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1위 팀 LG, 뛰다가 계속 죽고 공 잘 흘리고···그래도 꾸준히 이긴다[SS집중분석]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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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9
LG 김민성이 지난 18일 문학 SSG전 연장 12회 홈런을 터뜨린 후 선수들은 물론 감독, 코칭스태프와 함께 더그아웃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 | 연합뉴스 |
[스포츠서울 | 문학=윤세호기자] 이상한 팀이다. 가장 많은 실책과 주루사를 범하는데 꾸준히 이긴다. 야구에 있어 절대적으로 피해야 할 부정적인 요소 두 가지를 뚜렷하게 갖고 있음에도 여유 있게 1위를 달린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과감하기도 하다. 다른 팀보다 적극적으로 타구를 쫓고 몇 배 이상 작전을 건다. 어느덧 두 달 가깝게 1위를 수성하고 있는 LG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최다 실책인데 견고한 수비, 수비 효율(DER: 인플레이 타구 범타 처리율) 1위.
흔히 수비를 보면 강팀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타격에는 기복이 있지만 수비는 기복이 적고 기복이 적은 수비는 실점을 최소화한다.
LG는 최근 몇 년 동안 단단한 수비를 자랑해왔다. 실책 수와 DER에서 나란히 상위권에 자리했다. 내야진에 오지환, 외야진에 박해민, 수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국가대표 센터라인을 중심으로 넓은 수비 범위를 뽐냈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이 2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 3회말 1사 3루 KT 박병호의 땅볼을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2023. 7. 25. 수원 | 박진업기자 [email protected] |
2021년 수비 에러 91개로 이 부문 최소 4위에 DER은 0.701로 1위에 올랐다. 2022년 수비 에러 89개로 이 부문 최소 1위에 DER 또한 0.702로 1위였다. 10구단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DER 0.700 이상을 기록해 수비에 있어서는 따라올 팀이 없음을 증명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LG와 상대하는 팀들은 인플레이된 타구 10개 중 3개만 안타가 됐다.
그런데 올해는 매우 이상하다. 지난 18일까지 수비 실책 수 94개로 이 부문 최다 1위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일이 올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수비를 못한다고 볼 수가 없다. DER에서 0.692로 1위를 달리기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처럼 0.700을 넘지는 못하고 있으나 그래도 10구단 중 인플레이 타구를 아웃으로 만드는 비중이 가장 높다.
LG 중견수 박해민이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 8회초 2사 2루에서 김동헌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 해내며 이닝을 끝내고 있다. 2023.08.12.강영조기자 [email protected] |
LG 염경엽 감독은 지난해 대비 부쩍 늘어난 수비 실책에 대해 “시즌 초반에 어수선한 경기들이 많이 나온 결과라고 본다. 시간이 흐르면서 수비가 잡혀가고 있기 때문에 실책수는 지속적으로 줄여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LG는 4월 한 달 동안에만 야수진 실책 30개를 기록했다. 이후 5월 18개, 6월 18개, 7월 9개로 실책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여기에는 미래를 위한 투자도 들어있다. 작년까지 3루와 1루를 겸업했던 문보경이 올해는 주전 3루수로서 핫코너에만 자리한다. 모든 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가운데 에러 숫자 또한 18개로 리그 최다 2위다.
염 감독이 바라보는 문보경의 잠재력은 국가대표 3루수. 만 23세 젊은 선수인 만큼 올해 경험이 향후 특급 3루수가 되는 데에 자양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보경은 “실책 수가 많은 게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수비 코치님도 절대 수비 실책 숫자 신경 쓰지 말고 지난 건 지난 일이니 앞으로 더 잘하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LG 3번타자 문보경이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릴 2023 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 3회말 2사 2루에서 호투하던 맥키니를 상대로 역전 2점홈런을 터트린 후 홈인하고 있다. 2023.08.01.강영조기자 [email protected] |
◇압도적으로 많은 주루사, 뛰면 안 되는 게 맞는데 계속 뛴다···그리고 계속 친다
숫자만 보면 일찍이 포기하는 게 맞다. 그런데 포기는 없다. ‘노피어’ 정신으로 무장한 듯 죽어도 계속 뛴다. 캠프부터 선수들에게 부지런히 이 부분을 강조했고 시범경기 기간에는 출루=도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무조건 뛰었다.
결과는 참담하다. 주루사 57회로 2위 KT의 43회부터 14회 앞선 압도적인 1위다. 주루사 최소 1위인 한화의 24회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도루도 그렇다. 다른 팀과 비교를 불허한다. 도루 시도 193회로 이 부문 공동 2위 NC·두산의 115회를 압도한다. 그리고 도루 성공률 62.7%로 이 또한 압도적인 꼴찌다. 121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도루 1위 팀(KIA·103개)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금 페이스라면 2016년 넥센의 팀 도루 154개 이후 한 시즌 최다 도루팀이 될 수 있다. 2016년 넥센 또한 염경엽 감독이 지휘했다.
LG 박해민이 6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와 경기 8회말 무사1루 신민재 타석 때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상대 유격수는 김상수. 2023. 7. 6.잠실 | 최승섭기자 [email protected] |
당시 넥센도 도루 성공률이 높지는 않았다. 65.0%로 올해 LG보다는 높지만 흔히 마지노선으로 보는 75%보다 부족했다. 그래도 뛰었다. 염 감독의 철학이 가장 강하게 묻어나오는 부분은 ‘오늘 죽어도 내일 또 뛰는 도루를 향한 불굴의 정신’일지도 모른다.
쓸모없는 죽음은 아니다. 모든 팀이 LG의 무한 도루를 인지하고 이에 대응한다. 유주자시 LG를 상대하는 투수는 견제와 슬라이드 스텝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포수도 이를 머릿속에 넣고 투수, 야수들과 사인을 교환한다. LG가 1, 3루를 만들면 상대 벤치는 유독 분주해진다.
LG 트윈스 신민재(오른쪽)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경기 6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한화 유격수 이도윤에 태그 아웃되고 있다. 2023. 7. 12. 잠실 | 박진업기자 [email protected] |
가장 큰 효과는 타석에서 나온다. 올해 LG 팀 타율은 0.285. 유주자시에는 0.291, 동점주자가 있을 때는 0.342로 올라간다. 세 부문에서 모두 1위인데 실제로 많은 투수들이 LG의 무모한 주루에 말려드는 모습을 보였다.
키움 맥키니는 주자를 의식하다가 보크를 범했고 KT 이상동은 슬라이드 스텝을 빠르게 가져가다 밸런스가 흔들려 볼넷을 남발했다.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 투수, 혹은 아직 경험이 적은 신예 투수들이 유독 LG 상대로 애를 먹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LG 트윈스 오스틴이 26일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 4회초 1사 1-3루 상황에서 KT 선발 고영표를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 7. 26. 수원 | 박진업기자 [email protected] |
◇실수 상쇄하는 투타지표 1위 그리고 막강한 뎁스
타자들이 주자의 도움을 받고 타율과 출루율이 올라가는 효과는 있지만 그래도 주루사는 경기 흐름과 결과에 악영향을 끼친다. 수많은 주루사에도 LG가 순항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본적인 지표가 워낙 뛰어난 덕분이다.
팀 평균자책점에서 3.62로 1위. 선발 평균자책점은 4.05로 6위지만 중간 평균자책점이 3.19다. 최원태 영입으로 선발 투수들이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남은 시즌 중간 평균자책점은 유지되거나 더 낮아질 수 있다. 지난 18일 문학 SSG전이 그랬다. 최원태가 7이닝 4실점한 후 연장 12회까지 불펜진이 5이닝 무실점을 합작해 역전승을 유도했다.
LG 트윈스 고우석이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 9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해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허도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고우석은 이용규를 상대로 공 2개를 던져 외야 뜬공을 유도해 시즌 9세이브를 수확했다. 2023. 8. 2. 잠실 | 박진업기자 [email protected] |
4월까지만 해도 작년 필승조 3인방(고우석, 정우영, 이정용)이 부상 혹은 부진으로 암울했었다. 그런데 유영찬, 백승현, 박명근이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고 함덕주가 부활해 지금은 오히려 더 강한 불펜진이 됐다. 김진성과 이우찬까지 현재 LG는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강한 전원 필승조를 구축하고 있다.
야수진 또한 뎁스에 있어 어느 팀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 타자 8명이 wRC+(조정득점생산력) 110 이상을 찍고 있다. LG와 맞붙는 상대는 빈틈없는 지뢰밭 타선과 마주한다. 이재원, 김민성, 정주현, 허도환, 손호영 등 유틸리티 혹은 백업 자원들도 경쟁력이 있다. 새로운 필승조를 만든 것처럼 신민재를 과감하게 기용하고 김민성과 정주현에게 새로운 역할을 준 결과다.
LG는 지난 18일까지 시즌 전적 63승 37패 2무 승률 0.630으로 SSG, KT에 8경기 앞서 있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1994년 이후 가장 강한 신바람이다.
LG 염경엽 감독이 지난 18일 문학 SSG전에서 8-4로 승리한 후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인천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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