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못할 그녀 - 상편
잊지 못할 그녀 - 상편
수년 전. 가깝게 지내던 여자 친구가 있었다. 말 그대로 친구인 여자. 외국 생활이라는 게 워낙 그래서 그저 나이 비슷하고 말 통하는 한국인끼리라면 우선 친해지기 마련인 것 같다. 그래서 가깝게 지내고 서로 외로울 때 전화해 같이 밥도 먹고 영화도 보던 사이였다.
정희…. 많은 것을 알려주고 보여준 것 같으면서도 참 많은 것을 감추고 가려가며 보여주던 여자였다.
하루는 정희가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왔다.
"기현아…. 자니?"
"아니….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응…. 다름 아니고, 너 내일 혹시 시간 좀 내 줄 수 있어?"
"내일? 왜?"
정희의 사촌 언니가 고생 또 고생 끝에 우리나라 항공사의 승무원이 되었고 첫 해외 출장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서울-LA 간 항공편이고, 그래서 그 사촌 언니가 LA에서 사흘을 머무는데, 꼭 가서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언니가 머무는 호텔 이름은 알아냈는데, 난 지리도 잘 모르고 운전도 서투니까 네가 좀 같이 가 줬으면 해서…."
"그래? 그러지 뭐. 네가 하는 부탁인데 그 정도도 못 들어주겠어?"
다음 날 오전. 나는 정희의 집으로 가서 정희를 태우고 LA 공항 근처에 있는 그 호텔로 향했다.
호텔로 향하던 차 안에서 정희는 10여 년 만에 만나는 사촌 언니고 말 못 할 집안 사정 때문에 어릴 적 가깝게 지내던 사촌 언니였지만 한동안 연락이 끊겼었고 이번에 만나면 서로 얼굴이나 알아볼지도 모르겠다는 둥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었다.
"언니가 LA에 처음 온 거잖아…. 너 혹시 며칠 시간 좀 내 줄 수 있어? 언니랑 디즈니랜드도 가고 싶고…. LA 이곳저곳도 구경시켜 주고 싶고…."
"언니 얼굴 봐서…. 언니가 이쁘면 내가 만사 제쳐놓고 확실하게 가이드를 해주지…."
"치…. 남자들이란…."
정희가 눈을 흘기며 혀를 찼다.
한국에서 온 승무원들이 단체로 묶고 있다는 호텔에 도착했고 로비에 들어서자 아주 싱싱하고 밝아 보이는 우리나라 아가씨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카운터에서 뭔가를 알아보는 승무원들…. 매점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승무원들…. 로비 소파에 앉아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승무원들….
"기현아…. 우리 언니 좀 찾아봐. 나 하도 오랜만에 언니를 만나는 것이라 떨려…. 얼굴도 잘 못 알아볼 거 같아…."
정희의 이 말에 나는 정희가 찾는 사촌 언니의 얼굴도 모른 채 승무원들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이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비행기 타고 출장 다니면서 보던 때의 승무원들의 얼굴하고는 많이 달랐다.
"역시 화장발에 속으면 안 되는 거야…."
순간 정희가 멈칫하더니 내 손목을 꽉 잡고 말했다.
"혹시…. 지수 언니?"
"어머…. 정희니?"
둘은 반갑다고 비명을 지르며 얼싸안았다. 사촌끼리의 10여 년 만의 만남이 나름대로 감격스러운 듯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정희 친구 기현이라고 합니다. 두 분 오랜만에 만나셔서 반가우실 텐데 어디 가서 뭐라도 마실까요?. 아님, 식사는 하셨나요?"
"네…. 반가워요…. 그런데 정희야. 언니가 지금은 너무 피곤한데…. 밤새 하늘을 날아왔잖아…. 조금 쉬고 나가도 될까?"
결국 첫날은 그렇게 호텔 로비에서의 만남으로 끝을 내기로 하고 우리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만나 디즈니랜드에 놀러 가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정희를 태우고 그 호텔로 향했다.
"우리 언니 이쁘지?"
"어? 으... 응…."
정희의 언니 지수라는 여자는 얼굴은 하얗고 눈은 동그랗고 몸매는 거의 완벽한 수준이었고 호텔 로비에서 만났을 때는 편안한 면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던 터라 길게 뻗은 다리와 아담한 크기의 가슴을 엿볼 수가 있었다.
셋은 그렇게 만나 디즈니랜드로 향했고 디즈니랜드로 가면서 제가 제안을 해서 제 친구 녀석을 하나 더 불렀다.
호범이 녀석은 디즈니랜드 매표소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넷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라고 자칭하는 디즈니랜드 일정을 시작했다. 탈 것도 타고, 구경할 것도 구경하고, 쇼핑도 하고 쇼와 뮤지컬 퍼레이드도 구경했다.
호범이 녀석은 이날 내가 불러냈을 때 망설임 없이 달려 나온 이유가, 평소 정희에게 마음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하루 종일 분위기가 호범이와 정희가 붙어 다녔고, 탈것을 타거나 할 때에는 지수와 제가 짝이 되어서 타곤 했다.
하루를 그렇게 신나게 웃으면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이 지수라는 여자가 참 괜찮아 보였다. 우리 넷은 그렇게 즐겁지만, 피곤한 하루 일정을 마치고 가든그로브라는 디즈니랜드와 인접한 곳에 자리 잡은 코리아타운으로 가서 가볍게 저녁을 먹고 오렌지힐스라는 레스토랑으로 칵테일을 즐기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오렌지힐스 레스토랑…. 오렌지 카운티의 오렌지 시 한복판 산꼭대기에 있는 이 레스토랑은 분위기 하나는 환상이었다. 밤에 올라가면 오렌지카운티 전체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근사한 곳…. 이곳에서 정희와 지수는 분위기에 흠뻑 취했고 한 두잔 데커리와 마티니를 마셔가며 술에도 취해가고 있었다.
넷 중 술에 제일 약했던 사람은 정희였다. 정희가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기 시작했고 나는 호범에게 정희를 집으로 데려다 줄 것을 권했고 지수 씨 호텔은 아무래도 거리가 있으니 내가 갔다 오겠다며 호의를 베풀었다.
"기현 씨…. 오늘 즐거웠어요…. 그리고…. 정말 죄송해요…."
"뭐가요? 뭐가 죄송해요?"
"저 때문에 하루 종일 고생 많으셨잖아요."
"별말씀을요…. 저도 즐거웠어요…. 재미있었고요..."
"안 피곤하세요?"
"하하하…. 술이 좀 들어가니 졸리긴 하네요."
"어떡하죠?"
"괜찮아요…. 가진 건 건장한 몸뿐인걸요."
호텔에 도착했고 나는 지수를 그냥 돌려보내기가 아쉬워서 방까지 데려다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서비스 교육을 철저히 받은 여자여서 그런지 여자가 혼자 외국에 나오면 생각이 많이 개방적으로 되어버린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하루 종일 즐겁게 봉사를 해준 내게 호감이 있어서인지, 지수는 그러라고 그랬고 방문 앞에 도착하자 외국에 나오면 2인 1조가 되어 방을 같이 쓴다며 동료가 방 안에 있는지 먼저 보겠다며 방 안으로 혼자 들어가 버렸다.
잠시 후 방문이 다시 열렸고 "기현 씨 들어오세요." 하는 지수의 모습이 정말 예쁘고 귀여웠다.
"커피 한 잔 드릴 테니까 드시고 가세요…. 졸리고 피곤해 보이세요."
"네…. 그러죠…. 고맙습니다…. 헤헤헤…."
"커피 내려놓고 저 좀 씻고 옷 좀 갈아입어도 되죠?"
"그러세요…. 편안하게 하세요…. 전 여기 앉아서 티브이 좀 보고 있을게요."
그러고는 필름이 끊겼다. 기억이 없다는 말이다. 피곤한 하루였고 보드카 마티니를 여러 잔 마셔서 그랬는지 지수의 침대에 기대어 앉아 티브이를 켠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한참 후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깊이 잠들었다가 깨어 있었고 어둠 속에서 자세히 보니 퀸사이즈 침대가 2개 있는 방이었는데 저쪽 침대에 2명의 여자가 자는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내가 얼마나 깊이 잠이 들었길래 그냥 가야 하나 그냥 더 자야 하나 뻘쭘해서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고 있는데 어둠 속에서 2명의 여자 중 한 명이 일어났다.
"기현 씨…. 깨셨어요?"
"네…. 죄송해요…. 어떻게 된 거죠?"
"제가 씻고 나오니까…. 얼마나 곤히 잠이 드셨는지 깨울 수가 없었어요."
"아이고... 죄송해서 어쩌죠?"
"아니에요…. 저 때문에 피곤해서 그러셨는데…."
"그럼…. 주무세요…. 전 그만 갈게요…."
"정말요? 더 주무시고 가셔도 되는데…."
"동료분도 계시는데, 너무 폐 끼치는 거 같아서요…. 근데 왜 안 주무세요?"
"시차 때문에 통 잠이 안 와서 안 자고 있었어요."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지수의 몸이 이불 밖으로 나와서 드러났는데 거의 팬티나 다름없는 얇은 면 반바지에 얇은 어깨끈으로 된 속옷 같은 탑을 걸친 모습이었다. 가슴이 거의 다 드러나 보였다.
"동료분 주무시는데…. 이쪽 침대로 오세요…. 깨시면 어떡해요? 저는 일어날게요."
지수는 나의 이 말에 침대에서 일어났고 이쪽 침대를 향해 걸어왔다.
화장을 다 지우고 바짝 위로 묶고 다니던 머리를 풀어 헤치고 있는 지수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도 눈부시게 보였다. 거기에 만난 지 이틀 된 이 아름다운 여자가 거의 속옷 차림에 있는 모습을 보니 나의 남자는 견디지를 못했고 내 거시기는 발딱 서버렸다.
"지수씨..."
"네?"
"너무…. 예쁘게 생기셨어요…."
나의 갑작스러운 말에 지수는 멈칫했고 "고마워요."라는 대답을 수줍게 내뱉었다.
내가 일어나서 지수 앞으로 다가섰고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지수는 잠시 당황한 몸짓을 보이다가 가만히 품에 안겨 왔다. 샴푸 냄새가 아직 남아있는 긴 생머리. 아직 알코올의 냄새가 조금씩 풍기는 그녀의 숨결.
"저기... 지수씨... 키스 한번 해볼게요…."
"네? 저…. 저기 자는 동료가 제 선배라…. 저…. 혼나요…."
그러는 지수의 입술을 덮쳤다. 키스를 했다.
얇은 실크 탑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고 그녀의 브래지어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는 약간의 반항을 했지만, 옆에서 자는 선배가 깰까 봐 그랬는지 눈을 질끈 감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내 손안에 들어온 그녀의 피부는 정말 부드러웠다. 가슴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이즈였다. 딱 한 주먹에 들어오는 사이즈다.
나의 계속되는 키스와 가슴 애무에 그녀가 결국 무너졌는지 나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나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내게 몸을 안겨 오는 그녀를 확인한 뒤 그녀의 면 반바지 속으로 손을 넣었다. 미끌미끌한 피부와 통통한 살결이 느껴지는 엉덩이. 손을 움직여 면 반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내렸다. 면 반바지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팬티는 그녀의 무릎 부위에 걸렸다.
그녀에게 계속 키스를 퍼부으면서 오른손 검지를 그녀의 항문 앞으로 가져갔다. "흡...." 하며 그녀가 나오는 소리를 멈추려는지 내 키스를 더더욱 강하게 받아들였다.
내가 자고 있던 빈 침대에 그녀를 눕히며 자연스럽게 손을 그녀의 그곳으로 가져갔다. 그곳은 이미 젖어 있었다.
"기현 씨…. 선배 깨어나서 이거 보면 나 죽어요…. 난 이제 겨우 신참인데...."
눈을 돌려 옆 침대에서 자고 있는 누군지 얼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자고 있는 그녀를 쳐다봤다. 어둠 속이었지만 선명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불 속에 얼굴을 감추고 두 눈을 뜨고 우리를 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어둠 속에서 이쪽을 쳐다보다가 나의 시선에 놀랐는지 눈을 감아버리는 그 여자를 보고 내가 지수에게 말했다.
"피곤하실 텐데…. 깊이 잠드셨을 거예요…."
손으로 지수의 거기를 계속 작업했고, 젖어있던 그 곳은 더더욱 뜨거워지고 흥건해져왔다. 지수는 나오려는 신음 소리 때문인지 더더욱 강하게 내게 키스를 퍼부어댔다. 입술이 얼얼할지경까지 이르렀다.
흥분이 강해지는지 키스는 더더욱 강해졌고 나의 목을 안고 있던 두 팔에는 더더욱 힘이 세졌고 급기야 한 손을 내 가슴으로 가져와 내 젖꼭지를 꼬집기 시작했다.
벌떡거리는 내 거시기.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자리를 제대로 잡은 뒤 삽입했다. 그녀의 온몸이 사르르 떨렸다.
피스톤질하면서 내려다본 그녀의 얼굴은 정말 아름다웠다. 눈을 질끈 감고 약간의 인상을 찌푸리며 내게 안겨 오는 그녀. 오르가즘을 느끼는지 한순간 그녀의 양 팔에 힘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지더니 나를 잡아 삼킬 듯 꽉 껴안아 왔고 입 밖으로 나오는 신음 소리를 참으려는지 내 어깨 부위를 깨물었다.
"악! 아파…."
결국 신음 소리를 참으려다 역효과를 내버리고 만 것이다.
지수는 놀라 옆 침대를 쳐다보려고 고개를 돌렸고 나는 다시 어둠 속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가 지수의 고갯짓에 눈을 질끈 감아 버리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만난 지 이틀 된 지수와의 섹스도 환상적이었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또 다른 여인이 몰래 구경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의 흥분은 극에 달해갔다.
지수의 거기에서 내 거시기를 뺀 뒤 그녀의 몸을 뒤집었다. 뒤에서 하는 걸 좋아한다. 우리나라 항공사의 승무원…. 다른 외국 항공사들은 펑퍼짐한 아줌마 승무원들도 많고 우리 엄마 나이뻘 되는 승무원들도 많지만,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승무원들은 탤런트 뺨치게 예쁘다. 이런 승무원…. 친구 정희의 사촌 언니…. 이 여자와 섹스하고 있다.
나의 맨살에 닿는 그녀의 엉덩잇살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오르가즘을 이미 느낀 그녀는 나의 뒤로부터의 피스톤질에 계속 나오는 신음 소리를 참지 못하겠는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지수와 질펀한 섹스를 즐기고 한참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잠에서 깨어보니 침대 위에 벌거벗은 채 얇은 이불을 덮고 자고 있었다. 귀에 들려오는 두 여자의 대화가 있었다.
"그래서…. 저…. 남자가 사촌 동생의 친구라고?"
"응…. 어제 만나서 디즈니랜드 갔다가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그랬어…."
이 당황스러운 순간을 어떻게 모면해야 할지를 눈을 감은 채 고민하고 있었다. 순간 어젯밤 지수와 섹스를 하면서 몇 번이나 보았던 어둠 속에 보였던 그 동료 여자의 두 눈동자가 기억났다. 잠이 깬 척을 하면서 일어나 앉았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두 여자가 나를 쳐다봤다.
"일어나셨어요?"
"제가….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두 여자는 동시에 얼굴을 붉히며 어색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불로 몸을 감싸 알몸을 가린 채 누가 그랬는지 침대 옆 의자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나의 옷들을 집어 들고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화장실 안에 들어가서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으며 밖에서 들리는 두 여자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언니…. 오늘은 뭐 할 거예요?"
"난…. 쇼핑하러 가고 싶은데…."
"그럼…. 기현 씨한테 같이 가자고 물어볼까요?"
"아니야…. 난 버스 타고 다니면 되니까 둘이 어디라도 다녀와."
난 둘의 대화를 못 들은 척 문을 열고 나갔다.
"지수 씨…. 오늘은 뭐 하실 거죠?"
"기현 씨…. 회사에 나가보셔야죠?"
"아뇨…. 천천히…. 조금 있다가 전화 한번 해보면 됩니다."
"참... 기현씨 인사하세요…. 제…. 선배 윤희 언니예요…."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반갑다며 악수를 받는 윤희라는 또 다른 승무원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언니…. 기현 씨는 이 나이에 무역회사를 하고 있어…. 그래서 한국 출장도 자주 나와…. 나중에 한국 오면 내가 이번에 받은 일을 다 보답해 드리려고…."
"아…. 그러세요…. 어쩐지 젊은 분인데 뭔가 달라 보이더라고요…."
결국 윤희라는 여자는 호텔 방에 남아 준비한 뒤 쇼핑을 하겠다고 결론을 내렸고 나와 지수는 함께 호텔을 나섰다.
청바지에 티셔츠, 연두색 얇은 재킷을 입은 지수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그런 게 있다. 여자를 처음 만나 첫 섹스를 하고 난 뒤에 갑자기 까닭도 없이 정나미가 떨어져 버리는 여자가 있고, 첫 섹스를 하고 난 뒤에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는 여자가 있다. 지수는 첫 섹스 후 더더욱 아름다워 보였고, 더더욱 사랑스러워 보이는 경우였다.
발레파킹 해 놓았던 차를 찾아 탔다.
"지수 씨…. 잠깐 제 사무실에 좀 들를게요. 직원들한테 일 좀 지시해야 하고 서류도 살펴봐야 하거든요…. 잠깐이면 돼요…. 그러고 나서 정희 불러서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죠…."
"저 신경 쓰지 마시고 편안하게 일 보세요. 기현씨 사무실도 구경하고 싶고요…."
내 사무실은 LA 코리아타운 윌셔가 에퀴타블빌딩에 있었다. 코리아타운의 중심부로 한창 발전하고 있는 윌셔가. 이 윌셔가에 있는 고층 빌딩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빌딩이 이 에퀴타블빌딩.
빌딩 아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나의 전용 주차장은 지하 3층에 있었다. 지하 1층은 한 달 200달러. 2층은 150달러. 3층은 100달러고 4....5층은 75달러.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지하 3층에 전용 주차장을 계약해 놓은 상태였다.
내 자리에서 차를 세워놓고 지수의 얼굴을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키스를 했다. 진한 키스였다.
지수의 입술은 참 부드러웠다. 정말 맛있는 키스다. 키스하다가 연두색 재킷 지퍼를 내리고 티셔츠 아래쪽으로 손을 넣어 가슴께로 가져 올라가는데 차 밖에서 사람들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둘은 놀래 서로에게서 몸을 띄었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차 밖으로 내렸다. 사무실에 들어선 시간이 10시30분쯤. 직원들은 일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나오셨어요?"
인사를 하던 직원들이 나와 함께 들어서는 지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인사해…. 한국에서 온 내 친구…. 지수라고 해…."
순간적으로 지수를 친구라고 직원들에게 소개했다.
어제 하루와 오늘 오전까지 일어난 일들을 직원들로부터 보고 받고 결재해야 할 서류에 결재를 했다. 내 방으로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앉았다.
"지수 씨…. 여기 잠깐 앉아요…. 이메일 몇 개만 확인하고 답장하면 돼요…."
한국의 거래처로부터 와 있을 이메일을 열어보려 책상에 앉았고 지수가 내 등 뒤로 와 섰다.
"사무실이 참 좋아요…. 기현 씨…. 사업한 지 얼마나 됐어요?"
"대학 졸업하고 직장 생활 3년 하다가 사업 시작했으니 3년째죠…."
"나이도 어리신데, 능력이 좋으시네요…."
"능력은요…. 다 운이 좋았던 거죠…."
지수가 등 뒤에서 내 목을 껴안아 줬다. 아침에 호텔 방을 나오면서 뿌렸던 향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제가 복이 많은가 봅니다…. 친구를 잘 둔 덕인지, 정희 덕분에 이렇게 지수 씨랑…."
나는 의자를 돌려 지수에게로 향했고 지수를 안아 내 무릎 위에 앉혔다.
진한 키스를 나눴다. 내 방에서 내려다보이는 LA 코리아타운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까 지하 주차장에서 못다 했던 것을 하고 싶었다.
문밖에는 직원들이 있었다. 직원이래 봤자 나보다 2살 아래인 제시카. 경리와 사무직을 보던 직원과 나의 친구 토니. 토니는 영업 쪽 일을 맡아 주고 있었다.
또 한 친구는 토마스라고 하는 나보다 나이는 대여섯 살 많지만, 토니와 함께 영업일을 맡아주던 친구 이렇게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