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모니터링으로
원격 모니터링으로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따스한 방 안에서 친구들과 끝없이 이어지는 채팅이 이렇게 달콤할 줄이야.
학교 다닐 때는 캠퍼스 여기저기서 스치듯 마주친 아이들과 함께 맥주를 기울이며 웃고 떠들다 보면 남자애들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그래서 막차를 놓칠 뻔한 날이 수두룩했는데.
이제는 밤늦게 돌아다니는 나쁜 딸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버릴 만큼 온종일 방 안에만 머물러도 세상의 모든 비밀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으니.
그리고 프루나를 설치했다.
공유 프로그램이라 처음에는 검색창에 ‘고구려 역사 왜곡’이라든가 ‘무역 관련 자료’ 같은 건전한 키워드를 넣어가며 자료를 찾았으니까.
서버에 연결된 방대한 파일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와서 용량만 크고 텅 비어 있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워주었고 그래서 생각도 깊어지고 삶의 의미를 더 현명하게 깨닫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스무 살이 된 성인이 되었으니 검색창에 ‘성인’이라는 단어를 쳐보고 싶은 호기심이 슬그머니 피어올랐고.
프루나 서버는 어마어마한 목록을 뿌려대었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하나를 골라 클릭했다.
동영상이 다운로드되면서 화면이 가득 차오르고 호기심에 재생 버튼을 누르자 노골적인 장면이 펼쳐졌으니까.
너무 놀란 마음에 황급히 창을 닫아버렸고 그래서 가슴이 쿵쾅거려 한참이 지나도 진정되지 않았으니까.
섹스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건 아니지만 그 충격은 몸 전체를 휘감았고.
친구들 중 가끔 남자친구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그 애 얼굴을 다시 보게 되고 그래서 결혼할 나이도 먼데 어떻게 그런 일을 자랑처럼 떠벌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어차피 그들의 사생활에 간섭할 권리는 없으니 귀를 막고 지나쳤고.
그날 밤 잠을 청했는데 꿈속에서 여자가 다리를 활짝 벌리자 붉게 달아오른 물건이 구멍 속으로 파고들었고 남자의 엉덩이가 거칠게 움직였으니까.
여자는 몸을 비틀며 그를 받아들이고 그래서 내 아래가 흥건하게 젖어들었고.
잠결에 몸속에서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손을 내려 막아보니 끈적한 액체가 묻어 있었으니까.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그곳을 만져보자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기묘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퍼졌고.
구멍에 손가락 하나를 넣어보았고 꿈속 남자의 거대한 것이 여자를 파고드는 것과는 다르겠지만 무언가 채우고 싶은 욕망이 솟구쳤으니까.
몸이 저절로 꿈틀거리며 가느다란 손가락을 조여왔고 그래서 온몸이 떨리고 숨이 가빠지고 몸이 뒤틀리며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맥이 풀린 채로 밤새도록 사시나무 떨듯 공포에 휩싸였고.
그 후로 프루나는 접속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고 친구들과 MSN으로 수다 떨기도 바쁜데 꿈에서 또다시 끔찍한 장면이 나타나면 안 되니까.
그러던 중 채팅창에 미자가 글을 던졌다.
“야, 온종일 채팅만 하지 말고 미팅이라도 할까?”
“싫어, 밖이 이렇게 추운데.”
“나 어제 그놈이랑 헤어졌어. 옆구리가 시려.”
“왜? 두 해 가까이 사귀었잖아.”
“군대 간다면서 자기 여자 되달라고 하더라.”
“원래 네가 좋아했던 거 아니었어?”
“근데 같이 자자고 해서.”
“어머, 끔찍해라.”
“싫다고 했더니 헤어지자고 하더라. 군대 가기 전에 총각 딱지 떼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던데.”
“남자들은 다 그래?”
“몰라. 주고 싶기도 한데 군대 있는 동안 더 멋진 애 만나면 어쩌나 싶어서 헤어졌어.”
“너 참 요조숙녀네. 난 네가 이미 몇 번 잔 줄 알았어.”
“싫어. 야동 보는 건 좋아도 진짜 하는 건 무섭거든.”
“너 야동 봐?”
“응, 완전 매니아야.”
“난 며칠 전 프루나에서 ‘성인’ 검색하다 아무거나 받아서 봤는데 메스꺼워서 죽는 줄 알았어.”
“뭘 봤는데?”
“몰라. 그냥 호기심에 다운받은 거야.”
“얘, 볼 만한 걸 봐야지. 아무거나 보면 처음엔 역겹거든.”
“볼 만한 게 따로 있어?”
“당연하지.”
“그런 거 보는 애들 미친 거 아니야?”
“내가 네 눈엔 미친년으로 보여?”
“그렇진 않은데…”
“야, 파일 보내줄게. 받아봐.”
미자가 MSN 파일 전송으로 야동 하나를 보내왔고 그래서 나는 받아서 작은 화면으로 재생했다.
화면에 여자가 나타나 좁은 팬티를 문지르며 대음순을 쓰다듬고 클리토리스를 돌리자 숨이 막혔고.
몇일 전 공포를 넘어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고.
“미자야, 너 이런 거 봐?”
“그럼, 혼자 즐기는 방법이잖아.”
“이걸 보면서 자위했어?”
“남자 필요 없어. 물이 주르륵 쏟아지거든.”
“너 겉보기랑 너무 다르네.”
“이해하려 하지 말고 너도 해봐.”
“싫어.”
창을 꺼버렸고 가까이 있던 미친년과 수다 떨던 시간이 아까웠으니까.
미자와의 대화창도 닫아버렸고 한동안 골이 났다.
다시는 미자와 어울리지 않겠다고 독하게 마음먹었고.
오늘도 열댓 명의 친구들과 MSN으로 만났으니 버스비 한 푼 안 들이고 커피값도 안 들이고 집 안에서 이렇게 즐겁게 지내는 게 얼마나 경제적인지.
영숙이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머드팩을 샀고 미숙이는 부스럼 없애는 법을 찾아 인터넷을 뒤졌고 영희는 가슴 성형외과를 검색했고 경자는 각질 제거 화장품 사이트를 뒤적였다.
나는 그 애들이 뭘 하는지 다 알았지만 정작 나는 뭘 하며 사는지 스스로도 궁금해졌다.
엄마는 하루 종일 고스톱에 빠져 아침만 챙겨주면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열광하고.
어릴 땐 아빠 품에 안겨 맛있는 걸 사달라고 졸랐는데 이제 젖가슴이 커지고 허리가 가늘어진 숙녀가 되니 아침 외엔 아빠와 마주치기 어렵고 아빠가 쓰다듬어주던 머리가 허전했다.
그날 밤 코를 골며 잠들었고 꿈속에 하얀 팬티 입은 여자가 나타나 팬티를 걷어 올리고 손가락을 넣으며 물이 뚝뚝 떨어지게 몸부림 쳤고.
내 몸이 꼬이고 엉덩이가 간지러워 손으로 주물렀고 빵빵한 살집을 문지르다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털 무성한 곳을 만지자 천상의 쾌락이 덮쳤고.
손은 점점 빨라졌고 촉촉함이 느껴졌고 미치도록 황홀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기척에 숨이 멎었고.
가위에 눌린 듯 허우적대며 깨어나려 애썼다.
아빠는 칠 년 만에 딸 방문을 열었고 밤에 들린 소리에 걱정되어 삐끔 보니 딸이 잠들어 있었는데 벌려진 허벅지 사이로 젖은 팬티가 보였고.
자위하는 모습이라 생각하고 황급히 문을 닫았고 침대에 누워 아내를 덮쳐 한밤을 질주하듯 사랑을 나누었고 땀에 젖도록 열심히 했다.
다음 날 아내에게 영순이 이야기를 꺼냈지만 아내는 고스톱만 알 뿐 인터넷을 모르니 걱정만 더해졌고.
회사에서 동료가 원격 관리 프로그램을 알려주어 집에 설치했고 딸과 아내 컴퓨터를 감시할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놓였다.
다음 날 딸 컴퓨터를 열어보니 채팅 중에 자위 동영상을 보고 있었고 심장이 뛰었고.
딸이 너무 조숙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채팅창을 열어 “아빠인데, 너 뭐 하니?”라고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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