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겨울, 그 유서 한 장의 총성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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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3
1999년 겨울, 그 유서 한 장의 총성
1999년 겨울, 군대 내무반. 김병장. 초등학교 동무이자 내가 믿던 고참. 제대 한 달 전부터 그는 말이 없었다. 신문만 뒤적이고 깨알 같은 글씨로 종이를 수북이 채웠다. “박상병, 이거 읽어봐.” 열 장 넘는 종이. 그 안에 담긴 건 김미자를 향한 미친 듯한 집착. “너무 예뻐서 모든 사람의 영혼을 빼앗아간 사람아 너는 너의 육신을 기다려온 모든 사람들에게 갈기갈기 찢어 바쳐야 한다.” 나는 웃었다. “유언장이냐?” 김병장은 특박을 받아 나갔다. “미자 연락처 줘.” “싫어.” “내가 널 얼마나 봐줬는데.” 미자. 전교생이 사랑했던 그 완벽한 여자. 나도 사랑했지만 다가갈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항상 외로웠다. “상무야, 난 친구 너밖에 없어.” 엠티에서 첫 키스. 그리고 첫 섹스. 그녀는 내 첫 여자였다. 군대 가면서 “고무신 거꾸로 신지 마.” 편지는 점점 끊겼다. 김병장이 미자를 찾으러 갔다. 나는 권총을 챙겼다. 미자 집 앞. 그날, 김병장이 미자를 안고 있었다. “박상무, 그놈 죽여 버릴 거니까 잊어!” 총성. 김병장 머리에 한 발. 나는 무기징역. 미자는 그 충격으로 성직자가 되었다. 그리고 김병장의 유서는 내 인생을 영원히 가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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