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이어 구창모까지 낙마… AG 대표팀 기둥 뽑혔다, KBO는 "병역 고려 없다" 단언(종합)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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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1
![이정후 이어 구창모까지 낙마… AG 대표팀 기둥 뽑혔다, KBO는 이정후 이어 구창모까지 낙마… AG 대표팀 기둥 뽑혔다, KBO는](https://cdnfor.me/data/images/17/e6643bf7641b55a30641a5a0c5fb57.jpg)
▲ 발목 부상을 당한 이정후의 탈락은 7월부터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야구대표팀 선수 명단을 일부 바꿨다. 부상으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유지하지 못한 대표팀의 두 기둥을 모두 제외했다. KBO는 대체 선수 발탁 과정에서 병역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KBO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향상위원회와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2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24명 중 부상 혹은 부상에서 회복 단계이지만 대회 기간 정상적인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된 2명에 대해 교체를 확정했다"고 21일 공식 발표했다. 24명의 선수 중 이번 결정으로 대표팀에서 빠지는 선수는 이정후(25‧키움)와 구창모(26‧NC)다.
두 선수는 당초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KBO리그 최고 타자인 이정후는 대표팀 타선의 중심이자 기둥이었다. 지난해 142경기에서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85득점을 기록하며 타격 5관왕에 이어 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직행한 이정후다. 자타가 공인하는 KBO리그 최고 타자로 메이저리그에서도 주목하는 타자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상으로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다.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염두에 두고 타격폼 수정이라는 도박을 한 이정후는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았다. 4월까지 타율 0.218의 저조한 성적으로 모든 이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하지만 타격폼을 예전으로 상당 부분 되돌린 뒤 '역시 이정후'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타율과 공격 생산력이 쭉쭉 회복되기 시작했다. 5월 26경기 타율은 0.305, 6월 24경기에서는 0.374, 7월 13경기에서는 0.435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7월 22일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했고, 시즌아웃 진단을 받음에 따라 자연히 항저우 대표팀 합류도 무산됐다. 단기전인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순간 한 방을 칠 수 있는 선수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간 국제 대회에서 그런 끼를 보여줬던 이정후의 부상은 치명타다. 다만 이는 사실상 7월에 결정된 것이었기 때문에 예고된 탈락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구창모와 다소 차이가 있다.
구창모는 대표팀의 왼손 에이스이자, 가장 중요한 경기에 선발로 나서 한 판을 잡아줄 수 있는 투수로 큰 기대를 모았다. 비록 프로 경력에서 부상이 잦기는 했지만, 그래도 건강한 구창모라면 리그 최고의 토종 투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2020년에는 15경기에서 9승 무패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19경기에서 11승5패 평균자책점 2.10으로 잘 던졌다.
▲ KBO리그 최고 타자인 이정후는 현재 대표팀에서 대체 불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곽혜미 기자
▲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한 판을 잡아줄 카드로 기대를 모았던 구창모의 탈락은 뼈아프다 ⓒNC다이노스
▲ 구창모의 현재 컨디션을 냉정하게 판단한 KBO 전력강화위원회 ⓒ곽혜미 기자
하지만 구창모 역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전완근 통증으로 6월 2일 잠실 LG전에서 조기 강판된 구창모는 이후 검진에서 뚜렷한 차도가 보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추후 피로골절까지 발견되며 오랜 기간 재활을 해야 했다. 구창모는 9월 19일에야 2군 경기에 등판했고, 최고 시속 145㎞를 기록했으나 구위를 회복했다고 장담하기는 어려웠다. 너무 표본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런 구창모의 합류는 야구 팬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이 있었다. 당장 23일 대표팀이 소집돼 첫 훈련에 들어가는데 정상적인 컨디션을 장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었다. 구창모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KBO 전력강화위원회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구창모의 19일 2군 등판까지 직접 지켜보며 마지막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불가'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야구계 인사는 "구창모는 결승이나 결승 진출의 가장 큰 고비가 되는 경기에 투입할 필승 선발 카드"라면서 "그런데 그 구창모가 선발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불펜으로 연투가 된다는 보장도 없다면 현재 컨디션이 좋은 왼손 불펜을 따로 뽑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예정이 됐든, 갑작스럽든 어쨌든 두 선수의 낙마는 대표팀에게 뼈아픈 손실이다. 중요한 순간 믿고 맡길 수 있는 투‧타의 기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24세 이하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이번 대표팀에서 당장 이정후의 존재감을 오롯이 대체할 수 있는 선수는 없다고 봐도 된다. 건강한 상태의 구창모만한 피칭 퀄리티를 보여줄 수 있는 좌완 선발도 없다. 우완 에이스들로 중요한 경기를 꾸릴 예정이지만, 구창모의 존재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한편 KBO는 이들을 대신해 외야수 김성윤(24‧삼성)과 좌완 김영규(23‧NC)를 선발했다. KBO가 이미 낙마가 예정된 이정후 대체 선수 발표를 최대한 늦춘 것은 소집 전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를 뽑겠다는 의지의 결과였다. 여기서 김성윤이 낙점을 받은 셈이다. 김영규는 구창모와 달리 선발 자원은 아니다. 다만 불펜에서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1이닝 이상을 던질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다.
▲ 근성 있는 플레이로 삼성 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김성윤 ⓒ곽혜미 기자
▲ 김영규는 대표팀 좌완 불펜에서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곽혜미 기자
사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김성윤의 이름을 주목하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포항제철고를 졸업하고 2017년 삼성의 2차 4라운드(전체 39순위) 지명을 받았으나 지난해까지 한 시즌 1군 최다 출전은 48경기(2022년)가 고작이었다. 하지만 올해 96경기에서 타율 0.314, 2홈런, 27타점, 18도루를 기록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현재 24세 이하 선수 중 리그에서 가장 좋은 컨디션을 가진 좌타 외야수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현재 대표팀은 외야수가 부족하다. 전문 외야수라고 해봐야 최지훈(SSG)과 최원준(KIA) 정도다. 이에 김혜성을 비상시 외야수로 투입하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이 고려되고 있었다. 부족한 우타를 뽑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김성윤이 이정후의 자리를 대체하는 모양새가 됐다.
김영규는 지난해 72경기에서 2승7패1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하며 NC 불펜의 핵심으로 거듭났고, 올해도 59경기에서 56⅔이닝을 던지며 2승4패21홀드 평균자책점 3.34로 선전 중이었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고 경험도 제법 있어 구창모가 탈락한 뒤 왼손 불펜을 뽑는다면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어 왔다.
다만 일부 팬들은 김성윤 대신 같은 팀 소속의 이재현이 발탁되었어야 한다면서, KBO가 의식적으로 병역을 고려한 선발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우완 원태인과 내야수 김지찬이 발탁된 상황인데 두 선수 모두 군 미필이다. 역시 미필인 이재현까지 뽑으면 세 선수가 모두 다 미필이기 때문에 다른 팀의 눈치를 보며 대신 군필인 김성윤을 뽑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이다.
하지만 KBO 관계자는 "팀 당 병역 미필 3명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전혀 거론도 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이번 아시안게임, 병역 여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선발이 이뤄졌으며, 와일드카드를 제외하고 연령, 연차제한 (25세 이하,또는 입단 4년차 이하), 팀당 최대 3명(와일드카드 포함) 선발 원칙하에 대표팀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나이와 연차 제한, 그리고 와일드카드에 대한 고려만 있었을 뿐 병역은 대표팀 구성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즉, 현재 대표팀에는 이재현보다는 김성윤이 더 필요했다는 항변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병역과 관련된 문제는 KBO가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시안게임은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매번 아시안게임 때마다 이와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병역을 너무 고려한 선발을 했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것이 논란이 되며 선동열 당시 대표팀 감독이 국정감사장까지 끌려가는 한국 야구의 굴욕이 있었다. 이는 이번 대회부터 연령 제한을 걸고, 리그를 중단하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는 룰의 변화로 이어졌다.
▲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곽혜미 기자
▲ 부상 선수에 대한 추가적인 교체 가능성도 열어둔 KBO 전력강화위원회 ⓒ곽혜미 기자
일각에서는 구창모를 과감하게 제외한 것도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본다. 구창모 또한 미필인 선수고, 만약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오는 12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할 예정이었다. 이미 NC와 비FA 장기 계약을 했고, 군 문제 여부에 따라 계약도 두 개로 나눠 놓은 상황에서 사실 이번 금메달이 반드시 필요한 구창모였다. 이 탓에 오랜 기간 결장했다 대회 직전 피치를 끌어올린 구창모에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았는데, KBO도 구창모의 현재 상태는 물론 이런 부분도 고려하지 않았겠느냐는 시선이 있다.
한편 향후 추가로 선수가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KBO는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두 선수의 교체 외에, 다른 대표 선수 중 부상의 영향으로 경기력이 저하됐다고 판단 되는 경우에는 몸 상태를 면밀히 살펴 추가로 교체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아시안게임 엔트리는 부상 선수에 한해서 교체할 수 있다. 만약 훈련 기간 중에라도 부상으로 제대로 된 경기력을 내지 못하는 선수는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공언한 셈인데, 이는 새로운 선수 차출을 놓고도 또 하나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리그가 한참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