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이야기 4화
건축가 이야기 4화
그날 우리는 오후 6시에 그녀의 회사앞에서 만나, 영화를 함께 보고,
식사도 함께하기로 하였다. 요즘 프로젝트 일이 마무리 되고, 좀 한가해져서,
그녀에 대해 신경을 쓸만한 여유가 많아졌다.
"알았어. 6시까지 강남역 cozy에서.."
전화를 끊고 시계를 보니, 3시 30분, 그녀를 보려면 2시간 30분씩이나 남았는데..
기다리기도 무엇하고 해서,,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여름의 햇살이 무척이나 강했다. 건물 앞 공원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앗, 아버지.!"
아버지로 부터 간만의 전화였다. 괜찮은 여식이 있으니, 이번주에 선을 한번 보라는
것.
토요일 저녁 7시 힐튼호텔에서.. 언제나 그렇듯이 아버지는 이번에도 명령조의
통보식이었다. 언제나 나의 의견에는 개의치 아니하셨고, 항상 당신 뜻대로
나의 모든 일까지 처리하셨다. 사적인 나의 의견이 늘상 반영되기 힘들었다.
그런 것에 어려서부터 익숙해져 있던 나는 감히 거부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다른 사람의 간섭을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나였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달랐다.
최근에는 그나마 30이 넘은 나의 사생활을 인정해주셔서인지, 간섭을 많이 자제해
오셨는데... 덕분에 나는 충분한 자유를 누리고 있었고, 나의 일에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며 생활했었다. 가끔 부모님을 찾아뵙지만, 아버지는 만나뵙기가 어려웠다.
워낙 나보다 바쁘신 분이며, 공적으로 중요한 일을 맡고 계셨기때문에 비밀이
많은 분이셨다.
일찍 퇴근해서 만남의 장소에 도착하였다. 신문을 보고,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문하였다. 요즘 그녀와의 만남은 늘상 연인의 만남같은 것이었다.
주인과 노예라는 주종 관계보다는 아내같고, 친구같은 그런 만남. 나도 그녀도
만족하고 있었지만,
가끔 잘못이 있을 때 집에서 매를 드는 것은 이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6시가 되자 그녀가 바쁘게 뛰어왔는 듯 숨을 몰아쉬면서 까페안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최근 그녀는 머리 스타일을 좀 더 모던하게 바꾸었는데,( 물론 나의 주문대로.. )
무척 심플해졌고, 지적으로 보였다. 그동안 정성껏 길러온 머리를 대부분 깎아야만
했기 때문에 그녀는 몹시 서운해 하였으나 곧,지금의 모습에도 만족해 하였다.
큰 눈망울, 곧게 다문 임술, 곧고 잘생긴 코, 그녀의 검은색 정장과 잘
어울리는 세련된, 전형적인 캐리어 우먼의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를 보면서
무척 만족해 하였다. 그녀도 그러한 나의 맘을 알았는지, 미소로 대답을 하였다.
"차가 너무 막혀서 혼났어요. 지하철을 탈까봐 그랬어. 주인님과 약속에
늦을까봐, 택시를 잡아타고 오다가 큰일 날 뻔했어요. 엊그제 종아리 맞았는데
..정말 큰일 날 뻔 했어."
그녀는 혀를 내밀고 재롱을 부리면서 말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이다. 무척 귀여운 모습.
하지만 나는 그녀의 말에 말없이 웃음만 흘러 보였다.
"오늘 회사일은 어땠어?"
"당분간 바쁠 것 같애요. 정리해야 할 일도 많고, 교육은 교육대로 계속.."
그녀가 무엇인가 낌새를 챘는지 나를 쳐다보았다.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 같은데 빨리 이야기해보라는 그런 눈빛이었다.
"..., 나 토요일 선봐."
"선?.."
"아버지가 전화하셨어. 괜찮은 아가씨 있으니, 선보라고.."
"...."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이겠네요."
"으...? 응.."
"왜 저에게 말씀을 해주시는 거죠? 그냥 말없이 가서 선보면 되는 일을.."
"너도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야."
우리는 서로 아무말 없이, 간단한 요기를 하고는 일어섰다. 그녀는 술을 마시자고하
였다.
영화를 보고 싶은 맘이 없어졌다고 하면서.. 우리는 간막이가 있는 작은 술집에 들어
갔다. 그리고 술을 시키고.. 그녀가 말했다.
"주인님, 오늘 제가 부탁을 드릴게요. 두가지 부탁 중에 한가지만 들어주세요.
제가 마시고 싶은 만큼 술을 마실수 있게 해주시든가, 아님, 인천 바다를 한 번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네 뜻대로 해."
그녀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장난이 아니었다. 소주 2병을 눈깜짝할 사이에 비워
버렸다. 그리고 나에게 술을 따라달라고 애원하였다. 나는 더이상 마시지 말라고
하였는데, 그녀는 이미 통제 불능의 상태였던것 같았다. 자신이 자신의 잔에 술을 따
르면서, 이야기하였다.
"확실히 할게요. 나는 주인님이 돈도 없고, 권력도 없는 쓰레기 같은 양아치였다
하더라도 주인님으로 모시면서 살았을 거예요. 다른 것을 숭배하지 않아요. 오직
주인님을 숭배할 뿐, 주인님이라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살 수 있어요."
무슨말을 하는 거야? 얘가 지금...
나는 그녀에게서 술잔을 빼앗았다. 그리고 술을 바닥에 버리고는 말하였다.
"더이상 술 먹지마. 명령이야."
그녀는 피식웃으면서,
"주인님이 허락했잖아요. 술마음대로 마셔도 된다고..이리 내요."
나의 손에서 술잔을 도로 빼앗아서는 소주를 부어 마시기 시작했다.
한참을 술을 마시고는, 주인님은 왜 내맘을 모르는거야..라는 말을 연신해대면서
그녀는 나에게 주정을 부렸다. 시간을 보니, 9시 밖에 안되었다.
어쨌든 오늘은 안되겠다 싶어, 그녀를 부축해서는 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했다.그녀의
방 침대 위에서 그녀를 누이고는, 스타킹이며, 옷이며 모조리 벗겨 주었다. 그리고
문을 닫고, 나왔다. 베란다에서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밤하늘에 별들이 떠있었다. 정말 서울하늘 아래서 오랬만에 보는 별들..
저별은 너의 별, 저별은 나의 별,,,,
유치한 노랫가사가 떠오르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녀와 함께 밤새도록 하늘의 별을 헤며 지내봤으면,..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것도 나의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만큼..
그것보다 확실한 것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2년 가까이 그녀와 동거하면서
우린 서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나는 어울리지 않다.
나는 그녀를 단지 나의 노리개 쯤으로 생각해서 이 관계를 시작했다.
나의 입맛에 맞추어, 그녀를 훈련시키고, 내 뜻대로 훈련된 그녀를 내 뜻대로 하면서
즐길 작정이었다. 충분히 즐긴담에는 그녀에게 적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자유를 줄 생각이었다.
나는 누구의 남자가 된다거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집안의 한 가장으로서
인생을 살아가기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럴 생각은 없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었다. 오직 나의 모든 것을 즐기면서 살아가다가
이 세상 미련없이 떠나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돈이 그랬고, 여자가 그랬다.
그들은 모두 나에게 있어서 하나의 재미로 즐길 수 있는 수단일 뿐, 어느 것 하나
삶의 목표가 될 수는 없었다. 나는 어린아이들도 싫어한다.
세상에 어린이들처럼 귀찮은 존재가 또 있을까.
오직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면서 사는 것 만이 나의 이상이었고, 인생의 목표였다. 그러자면, 나는 내 일에
충실해야 했고, 지금 이 건축사 일에도 만족을 하고 있다. 이 일도 나에게는 재밌는
삶의 일부였다. 다른 사람들이야 죽지 못해 처자식을 위해서 일을 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러한 그네들의 생각을 증오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나의 생활신조가 이랬었다.
그야말로 나는 내 삶을 철저하게 즐기면서 다른사람의 간섭을 허락하지 않고 있었
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만난 다음 부터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기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가 없으면, 나는 무슨 낙으로 살아갈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간이고 쓸개까지도 빼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방에 들어가기전, 살며시 그녀의 방문을 열어보았다.
이러한 나의 생각의 변화가 자신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알았는지,
그녀는 한 없이 행복한 표정을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옆에 앉아 보드라운 그녀의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면서
중얼거렸다.
"나쁜년, 너는 악마야..."
다음날 저녁, 사무실에서 집에 전화를 걸어 그 귀여운 악마에게 오늘 단단히 벌받을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였다. 먼저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그녀는 전화를 받으면서
몹시 안절부절 못 하는 눈치였다.
어제 일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일까.
대부분 나는 나의 노예를 징벌할 때 미리 전화를 걸어 통보를 하곤했는데, 미리
맘의 준비도 시키고, 형벌을 받을 것을 기다리는 고통의 시간도 징벌의 연장선상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두려운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해?"
"아뇨.."
"이것봐라. 너 언제부터 술 먹고 필림끊어 지는 버릇 생겼냐?"
"...."
노예주제에 주인 앞에서 술주정을 하지 않나. 생각해 보니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가만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나는 가정부에게 오랜만에 형틀을 준비하라고 지시하였
다.
소파처럼 두껍게 생긴 가죽으로 커버된 삼각형 모양의 틀이 거실 한복판에 놓여졌다.
노예는 이등변 삼각형 모양으로 그 틀에 배를 깔고 엎드려서 손목과 발목은 틀의 다리
부분에 연결된 가죽끈에 묶이우고, 허리 부분은 틀의 몸통에 해당하는 두터운 허리받
침에 연결된 가죽끈에 단단히 고정된다.
옷을 모조리 벗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있던 그녀가 용서를 빌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가죽 채찍을 허공에 날려보면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지
를
시험해 보았다. 그녀는 가정부의 도움을 받아 자세를 형틀에 고정시켰다.
얼굴은 잔뜩 긴장에 차 있었고, 앞으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매질에 벌써부터 두려움이
앞선 듯 그녀의 다리는 가느다랗데 떨려오고 있었다.
가정부가 그녀를 단단히 묶고, 입에 자갈을 물렸다. 매질이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채찍을 사용해 본 적이 없어서 강도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단단히 그녀의 술주정 버릇을 고쳐줄 생각으로 모두
200대의 매질을 하기로 하였다.
가정부가 옆에서 댓수를 세고..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에 떨어진 매가 그녀의 고운 피부에 상처를
입히면서 강력한 파열음을 내었다.
처음 1대의 매질에 그녀는 몸을 비틀면서 괴로워 하였다. 강한 정신력때문에
왠만한 매질에 잘 견뎌온 그녀였지만, 오늘은 무척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두번째 매질이 이어졌다.
휘익~~~~
쨕
"으음..."
심하게 엉덩이 부분이 매의 충격으로 흔들렸지만, 이내 곧 가라앉았다.
잠시, 시간을 두고 세번째 매질을 가하였다. 더욱 세게..
"아윽..!"
세대를 쳤을 뿐인데, 그녀의 볼기는 이미 새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채찍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이번에는 그녀의 뒷쪽 허벅지 윗부분을 목표로 매를
휘둘렀다.
모두 50대의 매질이 끝나자 그녀의 엉덩이와 허벅지는 참혹하게 부어올랐다.
도저히 200대의 매질을 다 할 자신이 서지 않았다. 그녀의 몸은 땀에 젖어 있었고,
다리는 아직까지 고통으로 가느다랗게 떨고 있었다. 잠시 쉬기로 하였다.
나는 가정부가 가지고 온 차가운 음료수를 마시면서 소파에 앉았다. 그녀를 보면서.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그녀는 머리를 형틀에 파묻고 꼼짝도 않고 있었다.
다시 매질을 시작하였다.
50대째의 매질로 허벅지 아래 부분은 이미 터져 있었다. 바깥쪽은 파랗게 멍이들어
있었고, 아마도 지금서부터의 매질이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을 그녀에게 선사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대의 매질로 겉피가 벗겨져 신경이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극심한 고통이 그녀를 참기 어려운 지경까지 몰고 가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매질을 계속하였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아픔을 호소하였지만,
나는 더욱 잔인해 져 가고 있었다.
'이러다 이 여자를 죽일지도 모른다.'
라는 두려움이 나에게 매질을 멈출것을 명령하였지만, 나는 계속해서 채찍을 휘둘렀다
.
그것은 그녀에 대한 미움때문이었다. 나의 마음 한 구석에 그녀를 죽이고 싶을 정도
의 미움이 자리잡고 있다라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 깨달았다.
그리고 그 매질에는 나에 대한 질타의 뜻도 숨어있었다.
나는 그녀를 사정없이, 쉴새 없이 난타하였다.
120대가 넘어갔다. 가정부도 옆에서서 인상을 찌뿌리고 있었다.
이 여자에게는 죄가 없다라는 한 순간의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자 나는 매질을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채찍을 가정부에게 주었다.
"풀어줘요. 나머지는 다음에 계속한다. 아주머니가 상처를 좀 봐주세요."
나는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저녁 잠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