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지나친 화풀이, 제 살 깎아 먹기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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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30
오지환이 지난 29일 KIA전서 스윙하고 있다. / 사진=LG트윈스 제공 |
프로야구 선수들이 화났다. 스트라이크존 판정 혹은 자신의 플레이에 큰 아쉬움을 느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분노를 과격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눈에 띈다. 달라져야 한다.
◆그릇된 행동
지난 29일 잠실 KIA-LG전. LG가 0-4로 끌려가던 3회 말 2사 1루서 LG 오지환이 타석에 섰다. KIA 선발투수 숀 앤더슨의 초구, 높은 패스트볼에 헛스윙했다. 2구째 몸쪽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며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선언에 오지환은 함지웅 구심에게 항의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이어 3구째 몸쪽으로 날아온 슬라이더에 헛스윙했다. 3구 만에 삼진 아웃당했다.
오지환은 한 손으로 방망이를 바닥에 강하게 내리쳤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방망이가 부러지지 않자 다시 두 손으로 힘껏 내리꽂았다. 헤드가 부러져 날아가자 남은 방망이 손잡이를 더그아웃 쪽으로 던져버렸다. 헬멧도 던지려는 듯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가 참았다. 잠실구장을 찾은 2만3750명의 관중들은 물론 화면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에게도 생중계됐다.
충분히 퇴장 명령이 떨어질 만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함지웅 구심은 퇴장 선언 없이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오지환은 4타수 무안타 1타점으로 경기를 마쳤고 LG는 3-6으로 패해 2연패에 빠졌다.
◆변화의 필요성
흔히 프로선수들에겐 승부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상대와의 맞대결에서 이겨내려면, 그라운드 위에서만큼은 투지를 불태워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난폭한 분풀이는 이와 다르다. 지켜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이다. 동료들에게도 좋은 메시지가 될 수 없다. 오히려 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다. 오지환의 분노가 주전이자 주장으로서 선수들을 일깨우려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오지환의 행위는 타인이 다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 위험했다. 그가 던진 배트 조각에 누군가가 맞았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선수 본인도 다칠 수 있었다. 실제로 키움 내야수 송성문은 지난 2일 한화전서 실책 후 의자를 내리쳤다가 오른손 손가락이 골절됐다. 최대 10주 진단을 받았다.
지난해 6월 16일에는 한화 하주석이 롯데전서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바닥에 방망이를 내리치고 더그아웃에 헬멧을 던져 퇴장당한 적 있다. 당시 벽에 맞고 나온 헬멧이 웨스 클레멘스 한화 코치의 뒤통수를 강타했다. 하주석은 이튿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상벌위원회로부터 출장정지 10경기, 제재금 300만원, 유소년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많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위험한 행동으로 경기장 질서를 어지럽힌 점이 문제가 됐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판정에 의문이나 불만을 갖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모두 분노를 참지 못해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화를 다스리고 프로다운 모습을 보일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심판들도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판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원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