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친구들 6편
나쁜 친구들 6편
"아아아-악. 으으으으.."
영철은 자신의 음낭부위를 두손으로 감싸쥔채 파랗게 질린 얼굴을 땅에 쳐박고 쓰러지고 말았다.
현경은 영철이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사이 서고를 빠져 나와 방으로 들어간다음 안쪽에서 문을 잠갔다.
한참이 지나서야 잔뜩 굳어진 얼굴로 변한 영철이 일어섰다.
"빌어 먹을년. 으으으..."
영철이 현경의 속옷을 끌어 내리고 겁탈을 하려는 순간 현경이 반항을 멈추자 긴장이 풀린 영철이가 속옷을 완전히 끌어 내리고 덥치려는 순간 현경은 영철의 음낭을 세차게 걷어 차 버리고 도망을 친 것이었다.
약 삼십분이 지나 영철이 제 정신을 차리고 현경의 방으로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현경아. 문 좀 열어 줄래."
방안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현경아. 방안에 있는거지."
대꾸가 없자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너무 미안하구나. 내가 잠시 정신이 어떻게 됐었던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은 없을거야. 진심으로 사과한다."
영철은 그 말을 남기고 윗층으로 올라가 대충 화구를 챙긴 후 집을 빠져 나간다.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올 무렵,송이와 송미,그리고 미나가 밝은 얼굴로 현경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 온다.
"현경아. 우리 왔어."
현경은 아무말 없이 잠시 앉아 있다가 몸을 씻는다면서 샤워실로 들어가 버렸다.
"어. 무슨 일이지. 기분이 안 좋은가 보네."
송이가 말했다.
"아까 언니를 남겨 두고 나혼자 나가버려서 그런건가?"
송미는 동생의 말에 조금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혹시 오빠 왔던거 아냐?"
"아까 오빠랑 같이 있었지."
"야! 이 밥통아. 오빠랑 단둘이 있게 하면 어떡해."
사촌자매들의 말을 듣고 있던 미나가 의아해 져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니? 영철오빠랑 현경이가 단둘이 있으면 안된다니."
"그런게 있어."
"무슨 소리야? 사실대로 말해 봐."
"그게 말이야. 사실은...."
"무슨 소린데?"
"어차피 너도 알게 될테니까 말해 줄게. 송이 넌 내려가 있어."
"아냐. 나도 다 아는 사실인걸."
"우리 오빠가 말야. 사실은 두번이나 여자를 잘 못 건드려서 그쪽 가족들하고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어."
"뭐!!"
미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우리 엄마가 돈으로 적당히 타협을 해서 더이상 문제는 안 됐지만... 요새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아무래도 현경의 표정이나 행동으로 봐서 우리 오빠랑 무슨 일인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일곱시쯤 되어서 세명의 여자들이 식탁에 모였다.
식탁에 모여진 근사한 음식들은 식당에 배달을 시킨 음식들이었다.
"현경 언니는 안 와?"
"글쎄. 곧 온다고 했는데 안 오네."
미나는 일어서서 아무것도 먹기 싫다며 누워 있는 현경을 끌다시피 해서 아랫층으로 데려와 식탁에 앉혔다.
현경은 아무 말도 없었다.
조금의 침묵이 흐른후 송미가 현경의 눈치를 보다가 말을 꺼냈다.
"현경아. 뭐라고 할 말이 없다. 미안해. 오빠를 대신해서 사과할께."
미나가 발끈해져서 말했다.
"뭐라구. 미안. 미안하다는 걸로 모든게 해결 되니? 그리고 니네집에선 또 돈 몇 푼으로 이 일에 대해서 입막을 해 버리려구. 아무리 사촌들이지만 니네집 식구들에 대해서 실망이야."
"미안해. 어디까지 간거니? 현경이가 말을 해 줘야 나라도 나서서 어떻게 해 볼거 아냐?"
"너희집 식구들은 아무렇게나 섹스를 하고 문란하게 생활하는지 몰라도 우린 안그래. 현경이가 지금 얼마나 놀라고 충격에 빠져 있는지 알기나 하는 거니?"
"알았어. 이해 한다고 했쟎아."
"참 말이 간단해서 좋구나. 있어서는 안될 엄청난 일을 저질러 놓고도 쉽게 말해 버리는 너의 태도도 나빠."
"나도 미안해. 그렇지만 내가 저지른 일은 아니쟎아."
한동안 송미와 미나의 설전이 오갔고 여자들은 아무것도 먹지 않은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미나가 현경이보다 조금 늦게 방안에 들어 섰을때 현경은 슬픈 표정으로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미나는 현경을 도와 옷을 정리해 주면서 자신의 옷가지도 정리해 나갔다.
"현경아. 너무 미안해. 내가 어릴적 보아왔던 사촌들의 모습이 아니야. 마치 짐승 같아. 나도 이집에서 나갈테니 같이 가자. 어디로든지."
송미는 자기방 의자에 앉아 휴대폰으로 오빠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오빠가 사람이야. 건드릴 애를 건드려야지.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우리집 입장이 뭐가 되겠어. 시골에도 소문이 다 날텐데."
휴대폰을 통해 영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현경이는 지금 어떻냐?"
"어떻긴. 지금 다른 곳으로 간다면서 짐싸고 있는 중이지."
"뭣.. 알았어. 내가 금방 찾아 갈게."
현경이와 미나가 짐을 대충 챙겨서 막 방을 빠져 나가려는데 송미가 오빠를 데리고 방안으로 들어 왔다.
"오빠. 빨리 현경이에기 빌어."
영철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체면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현경아. 너에게 죽을 죄를 졌구나. 한번만 용서해다오."
"앞으로 다신 네 앞에 나타나지 않으마."
옆에서 사촌오빠의 모습을 한참동안 노려보던 미나가 말을 꺼냈다.
"영철오빠. 정말 실망이야. 오빠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지."
"할말이 없구나. 나도 그땐 정신이 약간 나갔었나 봐."
현경은 아무말 없이 가방을 들고 나갈 자세를 취했다.
송미가 얼른 현경의 가방을 내려 놓으며 제지했다.
"밤중에 어딜 가려구. 침착하고 내 말좀 들어 볼래."
현경은 침대에 털썩 주저 앉았다.
"네 마음 이해 할수 있어. 나처럼 경험이 많은것도 아니고 생전 처음 당한 일이라 너무 놀랍고 화도 나겠지. 그렇지만 지금 나가 버리면 우리 식구들은 뭐가 되겠니?"
화가 가라 앉지 않은 미나가 말을 꺼냈다.
"뭐라구. 나참 어어가 없어서. 너,그렇게 밖에 말을 못하니? 네 말을 들으니까 뭘 그런일 가지고 노여워 하느냐는 소리로 들리는구나."
"그럼 어쩔거야. 네가 약속할께. 앞으로 이런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오빠가 다짐했어."
"지금 우릴보고 그 거짓말을 믿으란 거니?"
무릎을 꿇고 있던 영철이 다시 말을 꺼냈다.
"난 지금 죽고 싶은 심정이다. 다짐하건데 다시 이집에 발을 붙이지 않을테니 나간다는 소리는 말아줘."
그말을 남기고 영철을 집을 나갔다.
한참동안 미나와 송미의 설전이 오가고 송미의 끈질긴 설득 끝에 미나는 현경을 만났다.
"현경아. 그 사람이 어떻게 했어."
그때까지 아무말 없던 현경이 무거운 말문을 열었다.
"용서하지 않겠어."
"난 너와 행동을 같이 하겠어. 지금 나걸거니?"
현경은 잠시 마음을 정리하는 듯 했다.
"아니."
"그래. 너의 충격도 크겠지만 지금 나간다고 하면 네 부모님도 걱정이 많으실거야. 앞으로 사촌오빠가 이집을 안찾아 오겠다고 말했으니까 다시 눈에 보이면 네가 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나서서 삼촌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나갈거야."
그후로 현경은 학교에 가는 일을 제외하고는 항상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일에만 몰두했다. 미나도 제법 공부는 하는 편이었지만 자주 생기는 미팅자리에도 나가고 예전에 만났던 회사원친구들도 만나서 놀기도 했다.
어느 토요일 그날도 처음 만나는 남학생들과 만남을 갖고 있었다.
다섯명씩 모두 열명이서 만남을 가졌는데 미나의 눈에 쏙 들어오는 핸섬하게 생긴 남학생이 있었다.
가볍게 술도 마시고 간단한 게임을 해서 짝을 정한다음 각자 흩어 졌다.
미나가 생각했던 바로 그 남학생과 짝이 될수 있었다.
벌써 통성명이 끝나 꽤 많은 대화가 오갔으므로 거리로 나서서 어디론가로 가서 즐길 장소가 필요했다.
"미나씨. 우리 극장에 가지 않을래요?"
"좋아요. 저는 태근씨가 가자는데로 갈테니 저를 기분 좋게 해 보세요."
"사랑의길이라는 영화 보셨나요?"
"아뇨. 아직."
"그럼 그리로 가요. 대중극장이라고 아시죠."
"이름은 들어 봤는데 아직 어디 있는지는 몰라요."
"그럼 따라 오세요. 그 극장에서 하고 있는데 극장사장 아들이 저하고 친구거든요. 오늘은 토요일이라 표구하기 쉽지 않지만 그 친구한테 부탁하면 어렵지 않을거에요."
영화의 내용은 가끔 보았던 약간의 애정표현이 섞인 가벼운 애정영화였다. 미나가 예전 같으면 제법 호기심 어린 눈으로 봤겠지만 송미의 정사장면도 본 터라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다만 옆에 있는 남성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사람은 설마 사촌오빠 같지는 않겠지. 사람들을 보면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듯이 이사람은 생긴 것 만큼 예의도 바르고 성실한 사람일거야.'
그 남학생과 헤어지기전 남학생의 자신의 연락처를 미나에게 전해 주었다. 미나는 집에 돌아와서 한번 전화를 해 보려 했지만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려서 전화는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영철과 현경이가 그 일이 있기 까지 꽤 많은 시간이 흘러서 현경은 치욕의 순간들을 서서히 잊어 가고 있었다.
거의 날마다 송미와 송이가 찾아와 성행위 이야기가 아닌 다른 재미난 이야기들을 하면서 현경의 기분을 풀어 주었고 현경도 그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미나가 만났던 남학생에게 쑥스러워서 전화도 하지 못하고 있은지가 일주일정도 흘렀다. 간혹 생각은 났지만 그냥 그렇게 잊혀지려니 생각하고 지내고 있는데 월요일 아침 등교길에 그 남학생과 마주쳤다.
남학생이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미나씨 안녕하세요. 너무 반갑습니다."
미나는 현경과 같이 등교를 하고 있었다.
"친구신가 보죠. 안녕하세요?"
"예. 아..안녕하세요."
영철이라는 사람을 통해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을 봤던 현경은 남자에 대한 생각이 곱지 않았으므로 대충 인사를 했다.
"미나씨. 이 근처에 사시나봐요?"
"예."
"지하철 타고 가시나 봐요? 그쪽으로 향하시는 걸 보니."
"예."
"그런데 왜 아직까지 미나씨를 못 봤을까? 저도 지하철 타고 다녀요. 학교와 가까운 거리에 지하철 역이 있거든요."
남학생과 미나는 간혹 대화를 하면서 지하철역까지 걸었지만 현경은 여전히 아무말 없이 묵묵히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