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아듀' 오재원…"갈 때는 내 발로 가고 싶었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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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 두산 베어스 오재원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갈 때는 내 발로 가고 싶었다."
두산 베어스 내야수 오재원(37)이 정든 유니폼을 벗는다. 오재원은 8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키움 히어로즈와 시즌 최종전에 앞서 은퇴식 기자회견에 나섰다. 오재원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이날 동료들과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로 했다. 오재원은 은퇴식에 맞춰 이날 엔트리에 등록됐다.
야탑고-경희대 출신 오재원은 2007년 두산에 입단해 올해까지 16년간 '베어스 원 클럽맨'으로 활약했다. 통산 1570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7, 64홈런, 521타점, 678득점을 기록했다.
두산 황금기를 이끈 주장이다. 오재원은 2015, 2016, 2019년까지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고, 2015년과 2019년에는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015년 감독으로 와서 우승을 시켜준 베스트 멤버들은 다 특별하다. 애정도 많이 간다. 본인이 가장 아쉽겠지만, 베테랑을 보내는 감독의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 않다. 감독도 말 못할 그런 게 있다. 1년도 아니고 몇 년을 같이 했기에 감독도 아쉬운 마음이 있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다음은 오재원과 일문일답.
-은퇴식에 막상 오니 어떤 마음이 드는가.
(야구장에서) 많이 떨어져 있다가 오고 입장할 때부터 팬분들을 보니까 감회가 새롭기도 했다. 마인드 컨트롤이 잘됐었는데 조금 안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은퇴를 결정한 배경은.
갈 때는 내 발로 가고 싶었다. 누구에게 휘둘리는 게 아니라 내 발로 가고 싶었다.
-두산 선수들과 인사 나눴나.
연락이 오더라.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내 결정을 아는 친구들이고 동생들이라 다 웃으면서 전화했다.
-허경민이 은퇴식에서 안 울면 1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지금 귀마개를 할까 싶다. 대성통곡을 할 것 같은데, 웃거나 통곡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 같다.
▲ 두산 베어스 오재원 ⓒ 두산 베어스
-두산에서만 선수 생활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정말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우승했을 때다. (이)현승이 형의 마지막 공이 들어간 궤적까지 다 기억이 나니까.
-김태형 감독은 2015년 우승 베스트 멤버가 애틋하다고 하던데. 우승 멤버들과 추억을 떠올린다면.
다 내게 소중한 형과 동생들이다. 추억이다 이런 생각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가져갈 좋은 순간이니까. 추억 그런 단어는 쓰고 싶지 않다. 오다가다 다 만날 것이다.
-팬들도 많이 찾아 왔던데. 마지막 성적이 아쉽진 않은지.
항상 잘할 수는 없는 거니까. 성적을 이야기하면 할 말이 없지만, 마음 먹기 전까지 최선을 다했다. 남들보다 2~3배 했다고 자부하고. 나보다 연습량이 많고 노력을 많이 한 선수는 김재환 한 명밖에 없다. 2009년부터 단 하루도 쭉 쉬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 노력이 조금 인정 받는 건 감사하다. 마지막 성적이 좋지 못한 건 죄송하고 사과드린다.
-은퇴 이후 계획은.
꾸미는 거 좋아해서 여러가지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 중이다. 유희관처럼은 아니다.
-2018년에 내가 하고 싶은 야구를 완성했다고 했는데, 얼마나 완성됐나.
후회가 담긴 말이었다. 조금 더 일찍 내가 20대 때 알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고질 수 없는 신체적 습관이 든 상태라 아쉬워서.
-두산을 향한 애정이 큰 것으로 아는데, 동료나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항상 이야기한다. 우리를 왕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가장 연봉 총액이 모자랐던 선수들이었다. 그 선수들이 팀을 위해 희생하면서 강팀이 된 것이다. 헝그리 정신이 아니더라도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이 어느 팀이든 다 있을 수 있는데, 두산 특유의 문화가 있다. 그것을 잊지 않고 한 명씩이라도 지금 (허)경민이, (김)재환이가 하듯이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 두산 베어스 오재원(왼쪽)과 김재호 ⓒ 스포티비뉴스DB
-키스톤콤비를 이뤘던 김재호는 어떤 동료였나.
눈빛만 봐도 안다는 말이 있지 않나. 내 평생 오른쪽을 맡겼던 사람이다. 수비 위치를 내가 생각했을 때 오른쪽 파트너가 이야기하면 생각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전적으로 유일하게 믿는 사람이었다. 내가 정말 확신해서 수비 위치를 정하면 누가 얘기해도 말을 안 듣지만, 내 유격수의 말만 들었다.
-포스트 오재원이 보이는가.
2군에서 오래 있으면서 가장 아쉬웠던 게 다들 김재호를 따라하려 한다. 김재호는 정말 타고난 유격수의 표본같은 사람이다. 따라한다고 따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정후(키움)를 따라하고 싶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빨리 현실을 파악하고 멋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잡아서 아웃시키려는 집중력을 길러야 한다. 천재를 따라하는 게 아니라 그 정신을 따라야 한다. 그게 두산의 정신이다.
-오재원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나.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했으면 좋겠다. 진정성을 조금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엔트리에 들었는데, 경기에 나가면 어떨까.
실책하면 어쩌나 싶다. 큰일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