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된 선수 맞아? 롯데의 눈은 탁월했다…3안타 5출루 대폭발→위닝시리즈→8월 대반격 선봉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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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1
▲ 이정훈이 롯데에서 방출 신화를 쓰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정말 방출 당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다.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롯데에 또 하나의 '방출 신화'가 등장했다. 바로 이정훈(29)이다. 그의 날카로운 방망이는 롯데의 8월 대반격을 예감케한다. 이제는 중심타선에 이름을 올려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선수다.
이정훈은 2017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4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원래 그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그러나 프로 4년차였던 2020년까지 그가 1군에서 기록한 안타 개수는 4개가 전부였다. 이정훈이 KIA 시절 가장 많은 기회를 받은 시즌은 2021년으로 41경기에 나와 타율 .248 2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렸지만 지난 해에는 6경기에 나와 10타석 8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다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끝내 이정훈은 KIA를 떠나야 했다. KIA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것이다. 갈 곳을 잃은 이정훈에게 손길을 내민 구단은 롯데였다. 이정훈은 연봉 4000만원에 롯데와 계약하고 새 출발을 다짐했다.
사실 이정훈이 롯데에 입단할 때만 해도 그리 크게 주목을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특히 롯데는 김상수, 안권수, 윤명준, 차우찬, 신정락 등 방출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는데 이들 중에서도 이정훈의 이름값은 가장 낮았다. 롯데가 품은 방출 선수들 중에서도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은 안권수와 김상수였다. 이들은 롯데의 초반 돌풍을 이끌었던 선수들이다.
전반기만 해도 이정훈은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더 길었다. 롯데는 이정훈이 타격에 장점이 있는 선수라 판단하고 2군에서 외야수와 1루수 등 포지션 변신을 시도했다.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288 2홈런 26타점을 남긴 이정훈은 전반기 막판에야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롯데는 지난달 12일 창원 NC전에서 1-11로 크게 뒤진채 9회초 공격에 나섰다. 이미 승리는 물 건너간 상황에서 이정훈에게 대타로 나갈 기회를 부여했다. 그러자 이정훈은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 화려한 등장을 알렸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들어선 타석에서 홈런을 친 것이다.
어쩌면 그가 후반기에도 1군에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이정훈이 후반기 첫 경기였던 지난달 22일 사직 키움전에서 4타수 2안타로 활약하자 롯데는 다음날인 23일 이정훈을 4번타자로 배치하면서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당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이정훈이 1군 콜업 후에도 계속해서 타석에서 좋은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이정훈을 4번타자로 전격 기용한 이유를 밝혔다. 이정훈은 이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활약했다.
이정훈이 가진 쏠쏠한 방망이는 그가 1군에 남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이정훈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된 순간은 바로 8~10일에 열린 키움과의 주중 3연전이었다. 이정훈은 8일 고척 키움전에서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작렬하더니 9일에는 4타수 3안타 1득점을 폭발했다. 이에 롯데는 10일 이정훈을 3번 지명타자로 기용했고 이정훈은 4타수 3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으로 '5출루'에 성공,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끄는 한편 3연전 동안 8안타를 몰아치면서 시즌 타율도 .462(39타수 18안타)로 급상승했다.
▲ 이정훈(왼쪽)이 롯데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 이정훈의 매서운 타격감이 돋보인다. ⓒ롯데 자이언츠
▲ 이정훈이 롯데의 새로운 복덩이로 떠올랐다. ⓒ롯데 자이언츠
이날 이정훈은 1회초 1사 1루에서 정찬헌의 127km 포크볼을 때려 좌전 안타를 쳤고 2회초 2사 1,3루 찬스에서도 정찬헌이 128km 포크볼을 던지자 상대 수비 시프트를 뚫는 우중간 적시타를 작렬, 3-3 동점을 이루는 귀중한 타점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4회초 2아웃에서는 정찬헌의 132km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 좌중간 2루타를 날리면서 정찬헌을 강판시키는 한방을 날렸다. 정말 방망이가 어떤 공에도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이후 이정훈을 만나는 키움 투수들은 컨트롤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고 이정훈은 어렵지 않게 볼넷 2개를 추가하면서 '5출루 경기'를 완성했다. 롯데는 12-8로 승리하고 주중 3연전을 2승 1패로 마무리, 위닝시리즈를 품에 안았다.
어쩌면 롯데가 이정훈을 활용할 수 있는 폭은 제한적이다. 이정훈이 아직 새로운 포지션에 완전히 무르익은 선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롯데는 팀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는 이정훈을 포기할 수 없다. 지명타자든, 외야수든 어떻게든 이정훈을 활용하고자 한다. 서튼 감독도 "수비는 잘 하는 선수들이 팀에 많기 때문에 이정훈에게는 타격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이정훈은 새로운 팀 롯데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꽃 피우고 있다.
롯데는 이날 장단 18안타 12득점이라는 폭풍 같은 공격력을 몰아치면서 위닝시리즈를 달성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시즌 전적 45승 50패로 7위를 마크하고 있는 롯데는 5위 두산을 4경기차로 따라붙고 있다.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때는 결코 아니다. 과연 롯데의 8월 대반격은 현실이 될까. 지금은 그 선봉에 이정훈이 서고 있다. 새로운 롯데판 방출 신화의 시작이다.
▲ 이정훈이 타격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 이정훈이 포수 마스크를 쓴 장면은 시범경기가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 ⓒ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