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틀콕 정점에 선 천재 소녀… ‘안세영 시대’의 화려한 개막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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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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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이 지난달 코리아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관중들을 향해 세리머니하고 있다. 사진=요넥스 제공 |
21세 태극 낭자가 세계 최정상에 섰다.
‘한국 셔틀콕 간판’ 안세영(21·삼성생명)은 1일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올해 31주 차 세계 랭킹 여자 단식 부문에서 생애 첫 1위에 등극했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8년 2월, 1335위로 처음랭킹에 이름을 올린 후, 5년 5개월의 시간을 건너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천재의 등장
2017년 12월이었다. 광주체중 3학년 안세영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인 선수들 상대 7전 전승을 올려 태극마크를 따냈다. 중학생이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추천이 아닌 자력으로 선발전을 뚫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파른 성장이 이어졌다. 2018년 아이리스 오픈 우승으로 첫 성인 국제대회 트로피를 들었다. 2019년엔 BWF투어 5승 및 한국 최초 BWF 신인상을 따냈고, 2021년엔 왕중왕전으로 불리는 BWF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우승했다. 지난해도 시즌 3승을 따내 조금씩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출전한 11번의 국제대회에서 7번의 우승(준우승 3회, 3위 1회)을 달성했다. 1월 인도오픈·인도네시아 마스터스를 제패한 후, 3월에 종목 최고 권위 대회 전영오픈에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27년 만의 여자 단식 우승을 썼다. 이어 5월 말 태국오픈, 6월 싱가포르오픈에 이어 지난달 코리아오픈, 일본오픈까지 섭렵했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오픈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왼쪽)과 금메달을 획득한 야마구치 아카네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안세영 개인 SNS |
◆숙적을 꺾고, 정점으로
직전 랭킹에서 포인트 10만2264점으로 1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의 10만4517점에 미치지 못한 2위에 머물러 있었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이 상대전적 8승12패 열세를 기록 중인 라이벌 중의 라이벌이다.
일본오픈 우승으로 역전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세계 랭킹은 만 1년간 얻은 포인트를 기준으로 한다. 기간만 적용하면, 지난해 일본 오픈(8월 개최) 성적이 포함된다. 그렇게 되면 야먀구치의 지난해 우승 포인트가 유지돼 순위를 뒤집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만 1년 내 개최됐다는 이유로 동 대회 포인트를 2번 적용시키는 것도 앞뒤가 안 맞았다.
BWF가 후자의 이유에 무게를 실으면서 지난해 일본오픈 성적을 제외했다. 그 결과 안세영의 점수는 10만3914점, 야마구치는 10만1917점이 돼 극적인 역전이 발생했다.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여자 단식 1위 한국 선수가 나타난 순간이었다. 남녀 단식으로 확대하면 2017년 9월 남자 단식 1위에 오른 손완호(밀양시청) 이후 6년 만이다.
사진=요넥스 제공 |
◆끝나지 않은 질주, ‘로드 투 항저우&파리’
남은 건 수성이다. 큼지막한 대회들이 줄을 잇는다. 오는 2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대회가 시작이다. 우승자에게는 1만3000점의 랭킹포인트가 주어진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기다린다. 직전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서 8강 탈락을 맛본 그는 금메달로 명예회복을 벼른다.
지난 5월부터는 2024 파리 올림픽 시드 선정 기준이 되는 ‘올림픽 레이스’ 랭킹도 집계되고 있다. 그는 이 랭킹에서도 이번 우승과 함께 5만9714점을 찍어 야마구치(5만7837점)를 넘고 1위로 올라섰다.
안세영은 “랭킹 1위가 된 건 너무 행복하고 뿌듯한데, 한편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도 된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 “세계선수권을 잘 준비해 어렵게 등극한 랭킹 1위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일부터 열리는 호주오픈에 참석하지 않고 진천선수촌에서 컨디션 관리, 보강 훈련에 집중한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