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황제의 대관식, 알카라스 시대가 열렸다
토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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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7
사진=AP/뉴시스 |
“꿈이 이뤄졌다.”
새 황제가 탄생했다. 남자 테니스 카를로스 알카라스(20·세계랭킹 1위·스페인)가 노박 조코비치(36·2위·세르비아)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16일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4시간 42분 만에 3-2(1-6 7-6 6-1 3-6 6-4) 승리를 거뒀다. 알카라스는 “노박을 이기고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건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꿈꿔왔던 일”이라면서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활짝 웃었다.
사진=AP/뉴시스 |
◆ 신성의 패기, 새 시대를 예고
만 20세의 알카라스는 차세대 주자 가운데서도 단연 선두로 꼽힌다. 역대 최연소(19세4개월6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오픈 시대(1968년) 이후 최초로 세계 1위를 기록한 10대였다.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US오픈에서도 우승트로피를 품었다. 알카라스는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대회 참가가 허용된 1968년 이래 1976년 비외른 보리(스웨덴), 1985년 보리스 베커(독일)에 이어 윔블던 역대 3번째 최연소 우승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새 시대를 예고한다. 약 20년 동안 이어져온 남자 테니스 ‘빅3+1’ 벽을 깼다. 조코비치와 라파엘 나달(136위·스페인), 로저 페더러(은퇴·스위스), 그리고 한때 빅4로 묶였던 앤디 머레이(40위·영국)까지. 그간 많은 이들이 도전장이 내밀었으나 그들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들 외 선수가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2002년 레이튼 휴잇(은퇴·호주) 이후 21년 만이다. 사실상 마지막 주자였던 조코비치가 윔블던 정상을 내준 것은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이다.
사진=AP/뉴시스 |
◆ 예상을 뒤집고, 또 다른 전설로
모두의 예상을 뒤집었다. 조코비치는 최강 그 자체다. 특히 윔블던은 조코비치의 무대나 다름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열리지 않은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연속 우승 행진을 이어갔다. 2011년, 2014~2015년에도 가장 높은 곳에서 웃었다. 윔블던 5연패, 메이저대회 통산 우승 24회, 그리고 캘린더 그랜드슬램까지 엄청난 기록들이 걸려 있는 만큼 조코비치의 각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올랐다.
1세트가 끝났을 때만 하더라도 조코비치의 대업이 이뤄지는 듯했다. 여유 있게 잡아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전까지 윔블던 대회 1세트 승리 시 승률이 98.8%(79승1패)에 이르렀다. 반전이 시작됐다. 85분간 이어진 2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알카라스가 승리를 거머쥔 것. 메이저대회 타이브레이크 15연승이 깨진 탓인지 조코비치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3세트를 가져왔다. 경기가 길어질수록 알카라스는 젊은 기세를 앞세우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스포츠 세계에서 영원한 건 없다는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조코비치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마음이 아프다. 지금 상황에서 슬픔을 삼키는 건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나보다 더 나은 선수에게 졌다. 진심으로 알카라스를 축하한다”고 경의를 표했다. 알카라스는 “아직 난 스무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든 일이 빨리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가 매일 업적을 쌓아가는 방식이 자랑스럽다. 지지해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사진=AP/뉴시스 (알카라스가 윔블던 우승을 확정한 뒤 코트 위에서 포효하고 있다.)