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같은 배신의 밤
지옥 같은 배신의 밤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소위 말하는 왕따였다.
집안 형편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고 공부도 잘하는 편은커녕 못하는 쪽에 가까웠다. 어릴 적 한약을 잘못 먹은 탓인지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급격하게 살이 쪘다.
초등학교 때도 친구가 많지 않았는데 중학교 배정을 받으면서 그나마 친했던 친구들마저 모두 다른 학교로 가버렸다. 나 혼자 낯선 학교로 떨어지니 정말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원래부터 내성적이었던 성격은 살이 찌고 친구가 없어지면서 더욱 심하게 위축되었다.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던 나는 못생기고 조용하기까지 하자 친구들에게 '돼지'라는 별명으로 놀림을 받았다. 나는 점점 더 말이 없어졌고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당해도 아무런 대꾸도 못하는 존재가 되어 완전한 왕따가 되고 말았다.
고등학교에 가면 왕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잔인하게 깨졌다. 중학교 때 나를 괴롭혔던 녀석들 4~5명이 다시 같은 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또다시 지옥 같은 왕따 생활을 해야 했다.
가끔씩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괴로웠지만 자살할 용기조차 없었던 나는 그저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 믿으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다행히 대학에 진학하면서 과거의 가해자들은 모두 다른 학교로 갔다. 나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제야 나는 진짜 숨을 쉴 수 있었다.
하지만 콤플렉스였던 살은 여전히 빠지지 않았다. 부모님이 "키 크면 빠진다, 대학 가면 빠진다"라고 했던 말은 모두 거짓이었다. 덕분에 1학년 때 미팅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군대에 갔다.
군대에서도 나는 최전방 양구로 배치되어 2년을 지옥처럼 보냈다. 그러나 그 고된 생활 덕분에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휴가 때마다 입던 옷이 점점 헐렁해졌다.
2년 만에 복학했을 때 동기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정말 같은 사람이냐?"라는 놀라움 속에서 내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복학 후 처음으로 미팅을 했지만 3번 모두 실패했다. 살은 빠졌지만 근육도 없고 얼굴도 평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감이 다시 바닥을 치던 때, 과내 유일한 이성친구 혜지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엔 미팅이 아니라 소개팅인데 내 사진을 보여줬더니 나쁘지 않다고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대망의 소개팅 날, 최대한 깔끔하게 차려입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30분 일찍 도착해 기다리던 중, 사진과 꼭 닮은 한 여성이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제가 조금 늦었나요? 이수진이에요."
그 순간 나는 넋을 잃었다. 사진빨이 아니라 오히려 사진이 못나게 나온 것 같을 정도로 수진은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나는 그저 바보처럼 "네… 네…"만 반복할 뿐이었다.
수진은 그런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그 웃음은 나에게 천사가 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루 종일 수진과 데이트했지만 나는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하지 못하고 멍하니 시간만 보냈다. 그래도 마지막에 용기를 내어 애프터를 신청했고, 수진은 흔쾌히 승낙했다.
그 후 몇 번의 데이트 끝에 나는 수진에게 고백했고, 그녀는 받아주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예쁜 여자친구가 생긴 것이다.
수진은 외모뿐 아니라 성격도 정말 좋았다. 차분하고 따뜻하며 언제나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었다. 다만 스킨쉽이 조금 느렸다. 사귄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키스 한 번 하지 못했다.
그렇게 첫 여름이 거의 끝나갈 무렵, 내 생일이 다가왔다. 수진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는데, 급한 일이 생겼다며 데이트를 취소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서 뒹굴고 있는데 대학 동기들이 생일을 챙겨준다며 클럽으로 끌고 갔다. 클럽은 처음이었다.
시끄러운 음악과 현란한 조명 속에서 나는 어색하게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녀를 보았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수진의 모습.
나는 믿을 수 없어 그녀를 따라갔다. 여러 개의 룸을 지나 마지막 방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방 안에는 분명 내 여자친구 수진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재욱이라는 중고등학교 때 나를 가장 악랄하게 괴롭혔던 녀석이 나타났다. 그는 나를 알아보고는 폭력을 행사하며 룸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그날 밤, 나는 지옥을 보았다. 재욱은 수진을 내 앞에서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수진은 저항했지만 결국 당했고, 다른 남자들에게까지 차례로 몸을 빼앗겼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모든 것이 끝났다. 수진의 몸은 남자들의 정액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3주가 지난 지금도 나는 수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그녀가 집 앞까지 찾아왔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돌려보냈다.
그날의 일은 이미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나는 아직도 그 지옥 같은 밤을 잊지 못하고, 수진을 용서할 수 있을지조차 확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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