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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월드

토토군 0 1008 0 2026.03.09

원더풀 월드


나는 재즈 포르테를 정말 좋아한다. 아내와 자주 가던 그 클럽에서 그들은 늘 무대 한가운데 서 있었다. 싱어 이름은 몰라도 재즈 포르테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지 리스닝에 가까운 라이트 재즈, 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빠져들 수 있는 명곡들을 그들은 늘 멋지게 소화해냈다.

처음 아내와 그곳에 갔던 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결혼 1주년 기념으로 내가 특별히 준비한 이벤트였다. 아내는 중매로 만난 뒤에도 늘 말수가 적고 잘 웃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포근하고 매력적이었다. 대학원을 중도 포기하고 나와 결혼해 준 사람. 그날, 나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제대로 된 웃음을 선물하고 싶었다.

홀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연주 시작 전이라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말끔한 차림으로 중간쯤 자리를 잡았다. 음식은 평범했지만 와인은 입에 착 달라붙었다.

“자기야, 곧 시작할 것 같아.”

아내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그 눈빛이 좋았다.

그들은 소개도 없이 무대에 올랐다. 악기 튜닝 몇 번, 그리고 곧바로 시작. 남녀 듀엣. 루이 암스트롱의 Wonderful World. 두 사람이 마이크를 번갈아 잡고 한 소절씩 주고받는 그 순간, 아내는 눈을 감았다가, 턱을 괴고, 나중에는 일어설 듯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경청했다. 눈이 똥그랗게 커진 채.

노래가 끝나고 박수가 터졌다. 아내는 여전히 멍하니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여보, 어때? 괜찮았어?”

“으… 응… 그래… 아니,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아내는 내 말을 듣고도 다시 물었다. 노래에 푹 빠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날 아내의 눈빛은 결혼 후 처음 본, 빨려 들어가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후로도 우리는 종종 그 클럽에 갔다. 아내는 그곳을 좋아했고, 나도 아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그러나 어느 날, 아내가 고등학교 동창들과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이번 주 금요일에 애들이랑 만나기로 했는데… 저번에 갔던 그 재즈 클럽 어때?”

“좋지. 부부동반 아니고?”

“응… 두 명은 아직 미혼이야. 여자들끼리만 가야 할 것 같아.”

“그럼 그날 나 혼자 저녁 먹어야겠네.”

“미안… 그래도 일찍 들어올게.”

아내는 고맙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날, 아내는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친구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옷은 토사물로 엉망이었고, 화장은 지워진 채 눈물이 고여 있었다. 구토 때문인지, 땀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친구들도 취해 있었지만 아내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아내를 안아 거실에 눕혔다. 옷을 벗기고 물수건으로 대충 닦았다. 브래지어, 스커트, 스타킹, 속옷까지 모두 벗겨 침대에 뉘었다. 그제야 핸드백이 없다는 걸 알았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정신을 못 차렸다. 나는 메모를 남기고 출근했다.

한낮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어제 내가 어떻게 들어왔어? 많이 취했지?”

“어휴, 이제 정신 차렸어? 옷 몽땅 벗기고 물수건으로 닦고 눕혔어. 시트도 빨아야 할 거야.”

“…미안해… 다시는 안 그럴게.”

“근데 핸드백 없더라. 클럽에 있나?”

“핸드백?”

“어제 안 들고 들어왔어.”

나는 책상 서랍에서 클럽 성냥을 꺼냈다.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내가 전화해서 확인해 볼게.”

그런데 아내가 다시 전화했다.

“여보, 내가 클럽에 전화했는데… 어떤 분이 갖고 계시대. 걱정 마.”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클럽에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점심시간이라 그랬을까. 하지만 이상했다.

오후 내내 찜찜했다. 퇴근길에 클럽으로 향했다.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태풍 북상 영향으로 바람이 세차고 비가 흩뿌렸다. 뒷문으로 갔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문은 열려 있었다.

복도를 지나 회랑을 지났다. 주방과 이어진 방들. 플로어로 가는 입구. 숨을 죽이고 걸었다.

‘헉…’

여자 신음. 곧이어 남자의 거친 숨소리. 온몸이 굳었다.

커튼으로 가려진 방. 살그머니 커튼을 젖혔다.

탁자 위. 여자가 누워 있고, 남자가 그 위에 올라가 있었다. 옷은 제대로 벗지도 못한 채. 여자가 남자의 목을 끌어안고 있었다.

“음… 쪽쪽… 쯔읍… 윤석씨… 나 하루도 당신을 잊은 적 없어… 이렇게 다시 만날 줄이야… 흑흑… 쭉쭉…”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미영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줄 모르고…”

미영. 아내 이름과 같았다.

나는 숨을 죽였다. 두 사람은 격렬하게 서로를 탐했다. 애무도 없이 바로 삽입. 서로의 몸을 아는 듯 정확하게. 목을 핥고, 가슴을 빨고, 허리를 조이고. 말은 없었다. 필요 없었다. 서로의 숨소리와 신음만으로 충분했다.

그들은 오랜 연인이었다. 헤어졌다 다시 만난 연인. 시간이 모자란 듯 서로를 갈구했다. 끝없이. 서로를 놓지 못했다.

나는 커튼을 닫았다. 발소리 없이 나왔다. 비가 더 세차게 내렸다.

집에 돌아와 아내를 보았다. 평소처럼 말끔했다. 웃고 있었다.

“핸드백은?”

“클럽에 보관 중이래. 내일 찾으러 갈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묻지 않았다.

며칠 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헤어지자.”

아내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뭘. 이번엔 잘 살아야지.”

“당신은?”

“나야 뭐… 짝이 없을까 봐?”

우리는 웃었다. 홀가분했다.

그리고 나는 클럽으로 갔다. 윤석이를 만났다.

“자, 오늘 저녁은 네가 사라. 배 터지게 먹자.”

하지만 배가 터지도록 먹지는 않았다. 윤석이는 무대에 올라 Wonderful World를 불렀다. 치렁한 긴 머리를 쓸어 올렸다. 나는 박수를 쳤다. 진심으로 두 사람의 앞날을 축복했다.

누가 보면 미친 년놈들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 것이 될 수 없는 건 세상에 너무 많다. 내 욕심으로 움켜쥔다 해도, 그게 내 품에 영원히 남을 거라고 누가 장담하나.

아내는 윤석이와 다시 만났다. 그리고 행복해 보였다.

나는 가끔 그 클럽에 간다. 혼자 앉아 와인을 마신다. 그들이 무대에 서는 걸 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놓아준 게 맞았다.

밤이 깊어지면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텅 빈 침대에 누워 Wonderful World를 흥얼거린다.

그리고 잠든다. 조용히. 미련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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