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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의 재회

토토군 0 989 0 2026.03.09

비 오는 날의 재회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문을 열자 비에 흠뻑 젖은 그녀가 서 있었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 하나가 옆에 놓여 있었다. 그 가방이 더 눈에 띄었다. 요즘은 잘 볼 수 없는, 그런 낡고 큰 가방. 그녀는 늘 그렇듯 길게 말하지 않았다.

“여기서 지내도 되지?”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이미 익숙한 대답이었다. 그녀는 내게 관심이 없었다. 아니, 내가 그녀에게 관심이 없었던 걸까? 우리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조차 희미하다. 어느 순간 그녀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뿐.

하아—

그녀가 깊은 숨을 내쉬며 준비를 한다. 경직되는 배, 봉긋한 가슴과 군살 없는 아랫배가 미끈하게 이어진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살며시 잡는다. 아직 유두를 공략할 때는 아니다. 가볍게 입맞춤한다. 코와 볼, 눈꺼풀까지.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내 귀로, 목으로 전해진다. 귓불을 지그시 깨물고 입김을 불어넣는다. 흠칫, 움찔하지만 싫어하지 않는다. 다시 입맞춤. 혀가 얽힌다. 천천히 내 입술은 그녀의 목줄기를 따라 내려간다. 어깨, 팔, 손가락까지. 그녀는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갑자기 은밀한 곳을 터치한다. 움찔하지만, 내 손은 다시 가슴으로 돌아간다. 유두를 살며시 쓰다듬는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허리를 살짝 올린다. 깨지기 쉬운 유리를 만지듯 조심스럽게. 분홍빛 젖꼭지에 분홍빛 혀로 인사한다. 그녀의 몸이 이미 경직되어 있지만, 그녀도 서두르지 않는다. 입술이 가슴을 탐닉하는 동안, 살며시 샘을 만져본다. 흥건한 물기가 느껴진다. 그 물기를 샘 주위에 골고루 나눠준다. 나의 등을 안고 있던 그녀의 손이 내 성기를 확인한다. 기다림에 지쳤다는 뜻이다. 나는 화답하듯 그녀의 질 입구에 성기를 갖다댄다. 그녀는 나를 받아들이려 옅은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젖힌다. 하지만 나는 반쯤 넣었다가 다시 뺀다. 아직은 더 기다려야 한다. 대신 입술을 샘으로 가져간다. 흥건한 물기를 확인한다. 혀로 돌기를 애무한다. 그녀의 신음이 올라간다. 입술로 살짝 깨문다. 그녀는 내 머리를 잡고 어깨를 끌어올린다. 더는 못 참겠다는 뜻이다. 나는 그녀 위로 올라 뜨거운 문에 삽입을 시도한다. 그녀는 탄성에 가까운 신음을 내지만, 나는 반쯤 넣었다가 다시 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런 공략에 익숙하다. 내 엉덩이를 잡고 끌어당긴다. 못 이기는 척 다시 깊숙이 들어간다. 천천히, 깊게. 그녀의 끝이 느껴진다. 그녀는 엉덩이를 수축하며 나를 조인다. 성기는 뿌리까지 빨려 들어간다. 서로를 느낀다. 그녀의 신음이 높아지며 펌핑 속도도 빨라진다. 빠르게, 아주 빠르게, 다시 천천히…

그녀가 찾아온 후에도 같이 잔 적은 많지 않았다. 누군가 자고 있으면, 나중에 오는 사람이 옆에 누워 잠들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는 자는 척하며 그녀가 침대에 오르기를 기다렸다.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불은 모두 꺼졌고, 그녀는 창가에 웅크린 채 밖을 보고 있었다. 아마 몇 시간째 그 자세였을 것이다. 창밖에는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떠나왔던 그날의 비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어볼 수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피식 웃고 말 테고, 혹시라도 가방을 챙겨 나갈지도 모르니까.

그녀가 일어섰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가 옷을 입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미안, 깼어?”

“어디 가?”

“담배 사러.”

그녀가 나갔다. 나는 방을 둘러봤다. 그녀의 가방이 그대로 있었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냉장고를 열었다.

“바보같이…”

그녀는 내가 담배를 냉장고에 넣어둔다는 걸 잊었다. 생수를 꺼내 마셨다. 목이 말랐다. 비 오는 날은 습기가 많아서일까? 아니, 어쩌면 심리적인 갈증일지도.

그녀가 돌아왔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다시 비에 젖어 있었다.

“우산은?”

“깜빡했어.”

“담배 냉장고에 있는데.”

그녀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아무 말 없이 창가로 가 웅크리고 앉아 밖을 봤다.

“방해돼?”

그녀가 돌아보며 물었다.

“아냐, 자야지.”

그녀가 방해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녀를 방해하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우며 물었다.

“진토닉 타줄까?”

대답이 없다. 나는 냉장고를 열고 진토닉을 탔다. 그녀는 진하게 마시는 걸 좋아했다. 진하게 탔다.

“음악도.”

그녀가 창문을 열며 작게 말했다. 열린 창으로 빗줄기가 파고들었다. 젖은 원피스 위로 그녀의 윤곽이 드러났다. 한 겹 안에 감춰진 허벅지와 잘록한 허리. 군살 없는 배. 봉긋한 가슴과 돌출된 젖꼭지. 젖은 긴 머리카락.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도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다가왔다. 나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비에 젖은 그녀의 몸이 내 몸에 닿았다. 차갑지만 뜨거웠다.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탔다. 젖은 원피스를 걷어 올렸다. 팬티를 내리지 않았다. 그냥 옷 위로 문질렀다. 나는 그녀의 엉덩이를 잡았다. 그녀는 내 목을 끌어당겨 키스했다. 혀가 얽혔다. 비 냄새와 그녀의 체향이 섞였다.

“오늘은… 사정해도 돼?”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팬티를 옆으로 젖혔다. 내 성기를 잡고 천천히 내려앉았다. 젖은 그녀의 안이 나를 삼켰다. 그녀는 천천히 움직였다. 비 소리가 우리 리듬이 됐다. 점점 빨라졌다. 그녀의 신음이 높아졌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아래에서 받쳤다. 그녀가 절정에 다다랐다. 나도 더는 참지 못했다. 그녀 안에서 사정했다. 오랜만이었다.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고마워…”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비는 계속 내렸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가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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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 재회, 잊혀진기억, Portishead, Undenied, 진토닉, 젖은원피스, 천천히삽입, 오랜만의사정, 영원히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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