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손흥민도 힘들어했던 '도깨비팀'…황선홍호 앞에 또 왔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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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9.27
▲ 경기를 지켜보는 황선홍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 경기를 지켜보는 황선홍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진화(중국), 김건일 기자] 황선홍호와 16강에서 만나는 키르기스스탄은 FIFA 랭킹 96위가 증명하듯 아시아 축구계에선 약체다. 역사상 한 차례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으며, 아시안컵에서도 예선에서만 쓴잔을 마시다가 2019년에야 처음으로 본선에 나갔다.
23세 이하로 연령 제한이 걸려 있어 전력 차이가 조금이나마 줄어드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역사상 세 차례만 얼굴을 내밀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16강이 이 대회 최고 성적이다.
그러나 4년 뒤 키르기스스탄은 처음 만난 한국 대표팀에 강렬한 기억을 남겼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키르기스스탄은 한국과 같은 E조에 속했다.
당시 한국은 1차전에서 바레인을 6-0으로 꺾었지만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에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 16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한 상태였다.
▲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손흥민.
▲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손흥민.
▲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손흥민.
한국은 키르기스스탄과 3차전에 전력을 쏟아부었다. 와일드카드 손흥민을 필두로 김민재, 황인범, 황의조, 황희찬, 나상호, 조현우 등 현재 A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이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한국은 압도적인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키르기스스탄이 펼친 밀집 수비를 뚫어 내지 못하고 전반전을 0-0으로 마쳤다. 오히려 후반 11분 수비수 정태욱의 실수로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국은 후반 17분에야 손흥민이 발리 슛으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1-0을 만들었다. 경기는 이대로 마무리됐지만 선제골 이후에도 실점 위기를 맞는 등 한국으로선 쉽지 않은 경기였다.
▲ 한국은 지난 9일 창원에서 키르기스스탄 23세 이하 대표팀을 1-0으로 이겼다. ⓒ연합뉴스
▲ 한국은 지난 9일 창원에서 키르기스스탄 23세 이하 대표팀을 1-0으로 이겼다. ⓒ연합뉴스
공교롭게도 한국 성인 대표팀이 나선 키르기스스탄과 경기는 늘 예상과 다른 호각세였다. 지난 2019년 1월 아랍에미레이트 알 아인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에서 키르기스스탄을 처음 만났는데 이 경기도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김민재가 넣은 골이 유일한 점수였다.
그리고 지난 9일 창원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컵 예선에서도 한국은 키르기스스탄 23세 이하 대표팀을 1-0으로 이겼다. 선수는 현재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많이 다르지만 감독은 같다.
키르기스스탄은 이번 대회에서 더 종잡을 수 없는 팀이다. F조에서 북한, 인도네시아, 대만과 경쟁한 키르기스스탄은 1차전에서 인도네시아에 0-2로 졌고 2차전에서 북한에 0-1로 무릎을 꿇으면서 조별리그 탈락이 가까웠다.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나선 3차전에서도 대만에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끌려갔다. 이때까지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던 터라 패색이 더욱 짙어졌다.
그런데 전반 추가 시간 동점골이자 대회 첫 골을 시작으로 반전이 일어났다. 후반에만 두 골을 더해 경기를 뒤집고 조 3위로 올라섰다. 3위 팀끼리 경쟁으로 16강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후반 추가 시간 네 번째 골이 터지면서 다득점으로 인도네시아를 끌어내리고 자력으로 2위가 됐다. 앞선 두 경기에 3차전 전반전 45분까지 '135분 동안 한 골도 못 넣은' 팀이, 45분 만에 4골을 넣어 16강에 오른 것이다.
▲ 한국은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연합뉴스
▲ 한국은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다. ⓒ연합뉴스
한국은 쿠웨이트를 9-0으로 대파하는 등 조별리그 3전 전승과 함께 16골을 넣는 동안 한 골도 허용하지 않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게다가 A대표팀에서도 핵심 전력인 이강인이 합류해 팀 사기가 더욱 올라갔다. 그러나 토너먼트는 실수 한 번에 탈락할 수 있는 잔인한 전장. 게다가 상대는 늘 어려웠던 도깨비 팀이다. 그래서 선수단은 조별리그를 압도하고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황 감독은 바레인전을 마치고 "매 경기 대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축구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게 한 골 승부다. 강팀은 한 골 승부도 잘해내야 한다. 앞으로는 이런 어려운 난관을 계속 만날텐데, 평점심을 잘 유지해서 잘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