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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청년의 어느 여름날

토토군 0 1653 0 2026.01.27

평범한 청년의 어느 여름날


​살다 보면 

스스로가 너무 평범하다는 사실에 갑자기 숨이 막힐 때가 있다.

나도 그랬다. 주변에 쭉쭉 빵빵한 여자도 없고, 먼저 다가와 유혹하는 여자도 없고, 그저 무난하고, 무미건조하고, 평범한 일상만 반복되는 나날.

거리에서 꿈에 그리던 몸매의 여자가 지나가면 눈을 뗄 수 없어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어떤 남자가 나타나 그녀의 뒷통수를 툭 치며 “왜 늦었어?” 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저라면 그런 그녀가 늦게 나와도 머리 후려칠 생각은 꿈에도 못 할 텐데.

그날도 그랬다. 여름, 해가 아직 환한 6시가 넘은 시간. 평범한 일과를 마치고 터덜터덜 집으로 걷고 있었다.

골목 어귀에 새로 오픈한 상점 앞에 풍선 아치가 세워져 있고 요란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냥 지나치려던 순간 눈에 확 들어왔다.

나레이터 모델 두 명. 춤을 추고, 전단을 나누고, 홍보를 하는데 그중 한 명이 내 시야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름은 나중에 알았다. 이한솔. 17세. 고1.

키 164 정도. 여고생 특유의 단발 커트머리. 검은 뿔테 안경. 캐주얼한 반바지와 민소매 티셔츠.

햇살에 그을린 갈색 피부. 종아리와 허벅지의 탄탄한 곡선이 걸을 때마다 물결처럼 출렁였다. 치마 아래로 감춰진 엉덩이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완벽하게 알맞은 모양.

상의 아래 드러난 매끈한 옆구리와 허리 라인. 허리까지 늘어진 스트레이트 갈색 머리.

도톰한 입술, 작고 귀여운 코, 약간 치켜 올라간 눈매는 섹시하면서도 날카로워 보였다.

목덜미에 맺힌 땀방울이 여름 햇살에 반짝였다.

나는 그냥 우두커니 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내 키는 170. 체격도 큰 편이 아니다. 잘생긴 얼굴도 아니다. 평소 같았으면 흘끗 보고 지나쳤을 텐데 그날은 왠지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녀가 다가왔다. 전단을 내밀며 “어서 오세요, 구경하고 가세요.”

그리고 다시 저쪽으로 갔다.

나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뭐 하는 거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쪽팔림과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오기가 뒤섞였다.

다시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이번엔 그녀 눈빛에 짜증이 스쳤다.

나는 발길을 돌렸다. 집으로 향했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방에 누웠는데 저 멀리서 그곳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리고 문득 내가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소심함. 평범함. 그 모든 것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 짜증이 알 수 없는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 왔다.

나는 다시 그곳으로 갔다.

이번엔 숨기지 않고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도 포기한 듯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1시간쯤 지났다. 파장 분위기. 사람들이 정리하고 그녀도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다 후두둑, 소나기가 쏟아졌다.

순식간에 쏴아아.

사람들은 우산을 펴거나 달아났다.

나 혼자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온몸이 흠뻑 젖었다.

그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요, 이리 와서 비 피해요.”

그녀가 일상복으로 갈아입고 처마 밑에 서 있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가 한쪽으로 비켜서며 자리를 내줬다.

둘이 처마 밑에 나란히 서서 비를 바라봤다.

침묵.

그러다 그녀가 말했다.

“왜 그러고 있었어요? 비 오는데 왜 청승이야?”

피식 웃었다. 그 미소에 아까의 날카로움은 없었다.

“그쪽이 너무 예뻐서요.”

“....”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녀는 대답 대신 내 앞머리에 붙은 물기를 손으로 걷어주었다.

그 손길에 심장이 쿵 떨어졌다.

“배고프세요?”

“고파요. 아직 아무것도 안 먹었어요.”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뛰어요.”

“어디로요?”

“밥 먹으러요.”

우리는 비를 뚫고 뛰었다.

내 원룸 앞에 도착했다.

“여긴…?”

“제 방이에요. 잠시만요. 옷 갈아입고 우산 가져올게요.”

나는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지만 우산이 없었다.

망설이다 그녀에게 말했다.

“우산이 없네요… 들어와요. 저녁 시켜 먹어요.”

그녀는 잠시 망설였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방에 들어온 그녀. 내 옷을 입은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앉았다.

침묵.

그러다 그녀가 말했다.

“저… 처음이에요.”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연애도… 해본 적 없어요.”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후회할까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요.”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키스.

깊고 긴 키스.

그녀의 손이 내 등을 감쌌다.

우리는 서로의 옷을 벗겼다.

알몸으로 서로를 끌어안았다.

나는 그녀 위에 올라갔다.

천천히 그녀 안으로 들어갔다.

“아…”

그녀가 작게 신음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고 그녀가 적응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다 천천히 움직였다.

그녀의 신음이 점점 커졌다.

우리는 서로를 꼭 끌어안고 여름밤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시트에는 그녀의 첫 흔적이 붉게 남아 있었다.

그녀는 울상이었다.

“어떻게 해… 시트 다 버렸네…”

나는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내가 치울게.”

우리는 아침을 먹고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그 후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2달 뒤 그녀가 임신 사실을 알렸다.

나는 청혼했다.

그녀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말 기다렸어요.”

우리는 결혼했다. 엄마를 빼닮은 딸을 낳았다.

그리고 조금 전 둘째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결혼 후 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수수하게 옷을 입는다.

하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숨길 수 없다.

아내는 내가 불안해할까 봐 일부러 그렇게 한다.

나는 소심하다. 그녀는 그걸 안다.

그래서 더 사랑스럽다.

이 모든 게 어느 여름날 비 오는 거리에서 시작된 인연이었다.

평범했던 내 삶에 가장 눈부신 기적이 내려앉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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