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냄비 1
자선냄비 1
땡겨서 치루는 망년회가 예전 같지 않은 덕에 사람들은 이제 지 스스로 새끼줄을 꼬아 2차를 가는 것이 상례화된 분위기다. 시절이 어렵지만, 그래도 회사는 상여금을 지급했고, 집에다가는 그나마 생긴 절호의 찬스를 까발릴 수도 없었을 뿐더러, 이렇게라도 즐기지 않고서는 기회란 것이 좀처럼 오질 않았기 때문 이었고…다들 이바구를 맞추어 집에다 전화를 날리면서 저녁에는 그 물 좋다는 단란주점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했다.
‘야, 무슨 놈의 회식이 점심에 있냐? 나 이런 참, 긴축, 긴축 해도 술 한잔 걸치고 그래야 연말 연시 기분도 나지…..’
‘누가 아니래, 그나마 상여금마저 없었으면 내가 기냥 대가리로 받아 버릴라고 그랬는데…’
‘그 대가리로 받아봐야 그나마 없는 머리카락에다, 머리 깝데기나 홀랑 까지지, 아서라, 아서!’
‘그래도 좋긴 하네. 언제나 회식만 했다 하면 왠 사람들을 그리도 많이 돌아가시게 했었는데.. 이젠 더 이상 주변에 상갓집 이라고 들이댈 사람도 다 죽여놔서리…’
점심시간을 이용한 회식으로 사람들은 기분이 그냥 떨떠름한 정도가 아니었다.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라는 기치아래 이제까지 있어오던 부어라 마셔라의 회식풍토를 근절하자는 의미에서 회사측이 장려한 점심 회식은 그렇게 찬반양론으로 갈려 말들이 구구했다. 회식 장소에서 나오면서 일부는 외근을 핑계로 사우나로 가버렸고, 나는 유과장과 함께 회사로 돌아오고 있었다.
‘땡그렁, 땡그렁…. 불우한 이웃을 도웁시다. 연말연시에 주위의 불우한…..’
눈앞에는 자선냄비와 함께 구세군의 일원으로 보이는 나이 든 할아버지께서 종을 흔들며, 사람들에게 모금을 요청하고 있었다. 옆에 서있던 유과장이 옷 속에서 봉투를 꺼낸다. 상여금 이었다.
‘아니, 유과장, 왜 그랴? 돈 낼라구?’
‘이번 해에 잊을 뻔 했는데, 오늘 마침이네….’
그는 사실 도움을 받아도 받아야 될 사람 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상여금에서 집에 갖다 주기도 전에 성금을 내려고 부시럭 댔다. 그는 특별히 무슨 종교적 신념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누구를 돕는데 에는 발벗고 나서는 그런 인물 이었다. 사내에서 그가 유명한 이유는 자신의 부모님은 물론, 홀로 되어 오갈 데 없는, 장모까지 한 집에 모시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시부모와의 갈등 어쩌구 해서, 저마다 지 가족들끼리만 살아도, 성이 안차는 요즈음 젊은 사람들에 비해서, 유과장은 좀 독특한 면이 있었다.
‘유과장, 그렇게 남 돕는데 풍풍 돈 쓰면 와이프가 뭐라 않해?’
‘나야 먹고 살만하고, 부모님 모두 건강하시고, 자식들 잘 크는데, 뭐가 부족하겠어? 이렇게 추운 겨울, 집이 없어 떨고 있는 사람들도 많은데, 내 도움이야, 그에 비하면 세발의 피지 뭐.’
‘그래도 그렇지, 자네만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 숫자가 장난이 아닐 텐데….’
‘자네 알라딘의 마술램프라는 얘기 알지?’
‘그 얘기 모르는 사람도 있남?’
‘그래, 그 얘기 속에 나오는 지니라는 램프의 요정도 알지?’
‘응. 그런데 왜?’
‘난 그 요정의 램프가 피워대는 요술의 근본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있지. 아무리 요술이라고 해도 세상의 물질은 유한한 법인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라고 말이야.’
‘그거야, 새로 만들어 내는 거지, 달리 뭐 있겠어?’
‘아니야, 자네, 아무도 모르게 감쪽같이 숨겨 두었던 비상금 같은 것이 사라진 적 없었나?’
‘있었지, 그런 경험이야 누구나 있잖수? 마누라 눈치가 보통 이어야쥐!’
‘아니, 그런 거 말고, 아내도 손을 댄 적이 없고, 자네도 그 돈을 쓴 적이 없는데, 고스란히, 감쪽같이 사라지는 거 말이야. 나는 그게 지니의 소행이라고 믿어. 요술램프가 있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어도, 누군가 세상에 그 돈이, 그 물질이 없으면,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들에게 그 지니가 풍족한 사람들의 여유 있는 조막돈을 슬며시 위치이동 시키는 거라고 말이야. 그걸 사람들은 요술이나 기적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실제로는 위치이동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그런…..’
‘그런데, 그게 무에가 상관이 있는데?’
‘문제는 지니가 스스로 내 돈을 갖고 가는 거랑, 내가 스스로 지니 에게 요술을 부탁하면서 돈을 건네는 것은 천지 차이가 있다는 거지.’
‘무신 차이? 어차피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거야 피차마차 쌍두마차 아닌감?’
‘종교적인 관점을 떠나서, 난 선행의 에네르기라는 이론을 믿어.’
‘그건 또 뭬이야?’
‘내가 지니에게 돈을 직접 건넸을 때에는 그 선행을 하려는 영혼의 선한 심정이 에너지 처럼 파동화 되어, 세상 밖으로 흐른다는 거지. 그 파동은 선할 때 에도, 악할 때에도 발생하는데, 결코 없어지는 법이 없다지? 내가 만들어 낸 선행의 기꺼움이 에너지의 파동이 되어 이 세상을 한없이 퍼져나가는데, 그것이 반드시 처음과 끝이 하나로 연결된 세상의 에너지 구조 때문에, 언젠가는 반드시 내게로 돌아와 영향을 준다는 거야. 악한 행위도 마찬가지로 그 에너지가 물결처럼 흘러가서는, 결국 내 뒤통수를 치게 된다는 이론 말이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도 있지만, 우리가 시공의 개념을 뛰어 넘어서,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눈앞에는 바로 자신의 뒤통수가 보이게 된다는, 뭐 그런 거…., 내가 너무 어렵게 얘기했남?’
‘그건 복 받으려고 헌금한다는 누구 얘기랑 똑같잖아?’
‘아냐, 그건 다르지. 그냥, 얼굴은 모르지만 누구를 돕자는 선한 마음이랑, 무얼 바라고 돕는 것은 그 에너지의 질이 다른 거야.’
‘당췌, 뭔 얘긴지….’
유과장은 웃으면서 봉투에서 거침없이 만 원짜리 몇 장을 집어 자선냄비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보는데, 나는 먼산을 바라보면서 딴청을 피웠다.
““아효, 저 돈이면 오늘 단란주점에 가서, 년들 화대로 줘도 실컷 남겠구만, 자선은 무신!””
나는 속으로 아깝다며, 혀를 찼다. 그는 그런 사람 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오후는 그렇게 흘러가고, 어차피 일들이 손에 안 잡혀, 사내 에서도 삼삼오오 모여서 신변잡기나 주절대거나, 오랜만의 여유를 부려가며, 홈피에 들락 이며 파도타기나 하는 사람들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모두들 일찍 일을 마치고, 한잔 걸치고 들어가자는 부류들이 많았다.
‘유과장, 오늘 저녁에 한잔, 어때?’
‘나 저녁에 바빠. 동네 무의탁 노인들 가정방문 해야 하거든. 나 이래 뵈도 자원 봉사자 라구…연말 연시에 노친네들, 얼마나 쓸쓸 하시겠어?’
‘하여튼 못 말려요.’
또 그 놈의 자선 타령…..나는 나 스스로 잘 먹고 잘 살겠노라고 다짐하면서 일을 마감했다. 나와 동료들은 회사 근처에 새로이 열었다는 그 주점으로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발길을 돌렸다.
‘와, 실내장식 죽이는뎅!’
실내에 들어서니 도대체 이렇게 차려 놓고, 임대료나 나올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호화로운 구조에 모두들 뻑이 가고 있었다.
‘마담! 애들 쫌 데리고 들어와 봐.’
불경기라는 요즈음, 이런 술집도 불황은 마찬가지라 이렇게, 떼사리로 들어오는 손님은 정말 예전과 같질 않게, 칙사 대접을 받는 추세로 바뀌어 있었다. 스스로 생존하려면 어쩔 수 없는 생리였으며, 성매매가 금지된 시기이기는 했어도 다른 업소와의 차별화와 존립을 위해, 요즈음 단란주점의 생태는 가히 눈이 획 돌아갈 지경이라고 누군가는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룸으로 들어서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쭉빵 타입에, 얼굴까지 앳된 것이 정말 걸지게 놀 수 밖에 없는 날이 될 것 같았다.
‘조과장님, 어떠셔요? 요 유능한 박대리의 정보력이…. 제가 그랬잖아여? 여기 오면 홍콩 간다구여…’
그건 그랬다. 불황을 탈피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도록 손님을 감동시켰기에….룸으로 들어온 아그들은 인사부터 하기 전에 우리를 향해 뒤돌아서더니, 뻐정 다리를 해 가지고는, 입고 있던 미니 스커트를 난짝 걷어 올리면서, 엉덩이로 인사를 했다. 저마다 T팬티를 입고 있었고, 가랭이 사이의 팬티의 끈은, 이미 그녀들의 통통한 보짓살을 가로질러 보지가 끈을 먹어버린 형상을 하고 있었다.
‘유후!’
동료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걍 오늘만큼은 진저리 치도록 놀아보자는 비명들을 날렸다. 아니나 다를까, 서로간에 통성명도 하기 전, 아그 들이 차례로, 술도 들어오기 전에, 테이블 위에 올라가, 열나 섹시한 댄스로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하고, 올라선 그녀들의 장딴지와 와장창 드러난 그녀들의 쪽보지가, 자리에 앉아 흥분의 도를 감상하는 우리들을 여간 즐겁게 하질 않았다. 이게 웬일인가 싶기도 하고, 기왕지사 놀 거라면 한번 뻐드러지게 돌려 보자는, 그네들의 상술도 꽤나 안목이 높았다. 실내에는 음악을 틀기도 전에, 서로 쳐대는 박수소리에 맞추어, 탁자 위에 올라간 여자들마다, 벌써부터 파트너들을 손가락으로 지목하면서 팬티를 야시럽게 벗어서는 파트너의 혀에 걸어주었다. 박대리는 자기에게 던져진 파트너의 팬티끈- 보지살 사이에 파고들어 있던 -을 입에 넣고 쪽쪽 빨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물이 상당히 나올 것인데….헐…..
‘이거 완죤히 장난인디!’
다같이 모여 즐겁게 놀자는 얘기들은 이미 어디로 가고, 동료들은 누가 옆에 있는지, 없는지도 아랑곳 하질 않고서들, 자기 옆의 파트너와 놀아 재끼는 데에 정신들을 놓고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미 팬티는 상대 남들의 머리 위에 씌워 놓았고, 가뜩이나 짧은 스커트는 자리에 앉자마자 말려 올라가, 둘러 앉은 여자들은, 저마다 지 보지 자랑하듯이, 파트너의 무릎 위에 한 다리씩들 걸쳐 놓고, 줄창 주물럭대는 손장난 마저도 흔쾌히 허용하고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어떤 아그는 마이크를 붙들고 노래를 하는 파트너가 오금이 재려 목소리가 떨려 나올 정도로, 서있는 자세에서 바지 지퍼를 열어 좇대가리를 꺼내 빨고 핥는 적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부지불식간에 처음 셋팅 에서 저렴하다고 칭찬이 끓어 엎어지던 테이블은, 기하급수적으로 추가 오더가 들어가고, 술병은 예상과 달리 번개같이 그 숫자를 늘려갔다.
‘야, 박대리는 오디 갔냥?’
내 혀가 꼬부라지고 있었다.
‘저기 있는 데여. 고새 저렇다니깐…..’
박대리는 벌써부터 룸 안에 마련된 간이 화장실의 문을 반쯤 열어놓은 채로 파트너를 세면대에 엎드리게 하고선, 뒤에서 스커트를 말아 올린 채로, 열나 박아대고 있었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들 노래방 대형 화면 앞에서 춤추고 소리 질러 대가며, 박대리 다음의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었고…..
‘야야, 아그들아! 화장실 앞에 줄 서 있을 거 뭐냥? 우리 테이블 치우고 여기서 한판 걸부지게 붙어 보징?, 엥?’
동료들도 안면 까기로 했는지, 화장실 차례를 포기하고 자리로 돌아와, 파트너의 보지들을 까는데 정신이 없었다. 언제 들이 닥칠지 모르는 불심검문 때문에 옷을 벗지는 못한다고 하면서, 그녀들은 소파에 기어 올라가 무릎을 꿇고서 모두다 스커트를 위로 말아 올렸다. 보기만 해도 장관 이었다. 둘러선 원형 소파에 쭉빵의 여자들이 교교한 미소를 흘리면서, 뒤로 응댕이를 까 재낀 채, 보지를 벌리고 있는 모습은 이름 하야 내가 꿈꾸어 오던 줄줄이 사탕 버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