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늑대의 끝없는 탐욕과 두 집 살림
늙은 늑대의 끝없는 탐욕과 두 집 살림
박 사장은 육십 대 후반을 훌쩍 넘긴,
풍채 좋은 노신사로 보였다. 번쩍번쩍 빛나는 고급 승용차를 타고, 전담 기사까지 거느린 채 거리를 누비니, 겨우 십여 명의 종업원만 둔 공장 사장으로는, 너무 과한 사치가 아닌가 싶어, 주위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며 수군거렸다.
그보다 더 큰 공장을 운영하는 이들은, 손수 차를 몰고 다니는데, 박 사장은 남들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호화롭게 살아가니, 뒤에서 비웃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비웃음이 귀에 들어와도, 그는 꿈쩍도 하지 않고, 여전히 주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진짜 힘은, 부동산의 귀재라는 별명에서 나왔다. 땅을 제법 많이 가지고 있고, 별장까지 소유한 재력가이니, 겉으로 드러난 사치는, 그의 숨겨진 재산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겉치레가 너무 순수해 보일 정도로,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었다. 그리고 그 곪은 속내는, 아내와 사별하자마자, 딸보다 어린 여자를 안방에 들인 순간부터, 완전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출가한 아들딸들이 아버지를 모시려 하지 않으니, 재취를 들였다고 변명할 수는 있었다. 그래서 그의 재취 이야기는, 웃지도 못 할 희한한 드라마처럼, 주변을 술렁이게 만들었다.
오랜 병상 생활 끝에, 아내가 결국 세상을 떠났다. 아무리 긴 병상생활이었다 해도, 인지상정으로는, 몇 달이라도 기다려 재취를 들이는 게 보통이었다. 그리고 그런 속담도 있지 않은가, 아내가 죽으며 무덤 흙이 마르거든 새장가를 들라고 유언하자, 무덤을 만들자마자 부채질을 했다는 이야기.
하지만 박 사장은 달랐다. 그리고 그는 아주 달랐다. 장례식장에서 아직 입관도 하지 않은 시신 앞에서, 아들딸, 며느리, 사위를 불러모으고, 처갓집 식솔까지 한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수발을 누가 들지 정하라고 요구했다.
모두가 머뭇거리자, 그는 그 자리에서 재취를 들이겠노라 선언했다. 아들딸과 사위 며느리들은 입을 다물었지만, 유일한 처제와 동서는 기가 막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다. 특히 언니와 형부의 결혼 사연을, 재산 문제까지 모조리 알고 있는 처제에게는, 콧구멍으로 하품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분노와 허탈이 뒤섞였다.
사실 박 사장의 아내는, 그를 좋아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총각 시절, 그는 장인의 공장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했다. 학력은 중학교 중퇴인지조차 의심스러운 수준이었는데, 아내는 사범대학을 나온 교사였다.
어느 날 철야근무를 하던 그에게, 장인이 딸에게 야식을 가져다주라고 했고, 그 야식을 먹으며 예뻐 보인 그녀를, 손아귀에 넣으면 편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는 겁탈이라는 만행을 저질렀다. 순진했던 그녀는 한 번 남자에게 몸을 준 이상, 결혼해야 한다는 고지식함에,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뜻을 따랐다.
결혼 후 그는 경리부장이라는 직함을 받고, 공장 재정을 쥐락펴락하며, 장인 몰래 돈을 빼돌렸다. 그리고 결국 장인이 사업에서 손을 떼게 만들고, 자신이 사장에 올랐다. 간단히 말해, 장인의 딸을 겁탈해 결혼하고, 공장까지 빼앗은 셈이었다.
그런 형부가, 언니의 장례식장에서 재취를 운운하자, 처제는 남편과 함께 장례식장을 박차고 나가,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사장은 처제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는, 야멸찬 태도를 보였다.
엄마의 장례식에 이모와 이모부가 보이지 않자, 자녀들도 나서서 사죄하며 참석을 청해야 마땅했건만, 그들 역시 천륜을 저버린 채, 이모 부부를 외면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양반이었다. 입관식을 마치고 나온 가족들이 접견실에 들어서자, 그들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박 사장은 태연하게, 화사한 화장을 하고 소복을 단정히 입은, 딸보다 어린 여자를 데리고 와, 새 엄마가 될 사람이라며 인사하라고 했다.
아들딸과 며느리 사위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어린 여자에게 큰절을 해야 했고, 조문객들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 울음소리가 가득해야 할 장례식장에서, 배꼽을 잡고 웃는 이들도 있었다.
그 소복 입은 여자는, 박 사장이 다니던 골프장의 캐디였다. 치마 입은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탐하던 그에게, 26살의 그녀는 혼까지 빼앗아 갔다. 처음엔 치근덕거리는 노인을 피하려 애썼지만, 박 사장은 골프를 치지 않는 날에도, 퇴근 무렵 골프장 앞에서 기다리다, 기사를 보내 그녀를 강제로 차에 태웠다.
그리고 그녀가 따끔한 충고를 하려는 순간, 차는 별장으로 향했다. 운전기사는 그녀의 사정을 무시하고, 별장 앞에 내려놓고 사라졌다.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그녀는 결국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박 사장은 마른 수건으로 빗방울을 닦아주다,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고, 입술을 빼앗았다. 순식간에 소파에 눕히고, 그리고 강제로 그녀의 몸을 취했다. 그녀가 처녀였다는 사실에, 그는 입을 다물지 못 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에게 약속했다. 아내가 죽으면 안방마님이 되게 해주겠다고. 가난에 지친 그녀는, 그 약속에 혹했다. 그리고 아내가 죽자마자, 그녀는 소복을 입고 장례식장에 나타나, 안방을 꿰찼다.
파출부 아줌마도 그의 손에 넘어갔었지만, 자리를 빼앗기고 입막음 돈만 받고 물러났다. 안방마님이 된 그녀는, 한도 없는 카드로 백화점을 누비며, 친구들을 불러 사치의 맛을 과시했다.
그러나 나이 차이 때문에, 성욕을 채우지 못 하자, 그녀는 운전기사와 불륜을 시작했다. 영감이 잠든 틈을 타, 행랑채로 몰래 달려가,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리고 욕망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의 두 살 아래 여동생이 찾아오자, 박 사장은 또다시 늑대의 본성을 드러냈다. 별장으로 유인해, 처녀인 그녀까지 첩으로 만들었다.
운전기사는 이 모든 비밀을 알면서도, 두 자매를 번갈아 품에 안으며, 가장 많은 혜택을 누렸다. 늙은 늑대의 탐욕은, 끝없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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