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샴푸하다 트레이드→대구행→첫 SV…"이제 자야죠"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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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8
▲ 트레이드 직후 취재진 앞에 선 김태훈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대구, 김민경 기자] "이제 자야죠."
삼성 라이온즈 우완 김태훈(31)은 27일 평생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키움 히어로즈 투수였던 김태훈은 출근하기 전에 머리를 정돈하기 위해 미용실을 찾았다. 평소처럼 미용실에서 샴푸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삼성 라이온즈로 트레이드가 됐다'는 믿지 못할 말을 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김태훈은 빠르게 키움에서 짐을 싸서 대구로 향했다. 2012년부터 뛴 정든 구단을 떠나는데, 급해서 선수단과 제대로 인사를 나누지도 못했다. 대구로 내려오면서는 가족과 떨어져 어떻게 지내야 하나 걱정이 앞섰다.
김태훈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 도착하자마자 박진만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 선수단에 인사하고 바로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삼성에서 새 프로필 사진을 찍어야 했는데, 본의 아니게 아침에 머리를 해 잘 나온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박 감독은 김태훈을 맞이하면서 "우리 타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김태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니 좌타자나 우타자나 다들 까다롭다고 하더라. 몸 상태를 체크해야겠지만, 중요할 때 기용할 선수다. 다만 심리적으로 (트레이드를 하고) 힘들 수 있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 오늘(27일) 하루는 쉬어 갈지, 편한 상황에 등판할지 보겠다"고 이야기했다.
▲ 김태훈(왼쪽 끝) 이적하자마자 첫 세이브를 챙긴 뒤 기뻐하고 있다. ⓒ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27일 대구 두산 베어스전에서 3-6으로 끌려가던 7회말 오재일의 역전 만루포에 힘입어 7-6으로 역전승했다. 김태훈은 9회초 1점차 세이브 상황에 등판해 깔끔하게 삼자범퇴를 기록했다. 선두타자 허경민을 좌익수 뜬공, 대타 송승환을 2루수 뜬공으로 돌려세우고 마지막 타자 조수행까지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손쉽게 경기를 매듭지었다. 투구 수는 9개에 불과했다.
김태훈은 경기 뒤 "긴장됐다. 올라갈까 말까 반신반의했는데, 올라가서 잘 막고 이겨서 다행인 것 같다. 8회에 (이)승현이가 팔 풀 때 나도 같이 풀었다. 8회가 끝나고 9회에 내가 나간대서 나가는구나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팔을 풀 때 공이 떠서 눌러서 던져야겠다는 그 생각만 하고 던졌다. 구속은 얼마나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제구는 실투가 있었으나 그거 빼고는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더그아웃에서 새로운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본 소감도 이야기했다. 김태훈은 "(오재일이) 하나 칠 것 같았다. 확실히 삼성이 방망이가 좋은 것 같다. 상대 팀일 때도 무서웠는데, 든든할 것 같다"며 빠르게 팀에 녹아드는 반응을 보였다.
다사다난했던 하루를 되돌아보며 김태훈은 조금은 넋이 나간 상태로 웃어 보였다. 아침에 머리를 하러 미용실에 가서 샴푸를 하다 트레이드 전화를 받고, 당일 대구로 이동해 1점차 경기에 세이브 투수로 나서 삼자범퇴로 시즌 첫 세이브를 챙기는 하루를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그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김태훈이 해냈다.
김태훈은 "지금 연락이 많이 왔을 것 같은데, 딸이랑 아내랑 가족들이 가장 축하해 줄 것 같다. 아침부터 일어나서, 너무 하루가 훅 지나간 것 같다. (경기 끝나고 집에 가면) 이제 자야죠"라고 말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