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노 "울산 팬의 '거짓말쟁이' 현수막 봤다, 신경쓰였지만…" [현장인터뷰]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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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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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울산 팬이 내건 현수막 봤다. 신경 쓰였지만….”
최대 라이벌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울산벌에 선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 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2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공식 개막전 울산과 원정 경기에 선발 출격, 전반 10분 송민규의 선제골을 돕는 등 예리한 경기력을 뽐냈다.
지난해 홍명보 감독 밑에서 울산 공격의 핵심 노릇을 한 그는 K리그 도전 첫해 9골1도움의 좋은 지표를 남기며 우승을 함께 했다. 그러나 지난 겨울 울산의 우승 경쟁 팀 전북으로 적을 옮겨 화제의 중심이 됐다. 홍 감독은 아마노가 신의를 깨뜨리며 전북으로 이적했다고 공개 비판한 적이 있다. 아마노도 유감이라며 맞섰다. 공교롭게도 아마노의 전북 데뷔전 상대는 ‘디펜딩 챔프’ 울산이었다.
아마노는 일본어로 적힌 ‘거짓말쟁이 아마노’라는 현수막을 내건 울산 서포터의 거센 야유 속에서 경기를 치렀다. 그러나 주눅 들지 않고 설영우 등 옛 동료와 거칠게 몸싸움을 벌였고, 특유의 왼발을 활용한 침투 패스로 수비를 흔들었다. 팀은 1-2로 역전패했지만 전반 10분 송민규의 선제골 때 그의 침투 패스가 절묘하게 들어맞았다. 후반 14분 안드레 루이스와 교체돼 물러날 때까지 아마노는 지난 시즌 울산에서 유사한 역할로, 전북 공격의 핵심임을 입증했다.
경기 직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아마노는 울산 팬 야유에 대한 말에 “신경 쓰이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울산 팬이 내건 (거짓말쟁이)현수막도 봤다. 그래도 (김상식) 감독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전북 팬도 많이 와주셔서 전력을 다해 경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K리그 ‘가드 오브 아너’ 전통에 맞춰 선수 입장 때 지난 시즌 우승 팀 울산 선수를 바라보며 손뼉을 쳤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으나 아마노는 환하게 웃으며 울산 선수를 바라봤다. “나 역시 지난해 울산 일원으로 우승을 이뤄냈다”고 입을 연 그는 “울산에 아는 얼굴이 많아서 웃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울산 선수들과 얘기나눈 게 있느냐’는 말엔 “경기 중 충돌할 때 ‘괜찮냐?’며 간단하게 얘기했다. 경기 시작 전이나 끝난 뒤엔 특별하게 나눈 대화는 없다”고 했다.
‘상대 팀으로 만난 울산’을 묻는 말엔 “확실히 좋은 팀이라고 느꼈다. 오늘 결과적으로 졌지만, 감독 말씀대로 긴 시즌에서 겨우 한 경기 진 것뿐이다.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득점하고 싶었지만 스스로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특별히 준비했던 골 세리머니가 있었느냐’는 말엔 “없었다”고 웃어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