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의 입장
신부의 입장
웨딩마치가 울려 퍼지는 순간,
나는 아빠의 팔을 잡고 천천히 복도를 걸었다. 하객들의 박수 소리가 귀를 채웠지만, 내 귀에는 오직 진식의 떨리는 목소리만 들렸다.
“신랑… 신부… 입장합니다…”
그 목소리가 왜 이렇게 떨리는지, 왜 나를 보지 않고 피아노 건반에만 시선을 고정하는지, 나는 알았다. 두 달 전, 그날 밤 이후로 진식이는 나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아빠가 내 손을 석호에게 넘겨줄 때, 나는 곁눈으로 진식을 다시 봤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손가락이 건반 위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진식이야… 미안해.’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석호가 내 손을 잡았다. 차갑고, 낯설었다. 어젯밤 진식의 손은 뜨거웠는데.
사회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제 신랑 신부의 서약을 듣겠습니다.”
석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자신만만했다.
“나는 너를 평생 사랑하고 지켜줄게.”
거짓말이었다. 어젯밤, 술에 취해 뻗어 있던 그 인간이 무슨 사랑을 한단 말인가.
내 차례였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렸다. 진식을 봤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나는…”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객들이 웅성거렸다. 아빠가 당황한 눈으로 나를 봤다.
“나는…”
나는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천천히 석호를 바라봤다.
“미안해요. 저… 할 수 없어요.”
석호의 얼굴이 굳었다. 하객들이 술렁였다. 아빠가 벌떡 일어났다.
“정아야! 너 뭐하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웨딩드레스 자락이 바닥을 스쳤다. 복도를 따라 걸었다. 진식이 있는 피아노 앞으로.
진식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붉었다. 눈물이 고여 있었다.
“진식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진식의 입술이 떨렸다.
“정아야…”
나는 드레스 자락을 잡고 무릎을 꿇었다. 진식 앞에.
“미안해… 너 말고는… 아무도 안 돼.”
진식이 나를 끌어안았다. 웨딩드레스 위로 그의 손이 떨리며 내려앉았다. 하객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아빠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 너랑 다시 시작하고 싶어.”
진식이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나도… 정아야. 나도… 너 말고는 아무도 안 돼.”
우리는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웨딩마치가 멈췄다. 피아노 건반 위에 떨어진 진식의 눈물이 반짝였다.
그리고 우리는 일어났다. 손을 잡고 식장을 나왔다. 뒤에서 아빠의 욕소리, 석호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우리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하얀 눈송이가 우리 머리 위로 내려앉았다. 진식이 내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이제… 우리 둘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우리 둘이야.”
그리고 우리는 눈 내리는 거리를 걸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누구의 축복도 받지 못한 채, 하지만 서로만으로 충분한 채.
첫눈은 계속 내렸다. 우리 둘의 새로운 시작 위로.
진식아미안해, 웨딩마치가멈춘순간, 첫눈내리는도망, 석호를버리고, 사랑은너뿐이야, 새로운시작, 눈물의서약, 평생의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