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등가의 속삭임
홍등가의 속삭임
저녁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는 거리에
나는 약속 시간에 늦을까 봐 조바심을 내며 옷을 갈아입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군 제대 후 1년이 지난 지금 순수했던 마음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스물다섯이라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세상의 풍파를 어느 정도 알 만큼 삶의 쓴맛을 본 나였다. 청량리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지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낯선 길을 걷고 있었다. 이곳 어딘가에 사창가가 있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런 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길을 걷다 우연히 한 골목에서 붉은 불빛이 길게 드리워진 걸 보았다. ‘정육점인가?’ 어슴푸레한 저녁 어스름 속에서 그 붉은 빛이 골목을 유혹적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강렬한 호기심에 발길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향했다. 골목에 다다르자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들이 손짓하며 나를 부르고 있었다. “청바지 오빠, 이리 와봐!!” “청바지 오빠, 잘해줄게… 이리 와봐.” 야한 옷차림과 교태 어린 몸짓. 분명 몸을 파는 여성들이었다. 나는 이미 남자로서의 첫 동정을 이런 곳에서 일하는 한 여성에게 바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사춘기 절정기라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짧은 순간 그때 일이 떠올랐다. 지방 중소도시의 유명한 유흥가 주변. 대학교 초년생 시절 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주위를 맴돌았다. 어느 여관 앞에 서 있자니 한 아줌마가 다가와 넌지시 말을 건넸다. “이봐, 젊은이… 이쁜 영계 있어. 놀다 가…” “아뇨… 전 학생인데요…” “뭐? 학생? 아니 학생은 거시기도 없어? 학생은 여자 안 좋아하나? 잔말 말고 따라와…” “아… 그게… 안 되는데…” 사실 나는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성경험이 전무한 자신에게 회의까지 느끼고 있었다. 친구들의 여성편력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화가 치밀었던 기억이 자주 떠올랐다. 등 뒤에서 밀어부치는 아줌마의 힘은 내 힘으로 이겨낼 수 있었지만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마지못해 따라갔다. 긴 복도 양쪽으로 방문이 즐비했다. “학생이라니까 특별히 이만 원 해줄게…” “아유… 나 이러면 안 되는데…”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학생, 이런 데서 연습도 많이 해야지. 나중에 신부가 좋아해. 아무것도 모르고 부인 기쁘게 할 수 있겠어?” 아줌마의 넋두리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저기 7호방에 들어가 있어. 내가 곧 이쁜 아가씨 한 명 불러줄게.” 방문을 열자 조그만 골방에 TV와 간이 이불만 놓여 있었다. 하얀 이불 위에 앉아 가슴이 미친 듯이 뛸 지경이었다. 포르노와 성인잡지를 꽤 봤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하기 힘들었다. ‘어떤 여성이 내 첫 파트너가 될까.’ 잠시 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여성은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약간 통통한 체형이었다. 나를 보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내 외모가 고등학생처럼 보였던 모양이었다. “뭐해! 옷 벗어.” “예?” “너 여기 처음이야? 나 바쁘니까 옷 벗으라고…” “예…” 바지춤 허리띠를 잡고 망설였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에 이런 곳을 찾은 게 놀라웠다. 머뭇거리는 동안 그 여성은 대담하게 옷을 벗었다. 오래 일한 티가 났다. 통통한 몸매에 치마를 내리자 하얀 허벅지와 붉은 팬티가 드러났다. “뭐하고 있어? 빨리 옷 벗고 이리 누워…” 엉거주춤한 내 모습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너 진짜 처음인 모양이구나? 누나가 잘 해줄게… 이리 와…” 나는 옷을 벗었다. 생면부지 여성 앞에서 과감히 알몸이 되었다. 성기를 여성에게 보여주는 것도 처음이었다. 내가 다 벗자 그 여성도 팬티를 내렸다. 하얀 허벅지 위로 무성한 검은 털이 드러났고 신비로운 여성의 그곳이 보였다. 하지만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낯설고 부끄러웠다. 전희 같은 건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녀 위에 몸을 포개었다. 입을 갖다 대려 하자 고개를 돌렸다. 유방을 더듬으려 하자 귀찮다는 듯 뿌리쳤다. “빨리 끝내…” 나의 성기를 잡아 그녀의 그곳에 집어넣었다. 물컹한 기분. 묘한 느낌과 부드러운 촉감이 전해졌다. ‘이것이 섹스인가.’ 포르노처럼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었다. 질퍽질퍽한 소리가 났고 그녀의 그곳은 넓었다. 많은 성행위로 넓어진 모양이었다. 하지만 생각할 겨를 없었다. 몇 번 움직이자 애액이 흘러나왔고 질퍽한 느낌과 함께 배출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쳤다. 짧은 오르가즘을 느끼며 정액을 그녀 몸속에 쏟았다. 처음이었다. 이것이 섹스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허탈함이 밀려왔다. 남자도 순결이 있는데 이렇게 없애버리다니. 사랑하는 여성과 했으면. 정욕을 참지 못한 게 아쉬웠다. 그때 생각을 떠올리며 손짓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냥 지나치려 담담히 걸었다. 창가 쇼윈도우에서 동전을 치며 아가씨들이 계속 불렀다. “청바지 오빠!! 나 한번만 봐봐!! 응 놀다 가… 잘해줄게…” “오빠… 내가 정말 끝내줄게… 이리 좀 와봐…” 모른 척 시선을 외면하고 걷다 좁은 통로가 눈에 띄었다. 시장으로 가는 지름길 같았다. 몇 걸음 들어가자 또 쇼윈도우가 보였다. 그때였다. 종종걸음으로 걷는데 누가 뒤에서 낚아챘다. “오빠!! 어디 가~~? 응? 한번 놀다 가…” “안 돼. 나 지금 무지 바빠… 나중에 놀다 갈게…” “나중에 논다는 사람치고 다시 오는 사람 못 봤다.” 뒤돌아보니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하얀 미니스커트에 청순하기까지 한 미인이 뒷소매를 붙잡고 있었다. 거리에서 마주치기 힘든 미인이었다. 마음이 상당히 끌렸다. 하지만 모임을 외면하고 시간과 돈을 탕진할 수는 없었다. 이런 여성이 왜 이런 곳에서 몸을 팔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오빠! 참~~ 미남이다… 내가 잘 해줄게… 들어가자 응?” 뭘 잘해준다는 건지. 이곳 여성들은 그 말이 입에 붙어 있었다. “안 돼. 내가 참 지금 바쁘거든. 나중에 정말 들릴게… 정말이야.” “그건 안 돼!!” 쇼윈도우 안으로 밀어부치고 나는 밖으로 빠져나오려 실랑이를 벌였다. 그녀는 짧은 미니스커트 다리를 내 몸에 바짝 밀착시키며 성적 욕구를 일으키려 애썼다. “오빠. 나 이제 오늘 마지막이야… 오빠만 받고 집에 갈 거야… 나랑 같이 자고 나가면 내가 술 한 잔 살게… 응?” 애교인지 교태인지 사람을 녹이는 기술이었다. 술 한 잔 산다는 말에 마음이 미동했다. “정말이야… 오빠 나 오빠만 받으면 돼… 응?” 허벅지를 사타구니 깊숙이 밀착시키며 다가오자 잠재된 성욕이 깨어났다. 잘록한 허리, 큰 눈, 빼어난 각선미. 침을 삼킬 정도의 여성이었다. 미동을 눈치챈 그녀는 완력으로 밀어부쳤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 들어간 곳은 작은 골방이었다. 빨간 조명과 2인용 침대, 인형과 인테리어가 아늑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오빠!! 내가 정말 오늘 홍콩 보내줄게…” “그래 무슨 뜻인 줄은 알겠는데 나 오늘 정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집도 여기서 가까우니까 다음에 꼭 다시 올게… 응?” “안 돼! 방안까지 들어와서 다시 나갈 순 없어.”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먹이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이번엔 미니스커트를 살짝 들어올리며 유혹했다. 정말 잘 빠진 다리였다. 성욕이 서서히 올랐다. ‘자고 갈까? 아니야… 이번엔 꼭 나가야 하는데… 정말 이쁘군…’ 마음이 갈등할 때 간드러진 목소리로 애교를 떨었다. “오빠!! 나 오빠랑 자고 싶어… 정말이야… 오빠 정말 멋있다…” 가슴께로 손을 넣어 젖꼭지를 간지럽히며 안달이었다. “그래~~~!! 내가 졌다. 하지만 너 약속한 거 어기면 안 돼. 어차피 오늘 늦게 들어가야 하니까… 끝나고 책임져. 알았지?” “그럼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거짓말을 해…” 주머니에서 돈을 건네주자 웃음을 띠며 말했다. “오빠 옷 다 벗고 있어… 빨랑 올게…” 엉덩이를 살랑이며 나가는 그녀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절대 다시 오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한심했다. 제대 후 이성 친구를 못 사귀고 성욕이 생길 때 이런 곳을 찾았다. 다시는 오지 말자고 약속했지만 우연인지 일부러인지. 잠시 후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 손에는 물 바가지가 들려 있었다. “오빠!! 옷 벗고 있으라니깐… 뭐하고 있었어? 빨리 벗어봐!!” 옷을 주섬주섬 벗으며 물었다. “너 이름은 뭐야?” “이름? 내 이름은… 수미야… 그냥 수미라고 불러줘…” “나이는?” “나이? 참내… 오빠 호구조사 나왔구나? 음~~~~ 내 나이 투투.” 이곳 여성들은 남성의 성기를 물로 씻어주는 단계를 거쳤다. 바가지를 대고 성기를 씻기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 부풀어 올랐다. 수미는 윗도리를 벗었다. 하얀 브라가 터질 듯한 가슴을 받치고 있었다. 짧은 치마를 내리자 유감적인 몸매와 하얀 레이스 팬티가 드러났다. 침이 넘어갔다. 그동안 본 여성들과 비교되지 않을 몸매였다. “오빠 뭘 그리 뻔히 쳐다봐? 여자 첨 봐?” “아니~~ 너 정말 이쁘구나…” “그거 이제 알았어? 알았으면 빨랑 들어오지… 그렇게 실랑이 하냐? 남은 건 오빠 몫이니까… 알아서 해.” 수미는 브라와 팬티만 입고 누웠다. 더 기다리면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나는 본능처럼 그녀 위로 몸을 던졌다. 피부가 부딪치며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온몸을 감쌌다. 입술을 가져가자 그녀의 혀와 부딪쳤다. 한 손을 내려 가슴을 더듬었다. 브라 위로 느껴지는 풍만함. 브라를 들어올리자 솟아 나온 유두가 보였다. 두 손으로 자극하고 입으로 애무했다. 수미는 신음소리를 냈다. 연기인지 쾌감인지. 손을 아랫쪽으로 가져갔다. 팬티 위 볼록한 촉감과 촉촉함. 팬티 안으로 손을 넣자 미끄러운 애액이 느껴졌다. 팬티를 벗기자 나신이 드러났다. 그곳을 부비며 애무하자 애액이 더 나오고 그녀는 몸을 출렁였다.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성기를 잡고 돌진했다. 그녀가 말했다. “오빠… 이번엔 내 차례야…” 나를 눕히고 입으로 애무했다. 쾌감이 밀려왔다. 정액이 나올 것 같아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는 누웠고 나는 돌진했다. 부딪치는 소리와 신음이 커졌다. 쾌감이 절정에 다다라 정액을 그녀 배에 뿌렸다. 뒷처리를 끝내고 물었다. “이런 곳에서 네가 왜 일하지? 너 같은 미인이… 일한 지 얼마나 됐어?” “한 석 달쯤… 근데 나 남자랑 자본 거는 지금 석 달 만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오빠 우리 데이트하면서 말해줄게… 응?” 수미는 포주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남대문 시장 근처 커피숍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했다. “이제 말해줄 수 있어? 넌 그런 곳에서 일하지 않을 것 같은데…” “왜? 그런 곳 여성은 특징이 있나? 난 사실 내가 이런 곳에서 일할 줄 꿈에도 몰랐어. 고등학교 때 활달하게 놀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됐지.” “지금이라도 나오면 되잖아…” “아니… 이젠 이 생활도 재미있어.” “참! 너 석 달 만에 잠자리 한다는 건 무슨 말이었어?” “응… 이런 거 말해도 될지 모르지만 나 사실 감방에서 석 달 있다가 어제 나왔어. 석 달 전 같이 일하는 아가씨가 주사 맞으라고 권해서 맞았지. 하필 그날 마약 단속반이 들이닥친 거야. 그 망할 년은 튀고 난 석 달 썩었어… 나오면 다시 안 오려고 했는데…”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듯 괴로워했다. 그날 수미 여동생도 만났다. 사창가 얘기는 모르는 척. 여동생은 언니가 버는 돈으로 쇼핑하며 즐거워했다.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지만 그 뒤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 지금도 그곳에서 미소를 흘리며 남자들을 홀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바른 길인지 알 수 없다. 많은 여성이 윤락을 하는 현실에서 그걸 따지는 게 옳은지도 모르겠다. 수미 같은 여성들이 유혹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성은 애정 속에서 깊이 느껴야 하고 그런 상황에서는 동물적 쾌락만 남는다.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한 내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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