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의 늦은 밤
호프집의 늦은 밤
대학 졸업반, 시험 기간이었다. 친구들과 술을 퍼마시고 자취방으로 비틀거리다, 혼자 한 잔 더 하고 곯아떨어지자는 생각에 학교 근처 호프집에 들어갔다. 크림맥주 하나, 감자튀김 하나. 혼자 웹툰 넘기고 유튜브 먹방 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반 잔을 원샷으로 비우자마자, 그녀가 말을 걸었다.
서른 후반, 호프집 주인. 검은 옷을 입은 야리야리한 몸매. 눈은 늘 반쯤 감겨 피곤해 보였고, 콧대는 날카로웠다.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 있어 기세가 세 보였다. 겉보기엔 남자들이 기피할 관상. 하지만 말을 섞다 보니, 왜 아직 결혼을 안 했는지 궁금해졌다. 한 번 물었다.
“누나, 왜 아직 결혼 안 했어요?”
“그럼 네가 데려가~”
그 말에, 지잡대 졸업 후 개떡 같은 인생 대신 그녀와 가게 운영하며 알콩달콩 살까, 온갖 상상이 스쳤다. 하지만 열 살 넘는 나이 차, 용기가 없었다. ‘데려간다’의 주체가 내가 아니라 그녀라는 걸, 그땐 몰랐다.
그녀는 절대 내가 돈 쓰게 하지 않았다. 집도 가까워 모텔 대신 그녀의 아파트에서 만났다. 베라크루즈를 타고 시외 펜션에 간 건 딱 한 번. 보통은 그녀 집. 원룸촌과 떨어진 아파트 단지라, 학생들과 마주칠 일은 없었다. 처음엔 조마조마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수업이 일찍 끝난 날, 그녀가 장사 준비 전. 늦게 끝난 날, 새벽에 연락하고 찾아갔다. 가게에 들렀다 그녀가 걱정했다.
“이렇게 오다 아는 사람 만나면 괜찮겠어?”
그 말에 가슴이 아렸다. 그녀도 나 같은 어린 남자와 떳떳이 다닐 깜냥은 아니라고 생각했구나. 우리는 숨겨진 사이였다.
그녀 집 침대 위, 격정적이었다. 그녀의 비명과 탄식이 터질 때마다 쾌감과 죄책감이 뒤섞였다. 끝나면 서로 쓰다듬으며 DVD를 봤다. 말수는 적었지만, 그녀의 말투에서 외로움이 묻어났다. 나에게 조심스러웠고, 많은 걸 양보했다.
반년쯤, 졸업과 취업이 다가왔다. 그녀도 이별을 직감했는지, 더 잘해줬다. 찾아갈 때마다 한 상을 차려줬다. 격정 후, 서로를 어루만지며 영화를 봤다. 그녀의 외로움이 느껴졌다.
결국, 취업을 핑계로 전화로 이별을 고했다.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 수긍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눈물 흘린 건 나였다. 그녀가 울었는지는 모른다. 그 후 연락도, 방문도 없었다.
좆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또래 여자 몇 명을 만났지만, 깊은 관계는 없었다. 후배들 연락 와도 학교 근처는 가지 않는다. 가끔 혼자 호프집에 들어가 한 잔 걸치며 그때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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