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친구들 7편
나쁜 친구들 7편
미나와 그 남자는 지하철 통로까지 내려 갔으나 곧 헤어져야 했다.
그 남자는 미나와 반대쪽으로 간다고 했다.
남자는 꼭 오후 다섯시에 지하철역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자는 말을 했다.
미나는 처음엔 거부하다가 그남자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더이상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을 끝마치고 오후 다섯시쯤 미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지하철역 근처의 카페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그 남자가 앉아 있었다.
미나가 다가가자 일어서서 앉으라고 했다.
"어서 오세요. 미나씨."
곧 차를 주문했고 미나는 쥬스를 마셨다.
"미나씨 그동안 왜 저에게 전화를 안하셨나요? 애타게 기다렸는데."
"예. 그냥...."
"쑥스러워서 안하셨나 보군요. 제가 미나씨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하다가 실례가 될 것 같아 말씀을 안드렸지만 미나씨 전화번호를 알았다면 제가 먼저 전화를 했을겁니다. 제가 싫으신가요?"
"아뇨. 그냥 싫다긴 보단...."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세요. 너무 부담 갖지 마시구요. 제가 싫으시면 싫다고 말하셔도 괜챦습니다."
미나는 잘생긴데다 예의도 밝아 보이는 그 남자에게 조금 더 호감이 갔다.
상민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집에 돌아 왔을때 미나는 이미 그에게 마음을 조금 빼앗겼음을 알았다. 자꾸만 그 남자의 모습이 생각났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쉽지가 않았다.
생리기간 중이었던 미나는 조금 자신의 아랫배가 무겁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생리대를 확인해보니 역시 빨간 액체가 묻어 있었다. 화장실에 들어간 김에 깨끗히 샤워를 하고 가벼운 옷으로 갈아 입었다.
그런데 예전에 없었던 이상한 기분도 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랫배가 무겁긴 했지만 조금은 성기부위가 간지러운듯한 기분도 따라왔다.
마침 현경이도 도서실에서 자료를 구한다며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서서 다리를 쫙 벌리고 약간 가려운 기분이 드는것 같은 성기를 조금 어루 만졌다.
가렵다는 기분이 풀리는듯 하면서 조금 짜릿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무심코 계속 성기를 어루만졌는데 짜릿짜릿하다는 기분이 가실줄 몰랐다. 나중엔 약간 아프긴 했지만 처음 느끼는 그 기분을 무엇으로 효현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삼주째 주말마다 상민이라는 남자를 만났다.
미나는 상민에게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알려주고 이젠 적극적으로 상민에게 전화를 하는 일도 가끔씩 있었다.
상민을 만날때마다 미나는 자신에게 조금씩 놀라고 있었다.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고교시절까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고 상민의 느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네번째 주말데이트를 즐기던 미나는 하루종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놀다가 해가 떨어질 무렵 다른 날과 달리 맥주집에 가자고 먼저 제안했다.
상민은 미나와 만남을 여러번 가졌지만 결코 술을 마시자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건물 바깥쪽에 통나무로 된 탁자와 의자,말은 없지만 마차가 놓여져 있는 제법 장식에 신경을 쓴 맥주집에 들어간 둘은 조금 구석진 자리를 골라 마주보고 앉았다.
"상민씨는 술을 싫어하는가 봐요?"
"그리 싫진 않아요. 독한 술은 잘 못하지만 맥주정도는 친구들과 자주 마시는 편이죠."
"그런데 왜 저에게 술을 권하지 않으셨나요?"
"미나씨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아서요."
"저도 술은 잘 못마시지만 분위기는 좋아해요."
미나는 왠지 그날은 취하고 싶었다.
너무 취해서 인사불성이 되면 곤란하겠지만 적당히 취해서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상민에게 보여 보호심리를 자극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술마실 기회도 별로 없었고 학교에 들어가서도 서너번 술자리를 가졌기 때문에 두병이상은 무리라는 것을 미나는 알고 있었다.
둘이서 네병을 마셨는데 미나가 거의 세병은 마시는듯 했다.
"미나씨. 괜챦겠어요?"
상민이 걱정스러운듯 말했다.
"괜챦아요...."
미나의 혀는 조금씩 꼬여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마신다는 것이 상당히 취해서 몸을 가누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상민은 얼른 계산을 마치고 미나를 데리고 나왔다.
조금씩 비틀거리는 미나를 부축하면서 택시를 잡아타고 미나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에 내렸다.
미나는 여전히 통제력을 조금 상실해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미나씨! 미나씨!"
미나를 흔들어댔지만 미나는 주정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을 뿐이었다.
순수한 마음의 미나도 그간 삼촌의 집에서 보았던 여러가지 사촌들의 행각을 보면서 조금은 판단력을 잃고 있었다. 술에 취해서 그 판단력은 걷잡을수 없이 무너져 내렸고 상민을 사랑하고 소유하는 길은 육체적 관계를 갖는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상민씨. 나,오늘 집에 들어가기 싫어."
"미나씨,너무 취했어요."
상민은 자꾸만 횡설수설하는 미나를 일으켜 조금 걷다가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계단에 그녀를 앉혔다.
"상민아. 나,너 좋아해."
미나는 처음 본 순간부터 상민에게 마음이 있었는데 술을 많이 마신후라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술을 핑계삼아 내뱉고 있었다.
"미나씨. 저도 미나씨가 좋아요."
"그럼 나좀 어떻게 해줘."
"미나씨. 미나씨는 지금 너무 취해 있어요. 일단 술을 깬다음 이야기 하기로 해요."
"하하하하....샌님처럼 생긴게 용기가 없나 보구나. 난 처녀야. 그렇지만 네가 원한다면 줄수 있어."
간혹 그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며 지나갔다.
"미나씨. 정신차리세요. 사람들이 보쟎아요."
"뭐,사람들이 본다구. 우리사이가 그것 밖에 안돼. 나에게 키스해줘요,상민씨."
미나를 깨워보려던 상민도 지쳤는지 미나를 옆에서 어깨동무 하듯 붙잡고 털푸덕 벽에 기대 앉았다.
미나는 상민의 얼굴이 옆에 다가오자 목을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처음엔 떼어 놓으려 하던 상민도 아무말없이 그녀의 키스를 받아 들였고 한참동안 뜨거운 키스가 이어졌다.
미나는 너무도 황홀했다.
'아,내 생전 처음 해보는 키스,너무도 달콤해. 이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미나는 그남자의 목에 메달려 있는사이 술에서 어느 정도 깰수 있었다.
아니,술에 취해 있기는 했지만 오래전부터 정신만큼은 스스로 말짱하다고 여겼다.
처음하는 행동에 자신도 놀랐고 너무도 어색해서 다음 행동을 어떻게 취해야 할지 난감했다.
미나는 느린 동작으로 상민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키스를 멈췄다.
상민도 어색했는지 아무말이 없었다.
"저....상민씨 죄송해요."
"아닙니다. 저도 미나씨가 좋은걸요."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나봐요."
"저도 솔직히 몇달전에 여자친구가 한명 있기는 했지만 곧 헤어졌어요."
미나는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말에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말이 더 크게 와 닿았으므로 그런 말 따위는 염두에 둘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그렇게 서로 사랑하기로 다짐을 하고 조금은 어색한 사랑의 시작을 고하고 집으로 돌아온 미나는 자꾸만 너무 큰 실수를 한 것이 아닌가,혹시 자신을 이상한 여자로 보지 않을까 너무나 신경이 쓰여 잠을 잘수가 없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부스럭거리는 친구가 안쓰러웠는지 현경이가 말했다.
"미나야. 어디 아픈거니?"
"아니. 그냥."
"그런데 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거야."
"넌 공부를 좋아해서 이성에 관심이 없는 거니? 아니면 관심은 있지만 공부를 위해 참는 거니?"
"글쎄. 아직은 관심이 없다고 말해야겠지."
"아직?"
"혹시 내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타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기분은 그럴것 같지가 않아. 어른들은 나이가 차면 나에게 결혼하라고 닥달을 하실지도 모르지만 나는 생각이 달라. 마음에 맞이 않는 사람과 살아야 한다면 난 절대 결혼하지 않을거야."
"마음에 드는 남자가 생기면 결혼하겠다는 소리구나."
"글쎄. 서로가 좋으면 결혼도 할수 있겠지. 아참,너 지금 데이트하고 있는 남자하고는 잘 돼가고 있는거야. 지난번에 지하철에서 보았을때 내가 너무 냉냉하게 대해서 미안했다고 전해주라. 아주 귀공자 타입이던데..."
"나,오늘 술에 취해서 실수를 했어."
"실수를 할만큼 취했어. 술냄새는 조금 나지만 그리 많이 취한것 같진 않았는데...."
"몰라. 나도 자꾸만 이상한 감정이 파고들어서 그남자에게 내가 먼저 키스를 해버렸어. 처음 하는거라 당황했지만 용기도 났고 텔레비젼에서 해주는 영화처럼 그사람의 목을 껴안고 먼저 입술을 가져다 댔어."
"정말? 네가 정말 먼저 시도했단 말야."
"응. 한참동안 그남자와 붙어 있었지."
"기분이 어땠는데?"
"정리하기 힘들어. 그냥 그남자의 냄새가 싫지 않았고 특별히 나쁜 기분은 없었어."
"그 남자에게 쏙 빠졌나보구나. 그 남자는 어땠어?"
"그남자의 말이 내가 좋다고 하던데....사랑의 약속까지 했어."
"축하한다. 어쩐지 토요일만 되면 네 얼굴이 확 펴지는 것을 보고 둘이서 잘 될것 같더라니."
미나와 현경은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가다가 누가 먼저 눈을 감았는지 모르게 잠에 빠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