았다./
그 중학생도 미나의 옆에 서 있기는 했지만 미나의 엉덩이를 더이상 더듬지는 않았다./
그 중학생의 손은 다시 현경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경은 미나와는 달랐다./
화가 난 얼굴로 그 중학생의 얼굴을 노려 보더니 커다란 소리를 내 질렀다./
"이봐요! 그 손좀 치워 주시겠어요!"
미나도 깜짝 놀라 중학생에게 시선을 줬고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어린 학생은 얼굴을 들지 못하고 가득 들어찬 사람들을 힘겹게 밀쳐내고 출입구 쪽으로 나가더니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는 듯 했다./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처음으로 황당한 일까지 당한 미나와 현경이는 목적지에 내려서 화장실로 달려가 흩어진 옷 매무새와 머리를 가다듬고 학교로 향했다./
다행히 학교에 도착했을때는 집에서 일찍 나와서 강의실에는 서너명만 모습을 비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들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한참이 지나서 강의가 시작되었다. 수업을 담당하게 된 교수는 여성이었는데 텔레비변에서 몇 번 본적이 있었던 마일광이라는 유명한 교수였다.//
수업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 왔을때 집에는 송미만 정원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문으로 들어서자 마자 송미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했다./
"미나야. 안녕. 현경이도 오랫 만이야."/
"응. 반가워. 그동안 몰라보게 예뻐 졌구나."/
현경이가 말했다./
"야-- 사년전에 키 조그맣고 안경쓰고 비쩍 마른 애가 이렇게 변하다니.
너무 예뻐져서 얼굴도 몰라 보겠어."/
"돈 좀 들였지 뭐."/
"돈?"/
"여기 저기 뜯어 고치고 눈도 수술하고. 요즘 세상에 성형 안하는 애들이 어딨어. 다들 시대에 맞춰 사는거지."/
"근데 오늘도 어른들은 안 오시는 건가?"/
"멀리 갔는데 금방 오겠어. 한 일주일쯤 있다 오겠지."/
"가정부는?"/
"가정부도 한 일주일쯤 후에 오려나봐."/
"쌀쌀한 날씨에 방에 안 있고 왜 나와 있어?"/
"그냥. 손님이 오기로 했거든."/
"어떤 손님?"/
송미는 새끼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이거."/
"애인이 오기로 한 모양이구나."/
"응. 너희들은 먼저 들어가 있어. 금방 오기로 했으니까. 오면 소개시켜 줄께."/
현경이와 미나는 곧 안으로 들어갔다./
미나가 옷을 갈아 입고 텔레비젼을 보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 송미가 남자 한명을 데리고 들어 왔다.//
밝은 웃음을 띈 송미가 그 남자를 데리고 와서 미나가 있는 소파에 앉히더니 말을 꺼냈다./
"송미야. 인사해. 내 애인이야. 얘는 송미라고 동갑인 내 사촌이고 이 근사한 남정네는 심은철이라고 해."/
미나는 엉거주춤 반쯤 일어서서 인사를 했고 그 사내도 약간 일어서서 인사를 하고 앉았다./
"안녕하세요. 전 성미나라고 해요. 서울에 있는 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왔어요."/
예. 안녕하세요. 저는 심은철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도식적인 인삿말이 오가고 미나는 처음 보는 남자가 있어서 아무 말도 못하고 텔리비젼 화면만 주시하고 있었다./
"현경이는 어디 간거야? 애인 소개시켜 준다고 했는데 금새 어딜 간 거야."/
"응. 아직 샤워 중인가 봐. 곧 내려 온다고 했는데."/
그때 현경이가 윗층에서 간편한 옷차림으로 물기에 적신 풋풋하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내려와 미나의 옆에 앉는다./
"현경아. 내가 소개시켜 준다고 했던 내 애인이야. 인사해."/
둘의 인사가 오갔고 송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얼랠래. 너희 둘 은철씨한테 뿅 갔구나. 넘볼걸 넘봐라. 다른건 줄수 있어도 은철씨는 안돼."//
조금은 어색한 시간이 한시간쯤 흐른후 미나와 현경이는 송미하고 애인이라는 처음보는 남자와 헤어져 미나의 방으로 올라와서 침대에 누웠다./
"현경아. 이제 뭐하지. 너무 시간이 남아 도니까 그것도 문제네."/
"난 책이나 좀 보려구."//
미나와 현경은 같은 이층에 있는 서고에서 책을 얼마든지 읽어도 좋다는 말을 미나의 삼촌에게서 들었다./
"미나야. 우리 같이 서고에 있는 책들 구경가지 않을래?"/
"좋아. 가보자."//
미나와 현경이가 넓은 서고에 들어 섰을때 수많은 책들에 놀랐다./
"이야- 마치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구나."/
"그러게 말야. 이 많은 책을 다 읽으려면 평생 읽어도 못 읽겠다."/
현경은 안쪽으로 들어가 책을 이것저것 훑어 보다가 커피색 겉장을 가진한권의 책을 골랐다./
"그게 무슨 책이야?"/
"오래된 소설책."/
"소설 읽으려구."/
"응. 그동안 책도 많이 읽지 못했으니까. 넌 뭘 골랐어."/
"아니. 난 그냥 별로 책 읽고 싶은 생각 없어."/
둘은 곧 서고를 빠져 나왔다./
서고를 나와 미나의 방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지?"/
"글쎄 멀리서 들리는 비명소리 같은데."/
"가보자."/
"어딜. 무서워."/
미나는 무서우니까 소리나는 쪽으로 가지 말자고 했지만 현경은 아뭇소리 없이 소리나는 쪽으로 향했다./
자꾸만 소리는 커졌는데 소리나는 곳이 윗층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현경이는 꼿꼿하고 당당하게 소리나는 쪽으로 향했지만 미나는 현경의 뒤에 붙어 웅크린 자세로 살금살금 따라 나섰다./
"아아아-- 아아아--"
소리는 점점 커졌다./
소리의 종착지에 다가온 두사람은 그 소리가 송미의 방에서 들려 온 것임을 알았다.//
"아아아-- 아악--"/
미나와 현경이는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경험은 없었지만 대충 짐작할수 있었다./
"미나야. 내려가자."/
보일러 장치가 잘 된 집이어서 밖은 쌀쌀 했지만 안은 제법 더웠다./
송미와 은철은 아무도 없는 집이어서 아마도 방문을 열어 놓고 대담하게 밀애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집은 미나가 오래전 어릴적에 놀러와서 윗층에서 사촌들과 쿵쾅거리고 놀았어도 아랫층에 소리가 전달되지 않을 정도로 방음도 잘 된 집이어서 문을 열어 놓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현경이는 송미의 방안을 한번 흘낏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나에게 나지막히 내려갈 것을 말했다./
미나는 손을 내저으며 현경에게 먼저 내려가라고 말했다./
"현경아. 너 먼저 내려가 있어."/
"같이 내려가자. 들키면 곤란하쟎아."/
"안 들키면 되지."/
"그럼 난 먼저 내려간다."/
"그래."/
현경이는 미나를 남겨두고 그 자리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