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총각과의 특이했던 경험
어느총각과의 특이했던 경험
봄날의 나른하고 따사로운 햇살이 거실 창을 통하여 아득하게 밀려들어오는 고독한 오후에 홀로 사는 사십 세의 세희는 화사하게 피어난 개나리꽃의 미려한 아름다움을 시샘하며 무료한 세월의 허무함에 쓸쓸히 젖어 들고 있었다.
지독한 허기와 귀찮음의 끝자락에서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자 깔끔하고 점잖은 인상의 아르바이트 총각이 일하는 가게에 돈가스를 배달시켰고 그래서 앳된 목소리의 잘생긴 총각이 문을 열고 주방으로 들어서며 기묘한 조우가 시작되었다.
욕실에서 세안을 하던 도중에 돌아서다가 양치용 유리컵을 건드려 바닥으로 와장창 깨뜨렸고 그리하여 예리하고 날카로운 유리 파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서슬 퍼런 굉음 속에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당황하여 도움을 청하자 단정한 머리 모양새의 총각이 주저 없이 청소기를 가져와 능숙하고 자상하게 파편들을 빨아들였지만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는 순간에 따끔한 자극과 함께 발바닥 주위가 시붉은 피로 낭자하게 물들었다.
선연한 핏방울에 겁이 덜컥 나서 눈물을 주르르 흘리는 세희를 향해 총각이 다가와 탄탄한 젊은 육체의 체취와 땀 냄새를 물씬 풍기며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려 소파로 옮겼고 그리고 거실장 오른편에서 약과 붕대를 찾아와 정성스럽게 상처를 감싸 쥐었다.
자신을 스물일곱 살의 큰누나와 비교하는 순진한 청년의 대답에 올해 마흔이라고 나이를 고백하자 그는 당황하여 고개를 꾸벅 숙였고 흠뻑 물에 젖은 채로 욕실의 피붙이까지 말끔하게 씻어내는 과분한 호의를 베풀었다.
음식값을 치르려 일어서다가 보이지 않는 파편이 남았는지 다시금 아얏 하는 비명과 함께 주저앉았고 그러자 총각이 다리를 붙잡고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깊숙이 박힌 조각을 찾아내려 땀방울을 송골송골 흘리기 시작했다.
순간 청년이 내 발을 들어 올려 상처 부위를 덥석 베어 물었고 더럽다며 부끄러워하는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입술로 강하게 빨아당기다 나오지 않자 부드러운 혓바닥을 이용해 상처 언저리를 질척하게 더듬어왔다.
미끈거리는 혀 놀림이 발바닥의 신경을 미묘하게 자극할 때마다 찌르르한 현기증이 종아리를 타고 거침없이 올라와 깊숙한 곳을 격렬하게 때렸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부르르 다리를 떨며 음산한 신음 소리를 흘리고야 말았다.
야릇한 성적 욕구와 흥분이 온몸을 뜨겁게 달구어 소파를 꽉 움켜쥐는 추태를 부리자 청년 역시 얼굴이 땀과 침으로 범벅이 된 채 뜨겁고 달아오른 눈빛을 건넸고 세희는 밀려드는 부끄러움과 자괴감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흑흑 울음을 터트렸다.
당황하여 일어나던 총각이 중심을 잃고 내 몸 위로 쓰러져 오며 미안하다는 속삭임과 함께 강하게 끌어안았고 탄탄한 젊음의 숨결이 가슴속으로 파고들자 나도 모르게 두 팔로 그의 몸을 마주 안으며 걷잡을 수 없는 흥분에 휘감겼다.
그러나 허공을 맴돌던 이성이 번뜩 돌아오면서 육체의 갈망을 억누르고 나는 나이 많은 아줌마라며 청년을 강하게 밀쳐냈고 그리하여 바닥으로 덜썩 떨어져 내린 청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문을 열고 밖으로 황급히 달려 나가 버렸다.
밀려오는 허전함과 서글픔 속에서 거울에 비친 벌겋게 달아오른 한심한 얼굴을 차가운 물로 적시며 외로움에 쉽게 허물어진 자신을 책망했고 거실에 어지럽게 널린 약통과 배달함을 바라보며 묘한 죄책감에 수화기를 들었다가 이내 무겁게 내려놓았다.
창밖에는 화사한 개나리꽃이 여전히 제자리에서 눈부신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머물고 있었고 그렇게 흐트러진 감정들을 찬물에 녹여내며 지금은 잔인하도록 아름다운 봄날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