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구경
반지하 구경
대학 시절의 그 자취 생활이, 아직도 가슴을 간질이는 비밀스러운 그림자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학교 근처의 오래된 건물들에서 작은 방 하나까지 내놓는 그 익숙한 문화 속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중 한 방을 빌려, 매일 아침 강의실로 향하는 발걸음과 밤늦은 편의점 맥주로 채워진 평범한 일상에 익숙해져 갔고, 지루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무렵, 옆방에 사는 선배가 군대 입대를 앞두고 방을 비운다고 속삭이듯 제안했다.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지만,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고, 내 생각엔 그 방이 조금 더 넓어서 나에게 양보하는 거라 여겼다. 그러나 짐을 옮겨놓고 선배의 군대 출발이 코앞인 나흘 전, 그는 내 방으로 슬쩍 들어와 가구 배치를 바꿔주며, 마치 유산을 물려주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는 낮은 목소리로 옆집에 여자가 산다는 사실을 털어놓았고, 저녁마다 남자를 불러들여 밤을 보내는 그 광경을, 이쪽 창문을 불 꺼진 채로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쪽에서 어둠을 뒤집어쓰면 저쪽은 보이지 않는다는 그 비밀스러운 팁에, 나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며 치사한 배신감을 느꼈다. 선배가 혼자 그 구경거리를 즐기며 웃음을 삼켰을 생각에 열받았지만, 이제 그 방이 내 것이 된 터라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우리는 밖으로 나가 술 한 잔으로 그날을 마무지었다. 헤어질 때 선배가 "꼭 좋은 구경 하라"고 재잘대듯 강조하길래, 한 달에 한두 번쯤 그런 일이 벌어지겠지 하며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모든 불을 꺼버리고, 창문을 살짝 열어 안개처럼 스며드는 밤공기를 기다리며 누워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리는 호기심이 나를 사로잡았다. 옆집 불빛이 스르륵 켜지더니, 잠시 후 문이 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고, 첫날부터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적나라함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방은 반지하 구조로, 내 창문보다 1.5미터쯤 아래에 위치해 있었고, 거리는 불과 1미터 남짓이라, 창문 바로 아래 그녀의 침대가 모든 비밀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인 채, 그녀의 부드러운 실루엣이 남자의 손길에 녹아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그 야릇한 움직임이 내 피를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두 달쯤 지나자, 그녀의 남자들이 단순한 유혹이 아닌, 정기적으로 드나드는 세 명의 고정 멤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각기 다른 리듬이 내 밤을 채우기 시작했다. 겨울이 다가오며 창문이 닫히자, 불빛에 비친 그림자만으로도 두 명의 남자를 구분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고, 그들의 몸놀림이 벽에 새겨진 듯 선명하게 떠올랐다. 한 명은 관계가 끝났는지, 아니면 너무 평범해서 내 기억 속에 희미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두 명의 열정적인 실루엣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나는 참 한심했다. 공부는 뒷전으로 미루고, 매일 밤 그녀의 그 짓거리를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으니, 강의실에서의 졸음이 쌓여도 그 밤의 기대감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대충 주기를 파악해 보니, 평일 다섯 날 중 사흘은 빠짐없이 그 열기가 피어올랐고, 토요일은 무조건적인 절정의 날이었다. 남자들은 주 한 번으로 만족할 텐데, 그녀는 거의 매일 그 욕망을 풀어내는 듯했고, 그 덕에 나도 거의 매일 밤, 어둠 속에서 손을 움직이며 그녀의 환영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많이 목격했는지, 지금도 그녀의 얼굴 윤곽과, 홍홍홍거리며 새어나오던 그 신음소리가 귓가를 맴돌아, 추억의 문을 두드린다. 선배처럼 나도 그 비밀을 혼자 간직한 채, 군대 입대 전까지 1년 4개월을 그렇게 보냈고, 괜히 소문이 새면 이 구경거리를 잃을까 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군대에 가기 직전, 친한 후배에게 그 방을 물려주며, "좋은 밤 되라"고 속삭이듯 전해 주었고, 나중에 들려온 소문엔 그녀가 얼마 안 가 이사 갔다는 이야기였다. 할아버지 같은 노신사가 그 자리를 채웠다고 전해 들었을 때, 나는 그 빈자리가 조금 아까운 감정을 느꼈지만, 군복 속에서 그 기억을 소중히 간직했다. 자취방의 그 반지하 창가는, 청춘의 지루함을 채워준 은밀한 연극 무대였고, 이제는 멀어진 그 밤의 속삭임이, 가끔 고독한 밤에 다시 불러일으키는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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