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얼굴, 웃으며 인사했는데...복덩이 이적생의 안면 골절, 5년 만에 잡은 기회 놓치면 안 된다 [수원 현장]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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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3
그런데 이호연이 그라운드 곳곳에 흩어져 훈련을 돕고 있는 코치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갔다. 담담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이호연을 본 코치들의 표정에서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다.
코치들이 더 안타까워 했다병원 검진 결과 이호연의 코뼈와 왼쪽 광대뼈 사이 부분의 미세 골절이 발견된 것. 원바운드 된 타구에 맞았지만 공이 얼굴을 정통으로 가격해 충격이 컸다. 극심한 통증에 이호연은 그라운드 쓰러져 한 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가까스로 일어난 이호연은 다시 타석에 섰다. 우익수 뜬공으로 타석을 소화한 후 5회초 2루 수비까지 나갔다. 하지만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골절이 의심됐고, 6회초 수비에서 박경수와 교체됐다.
21일 수원 롯데전. 4회말 KT 이호연이 자신이 친 파울타구를 얼굴에 맞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그대로 쓰러져 고통스러워한 이호연다시 일어나 타석 소화타구에 맞은 이호연의 얼굴 부위가 붓지 않았기 때문에 동료들은 큰 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안심했다. 코뼈가 부러져 수술까지 받은 경험이 있는 황재균은 "골절이면 곧바로 얼굴이 붓는다. 멀쩡한 이호연에게 농담으로 '어서 일어나라'고 말했는데 정말 미안했다. 90도로 사과 인사를 했다"고 전했다.
이호연은 이날 곧바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다행히 수술은 피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일주일 정도 체크가 필요하다. 상태가 좋아지면 일주일 뒤에 경기를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일단 3일을 쉰 후 운동이 가능한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 입단 후 5년 만에 빛을 보기 시작한 이호연에게 닥친 작은 시련이다. 광주제일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이호연은 2018년 2차 6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8시즌을 2군에서 보낸 이호연은 퓨쳐스리그 70경기에 출전해 80안타(3홈런) 26타점 타율 0.327을 기록했다. 그해 퓨쳐스 올스타전에서 3안타 3타점의 활약으로 MVP에 뽑히기도 했다.
2018 KBO 퓨처스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남부리그 이호연. 울산=송정헌 기자시즌 후 이호연은 상무 야구단에 지원서를 냈지만 탈락한 후,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제20기계화보병사단에 배치돼 병역을 마쳤다. 2020시즌 중반 롯데로 복귀한 이호연은 202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서 뛰기 시작했다. 2022시즌 88경기에 출전해 50안타(2홈런) 16타점 타율 0.244를 기록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우투좌타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가능성을 보인 시즌이었다.
2022시즌 8월 11일 고척 키움전에서 승리의 기쁨 나누는 이호연과 황성빈. 고척=박재만 기자하지만 올 시즌 롯데의 1군 내야진에 이호연의 자리는 없었다. 2군에서 4할이 넘는 타율로 무력시위를 펼쳤지만 이학주, 김민수, 박승욱이 차지한 롯데의 백업 내야수 자리를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내야수들의 줄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던 KT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5월 19일 KT 심재민과 롯데 이호연의 맞트레이드가 성사됐다. KT 유니폼을 입은 이호연은 5월 10경기에서 타율 0.172로 부진했지만 적응기를 마친 6월부터 본격적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16일 수원 삼성전. 9회말 무사 1,2루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이호연. 수원=박재만 기자15경기 48타수 17안타 타율 0.354로 공격에서도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고, 유틸리티 플레이어답게 내야 수비에서도 부상자들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꿨다. 특히 16일 수원 삼성전에 끝내기 안타의 기쁨을 맛봤고, 18일 경기에서는 데뷔 첫 4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준 이호연의 부상에 유한준 코치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다.야구하는 기쁨을 처음 느끼기 시작한 이호연이 부상으로 잠시 떠났다. 한 번 잡은 기회는 절대 놓치면 안 된다. 상처가 아물고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이호연이 '마법' 같은 올 시즌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