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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냄비 2

토토군 8 162 0 2025.07.01

자선냄비 2

 

‘화 이거, 줄줄이 샤탕이넹! 훠미 좋아분 거!’ 

나는 파트너들이 나누어 준 콘돔을 끼고 설랑, 소파의 처음부터 끝까지 돌아가면서 엎드려 있는 여자들의 보지를 차례대로, 걸르지도 않고 박아대면서 전진 했다. 언제나 아내와 할 때처럼, 엎드려 뻗쳐 자세로 노동인지, 섹슨지 구분도 가질 않는 배설에 가까운 행위를 할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내 뒤를 따라 파트너의 구분도 없이, 거리에서 쌈바춤을 추어 가며, 허리를 붙들고 열을 맞추어 가는, 브라질 사람들의 축제처럼, 내 뒤로 동료들이 줄줄이 사탕으로, 내가 박아놓아 구녕이 쩍 하니 벌어진, 그네들의 씹살을 냉큼냉큼 받아 되박고 있었다. 

‘으X, 으X……길낸 보지 박는 맛도 일품이넹!....욱욱욱’ 

열명이나 되는 여자들을 끝까지 완주하며 다 박아낸 사람은 나와 박대리, 단 두 사람 뿐이었다. 그 사이에 술에 취하고, 정신이 없는 관계로 중간에 사정을 하고, 여자들 등짝으로 뻗어버린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고…..그렇게 난장판으로 놀아대는 동안, 모든 사람들은 이성을 잃을 정도로 깊이 취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오히려 돌림빵을 해가며, 급하게 마셔댄 술들로 인해 11시도 채 못된 상황 이었고, 오입을 끝낸 동료들은 벌써부터 집에 갈 채비들을 서둘렀다. 그녀들의 전략은 이른바, 번갯불에 콩 구어 먹기 였다. 손님들의 기분을 급상승시켜, 한 팀이라도 더 받을 수 있게 하려는 그들의 상술에, 우리들은 보기 좋게 걸린 것이었고, 귀가를 서두르는 우리들 앞에 당도한 계산서는, 두당 화대가 제외된 계산서 였음 에도 처음의 기본료와 달리, 입들이 짝 벌어져 할말을 잊고 있었다. 모두 반 이상씩의 상여금을 떼어내 돈을 지불하며, 그나마 반이라도 집으로 가져가게 됨을 감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술이 취해 누가 누구 인지 구분도 하질 못했고, 얼결에 떠밀려 나온 밖은 눈발이 날리면서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지만, 다들 어디로 갔는지, 순식간에 나는 외톨이가 되어 버렸다. 눈발이 점점 거세어지고 한치 앞도 볼 수 없을 지경으로 눈이 쏟아져, 걷기 조차 힘들어진 대다, 먹은 술로 인해 땅조차 울렁거리고 있었다. 

‘뎅그렁, 뎅그렁…..불우한 이웃을 무시합시다. 불우한 이웃은 당신의 인생에 좇또 영양가 없습니다. 뎅그렁, 뎅그렁……’ 

눈 앞에는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아까 낮에 본 그 자선냄비와 구세군 할애비가 서 있었다. 그러나, 외치는 소리는 아까와 좀 다른 구석이 있었는데….., 

‘꺽….꺼윽….아니, 아까는 불우한 이웃을 돕자 하더니, 꺽… 끄윽. 지금은 워쩐 일로 불우한 이웃을 무시하라고 그러셩?’ 

‘이유를 몰라서 묻나? 젊은이?’ 

‘그것도 이유가 있나여? 그윽….’ 

나는 말도 하다 말고 그 앞에서 된통 토악질을 해버렸다. 

‘자네 같은 사람이 넘쳐나는 이 한밤중에 불우한 이웃을 돕자고 하면, 들을 사람이 누가 있나? 그래서 이런 한밤중에는 되려 무시하라고 외치곤 하지. 찌라시도 그냥 주면, 보지도 않고 버려져 쓰레기로 되지만, 구겨서 건네주면, 오히려 무신 내용인가 펴보게 되는 이치랑 같다고 할 수 있지.’ 

‘아니, 이런 한밤중에도….꺽… 끄윽….종을 흔들고 계시네….어휴, 취한다…..’ 

‘우리야 북한도 무서워하는 구세군인데 따로 밤낮이 어딨어?’ 

‘아니, 북한이 왜 무서워 헌데여?’ 

‘허어, 자넨 얘기도 못 들었나? 굶어 죽는 북한 동포를 돕겠다고, 구세군 총 본부에서 북한으로 발벗고 나서서 돕겠다고 영문으로 장황한 편지를 했는데, 갸들이 거절했지 뭔가!’ 

‘워째서여?’ 

‘우리가 군인이라서 안된데요. 아무리 굶어 죽을 지경이라도 군인의 도움은 필요 없대요…쯧쯧……무식한 것들 같으니라고, 아니 말 끝에 군 짜만 붙으면 다 군인인 줄 아나 보지?’ 

‘할아버지, 그거 뻥이죠? 네? 나이 살이나 드셔가지고서는 젊은 사람 놀리시기는…… 꺽…꺼윽…’ 

‘뻥은 이 사람아!... 그건 그렇고, 술 꽤나 들이킨 것 같은데, 집엔 안가나?’ 

‘가야죠…어휴, 띠발, 뭔 놈의 택시는 이래 안 잡히고 지랄이래?……’ 

‘가기 전에 불우한 이웃을 위해 마음 쫌 쓰고 가지?’ 

‘꺽… 끄윽… 아니 언제는 무시하라고 하고선, 꺽… 이제 와선 또 도와달라 뀨우? 나 원 참… 먹고 뒤질래도 돈, 그거 없시다.’ 

‘그래? 그럼, 잘 가게. 다시 봄세. 자네가 불우이웃 되면 말이야. 껄껄껄….. 에이 나도 파장해야 쓰겄네……’ 

실없는 소리나 열나 지껄이더니, 그 놈의 구세군 할애빈가, 좇방맹인가 하는 영감탱이는 세워 두었던 자선냄비를 걸머지고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다. 혀를 차고 있는 도중, 다행스럽게도 택시가 하나 내 앞으로 섰다. 눈을 털 사이도 없이, 나는 택시에 올라타 행선지를 겨우 말하고는 좌석에 기대어 숨을 몰아 쉬었다. 

‘망년회에 갔다 오셨나 보죠?’ 

‘꺽… 꺼윽…예… 아자씨, 창문 좀 열게여… 술이 오르네…..꺽….꺼윽……’ 

‘토하실 것 같으면 말씀하세요, 길 옆으로 차 세워 드릴께요.’ 

‘그 정도는 아니구여… 꺽….’ 

그때였다. 

‘따르릉’ 

나는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번호를 살폈다. 아내의 전화였다. 

‘여보세용?’ 

‘여보세용?....헉헉… 헉헉…….전화는 받는구만….윽윽… 야, 이 썅년아, 전화는 받잖아?’ 

‘야, 넌 누군데 남의 마누라 핸폰 붙들고 쌍욕이야, 쌍욕이……. 좇 같은 쉐이야!’ 

‘어쭈? 입은 살아 가지고…..내가 얘기 했었지? 너 오늘까지 밀린 빚 갚질 않으면 마누라 요절 낸다고 말이야. 윽윽… 억억…. 씨발년아, 좀 살살 빨어! 나 전화하고 있는 거 안 뵈냐?’ 

‘무신 빚? 너 미쳤구나? 내가 빚이 어디 있다고?’ 

‘이젠 정신까지 돌아 버렸구만…..니가 그럴 줄 알고, 애 저녁에 니 마누라 모셔다가 지금 줄창 쑤셔대고 있쥐…. 와서 볼 테냐?’ 

‘너 누구야, 이 씨박 쇄끼, 대갈빡을 바숴 놓는다? 얼릉 집사람, 안 바꿔?’ 

‘니 집사람 지금 바쁘다. 두 남자 좇대가리 열나 한 입에 빨고 있는데, 전화기 쥘 손이 없네. 어쩌면 좋아? 그 뿐인 줄 아냐? 다른 놈은 보지에, 또 다른 놈은 똥꾸녕에 쑤셔 박고, 지랄 떨고들 있쥐….다른 놈들도 좇대가리 세워서 줄 서고 있는데, 니도 줄에 끼워주랴? 그래도 서방 새끼라고 전화는 받겠다네…. 에라이, 씹 쉐이야….’ 

‘여보…….흑흑… 쩝쩝… 쭉쭉…. 훌훌훌훌…. 쩝쩝… 아휴, 좇대가리 꺼덕 대는 폼이 여간 아니네?.... 쩝쩝…..’ 

술이 다 확 깨고 있었다. 통화를 하겠다던 아내는 전화 속에서 누구 좇대가리를 빠는지, 소리만 열나 내면서도 내 쪽에다 대고 대화할 의사가 없는 듯이, 헛소리만 삥삥 해대고…. 

‘너 거기 어디야? 너 꼼짝 말고 거기 그대로 있어!’ 

‘누가 도망 간댔나? 너나 발르지 마, 쨔샤! 돈 떼어먹고, 가출한 것 까지는 그렇다 하자. 이렇게 이쁜 마누라는 어찌라고, 그렇게 도망 댕기며, 내깔려 두나? 윽윽… 씨발 좇나 쪼여요. 밥 쳐먹고 보지 근육만 키웠나? 왜 이렇게 쪼사대나 쪼사대길? 윽윽….너 집에나 가 봐라. 온 집에 이제까지 붙어있던 벌건 딱지들……, 아마 대문도 없을 껄? 우리가 대문도 떼어 가겠다고 딱지 붙여 놨었거든. 어때? 대단하쥐? 하이고 똥꾸녕이 좇물 때문에 완전히 미끄럼 틀 이구만, 쑥쑥 잘도 들어간다…. 윽윽…..척척척척……’ 

이해가 안가는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카드명세서 무서워 쩔쩔 눈치 봐가며, 써 왔던 난데, 이건 무신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그래 빚이 얼마야? 도대체?’ 

‘너야 모를테지, 모를 밖에…. 회사 짤리고, 가출하신 몸이 알 턱이 있나? 너 없이, 찢어지는 살림 꾸려 가시느라, 이렇게 몸매가 빼어나신데 어련 하실라구? 그럼 가출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뭘 먹고 사냐구? 그게 다 빚이지. 어쭈, 그래도 지하철 바닥에서 잠은 안자는 모양 이구만. 핸폰 까지 들고 다니는 꼬락서닐 보아하니 말이야. 그래도 이미 늦었네. 니 마누라 약 쳐먹고 지금 헤롱 댄다…. 야이, 씨박 쇄끼야! 쌌으면 얼릉 딴 사람에게 씹구녕 내주지, 그 엉덩짝은 왜 그렇게 핥고 지랄이야, 지랄은?... 들었쥐? 여기 모인 놈들이 한 열명은 됨직한데, 어찌나 먼저 하자고 덤비는지, 줄 세우는데 혼난다, 나 지금…..니 놈이 버리고 간 마누라, 지금 열나 영화 찍어 대면서 쑤셔댄다. 비디오로 팔아 재껴도 수억은 건지겄네….아주 벌창 이구만, 벌창……야, 콘돔도 아깝다. 어찌나 좇물을 싸 놓았는지, 구녕이 어딘지 이젠 뵈지도 않네. 그럼 안뇽! 한동안 열나 쑤시다가 보내주련? 아님, 내가 기냥 가져 삐릴까? 히히히히…..’ 

얌통머리 없이 끊겨버린 전화….나는 어느새 집 앞에 당도해 있었다. 나는 정신 없이 택시에서 내렸다.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대문 쪽으로 달려갔다. 그 놈들이 말한 대로 현관이 통째 사라져 있었고, 바닥에는 온통 쓰레기들만이 가득했다. 저기 멀리서 세워진 택시를 열고 나와, 기사가 소리소리 쳐대고 다가오는데….. 

‘멀쩡하게 생긴 양반이 돈 안내고 토끼면 어쩌남?’ 

‘토끼긴? 저 여기 있수다………, 어? 어떻게 된 거지?’ 

품 안에 있었던 지갑마저도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품속에는 잡히는 것이 있었다. 꺼내보니 아까 낮에 받은 상여금 봉투 였다. 술값을 내고도 조금은 두툼 했던 봉투였는데, 봉투 안에는 달랑 2만원 뿐이었다. 그나마 택시비로 주고 나니, 내 손에 남은 건 천원 짜리 한장…..집안에 들어서니 거의 폐가나 다름 없었다. 바닥에는 깨진 그릇들 하며, 세간 살이는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람이 도저히 살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질 않고 있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 했는데…..갑자기 추위가 엄습했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려 그 자리에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기에 그냥 주저 앉고 말았다. 바닥에 뒹굴고 있는 나와 집사람의 결혼 사진….도저히 벌어진 이 상황을 수습할 방도가 생각나질 않고 있었다. 전화 속의 얘기들을 다 믿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폐허가 되다시피 변해버린 집구석을 보면,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혹시 아내가 나 몰래 돈을 쓰면서, 내가 집에 없다고 거짓말을 해 온 것은 아닐까란 의심도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을 낸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 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누구한테 전화를 걸지? 그래, 남 돕는 일이라면 이 밤중에라도 달려 나와 줄거야.. 전화번호가 몇 번 단축 다이얼에 있었지? 그래, 이거야! 

‘따르릉!’ 

‘여보세여? 유과장? 밤이 너무 늦었지? 나 조과장….방해한 건 아니지?’ 

‘어쩐 일로 이렇게?’ 

퉁명스런 그의 대답….어? 

‘아니, 뭘 좀 부탁하려고……’ 

‘인제 쫌 그만하지? 아니, 명퇴는 자네만 당했나? 허구 헌날 돈타령에, 그것도 쪽 팔리게 회사 앞 지하도에서 비럭질은 왜 하고 있나? 내 한 두 번은 그냥 옛정을 생각해서 도와 주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안 돼. 벼룩도 낮짝이 있지, 지 마누라는 죽을 고생을 하면서, 어떻게든 살아 보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니는 판에, 노숙자 주제에, 그것도 옛날에 일하던 회사랍시고, 그 앞에 떡 버티고 앉아서 구걸하는 심뽀는 또 도대체 뭐냔 말이지? 나 전화 끊네. 정신 쫌 차리게. 오늘 낮에 내가 준 봉투에 몇 푼 안되지만, 돈 쫌 넣어 놓았으니, 그러지 말고 집에 들어가지 그러나?’ 

나는 전화를 끊고 나서 아직까지 주머니 안에 있던 그 봉투를 꺼내 보았다. 겉봉에 써 있던 이름은 유과장의 이름 이었다. 그렇다면 이제까지의 일들이 모두 사실이라니…. 나는 봉투를 쥔 내 손을 바라다 보았다. 어두운 밤에 불빛도 없어서 잘 보이질 않던 탓에, 나는 대문 옆에 뚝 떨어져 세워진, 전봇대로 가까이 가 보았다. 보안등에 비추어진 내 손은 그야말로 때꾸정물이 좔좔 흐르는, 그야말로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의 손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물씬 풍겨오는 썩은 냄새, 아까까지는 몰랐지만 그건 바로 내 몸에서 나는 냄새 였다. 나는 그러니까 노숙자 였다가 이제사 유과장의 도움으로 집에 돌아오게 된 거였다. 그러나, 너무 늦어버렸고, 이 지경까지 온 것이었다. 오갈 데 없는 부랑아 신세…. 사랑하는 마누라도 집달리들에게 빼앗겨 온통 난장의 돌림빵을 당하고 있어도, 어디 하나 도움을 청해 볼 수도 없는 무능력한 걸뱅이……그게 나였다. 내 쉬는 한숨이 허옇게 김이 되어 허공으로 쏟아져도 꼬르륵거리는 배는 소리를 죽일 줄 몰랐다. 비척거리면서 대문을 나오는데, 저 멀리서 택시가 한대 내게로 달려 왔다. 내 앞에 헤드라이트를 훤하게 비추고 있는 그 빛이 너무 밝아, 나는 눈조차 제대로 뜰 수가 없었는데, 운전석에서 사람이 내린다. 

‘누….누…누구세…여?’ 

‘나? 그 좇방맹이 구세군 할아범! 벌써 잊으셨나? 몇 시간이나 됐다뀨우? 어때? 고 몇 시간 다른 인생을 살아보니 말이야? 신나지? 영화 같지? 그 파노라마의 화려함이?’ 

‘무슨 말씀 이신지?’ 

‘니 놈이 발 뻗고 잠드는 그 시간에도, 넌 알 수 없어도, 세상 속에는 지금 네가 겪고 있는 것의 수 십 배, 아니, 수 천 배, 괴로운 삶을 살고 있는, 도움 받질 못해 울고 있는 영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게야. 니 눔 지갑에 만 원짜리 몇 장 없다고 죽기야 하겠어? 그렇지만, 그 몇 장에 몸을 팔고, 혼을 팔고, 피를 팔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이 겨울에 너무 많다는 거야, 내 말은…..어쩔래? 그냥 이대로 버러지 같이 살아갈 테야, 아님, 반성할 껴?’ 

‘아이구, 어르신, 살려만 주십쇼. 제가 잘못 했습니다. 앞으로는 정신 차리고 살아갈 테니, 제발 예전의 저로 꼭 한번만 다시 돌려 주시면 안될까여? 구세군을 하라면 하겠습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십시오. 제발……’ 

나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있었다. 한겨울에 씻지도 않은 손으로, 그렇게 무작정 부벼대면 닭똥 냄새가 무지하게 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앞 뒤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머리를 조아리고, 계속해서 잘못했다고 빌고 있는데, 

‘조과장, 조과장! 정신 차려, 이 사람이 대낮부터 왜 이리 잠꼬대를? 아까부터 회식 언제 가느냐고 배고프다고 난리 치더니만…배고파서 헛것이 뵈나? 얼씨구 침까정 흘리고… 이거 장난이 아니구만?’ 

내 앞에는 밖으로 나가려고 코트를 챙겨 입은 유과장이 서있었다. 나는 입가의 침을 닦으면서도 정신이 제대로 들질 않아 잘못했습니다 를 연거푸 되뇌고 있었고….정신이 들기도 전에 나는 본능적으로 책상 위의 핸폰을 집어 들고 집으로 전화를 때렸다. 

‘여보? 당신이야? 집에 별일 없지?’ 

‘당신이 낮에 왠 전화래요? 오늘 회식 있어서 늦게 온다면서요? 아직 츄리도 못 만들었는데…..빨리 오면 좋겠구만서도…’ 

‘아니야, 회사 전체 회식은 점심 때 라구. 저녁엔 만사 제쳐두고 일찍 들어 갈거야.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해가 똥꾸녕 에서 뜨려나? 당신 뭐 잘 못 먹었수?’ 

‘아니, 그리고, 이거 한가지 물어 봐도 돼? 자기 말이야, 혹시, 나 몰래 돈 빌려 쓰거나, 카드빚 와장창 지고 있음 얘기해. 내가 혼내지 않을 테니, 어서….얼릉….’ 

‘이 이가 미쳤나? 우리 집에 카드라고는 당신 꺼 밖에 없는 거 몰라요? 가족 카드로 몽조리 만들어 준다는 거, 당신이랑 나랑, 쌍수 들고 반대 한 거 벌써 잊었냐구요? 내참….’ 

‘어휴, 살았네… 진짜 집에 별일 없지? 나 오늘 일찍 들어갈께. 츄리는 그냥 놔 둬. 내가 들어가서 오랜만에 당신이랑 캐롤도 들어가며, 만들지 뭐………저……저……그게…….자기야!......... 사랑해! 여보……… 나 정말 오랜만에 사랑한다는 말 해본 것 같다, 그치, 응?’ 

‘하이구, 왠 애교? 암튼 일찍 들어온다니 좋네. 찬은 없지만 국 따습게 뎁혀 놀께여. 회식 때 술 많이 먹지 말구여….’ 

전화를 끊는데, 유과장이 저으기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를 내려다 본다. 사무실을 나와 회식 장소로 가는 도중에 내 눈 앞에는 그 문제의 자선냄비와 아닌 게 아니라, 그 할아버지가 종을 울리며, 서 있었고…. 

‘추운데 수고 하십니다!’ 

나는 달려 가듯이, 유과장을 제치고, 자선 냄비에다 품속에서 꺼낸 상여금 봉투에서 만원 짜리를 세어 보지도 않고 집어서는 넣었다. 

‘하이구, 고맙수 젊은이….. ‘ 

‘뭘요!’ 

‘…..불우한 이웃 되기는 싫었던 모양이쥐?’ 

유과장이 뒤따라 오면서 돈을 넣기 전에 나즈막 하게 나에게 던진 그 노인네의 말을 나 이외에는 듣질 못했다. 하늘에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고, 유과장은 나의 행동이 뜻밖이라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와, 조과장, 다시 봐야겠는데?’ 

‘뭘?’ 

‘돈도 세어보질 않고 그렇게 집어넣다니, 보통 사람들이라면 그렇게 하기 쉽질 않은데….’ 

‘자네, 알라딘의 마술램프라고 알지?......’ 

나는 붕붕 떠다니는 느낌으로 길거리를 유과장과 같이 걸으며, 내가 알고 있는 그 얘기를 다시 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그래서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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