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심 합의’ 뒤 오심이라니···토요일 밤 하늘로 날아간 ‘판정의 권위’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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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20일 잠실 한화-LG전 9회, 논란의 장면. KBS 중계화면 캡쳐
지난 20일 잠실 한화-LG전에서는 흔치 않은 장면 하나가 나왔다.
1-1이던 9회말 LG 공격. 무사 1루, 7번 이재원 타석에서 대타 정주현이 나왔다. 이어진 볼카운트 1-1에서 한화 투수 박상원이 공을 던지려는 순간, 1루주자 신민재가 1루를 떠났다.
단독 도루 또는 히트 앤드 런. 어느 쪽이든, 한화 배터리가 LG 움직임을 읽었다. 피치아웃으로 볼을 뺐다, 그런데 최재훈이 볼을 받아 2루 송구를 하려는 순간, 정주현이 던진 방망이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결과적으로 LG의 작전은 히트 앤드 런이었고, 정주현이 정상적인 스윙으로는 도저히 타격을 수 없자 방망이까지 던진 것이었다.
이 장면은, 토요일 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가 됐다. 누구도 익숙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래서 4심이 모였다. ‘합의 판정’으로 최대한 실수 없는 판정을 하겠다는 요량이었다.
4심이 논의 끝에 내린 판정은 ‘타격 방해’. 이날 잠실구장 심판진은 타격 방해와 수비 방해 사이의 엇갈리는 지점에서 타자가 스윙시 방망이가 포수 미트에 걸렸을 때 ‘타격 방해’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상황을 적용한 듯 보였다. 그러나 오심이었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KBO(한국야구위원회) 곧바로 관련 판정이 오심이었다는 것을 공식 보도자료를 전했다. “KBO 심판위원회는 추가 확인 결과, 타격 방해가 아닌 수비 방해로 판정해야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KBO는 해당 심판진에 대해 후속 징계도 예고했다.
문제는 4심 합의를 하고도 오심을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심판의 오심은 종종 나온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인 비디오판독도 일반화됐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은 ‘시각의 한계’을 바로 잡는 보완 장치일 뿐이다. ‘합의 판정’은 장면 해석 문제를 다룬다. 야구 규칙에 대한 공신력이 걸려 있는 것으로 이는 판정의 권위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날 논란 장면은 야구 규칙 6.03 ‘타자의 반칙 행위’ 4항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타자가 제3스트라이크 투구 또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배트를 페어 또는 파울지역으로 던져 포수(미트 포함)를 맞혔을 경우’에 ‘타자는 반칙 행위로 아웃된다’고 명시돼 있다.
아쉬움이라면, 흔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는 점이다. 4심이 모여 판정을 하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심판위원회에서 바로 잡을 수 있는 장면과 내용이었다.
‘합의 합정’ 이후 이날 잠실구장 중계석에서도 규칙 적용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KBSN스포츠 류지현 해설위원은 방송 중 해당장면을 두고 “정상적으로 타격을 했다면 타격 방해가 맞다. 그러나 배트를 던졌다. 배트를 던져서 최재훈의 송구를 방해했다.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라고 말했다.
영상 기기의 발달로 0.01초까지 움직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극도로 애매한 장면의 아웃과 세이프에 대한 판정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든 어느 정도 양해가 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합의 판정’은 다르다. 노력의 영역이자 준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나올 수 있는 숱한 장면을 두고 오프시즌 토론을 벌이는 것도 이 같은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자리의 권위로 사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처럼 심판이 직위의 권위로 움직이는 세상 또한 아니다. 그러나 판정의 권위는 여전히 필요하다. 판정의 권위가 곧 그라운드를 움직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토요일 잠실구장의 ‘합의 판정’은 스스로 판정의 권위에 흠집을 냈다.
안승호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20일 잠실 한화-LG전에서는 흔치 않은 장면 하나가 나왔다.
1-1이던 9회말 LG 공격. 무사 1루, 7번 이재원 타석에서 대타 정주현이 나왔다. 이어진 볼카운트 1-1에서 한화 투수 박상원이 공을 던지려는 순간, 1루주자 신민재가 1루를 떠났다.
단독 도루 또는 히트 앤드 런. 어느 쪽이든, 한화 배터리가 LG 움직임을 읽었다. 피치아웃으로 볼을 뺐다, 그런데 최재훈이 볼을 받아 2루 송구를 하려는 순간, 정주현이 던진 방망이에 맞고 그대로 쓰러졌다. 결과적으로 LG의 작전은 히트 앤드 런이었고, 정주현이 정상적인 스윙으로는 도저히 타격을 수 없자 방망이까지 던진 것이었다.
이 장면은, 토요일 밤 프로야구 ‘하이라이트’가 됐다. 누구도 익숙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래서 4심이 모였다. ‘합의 판정’으로 최대한 실수 없는 판정을 하겠다는 요량이었다.
4심이 논의 끝에 내린 판정은 ‘타격 방해’. 이날 잠실구장 심판진은 타격 방해와 수비 방해 사이의 엇갈리는 지점에서 타자가 스윙시 방망이가 포수 미트에 걸렸을 때 ‘타격 방해’로 간주하는 일반적인 상황을 적용한 듯 보였다. 그러나 오심이었다.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KBO(한국야구위원회) 곧바로 관련 판정이 오심이었다는 것을 공식 보도자료를 전했다. “KBO 심판위원회는 추가 확인 결과, 타격 방해가 아닌 수비 방해로 판정해야할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KBO는 해당 심판진에 대해 후속 징계도 예고했다.
문제는 4심 합의를 하고도 오심을 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심판의 오심은 종종 나온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인 비디오판독도 일반화됐다. 그러나 비디오판독은 ‘시각의 한계’을 바로 잡는 보완 장치일 뿐이다. ‘합의 판정’은 장면 해석 문제를 다룬다. 야구 규칙에 대한 공신력이 걸려 있는 것으로 이는 판정의 권위와 직결되는 문제다.
이날 논란 장면은 야구 규칙 6.03 ‘타자의 반칙 행위’ 4항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타자가 제3스트라이크 투구 또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배트를 페어 또는 파울지역으로 던져 포수(미트 포함)를 맞혔을 경우’에 ‘타자는 반칙 행위로 아웃된다’고 명시돼 있다.
아쉬움이라면, 흔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이었다는 점이다. 4심이 모여 판정을 하고,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심판위원회에서 바로 잡을 수 있는 장면과 내용이었다.
‘합의 합정’ 이후 이날 잠실구장 중계석에서도 규칙 적용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KBSN스포츠 류지현 해설위원은 방송 중 해당장면을 두고 “정상적으로 타격을 했다면 타격 방해가 맞다. 그러나 배트를 던졌다. 배트를 던져서 최재훈의 송구를 방해했다.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이라고 말했다.
영상 기기의 발달로 0.01초까지 움직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극도로 애매한 장면의 아웃과 세이프에 대한 판정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든 어느 정도 양해가 되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합의 판정’은 다르다. 노력의 영역이자 준비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라운드에서 나올 수 있는 숱한 장면을 두고 오프시즌 토론을 벌이는 것도 이 같은 과정의 하나일 것이다.
자리의 권위로 사는 시대가 아니다. 과거처럼 심판이 직위의 권위로 움직이는 세상 또한 아니다. 그러나 판정의 권위는 여전히 필요하다. 판정의 권위가 곧 그라운드를 움직이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토요일 잠실구장의 ‘합의 판정’은 스스로 판정의 권위에 흠집을 냈다.
안승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