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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영원한 약속

토토군 0 1545 0 2025.12.29

깊은 산속 영원한 약속


​ 

깊은 산속 영원한 약속

나를 슬프게 하는 노래가 하나 있다. 그 노래는 가슴을 파고들어, 뼈를 뒤흔들며, 눈물을 강제로 끌어내 버린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낙동강아 잘 있거라. 우리는 전진한다.

원한이야 피에 맺힌 적군을 무찌르고서, 꽃잎처럼 떨어져간 전우야 잘 자라. 우거진 수풀을 헤치면서, 앞으로 앞으로, 추풍령아 잘 있거라. 우리는 돌진한다.

달빛 어린 고개에서, 마지막 나누어 먹던 화랑담배 연기 속에, 사라진 전우야. 고개를 넘어서 물을 건너, 앞으로 앞으로, 한강수야 잘 있더냐. 우리는 돌아왔다.

들국화도 송이송이 피어나 반기어주는, 노들강변 언덕 위에, 잠들은 전우야. 터지는 포탄을 무릅쓰고, 앞으로 앞으로, 우리들이 가는 곳에 삼팔선 무너진다. 흙이 묻은 철갑모를 손으로 어루만지니, 떠오른다 네 얼굴이, 꽃같이 별같이.

이 노래를 부르며, 많은 젊은이들이 지금도 모르고 산다. 그래서 그 노래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평화로운 날을 보낸다.

하지만 나와 마누라, 그리고 나와 한 집에 사는 호건이와 호건이 엄마는, 매년 현충일만 되면, 국립묘지에 참배를 하러 간다. 그래서 나는 내 친구였던 강상호 일병을 애도하기 위해 가고, 이미 세상을 하직한 내 아내는, 하룻밤 풋사랑이지만 정을 나누었던 상호 오빠를, 매년 애도하다가 5년 전에 그를 따라 갔다.

상호를 아버지로 알고 있는 호건이와 호건이 엄마는, 아버지와 시아버지에 인사를 하러 가고, 호건이 엄마는 자신에게 면사포를 씌워준 남편 상호의 영전에, 애도를 표하기 위해 찾아가며, 아들 딸 내외는 사연도 모르고, 시아버지인 내가 가자고 하니, 영문도 모르고 따라온다.

사실 6.25가 나기 전부터, 우리 부락은 딱 두 가구뿐이었다. 그래서 요즘이야 전기가 올라오고, 펌프가 있으며, 내가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바꾼 덕에, 물을 펑펑 쓰지만, 친구 상호와 뜻을 맞추어 올라오기 전만 해도, 집도 절도 없는 그런 곳이었다.

물론 나와 상호가 15살이 되기 전까지 살던 부락은, 컸고 사람도 많았으며, 나와 상호는 형제가 많았다. 그래서 나와 상호는 도토리 밥보다 못한, 존재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우리 형제는 13남매 중에 6번째였고, 상호는 10남매 중에 셋째였다. 그래서 상호와 나는 나이도 같았지만, 의견도 투합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부모님 밑에서 농사일을 배웠다.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말이다.

일에 관한 한은 나나 상호나, 부모님이나 형 누나들에게 지적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금에야 밝힐 수 있는 이야기지만, 나와 상호 둘만의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15살이 되는 해의 설이 지나면, 그 동안 여분으로 몰래 장만하여 두었던 농기구들과 곡식들을 가지고, 깊은 산으로 올라가기로 말이다.

상호와 나는 시간만 나면, 우리가 갈 산길도 없는 산에 갔고, 가면서도 빈손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데 쓰일 만한 것 내지는 움막집을 지을 때 쓰일 나무판자 하나라도 가지고 갔고, 15살이 되어서 올라와 불을 질러 화전을 만들기로 한 것의 나무 사이에 있던 돌부터 멀리 옮기고, 열다섯이 되는 해에 정식으로 산으로 올라가, 오두막 하나만 짓고서 산을 개간하기로 약속을 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갈 곳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상호와 나 둘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농사를 지어 고구마나 옥수수 등의 우리가 심어서 수확을 하여, 한 가마니 이상 집에다가 도움을 줄 수 있을 때까지, 절대 집에 왕래를 하지 않기로 하였던 것이다.

해방이 되던 해에 우리들은 가출을 단행하였다. 그래서 첫 해에 고생을 정말이지 말로는 어떻게 표현을 하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고생을 하였다. 나무를 해가 팔아서 산 보리쌀이 우리들의 식량이었고, 그도 하루에 두 끼 이상을 먹은 적이 없었다.

아무 나물이나 끓여먹다가 죽다가도 살았고, 소나무 속껍질을 뜯어다가 옥수수 가루와 함께 풋대 죽을 끓여먹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보리쌀로 죽이라도 해 먹는 날은, 한 달이면 한 번 정도 있었을까 할 정도로, 우리는 절약을 하면서도 아주 부지런하게 일을 하였다.

둘째 중후반부터 감자가 나오면서, 그리고 이듬해에는 자급자족 수준의 농사가 되었다. 그래서 삼 년 째 가을 우리는 약속대로, 당당하게 지게에 고구마 한 가마니 옥수수 한 가마니 반을 가지고, 집으로 갈 수가 있었다.

우리 부모님이나 상호 부모님은, 우리가 어디서 죽었는지 모른다고 아예 없는 자식 취급하였다는데, 우리가 빈약하지만 금의환향하여 집으로 가자, 가족들을 우리를 얼싸안고 잔치까지 벌려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상호와 나는 아빠들만 데리고, 우리가 개간한 땅을 보여주자, 우리더러 형제처럼 의지하며 살라고 하시고는 집으로 갔다.

요즘은 비포장이지만 도로라도 있지만, 당시에 우리가 살던 여기서 우리 부모님이 사는 곳까지 가려면, 하루 반이 꼬빡 걸리는 그런 오지였다. 그래서 산길도 우리가 일일이 나무를 베고 풀도 베어서 만들어 진 길이었지, 길도 하나 없었을 정도였다.

농사가 안정권에 들어가자, 장가 갈 일이 생각났다. 그래서 그게 아마 19살 되던 해였지 싶다. 색시 구하는 것도 급하지만, 그보다는 움막집이라도 집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였다.

고구마 감자 옥수수를 장으로 가져가서 팔았고, 그리고 못과 대패 톱 못 등을 샀다. 그래서 철물점 아저씨가 우리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깊숙한 산에서 화전을 일구고 사는데, 장가들 나이가 되어가기에 집을 하나 더 짓기 위해 연장들과 필요한 것을 산다고 하였더니, 각시 먹여 살릴 정도는 되느냐고 크게 관심을 보이시기에, 우리만 먹는 것이 아니라 부모님에게도 작지만 일부 가져다준다고 하자, 다음 장날 필히 오라고 하였다.

다음 장날 그 철물점으로 갔을 때는, 거지 행색을 한 두 사람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은 다짜고짜 자기들을 우리 화전 밭으로 데리고 가자며 앞장을 섰다. 길도 없는 길을 가며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들로, 동갑내기 딸을 두고 있는데, 입에 풀칠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첩자라라도 마다하지 않을 판국에, 철물점 주인으로부터 우리들 이야기를 듣고는, 아침부터 철물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였다.

두 사람은 우리가 일군 화전을 보자마자, 덩치가 상호에 비하여 조금 큰 나를 보고, 한 사람이 박 서방 하며 내 손을 잡자, 다른 사람이 상호 손을 덥석 잡더니 강 서방 하고 불렀고, 그 두 사람은 거기서 남아 우리가 짓고 있던 집이 완성이 되는 날까지 함께 일을 하더니 내려갔고, 이틀 후 그 두 남자들이 여자를 각기 둘 데리고 오더니, 나이 많은 한 여자를 장모라고 소개하고, 어린 처자를 내 아내라고 하며 막무가내로 맡기고는 가버렸고, 상호 역시 새색시를 맞이하였다.

상호 마누라와 우리 마누라는 우리처럼 고추친구였다. 그래서 서로의 비밀이 없었다. 상호와 나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스운 말이지만 그 두 여자들은, 상대 보지 털이 몇 개인지도 서로 알 정도였다. 그래서 부부간에 있었던 일도 모조리 공유하고 있었다.

호미가 문제가 생겨 장에 다녀온 상호 처가 전쟁 이야기를 하였다. 그래서 상호 처의 말에 따르면, 남자란 남자는 보이기만 하면 징용으로 끌고 간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상호가 가야 한다면 갔다가 오자는 것이었다.

우리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그래서 둘 다 군에 가면 농사는 누가 짓느냐. 마누라들이 짓겠다고 나섰다. 말이 전쟁인데 죽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어떻게 하느냐. 해답이 없었다.

또 하나만 죽고 하나만 살아서 오면 어떻게 하느냐. 역시 해답이 없었다. 그래서 두 마누라 모두가 아이를 배지 않았는데, 후사는 어떻게 하느냐. 역시 답이 없었다.

이틀을 그 문제로 골머리를 싸매는데, 상호가 넌지시 자기가 마누라가 흘린 말이라며, 내어놓은 안이 있었다. 그래서 둘 다 죽을 경우 마누라들이 농사를 짓고, 누가 하나 죽고 하나만 살아오면, 살아온 남자를 두 여자가 서방으로 모시고 살고, 누가 살아오던 상호가 낳은 아이는 상호 호적에 입적을 시키고, 내 마누라가 상호만 살아와 상호의 아이를 임신하면 내 호적에 넣자고 말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다. 그래서 문제는 시작이었다. 가령 내가 죽고 상호가 살아 왔을 경우, 마누라가 상호의 몸을 쉽게 받아들이겠느냐가 문제였다.

상호가 나를 설득시키려 하였다. 그래서 근대에 입대하기 전에 마누라를 바꾸어 자 보자고 말이다. 쉽게 할 수 있는 그런 말은 아니었지만, 난 수긍을 하였다. 그런데 여자들 설득이 문제였다.

좆 맛을 아는 여자 같았으면 설득이 쉬었을지 모를 일이었지만, 상호 마누라나 우리 마누라 둘 다 좆 맛은 전혀 몰랐다. 그래서 씹을 하는 것은 아기를 만드는 일로만 알았다. 의외로 상호 마누라는 적극적이었다.

물론 자기가 흘린 말이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마누라는 손톱도 안 들어갔다. 그래서 고민 끝에 묘책을 쓰기로 하였다. 사실 내 좆이 상호 좆에 비하려 훨씬 굵고 길다.

그래서 그런지 잠자리에서 잠자리를 할 때마다, 마누라는 아프다고 짜증을 부렸다. 나에 비하여 상호 좆을 말 그대로 좆만하다. 발기 되어도 어른 엄지 크기였고, 길이도 1/4 정도 짧았다.

상호와 머리를 맞대었다. 그래서 나와 내 마누라가 밭을 매고 있을 때, 우리들이 보라고 오줌을 싸며 먼 산을 보라고 말이다. 그리고 약속대로 상호가 먼 산을 보며 좆을 끄집어나고 오줌을 누는 것을, 옥수수 가지 사이로 가리키며 말하자, 마누라는 상호 좆에서 시선을 떼지 못 하였다.

그리고 계속 보면서 말하기에, 그럼 우리 민정 댁 말처럼 이틀만 바꾸어 자보자 하고 말하자, 마누라가 입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그날 밤 상호와 나는 마누라를 바꾸어 자보기로 약속을 하고는, 호롱불도 밝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부터 약속은 지켜졌고, 전쟁 속에서 상호는 전사하고, 나는 살아 돌아와, 약속대로 두 여자를 건사하며 살았다. 그래서 호건이는 내 아들이지만 상호 호적에, 그리고 가족은 복잡한 비밀을 안고, 현충일마다 묘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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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우의 노래, 화전촌 생활, 친구와의 약속, 마누라 바꾸기, 전사와 생존, 공동 남편, 호적 비밀, 현충일 참배, 깊은 산속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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