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 탈락 후 떠나지 않은 프로님, SNS 막말 쏟아낸 회장님"
토토군
0
34
0
2022.06.12
![](https://cdnfor.me/data/images/23/8955dc4ad87dec2dd78c409bda4ded.jpg)
(MHN스포츠 양산, 김인오 기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훈풍이 불고 있다. 올 시즌 대회가 대폭 늘면서 선수들의 얼굴이 밝아졌고, 갤러리 입장 허용으로 골프 팬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매 대회 선수들의 수준 높은 기량에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고, 인기를 실감하듯 12일 KPGA 선수권대회 최종라운드가 열리고 있는 경남 양산 에이원 컨트리클럽에는 지방임에도 만 명 가까운 갤러리가 입장했다.
하지만.
KPGA 수장인 구자철 회장(67)의 가볍지 않은 언행이 종종 구설수에 오르면서 '훈풍이 역풍으로 바뀌지 않을까'라는 업계의 우려가 깊다.
구 회장은 KPGA 선수권대회 3라운드가 열린 11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골프 라운드를 가졌다.
올해로 65회째를 맞은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인 KPGA 선수권대회에 KPGA 수장이 자리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후원사 행사인 프로암 대회와 우승자가 결정되는 최종라운드에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아쉽지만 지적할 정도까지는 아닐 수 있다.
문제는 구 회장의 개인 SNS(페이스북) 활동에서 불거졌다. 친선 라운드에서 '에이지 슈트(67타)를 기록했다'며 동반자들의 실명이 포함된 스코어카드를 게시했다. 그리고 오후 3시쯤에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될 수 있는 게시물을 올렸다.
'근데 왜 김비오 샷할때마다 이 X랄이냐??, 비오야, X큐 한번 더해. 내가 막아줄께'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김비오(32)가 대회 3라운드 16번홀에서 한 갤러리의 카메라 셔터 소리에 방해를 받는 모습을 포착한 후 민망할 정도의 저급한 단어가 섞인 표현물을 가감없이 게시했다.
당시 김비오는 오히려 해당 갤러리에게 "괜찮습니다. 샷할 때만 조심해주세요"라며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경기를 마친 후 갤러리들과 웃으며 충분한 소통 시간을 가졌다.
구 회장의 게시물은 약 세 시간 후 완화된 표현으로 수정됐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보고 난 후라 '엎질러진 물'을 담기에는 일이 커져버렸다.
구 회장의 SNS 게시글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공 성격이 강한 KPGA 수장으로 정치 관련 발언을 서슴지 않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또한 지난해에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후원사들을 나열하면서 막말을 쏟아낸 이른바 '저격 글'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골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갤러리의 성숙하지 못한 관전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협회 차원에서 관전 에티켓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고의든 아니든 자주 문제가 불거진다"며 "그래도 막말에 가까운 표현은 엄중해야 할 KPGA 수장 위치에서는 자제하는 게 맞다. 선수들은 물론 투어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한국 골프의 맏형 최경주(52) 선수의 행보와도 대조적이다.
구 회장이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마친 후 게시글을 올린 그 시간에 컷 탈락한 최경주는 바쁜 일정을 쪼개 대회장을 다시 찾았다. 그리고 에이원 컨트리클럽 최석준 이사와 코스 곳곳을 돌며 내년 대회 코스 세팅에 대한 진지한 얘기를 나눴다.
직접 페인트로 표식을 남기는 등 두 시간 넘게 코스를 돌아본 최경주는 "내년에는 분명 더 멋진 대회가 될 겁니다"라며 한국 골프 사랑이 가득 담긴 말을 남긴채 대회장을 떠났다.
구자철 KPGA 회장이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게시글 캡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