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NOW] "눈물 그만 흘리고 싶었다"…2전3기, 9년 기다린 金 만큼 값진 銅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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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06
▲ 기뻐하는 김수현. ⓒ연합뉴스
▲ 김수현은 역도 여자 76㎏급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항저우(중국), 박정현 기자] 시상대에 오르기까지 9년을 기다렸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온 힘을 다했던 김수현(28,부산시체육회)은 금메달만큼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수현은 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76㎏급 A그룹 경기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인상 105㎏, 용상 138㎏, 합계 243㎏을 들어 12명 중 3위에 이름을 올렸다. 1위는 북한의 송국향(합계 267㎏)과 정춘의(합계 266㎏)이다. 김수현은 목표했던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생애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따낸 기쁨으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 김수현의 깜찍한 세리머니. ⓒ연합뉴스
경기 뒤 김수현은 "(아시안게임) 세 번째 출전 만에 드디어 메달을 땄다. 기록이 많이 낮지만 대단한 선수들과 중국에서 경쟁하고, 경기할 수 있어 살면서 기억에 남을 경기일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수현은 그동안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부터 꾸준히 국제대회에 참가했지만, 인천 대회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69㎏급에서 모두 4위를 기록해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석연치 않은 판정 끝에 실격 처리돼 메달을 얻지 못했다. 이날 동메달이 금메달만큼 값진 결과인 이유다.
▲ 김수현이 힘차게 역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날을 돌아본 김수현은 "계속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으니 후회 없이 하고 싶었다. 눈물도 그만 흘리고 싶었다. 내게 많은 관심이 있는데 화나고, 실패하고, 슬퍼하는 모습보다 안 되더라도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귀감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또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내가 혼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위로해주고 응원해주신 많은 분이 있어 가능했다. 그래서 나도 많이 변했고, 경기할 때도 겁이 덜 났다"고 얘기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는 경기력에도 영향을 줬다. 사실 김수현의 메달 사냥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베일에 싸여있었지만, 역도 강국으로 이름을 떨치던 북한이 4년 만에 국제대회에 참가했고, 만만치 않은 중국도 버티고 있었기에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수현 역시 이를 알고 있었다. 다만, 실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으며 자신에게 올 기회를 기다렸다.
▲ 김수현. ⓒ연합뉴스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말처럼 김수현에게 행운이 따랐다. 강력한 메달 후보였던 중국의 리아오귀팡이 인상 후 부상으로 기권해 이탈했다. 메달권에 자리가 비며 기회가 생겼고, 김수현은 침착하게 남은 시기에서 성공해 결과를 만들어냈다.
김수현은 "경기는 해봐야 안다고 생각했다. 사실 랭킹리스트가 나왔을 때 나는 4위권이었다. 그렇지만, 첫 번째로 든 생각이 '나도 할 수 있다'였고, 용기를 가졌고 최대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트라우마는 잊었다"고 웃어 보였다.
김수현의 도전은 이어질 예정이다. 이번 메달 획득이 김수현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