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10점차 대패에도 팬들 함성, 294일 공백 없었다…이승엽도 웃는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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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4
▲ 두산 베어스 이영하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이영하! 이영하!"
지난해 8월 13일 잠실 SSG 랜더스전 이후 294일 동안 볼 수 없었던 등번호 50번 선수가 등장하자 두산 베어스 팬들은 목소리 높여 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2016년 1차지명 기대주이자 2019년 17승을 달성한 에이스, 우완 이영하(26, 두산)를 팬들은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맞이했다. 두산 팬들은 10점차로 크게 지고 있는 것과 상관없이 이날 가장 큰 목소리로 이영하를 응원했다.
이영하는 3일 수원 kt 위즈전 3-13으로 뒤진 8회말 구원 등판해 1이닝 14구 1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 149㎞, 평균 구속 148㎞를 기록하며 최상의 컨디션을 자랑했고, 주 무시 슬라이더(4개)를 적재적소에 섞었다. 이영하는 제구가 조금 흔들리는 등 약간 긴장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첫 타자 배정대를 루킹 삼진으로 처리한 뒤 팬들의 큰 환호성이 터지자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영하는 팬들이 어떻게 자신을 맞이해 줄지 궁금해했다. 선린인터넷고 시절 학교폭력 혐의로 특수 폭행, 강요, 공갈 등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기소 되는 바람에 재판을 받느라 강제로 공백기를 가졌기 때문. 이영하는 재판 기간 내내 무죄를 주장해 왔으나 야구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영하는 1심 선고기일이었던 지난달 31일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자신의 주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고, 팬들은 진실을 밝히느라 고생했을 이영하를 더더욱 뜨거운 응원으로 환영했다.
이영하가 미소를 지을 때 이승엽 두산 감독도 웃었다. 이 감독은 지난 1일에야 선수 등록을 마친 이영하를 이틀 만에 1군에 등록했다. 그만큼 마운드 사정이 어려웠다. 두산은 4일 현재 불펜 평균자책점 5.10으로 최하위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딜런 파일-최원준-곽빈까지 무려 3명이 이탈한 가운데 셋업맨 정철원까지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음주 파문으로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 감독은 "이영하 본인은 이제 준비가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은 실전 감각이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정철원이 빠지면서 우리도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솔직히 인정하면서도 "이영하가 2군에서 던졌던 것처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아마 정철원의 빈자리를 이영하가 채워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하는 아직 완벽하진 않아도 왜 선발과 필승조로 중용됐었는지 증명하는 투구는 충분히 보여줬다. 이 감독은 이제 이영하-마무리투수 홍건희로 뒷문을 단단히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하는 "(예전처럼) 똑같이 던지면 좋아해 주시리라 믿는다. 안 좋은 구설에 휘말리고 싶어 휘말린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나도 느낀 게 많다. 나한테는 나름대로 좋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그 일을 계기로 잘하면 팬분들도 더 좋아해 주시리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팬들의 함성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