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기계가 버그에 시달린다… 김현수 계속 침묵하는데, 염경엽은 인내하는 이유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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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6
▲ 5월 들어 타격 슬럼프가 오래 가고 있는 김현수 ⓒ곽혜미 기자
▲ 김현수는 자기 스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24일까지 LG의 올 시즌 팀 OPS(팀 출루율+팀 장타율)는 0.781에 이른다. 리그 평균(.692)과 거리가 어마어마하게 벌어졌고, 2위인 NC(.722), 3위인 KIA(.678)과 거리도 크게 벌어졌다. 지금 LG 타선은 2023년이 아니라 KBO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 만한 득점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LG 타선의 성적표를 보면 낯선 게 하나 있다. 바로 팀의 핵심 타자이자 KBO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중 하나인 김현수(35)의 성적이다. 24일까지 김현수의 시즌 OPS는 0.775다. 오히려 팀 평균보다 낮은 것이다. 김현수의 명성, 김현수의 기량, 김현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이런 일은 애당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4월 출발은 기가 막히게 좋았다. 4월 23경기에서 타율 0.400, OPS 1.023을 기록하며 신바람나는 팀 타선을 이끌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유증을 피해간 몇 안 되는 선수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5월 들어 이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그래프가 바닥을 파고 들어간다.
김현수답지 않게 무안타 기간도 길었고, 무안타에서 탈출한 이후로도 방망이가 화끈하게 반등하지 않는다. 김현수의 5월 15경기 타율은 0.169에 불과하고, OPS는 0.428로 최하위권이다. 홈런은 하나도 없다. 타율이 0.169인데 장타율이 0.186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중장거리 타자로 뽑혔던 김현수의 명성은 적어도 지금 5월 성적표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4~5경기 슬럼프야 사실 어떤 슈퍼스타도 찾아올 수 있다. 그런데 김현수만한 슈퍼스타가 5월 내내 부진한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몸이 성치 않은 건 사실이지만 경기에 뛰지 못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다. 계속해서 선발 출전하고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결국 타격 타이밍의 문제다. 타격 기계에 오류가 있다.
염경엽 LG 감독은 25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김현수의 타격에 대해 "가장 안 좋았을 때 머리가 쫓아다닌다. 머리가 움직이면 인아웃 스윙을 할 수가 없다. 인아웃 스윙을 하지 못하면 (방망이를) 엎어 때리기 때문에 땅볼이 많이 나온다. (방망이 궤적의) 라인이 안 나오는 것이다"고 현재 상태를 진단하면서 "김현수도 자신이 안 좋을 때 어떤 타구의 질이 나오는지 안다"고 말했다.
▲ 김현수 ⓒ곽혜미 기자
다만 김현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지 않는 건, 김현수가 그것을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스윙과 타격 밸런스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고 있으면, 계속해서 훈련을 통해 고쳐 나가며 언젠가는 자기 스윙을 찾을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선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김현수에 대한 신뢰라고도 볼 수 있다.
염 감독은 "본인이 안 됐을 때를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까 조금씩 (슬럼프 기간이) 짧아질 것이다. 모르면 뭐가 문제인지 계속 찾아야 하는데,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기대했다.
김현수는 25일 경기에도 선발 출전했지만 실마리를 찾지는 못했다. 이날 4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것 외에는 출루하지 못했다. 땅볼이 두 개, 힘 없는 뜬공이 두 개였다. 아직 자기 스윙을 찾지 못한 건 염 감독이 말한 '타구의 질과 방향'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김현수가 빨리 정상 궤도로 돌아와야 LG도 폭발력을 이어 갈 수 있다. 그 시점이 빨리 오길 모두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