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비밀무기 준비" 외치더니…'용의 발톱' 꺼내고 1위팀 '실질적 에이스'됐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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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02
▲ 이정용은 올스타 브레이크를 거치면서 포크볼과 커브를 더한 '포피치' 투수가 됐다. ⓒ곽혜미 기자
▲ 이정용.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변화구는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는데, 비밀이 많은 사람이라 알려드리지는 않겠다." (2021년 스프링캠프)
"변화구는 더욱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추가로 비밀무기를 하나 더 던질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 (2021년 시즌 뒤)
LG 이정용은 지난 3년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비밀무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새 구종을 활용한 투구를 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좀처럼 이 비밀무기를 보여주지 않았다. 직구 구위와 슬라이더로 타자를 상대하는 패턴이 이어졌다. 2022년 캠프에서는 "준비하는 게 있긴 한데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라고 밝혔는데, 사실 이때 이정용은 이 비밀무기에 대한 언급 자체가 일종의 전략이라고 했다. 실제로 던지지 않아도 누군가는 의식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이제 이정용에게 진짜 비밀무기가 생겼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활용해 집중적으로 준비한 포크볼과 커브가 손에 익으면서 네 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됐다. 특히 포크볼은 그 비중이 직구와 비슷할 정도로 올라왔다. 이제 이정용의 '세컨드 피치'는 슬라이더가 아닌 포크볼이다.
▲ 이정용 ⓒ곽혜미 기자
▲ 이정용 ⓒ곽혜미 기자
헛스윙을 통해 탈삼진을 만들 수 있는 구종이라 위기 탈출이 쉬워졌다. 1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이정용은 포크볼로 위기를 모면하며 6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4회 2사 1, 2루에서 장진혁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결정구와 6회 1사 1, 2루에서 김태연을 삼진 처리한 결정구가 포크볼이었다.
이정용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4경기 3승 무패, 23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0.78를 기록하고 있다. 8월 이후 20이닝 이상 던지면서 이정용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투수는 kt 윌리엄 쿠에바스(0.50) 밖에 없다. kt가 쿠에바스 효과로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면, LG는 이정용 효과로 1위 독주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
1일 경기 후 이정용으로부터 새 구종을 배우게 된 배경에 대한 얘기를 더 들을 수 있었다. 이정용은 "커브는 김광삼 코치님께 권유받았고 올스타 브레이크 때 (임)찬규 형과 캐치볼 하다가 (요령을)깨달았다. 포크볼은 (김)진성 선배께 물어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디테일하게 배웠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포크볼은)아마추어 때도 던졌다. 그래서 조금 더 편하게 시도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런지(잘된다)"라고 말했다.
2년 전부터 말해왔던 '비밀무기'가 포크볼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맞긴 하다. 이정'용의 발톱'이라고…아 이건 나가면 안되는데…"라며 머쓱하게 대답했다.
또 "포크볼이 생겨서 경기 운영이 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가능한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했고, 투수는 직구가 첫 번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포크볼보다는 직구에 더 신경을 쓴다. 물론 삼진 잡을 수 있는 구종이 생겨서 편한 면은 있는데 아무래도 (박)동원이 형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호흡도 괜찮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있어서 점점 더 좋아질 것 같다"고 밝혔다.
▲ 이정용. ⓒ연합뉴스
- 최근 4경기 3연승에 퀄리티스타트가 3번이다. 완전히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나.
"그렇게 좋은 기록을 내고 있는지 몰랐다. 내가 나가는 날 항상 이기지 않나(이정용 선발 팀 7승 1패) 그 기운을 오늘도 주고 싶었던 게 더 크다."
- 비로 등판이 취소되면서 휴식이 길어졌다. 컨디션 관리가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그 기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걱정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었는데 걱정보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하려고 했다. 라이브 피칭은 한 번 했고 나머지 기간 운동은 계속 했다. 꾸준히 공을 던졌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다."
- 16일 만의 등판이라 감각이 떨어졌을 수도 있는데, 던져보니 어땠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그래서 첫 이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잘 풀렸다."
"오랜만에 던져서 제구가 힘든 점은 없지 않았던 것 같다."
- 아담 플럿코가 오래 빠지게 되면서 남은 선발들이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그런 마음이 있다. 내가 던지는 날에는 진짜 좋은 기운을 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내가 올라가면, '정용이가 던지면 이길 거야'라는 생각을 더 퍼트리고 싶다. 그래서 내가 못 던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 6회 4-0에서 무사 1, 2루 위기가 있었다. 거기서 채은성을 상대했는데.
"사실 은성이 형이 경기 전에 메시지를 보냈다. 명승부 펼쳐보자고 답장했고, 또 오랜만에 명언 타임(이정용과 채은성은 LG 동료 시절 서로 명언을 준비해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사이였다)도 가졌다. 은성이 형을 타자로 상대하니까 재미있더라. 그런데 앞에서 형에게 너무 기를 쏟아서 다음 타자에게 볼넷을 줬다. 6회 위기에서는 칠테면 치라고 던졌고, 큰 타구가 나왔다.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초반에 힘든 시기가 있었는데 최근은 완전히 다른 흐름이 됐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이 좋은 기운이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제 진짜 군대를 가야하는 시기라 정말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 우승 반지를 끼고 가고 싶다는 마음인가.
"그렇게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 평균자책점이 4.02까지 떨어졌다. 3점대 기록에 대한 목표도 있는지.
"6점대였는데(7월 27일 6.27)…신경 안 쓰려고 한다. 신경 쓰면 다시 올라간다 그러지 않나. 그래서 속으로만 생각하고, 그저 좋은 기운만 전해주려고 한다."
▲ 이정용 ⓒ곽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