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처럼 매년 대표팀 소집, 평가전 치러야”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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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5
[한국야구 거품 빼라] [下] 전문가들 제언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 WBC 대표팀 귀국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한 뒤 14일 오후 귀국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감독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며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 나한테 모든 비난을 해달라”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경기 지고 나서 뒤늦게 문제점 찾는 건 이제 지양해야 합니다.”
“벌써 세 번째 (1라운드 탈락이) 반복되고 있는데, 하나하나 복기해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봐야죠.”
한국 야구가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란 성적표를 받아들자 야구인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등 유관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 실패를 계기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는 계속해서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만 제자리걸음”이라며 “해결하려면 몇 년씩 걸릴 텐데,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본지는 야구계 원로와 전문가에게 지금의 문제와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제언을 구했다.
◇팀 코리아, 더 자주 모여라
일본 야구는 이번 대회에서 강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일본은 2013년 WBC에서 3위에 그치며 3연패에 실패한 뒤 대표팀 경기력 강화에 나섰다. 전임 감독을 선임한 뒤 매년 대표팀을 소집해 함께 훈련하며 평가전도 치렀다. 더 많은 젊은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험과 기량을 쌓았다.
한국도 대표팀을 수시로 소집해 훈련하고 경험을 쌓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장성호 KBS N 해설위원은 “매 시즌이 끝날 때 국제대회가 없어도 대표팀을 새로 뽑고 소집해서 평가전을 가져야 한다”며 “그래야 선수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느낌을 알고 책임감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2~3년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나와야 한다. 겨울에 대표팀을 소집해서 훈련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WBC 대표팀 기술위원회 위원이었던 양상문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발 때도 젊은 선수들로 이뤄진 대표팀을 하나 더 뽑자는 얘기를 했다”며 “프리미어12나 다른 이벤트성 대회에 젊은 선수를 내보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전임 감독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 선동열 전 감독과 김경문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KBO는 지난해 다시 현역 프로팀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대표팀이 장기적인 로드맵을 계획하고 실행하려면 전임 감독제가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능력과 경험이 중요하지, 전임이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반박도 나왔다.
◇아마추어 때부터 제대로 키워내야
이번 대회 도중 야구계에서 가장 많이 나온 주장은 ‘고교야구 알루미늄 배트 재도입’이었다. 고교야구에선 투수 보호 차원에서 2005년부터 알루미늄 배트가 금지되고 나무 배트가 도입됐다.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알루미늄 배트를 쓰지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청소년 국제대회에서 나무 배트를 쓰도록 하자 이를 따라간 것이다.
그러나 공이 잘 뻗지 않는 나무 배트를 힘이 약한 학생 때부터 사용하며 ‘젊은 거포’가 멸종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 무대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공을 맞히는 데만 급급했다가, 프로 입단 후 뒤늦게 타격 폼을 다시 만든다는 것이다. 투수들 역시 장타를 맞을 우려가 적기에 빠른 공을 가운데에 꽂아넣는 데에만 골몰해 제구력을 가다듬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알루미늄 배트로 타격 기술을 갈고닦은 뒤, 성인이 되고 나서 나무 배트에 적응해도 늦지않다”고 말한다.
마운드 거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상문 감독은 “지금 중학생들이 프로와 같은 18.44m 거리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데, 좁혀야 한다. 자기 신체에 맞는 거리에서 던져야 정확한 메커니즘을 통해 제구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유망주 유입과 대학야구 활성화 등으로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김응용 전 KBSA 회장은 “고교 야구팀이 4000개가 넘는 일본도 ‘비상 상황’이라며 대처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이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양준혁 위원은 “미국, 일본은 신인 드래프트 중하위로 가면 대학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한국은 고교 선수 일색으로 지명된 뒤 몇 년 만에 대부분 방출당한다”며 “많은 선수가 대학에 가서 몸을 더 성장시키고 훈련한 뒤 프로에 도전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 “외국인 제한 풀고 공인구도 손봐야”
리그 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인 선수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KBO 리그는 각 팀 외국인 선수를 3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첫해 연봉 상한액을 100만달러(약 13억원)로 정했다. 국내 선수를 보호하고 외국인 경쟁 과열을 막으려는 제도지만, 리그 수준을 낮추는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 보유 수나 연봉에 제한이 없다. 한 야구인은 “외국인 선수 때문에 국내 선수가 설 자리가 없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많이 뛰어야 리그에 경쟁력이 생길 듯하다”고 했다.
공인구 문제도 지적됐다. 이번 WBC에서 투수들은 국내 공과 다른 대회 공인구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장성호 위원은 “외국인 투수들이 우리 공을 만지면 ‘(던지기에) 매우 좋다’고 평가한다”며 “국제대회용과 비슷하게 공 표면이나 반발력 등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쿄=김상윤 기자, 김영준·박강현 기자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 - WBC 대표팀 귀국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한 뒤 14일 오후 귀국한 한국 야구 대표팀의 이강철 감독이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감독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며 “선수들은 정말 잘했다. 나한테 모든 비난을 해달라”고 말했다. /장련성 기자
“경기 지고 나서 뒤늦게 문제점 찾는 건 이제 지양해야 합니다.”
“벌써 세 번째 (1라운드 탈락이) 반복되고 있는데, 하나하나 복기해서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봐야죠.”
한국 야구가 2023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 3연속 1라운드 탈락이란 성적표를 받아들자 야구인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등 유관 기관들이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 실패를 계기로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는 계속해서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만 제자리걸음”이라며 “해결하려면 몇 년씩 걸릴 텐데,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본지는 야구계 원로와 전문가에게 지금의 문제와 해결 방안 등에 대해 제언을 구했다.
◇팀 코리아, 더 자주 모여라
일본 야구는 이번 대회에서 강한 전력을 뽐내고 있다. 일본은 2013년 WBC에서 3위에 그치며 3연패에 실패한 뒤 대표팀 경기력 강화에 나섰다. 전임 감독을 선임한 뒤 매년 대표팀을 소집해 함께 훈련하며 평가전도 치렀다. 더 많은 젊은 선수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험과 기량을 쌓았다.
한국도 대표팀을 수시로 소집해 훈련하고 경험을 쌓게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장성호 KBS N 해설위원은 “매 시즌이 끝날 때 국제대회가 없어도 대표팀을 새로 뽑고 소집해서 평가전을 가져야 한다”며 “그래야 선수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느낌을 알고 책임감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2~3년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나와야 한다. 겨울에 대표팀을 소집해서 훈련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WBC 대표팀 기술위원회 위원이었던 양상문 여자야구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발 때도 젊은 선수들로 이뤄진 대표팀을 하나 더 뽑자는 얘기를 했다”며 “프리미어12나 다른 이벤트성 대회에 젊은 선수를 내보내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전임 감독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이뤄져야 한다. 선동열 전 감독과 김경문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KBO는 지난해 다시 현역 프로팀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겼다. 대표팀이 장기적인 로드맵을 계획하고 실행하려면 전임 감독제가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러나 “능력과 경험이 중요하지, 전임이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반박도 나왔다.
◇아마추어 때부터 제대로 키워내야
이번 대회 도중 야구계에서 가장 많이 나온 주장은 ‘고교야구 알루미늄 배트 재도입’이었다. 고교야구에선 투수 보호 차원에서 2005년부터 알루미늄 배트가 금지되고 나무 배트가 도입됐다.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알루미늄 배트를 쓰지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청소년 국제대회에서 나무 배트를 쓰도록 하자 이를 따라간 것이다.
그러나 공이 잘 뻗지 않는 나무 배트를 힘이 약한 학생 때부터 사용하며 ‘젊은 거포’가 멸종 위기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교 무대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공을 맞히는 데만 급급했다가, 프로 입단 후 뒤늦게 타격 폼을 다시 만든다는 것이다. 투수들 역시 장타를 맞을 우려가 적기에 빠른 공을 가운데에 꽂아넣는 데에만 골몰해 제구력을 가다듬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알루미늄 배트로 타격 기술을 갈고닦은 뒤, 성인이 되고 나서 나무 배트에 적응해도 늦지않다”고 말한다.
마운드 거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상문 감독은 “지금 중학생들이 프로와 같은 18.44m 거리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데, 좁혀야 한다. 자기 신체에 맞는 거리에서 던져야 정확한 메커니즘을 통해 제구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유망주 유입과 대학야구 활성화 등으로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김응용 전 KBSA 회장은 “고교 야구팀이 4000개가 넘는 일본도 ‘비상 상황’이라며 대처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키우려면 야구를 시작하는 어린이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양준혁 위원은 “미국, 일본은 신인 드래프트 중하위로 가면 대학 선수들이 주를 이룬다. 한국은 고교 선수 일색으로 지명된 뒤 몇 년 만에 대부분 방출당한다”며 “많은 선수가 대학에 가서 몸을 더 성장시키고 훈련한 뒤 프로에 도전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 “외국인 제한 풀고 공인구도 손봐야”
리그 전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외국인 선수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재 KBO 리그는 각 팀 외국인 선수를 3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첫해 연봉 상한액을 100만달러(약 13억원)로 정했다. 국내 선수를 보호하고 외국인 경쟁 과열을 막으려는 제도지만, 리그 수준을 낮추는 원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 프로야구는 외국인 선수 보유 수나 연봉에 제한이 없다. 한 야구인은 “외국인 선수 때문에 국내 선수가 설 자리가 없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뛰어난 외국인 선수가 많이 뛰어야 리그에 경쟁력이 생길 듯하다”고 했다.
공인구 문제도 지적됐다. 이번 WBC에서 투수들은 국내 공과 다른 대회 공인구에 적응하느라 어려움을 겪었다. 장성호 위원은 “외국인 투수들이 우리 공을 만지면 ‘(던지기에) 매우 좋다’고 평가한다”며 “국제대회용과 비슷하게 공 표면이나 반발력 등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쿄=김상윤 기자, 김영준·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